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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해병 사건

     

 
 
 
 
 
 
 
 
 
 
 
 

 

 

02-800-7070의 비밀

 

23장. 영부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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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대통령의 아내, 메리 토드

 

“에이브러햄 링컨이 암살된 것은 그의 결혼 생활에 비교하면 비극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데일 카네기가 링컨 대통령의 부인을 평하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영부인을 말할 때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링컨 대통령의 부인인 메리 토드(Mary Todd Lincoln)이다. 링컨이 결혼식장으로 가면서,

 

“나는 지옥으로 가고 있다.”

 

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녀의 성정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역사상 그녀는 너무 ‘저평가’ 된 영부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최악의 영부인이라고 평가받는 이유 중 절반은 그녀의 남편 에이브러햄 링컨에게서 찾아야 한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이라 평가받는 링컨 대통령의 배우자란 타이틀 때문에 그녀는 더 엄정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했다.

 

19세기 기준으로 보면, 메리 토드는 정치인의 아내로서 갖춰야 할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켄터키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고등교육을 받았고, 프랑스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프랑스어가 외교어였음을 이해한다면, 그녀가 정치인 아내로서 훌륭한 스킬을 익혔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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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더글라스

 

재밌는 건 그녀가 링컨과 결혼하기 직전까지 만나고 있던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링컨 정치 인생의 오랜 정적이 될 스티븐 더글라스(Stephen Arnold Douglas)였다.

 

그는 중후한 목소리를 가졌고, 생긴 것도 호감형 미남이었다. 덕분에 명연설가이자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한다. 나중에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 됐으며, 민주당의 지도자가 된다.

 

이런 그에게 딱 하나 부족한 게 있었다. 잘생기고, 비율 좋고, 몸도 다부졌지만… 키가 작았다. 아마, 메리 토드의 기준은 ‘키’가 아니었을까. 다 가졌지만 키가 작은 더글라스 대신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키만 멀대 같이 큰 링컨이었다.

 

그러나 링컨과 메리의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못했다. 둘의 가정환경도 달랐고, 성격도 너무 달랐다. 금수저 출신인 메리에게 있어서 링컨의 모습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한 달 만에 장갑을 84장이나 샀고, 백악관을 리모델링한다고 세금을 쏟아부었다. 엄청난 낭비벽 앞에서 그녀의 변명(?!)은 간단했다.

 

“영부인으로서의 품위유지비다.”

 

나중에는 링컨을 압박할 정도로 위세를 부리게 된다. 물론, 지금도 백악관의 안주인이 바뀌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고, 영부인 입맛에 맞춰 식기부터 시작해 인테리어를 바꾸는 게 하나의 관례다. 그러나 메리 토드가 영부인일 땐 남북전쟁이 한참이던 시절이었다.

 

전쟁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링컨에게 사치와 낭비벽에 빠져 있던 메리 토드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물론, 그녀가 나름 영부인 노릇을 하긴 했다. 전쟁터로 위문 방문을 하러 간다든가, 영부인으로서 정치적 행사 때는 얼굴을 내보이며 퍼스트레이디다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음이 없었다. 아니, 그녀의 패악질은 점점 더 심해졌다.

 

아들들이 죽은 후에는(아들 넷 중, 셋이 죽었다) 심령술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녀의 평판을 결정적으로 망친 최악의 행보는, 링컨 대통령의 장례식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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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저격 당시를 그린 그림

 

남편이 흉탄에 맞아 죽었음에도, 그녀의 눈에는 남편의 죽음보다 자신의 품위 유지가 더 중요했다. 그녀는 남편의 장례에 참여하기 위해 최고급 상복을 입어야 한다며, 이를 따로 주문했고 의회에는 대통령 미망인으로서 품위 유지가 필요하다며 비용을 요청하기까지 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아들과 남편을 줄줄이 떠나보낸 비운의 여인으로 ‘동정’할 수도 있지만, 같이 살았던 남편과 주변인들에게는 사치와 심령술에 미쳐 있는 최악의 영부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뭐, 결국 그녀는 정말로 ‘미친’ 여자 취급을 받아 링컨이 죽은 지 10년 뒤에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일견 부럽기도 하다. 최악의 영부인이라 불리지만, 그녀의 남편은 미국 최고의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인물이었고, 그녀가 국가에 끼친 손해라는 게 잘해 봐야 국고를 낭비하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던가?

 

전후 사정이 어떠하든 간에 그녀는 재평가의 여지가 있는 ‘최악의 영부인’이었다.

 

24장. 영부인 2

 

02-800-7070

 

훗날 현대사를 정리 할 때 이 전화번호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기억될 것이다. 이 번호 하나로 채상병 사망 사건은 권력 농단 사건으로 사건 성격 자체를 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이 한 통의 전화.

 

이 전화를 받고 이종섭 前 국방부 장관은 미친 듯이 움직였다(통화가 끝나고 14초 만에 움직였다). 그 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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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전화를 건 사람은 누굴까? 장관에게 전화를 걸 정도라면, 아니 그 이후의 진행 상황을 보면 장관에게 명령하거나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달할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장관급 이상의 인물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대통령에게 그 권위를 인정받았거나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권력을 쥔 사람이라는 것인데.

 

현재 대통령실에서 장관급인 인물은 3명(비서실장, 안보실장, 정책실장)이다.

