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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해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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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컨트롤 타워
21장. 임계 질량

임계질량(臨界質量)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은 핵물질이 핵 연쇄 반응의 과정에서 스스로 폭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질량’
핵무기는 기폭 방법에 따라 크게 내폭형(Implosion type)과 포신형(Gun type)으로 나눌 수 있다. 내폭형은 핵분열 물질을 공 모양으로 내부에 배치하고, 그 주위를 고성능 폭약으로 둘러싼 후 한 번에 폭발시켜 순간적으로 임계상태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포신형은 임계량의 우라늄을 2개로 나눈 후. 한쪽 우라늄 조각을 다른 쪽 우라늄 조각에 합쳐 임계상태에 이르도록 핵 폭발시키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채 해병 사건의 진행 과정을 보면서, 내폭형처럼 어느 순간 어떤 ‘계기’가 터져 벼락같이 탄핵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02-800-7070이라는 번호가 확인되면서부터 어떤 계기가 아니라, 임계량의 우라늄 두 덩어리가 하나로 합쳐져 폭발을 일으킬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폭형이 아니라 포신형이었던 거다.
장면 1.

『혹시 김건희 여사나 김건희 여사의 지휘를 받는 인물이 사용하는 번호는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결사적으로 절대 못 알려주겠다. 여야에서 합의하는 한 명씩만 보자 그래도 못 보여주겠다라고 하는 것 아닌가.』
- 천하람 의원의 발언 中

『아니면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받은 사람, 아주 가까운 측근들, 즉 부속비서관이라든지...』
- 윤건영 의원의 발언 中
장면 2.

출처-<뉴스1>
『국방부 장관의 정당한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수사단장이 어긴 항명 사건이 그 실체이고 본질이다.』
-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 中
장면 3.
『야당만의 추천으로 이루어진 특검 임명 절차는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을 훼손하고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권력 분립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그래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재의요구권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갖고 있는 권한이 동시에 의무입니다. 책무입니다. 위헌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 안 했다? 저는 이건 대통령의 직무 유기라고 생각합니다.』
-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 中
며칠 전, 대통령실 참모들이 참석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실 참모들이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 하나 있었다.
“대통령은 격노한 적이 없다.”
약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성일종 의원이
“거기 들어가서 작전하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온 8명을 기소 의견으로 낸 게 맞냐는 얘기를 (대통령이) 국군 통수권자로서 한 것 (중략) 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 작전 명령을 했을 때 누가 나가겠냐. 국군 통수권자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이다.”
라며 대통령이 격노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방어선을 쳤는데, 운영위 회의에 나온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무려 1년 만에 나온 ‘격노 없음’ 선언이었다. 차라리 격노가 있었다면, 대통령에게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그건 ‘통치 행위’의 일환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정진석 비서실장은 사건의 본질을 박정훈 수사단장의 ‘항명’이라고 사건을 규정했다. 아니, 선언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이게 대통령실이 선언(!)한 '채 해병 사건'의 마지노선이 됐다. 그리고 채수근 해병 특검을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재의요구권(거부권)도 계속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예정된 절차이지만, 용산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선언한 거다.
결국, 어제 9일
대통령은 하와이 방문 중
거부권을 행사했다.
(아마 용산은 특검법안이 빨리 넘어오기를 바랐을 거다. 거부권도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이었을 거다. 혹시라도 한동훈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되고 그 뒤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간 어떤 정치적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그래서 신임 당대표가 선출되기 전에 특검법안 거부권까지 마무리 짓고 싶은 심정이었을 거다)
장면 2와 3을 보면, 정진석 비서실장이 강단 있게 전선을 형성하고 막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듯하지만, 법사위에서 열렸던 채 해병 사건 입법청문회와 대통령실이 총출동한 운영위 전체회의를 종합적으로 보면, ‘전략이 부재하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정확히 말하면,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 저마다 중구난방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 원인은 간단하다. 이들은 사건 전체를 다 알지 못하고 있다. 사건을 다 아는 이들은 발을 빼려 하거나 대통령이 두려워 직언하지 못하고 있다.
송무(소송에 관한 사무) 변호사, 그리고 대형 로펌의 송무팀들이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하나 있다.
“의뢰인을 믿지 마라.”
의뢰인이 내놓은 사건 설명이나, 증거들은 최대한 자신에게 관대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이걸 탓할 수만은 없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송 중에 듣도 보다 못한 증거나 증언들이 나와 사건의 성격을 확 바꿔 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의뢰인들이 변호사를 속이는 경우다. 정말 흔한 일이다.
변호사들은 상담할 때 이 점을 늘 강조하지만,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늘 이런 문제가 불거지곤 한다.
대통령실은 지금 커다란 사건을 맞닥뜨리고 있다. 대부분 율사 출신이라 사건의 개요를 얼추 알고들 있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1. 죄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 투쟁 전략을 펼친다.
2. 죄를 인정하고 형량 투쟁 전략을 펼친다.
애초에 사건이 불거졌을 때 대통령실은 무죄 투쟁으로 나갔다. 정당한 대통령의 통치 행위임을 강조하며, ‘격노’가 있었음을 언론을 향해 흘렸다.
(‘격노’의 진행 과정을 보면, 그 자체로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방식이 보인다. 공식적인 채널에서 대통령실의 의견을 내놓는 게 아니라, 복수의 관계자가 언론 이곳저곳에 흘려서 여론을 간 본다. 만약 여론이 안 좋고 문제가 불거지면, 아니라고 말을 바꾼다. 여타 대통령 시절의 대변인 브리핑과는 다른 모습이다. 법적으로 문제 될 만한 소지를 최대한 없애겠다는 것인지, 수령무오류설과 같이 어떤 티끌도 묻히지 않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격노'가 아니라
'야단'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격노’가 통치행위냐 아니냐와 사건 이첩과 회수 과정, 더 나아가 박정훈 단장의 항명죄 기소까지의 모든 과정을 두고 무죄 투쟁 전략을 펼쳤고, 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여기서 마지노선이 등장했다.
『이종섭』
이종섭이 최후의 마지노선이 되어 이 모든 사건을 정리하려 했다. 작년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과 연관이 없음을 말했고, 순전히 자신의 판단으로 사건을 회수했음을 말했던 모습을 떠올려 보라.

