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일본 경제 관련 기사들, 진실은 무엇인가

 

최근 일본과 관련된 경제 기사를 보면, 일본 경제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헷갈리기만 합니다. 한편에서는 높아진 증시와 완전고용 시장 등을 보며 일본 경제가 호황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하락하는 엔화 가치와 높아진 물가로 인해 경제가 불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국민일보1.PNG

출처-<국민일보> 링크

 

이데일리1.PNG

출처-<이데일리> 링크

 

사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걱정하기 민망할 정도로 부유한 국가이긴 합니다. GDP(국내총생산) 순위는 미국과 중국, 독일에 이은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이며, 일본의 통화인 엔화는 달러, 유로 등과 함께 글로벌 5대 기축통화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여지는 지표들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일본 국민들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본이라는 국가는 잘 사는데, 일본 국민의 삶은 힘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일본 사진 연합뉴스.jpg

출처-<연합뉴스>

 

 

1. 오르지 않는 임금

 

약 10여년 전 국내에서도 최저임금에 대한 논쟁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비교되던 것은 일본이었습니다. 2014년 한국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5,210원일 때 일본의 최저임금은 약 780엔이었습니다. 당시 환율로 계산해 봐도 7,000원이 넘는 돈이며, 당시 유행했던 프리터족같이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2023년 두 국가의 최저임금은 역전되었습니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9,620원, 일본의 경우 지역별 최저임금이 다르기에 차이가 있지만 약 900엔 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율을 적용한다면 9,000원이 조금 못 되는 수준인 것이지요.

 

게다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연간 평균임금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평균임금은, 

 

2018년 : 4.12만 달러

2022년 : 4.15만 달러

 

수준으로 거의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의 평균 임금이 4.56만 달러에서 4.89만 달러로 상승한 것을 보면, 일본의 임금은 이상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일본 임금1.jpg

일본 임금2.jpg

그래픽 출처-<매일경제>

 

일본 내에서도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일본을 지칭할 때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는 했지만, 그 말의 의미는 지금과 달랐습니다.  

 

과거에는 G2로 불리던 일본이기에 그 가난이라는 것이 상대적이며, 나라가 부유한 것에 비해 가난할지라도 다른 국가 국민들의 경제 수준보다는 높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2020년 일본 경제가 -4.8% 역성장을 하고, 다른 나라 특히, 떠오르는 한국과 비교까지 되며 이 문제는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PNG

PPP란 환율과 물가를 고려하여

해당 나라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측정한 수치다.

출처-<연합인포맥스> 링크

 

임금이 오르지 않거나 높지 않더라도 물가가 안정되고 사회보장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으면, 적은 임금으로도 부족하지 않게 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장기적인 마이너스 금리 유지 + 막대한 양의 국가 재정을 투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려 노력했었습니다.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를 깨졌지만(현재는 0.10%), 일본 정부는 최대한 이런 방향으로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의 물가는 나날이 치솟고 있습니다.

 

 

2. 높아진 물가

 

연합뉴스 물가상승 삼쩜일.PNG

출처-<연합뉴스> 링크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2024년 물가는 전년 대비 3.1%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건 엄청난 물가 상승입니다. 일본에서 3%가 넘는 물가상승률이 있었던 가장 최근 시기는 과거 제2차 석유 파동이 있었던 1982년입니다. 즉, 올해 4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물가가 상승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3.1% 수치는 가격변동이 큰 신선식품은 제외하고 집계한 수치입니다. 

 

일본의 높아진 물가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도 있습니다.

 

‘엥겔지수’ 

 

엥겔지수는 가계의 지출 중에서 식품 구입에 들어간 지출을 비율로 보여주는 지수입니다. 엥겔지수가 높을수록 소득 대비 식품 지출이 높다는 것이고, 이는 생활 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곳에 돈을 쓸 여유 없이 그저 먹고 사는 데에 버는 돈을 쓰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일본의 2023년 엥겔지수는 27.8%입니다. 소득 30%가량을 식품에 지출한다는 의미지요. 선진국 중 엥겔지수가 좀 높다고 평가받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도 모두 25%를 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언급한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식량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일본보다 낮습니다. 참고로,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식료품 가격이 많이 오른 한국도 2023년 엥겔지수가 14.3%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엥겔지수로 경제 수준을 판단하는 것에 반론이 존재하긴 합니다. 가령 월급이 똑같이 100만 원이라 할지라도 고급 음식을 즐기며 식비에 50만 원을 지출하는 사람이 있고, 저렴한 음식을 먹으며 10만 원만 지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소득이 같더라도 엥겔지수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요. 전통적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일본에서 전자와 같은 상황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미국에서 후자와 같은 상황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상승 폭입니다. 언급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1990년대부터 20~25%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2015년부터 25%를 넘기 시작해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지표가 하락하는 상황임에도 말이죠.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계속 오르니 자연스레 엥겔지수가 상승하는 겁니다.  

 

프레스맨.PNG

올해 3월 초 기사

출처-<프레스맨> 링크

 

그렇다면, 일본의 물가를 상승시키는 원인은 뭘까요? 