 

비서실장은 아니었고, 안보실장도 아니었다. 정책실장은 이 건에서 물러나 있다. 그럼 남은 건 대통령과 부속실장밖에 없다.

 

여기서 연결고리가 부속실장이다. 용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아예 제2부속실(영부인을 보좌)은 사라졌고, 부속실은 현재 대통령과 영부인 모두를 보좌하고 있다. 4~5명 정도가 영부인을 보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5층에는 대통령 소집무실이 있는데, 애초에 이곳은 영부인도 같이 쓸 수 있는 다용도 접견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임기 초반에 이 접견실 문제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영부인의 공식적인 행보가 이어질 거라면,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 영부인을 양지에서 보좌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흘러흘러 채수근 상병 사건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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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이제 사건의 성격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서 권력 농단으로 흘러가고 있다. 게임의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영부인과 주가조작 세력이 연결된 상황에서, 이것이 채수근 상병 사건과 연결되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영부인이 이번 사건에 개입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의 총합은 ‘대통령’이다.

 

형식적이긴 했지만, 지난 1년간 채수근 상병 사건의 쟁점은 “외압의 주체가 누구였나?”였다. 최초 지목 대상자는 이종섭 前 국방부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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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최초의 방어선이었다. 여기서 막아야 했다. 그런데 이 방어선이 뚫렸다.

 

대통령 입장에서 막막한 건, 이 1차 방어선이 뚫린 다음에는 바로 대통령실이 노출된다는 것. 입법 청문회에서 이종섭 前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1차 방어선이 무력화됐고, 국회 운영위에서 2차로 대통령실이 뚫렸다. 아니, 뚫린 게 아니라 대치 상황만을 연출했을 뿐이다. 이미 야당과 여론은 대통령실의 누군가가 ‘영부인’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법’으로 따지면, 자기들은 죄를 지은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통령은 정무직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방어 논리가 먹힐까?

 

이렇게 1차 방어선과 2차 방어선이 무력하게 뚫리면서, 다음 목표는 정확하게 대통령을 향하게 됐다. 무려 1년이나 걸린 ‘소거법’이다.

 

아쉬운 건 대통령으로 화살이 날아가기 전에 방어선 하나를 더 칠 수 있었는데, 그걸 대통령 스스로가 걷어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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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된 김주현 전 법무차관

출처 - (링크)

 

바로, 민정수석.

 

공식적으로 민정수석의 업무는,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 관리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민정수석이 역할이 하나 있다.

 

‘공식적인 채널이 아닌 비선으로서 대통령 권력 행사’

 

민정수석은 사정기관이나 정보기관을 동원할 수 있다. 검경을 통해 국정을 압박할 수 있고, 국정원을 동원해 정보를 취합해서 우회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언제나 공적인 자리에서만 권한을 행사하는 게 아니다. 필요악이란 게 있듯이 공식적이지 않은 권력도 행사하게 된다. 물론, 나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걸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비공식적인 권력 행사의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이 바로, 민정수석이다.

 

역대 정권에서 민정수석에 대한 비판, 비난 기사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그렇기에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민정수석 폐지를 공약으로 내 걸었다. 그 반동이 찾아왔다. 좋은 뜻으로 폐지했던 민정수석이지만, 역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

 

민정수석이 있었다면, 영부인과 친인척 관리에 좀 더 힘을 쏟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임성근 사단장 구출 작전에서, 좀 더 세련되고 치밀하게 돌려세웠을 수도 있다. 지금처럼 거칠고(!) 아마추어처럼 권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실 방어선이 무력화되었을 때 최후의 방어선으로, 대통령을 노출시키지 않고 버텨 주었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해야 할까?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 패배하고 한 달 정도 지난 뒤인 5월 7일, 민정수석 자리를 다시 만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민정수석을 임명한다는 건 여론을 청취하고, 민심을 달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바로 결사항전을 위한 태세 정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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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김건희 여사

출처 - <연합뉴스>

 

영부인이 노출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결사항전밖에 없다. 여기서 무너지면, 뒤가 없다는 걸 대통령도 감지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거짓 선동과 싸우고 정의와 진실을 회복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유총연맹에서 대통령의 발언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이념을 말하고 진실을 말할 때는,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할 때라는 것이 일반적인 경험칙이다.

 

지금 대통령은 국민 전체보다는 보수를 중심으로 한 핵심 지지 세력을 결집해서 고수방어(편집자 주: 강력한 방어 편성과 결전의 의지를 기초로 방어지역의 상실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적의 공격을 저지 격멸하기 위한 방어작전의 개념)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모든 이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그러니까 이번 사건에 대통령이 아닌 영부인이 개입했을 것이란 의심을 보며, 문득 한국판 영화 <화차>에서 경선(김민희)과 문호(이선균)의 대사가 생각났다.

 

문호: "넌 도대체 누구야 네가 사람이야? 어? 네가 사람이야! 너 뭐야? 너 뭐야?"

 

경선: "나 사람 아니야! 나 쓰레기야! 그때 나한테 아무도 없었어. 내가 다 한 거야. 나는 강선영이 아니야 나는..."

 

문호: "하지 마! 너 아무 얘기도 하지 마! 너 아무 얘기도 하지 마!"

 

경선: "행복해지고 싶어서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김민희의 마지막 대사,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는 영화<화차>의 모든 걸 대변한다. 그리고 지난 8일, 영부인의 문자가 공개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