출처-<연합뉴스>
문제는 이후부터 그 논리가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당장 통화내역이 공개되면서부터 대통령실의 무죄 투쟁 전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통령을 향해 하나 둘 시선이 모이는 이때, 대통령실은 판단을 내려야 했다.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판단을 내릴 주체가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여기서 대통령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선다면, 이야기는 더 꼬이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 옆에서 이 ‘사건’을 맡아서 진두지휘할 ‘누군가’가 있어야 했다. 근데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
예전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해 봉하 마을에 내려갔을 때 검찰 측에서 박연차 게이트로 압박을 넣었었다. 이때 문재인 변호사가 나서서 충분히 법리 다툼이 가능하다고, 무죄 투쟁으로 가자고 대통령에게 말하며 앞장섰었다.
어떤 전략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대통령 옆에서 총대를 잡고, 누군가가 진두지휘하여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런 인물이 없(었)다는 거다.
그 누군가는,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고 있다.”
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믿는 인물이어야 하며 동시에 대통령을 대신해 똥물을 뒤집어쓸 충성심도 있어야 한다.
이 생퀴가...
대통령에게 직언한다면, 격노가 돌아오는 상황이다. 더구나 인력풀도 한정적인 상황. 지금 이 사건에서 필요한 인재는 법률적 지식보다는 정무적 감각이 필요한 인물이다. 그리고 현재 그 역할을 수행할 최적의 위치는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그 자리에 정진석이 앉아 있다.
22장. 정진석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그는 박근혜 탄핵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었다. 그건 사실이다. 그가 자유 투표를 이끌어내면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부분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는 사건 추동적인 인물이다. 필요에 의해 메신저가 되거나 네고시에이터가 될 수는 있지만, 나서서 정권을 사수하거나 ‘주군’을 위해 대신 죽어줄 인물은 아니다(태생부터가 금수저 출신에, 이제까지의 활동 이력을 보면 그러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 언급하고 가야겠는데, 박근혜 탄핵의 숨은 공신 중 하나가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였던 이정현-정진석 콤비다. 이들이 각각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맡았다. 박근혜 정부에게는 ‘패착’이었다.

정권, 즉, 권력은 획득하는 것 보다 관리하는 게 더 어렵다. 때문에 권력의 핵심부에서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정권에게 악재가 되는 사건들을 수습하거나 ‘관리’하는 좌장이 필요하다. 컨트롤 타워 말이다. 이건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필요한 존재다. 건강한(!) 정부라면 그런 인재(?!)들이 다 있었다. 이들은 대외적으로 실세 혹은 좌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했다.
아닌 거 같지만, 각 부처끼리의 알력 다툼은 수시로 일어났고, 권력형 비리나 친인척 비리는 수시로 일어난다(혹은 비리가 있다는 듯 몰아간다). 이걸 정권 차원에서 조율하고,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유지하는 일을 하는 것이 이들이다.
청와대 안에서는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 혹은 누군가가 될 수 있고, 행정부의 실세 장관 중 누군가가 될 수 있다. 당 안에서는 당대표나 원내대표 같이 중진급 이상으로 정치 짬밥 좀 먹어본 이들이 권력의 풍향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시하며, 정권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계산하고, 조율하고, 행동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우리는 그 ‘어둠의 실세’가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했었다. 훗날, 어이없게도 그 실세가 전혀 공식 라인이 아니던 ‘최순실’이라는 인물로 밝혀졌지만, 공식 라인에서 그 역할을 할 인물들은 이정현 - 정진석 콤비였다.