 

최근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엔화 가치 하락’

 

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3. 아베노믹스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버블 경제가 붕괴했습니다. 붕괴된 경제는 예전 같이 회복되지 못했고 일본의 경제는 장기 불황에 빠졌습니다. 장기 불황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20년 정도 불황이 지속되던 2012년 당시, 일본 총리였던 아베 신조는 한 경제 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그 이름하여 ‘아베노믹스’

 

연합뉴스 아베.jpg

출처-<연합뉴스>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의 양적완화 정책을 펼친 것입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시장에 엔화를 풀어서 유동성을 늘리는 것입니다. 물론 엔화를 푼다는 것이 무작정 돈을 직접 찍어낸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은행으로 하여금 정부 국채나 민간 채권을 무제한에 가깝게 매입하게 한 것입니다. 아베 정권은 국가 부채를 이용해서라도 재정 정책을 늘리고 제도 개혁까지 이뤄내겠다며 “세 개의 화살(통화정책, 재정정책, 성장정책)”이란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머니투데이 세 개의 호살.PNG

출처-<머니투데이> 링크

 

여담이지만, 일반적인 국가는 시장의 유동성을 조절할 때 기준금리를 먼저 조절하지만, 일본의 경우 오랫동안 유지하던 제로 금리로 인해 양적완화밖에 통화 유동성을 높일 방법이 없었습니다.

 

일본에게 남은 방법이 이 방법뿐이라는 건 모두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방법이었습니다.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트려 수출증대와 경기부양을 가져온다는 계획은 그만큼 부작용도 뒤따르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아베노믹스로 인해 2010년대 일본 경기는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의 수출이 늘어났고, 일본의 경제 호황기 때처럼 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렸습니다. 증시가 오르고 경제 성장률도 3%를 넘어섰습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을 구원할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베 웃음 연합뉴스.jpg

크하하핫~!

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엔화 가치 하락으로 고통받는 것은 일본 국민들이었습니다. 수출기업이 혜택을 보는 사이 수입 물가는 급등하였습니다. 물론 물가 상승은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본의 노림수이긴 했습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선 적당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줘야 합니다. 

 

하지만, 전술했듯 문제는, 일본 국민의 소득이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소득이 그대로인데, 그나마 안정적이던 물가가 상승하니 국민들의 삶은 어려워졌습니다. 예금이자나 국민연금으로 생활하는 일본의 고령층들에게도 그런 일본의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아베노믹스가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수출기업들이 고용 및 투자를 활발히 하여 내수를 활성화하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제대로 발현되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불황을 겪어온 일본의 기업들은 이미 생산 시설을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로 이전했고, 최대한 정규직 고용을 피하려고 했습니다. 즉, 일본 국내에서의 고용 및 투자를 꺼렸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낙수효과는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 기업의 수출이 증가했다는 것도 살펴볼 부분이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제조업 가동률, 분기별 수출입 물가지수, 수량지수’

 

를 살펴보면 2010년대부터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이 말은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 약세로 엔화 환산 수출액이 증가했을 뿐 수출량이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일본의 3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기계, 전기전자 품목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소니와 파나소닉 같은 기업들은 2010년대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기업들에게 시장을 빼앗기며 몰락했지만, 2013년부터 엔화 환산 수출액은 증가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

 

“엔화 약세로 일본 가계가 받는 고통만큼 수출 기업들에게는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것”

 

입니다. 사실상 일본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서 일본 기업들에게 주고 있는 셈인 거지요.

 

 

4. 멈출 줄 모르는 엔저

 

올림픽.PNG

출처-<연합뉴스>

 

어쨌든 거시적인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로 회복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2020년 도쿄올림픽이 다가오며 올림픽 특수까지 더해져 드디어 잃어버린 30년을 탈출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때, 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

 

일본 코로나 연합뉴스.jpg

출처-<연합뉴스>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고, 곧이어 공황에 빠지는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엔저를 내세우며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열심히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관광객이 올 수 없으니 그 비용을 그대로 잃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 올림픽 개최도 1년 연기되며, 올림픽 관련 경제적 손실이 7조 원에 달했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본의 경제적 손실은 23조 엔에 달하게 되었고, 기업의 도산, 국경 봉쇄로 인한 수출감소 등 수많은 악재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2020년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되었고 이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에 들어서면서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코로나를 거치며 가속화되어 ‘폭락’이라고 할 수준까지 되었습니다. 실업률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물가까지 높아진 탓에 엔저 현상은 일본경제에 그야말로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후 기시다 내각이 들어섰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엔화 가치를 막을 수 없었고 엔/달러는 160엔까지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하고 지난 3월 금리 인상을 통해 엔화 가치를 높이려 하였으나 겨우 0.2%의 인상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기는 무리였습니다. 

 

금리인상 KBS.PNG

출처-<KBS>

 

현재 일본은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미국 금리가 대대적으로 인하되거나 일본 금리가 대대적으로 인상되지 않는 이상 다른 요인들이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일본은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일본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남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남 이야기할 처지는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의 모든 상황은 현재 한국 상황과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 상향했습니다. 이유로는 “수출 회복과 소비자물가 하락세에 따른 결과”라고 합니다. 그러나 과연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는 정부의 의견과는 차이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연합뉴스 경제성장률.PNG

출처-<연합뉴스> 링크

 

한국 정부도 기업들에게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가져오니 임금을 인상하지 말라고 했지만, 결국 다른 요인들로 인해 급격한 물가가 오르며 실질 임금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한겨레.PNG

2022년 6월 기사

출처-<한겨레> 링크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인해 기업과 부자 감세에만 열을 올리며 낙수효과를 주장했지만, 떨어지는 것은 국민들의 눈물뿐입니다. 억지로 기준금리를 억누르는 탓에 원화 가치는 점점 하락하고 있으니 이 모든 상황들이 오히려 더 악화될 것만 같습니다. 국가는 부자이지만 국민은 가난한 국가가 언제까지고 부자일 수 없습니다.

 

남의 나라 경제 글을 쓰며, 남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는 모순적인 말과 함께 글을 마치겠습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