뽀뽀 아님 주의(!)
귓속말 중임
즉, 정권의 누수 현상이 일어나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터지고, 우병우에 대한 말이 한참 나오던 시기에 새누리당에서 수습할 위치에 있던 인물이 이들이었다는 거다. 집권 여당의 당대표와 원내대표라면 이런 정보와 첩보가 들어왔다면,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이 위험을 제거하거나, 혹은 경고했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손 놓고 앉아 있었다. 이정현 대표는 ‘충성’을 말했고, 정진석 원내대표는 그럴 리가 없다며, 언론의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결국 탄핵 직전까지 상황이 몰려서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단축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걸 받아 든 정진석은 국회에서 야당과 협상을 하려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별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고, 새로운 카드를 만들지도 못했다. 어찌어찌하여 마지막으로 쥔 카드로조차 제대로 된 게임을 하지 못했다.
당시 탄핵 막전 막후 정국에서 여당 대표로 원내 협상을 해야 했던 게 정진석이었는데, 민주당 입장으로서는 정말 천운(天運)이었을 거다. 만약 이 두 콤비가 없었다면, 박근혜 탄핵은 전혀 이상한 곳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다.

그런 정진석이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됐다.
어떤 기시감이 느껴진다.
지금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 사건의 진실을 모두 말하고, 그 누군가가 나서서 교통 정리를 해주는 거다. 명확하게 ‘전선’을 그려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비서실장은 그 노릇을 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걸 이미 한 번 증명했다.
무죄 투쟁은 이미 물 건너갔다면, 이제 형량 투쟁으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전선을 어디까지 그어야 할지를 정부·여당의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대통령실은 박근혜 탄핵 시절의 우병우를 연상케 하고 있다.
"명백한 위법 사유가 있지 않는 한 탄핵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오늘 이 뉴스] '100만 육박' 尹 탄핵 청원에..대통령실 내놓은 첫 입장 (2024.07.02_MBC뉴스) 0-11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783/411/814/a022d81d582d3c6eb987cd2edc3ebf26.png)
탄핵 서명이 100만 명을 넘어간 상황에서도 대통령실의 판단은 정확히 ‘검찰 마인드’ 그 자체였다. 검찰총장이라면, 법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겠지만, 대통령은 정무직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포함한 대통령실 인사들은 정치의 영역으로 국민 여론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방향대로 계속 간다면, 이제 남은 건 여론이 하나둘 등 돌리면서 대통령실만 고립되어 갈 거다.
사건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황. 이 상황에서 02-800-7070 전화번호가 등장했다.
기하 문제가 함수 문제였다는 추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 김건희 여사나 김건희 여사의 지휘를 받는 인물이 사용하는 번호는 아닌가.”
라는 천하람 의원의 발언이 뜻하는 게 뭘까?
이전까지 대통령실의 논리라면, 그러니까 정진석 실장이 사건을 규정한 그대로 보자면,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
이었으나, 이제는 영부인의 국정개입... 아니, 국정농단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여기에 연결고리라 할 수 있는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태의 공범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앞뒤 정황이 하나씩 맞아떨어지고 있다.





어제(9일) 보도된 MBC 기사
다만, 이종섭 장관이 이 통화를 끝내고 14초 만에 김계환 사령관에게 연락을 한 걸 보면, 이 전화를 건 인물은 대통령일 확률이 높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대통령이 아닌, 다른 인물이었다면 대통령의 명령을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루트를 통해서 재차 확인하거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을 거다.
만약, 대통령이 아닌 ‘모종의 누군가’가 연락했던 것임에도 바로 김계환 사령관에게 연락했던 거라면, 평소(!?)에도 그 모종의 누군가가 직접 이런저런 명령을 내려왔었다는 말이 된다. 지금 여론은 대통령보다는 그 ‘모종의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채수근 해병 사건에 도이치 모터스가 붙은 거다.
외부에서 충격을 가해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두 개의 임계질량이 맞부딪힌 거다. 기하 문제가 함수 문제였던 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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