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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해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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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방어선 1
닉슨 사임 당시 워싱턴 포스트 1면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닉슨은 내부고발자(Deep Throat)가 FBI라고 믿었고, 이를 막기 위해 CIA를 동원하려 했다. 하지만, CIA의 반대로 이는 무산 됐다.
닉슨은 재선 당시 70% 가까운 지지율을 얻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불거졌을 때에도 많은 국민들이 닉슨을 지지했다. 그가 어느정도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닉슨이 이제껏 보여준 능력을 본다면(경제활성화, 핑퐁외교 등) 충분히 넘어가 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거두절미하고 한마디로,
“닉슨은 탄핵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 전제는 닉슨이 ‘뻘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닉슨은 하지 않아도 되는 뻘짓을 했다. CIA를 동원하려는 시도는 애교였다. 특검팀을 해산하는 자충수를 뒀고, 그 결과 법무장관과 차관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닉슨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기 하루 전인 1973년 10월19일,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가 워싱턴DC 연방법원 앞에서 발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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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에게 특별검사 해임 명령을 내리자, 법무장관이 바로 사표를 던진다. 그래서 닉슨은 차관에게 명령하지만, 차관 역시 사표를 던졌다. 이 사건이 바로 그 유명한 ‘토요일밤의 대학살’이다.
이 사건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닉슨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계속 진행중이었지만, 닉슨의 그 동안 공적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토요일밤의 대학살 이후에는 여론이 뒤바뀌었다.
“닉슨이 뭔가 숨기는 게 있다.”
국민들의 여론이 들끓었고, 워싱턴포스트지를 비롯한 유력 언론들이 본격적으로 ‘탄핵’을 말하기 시작했다. 결국 여론에 등 떠밀린 닉슨은 다시 특별검사를 출범시킨다.
이후의 전개상황은 간단했다. 여론이 짜게 식는 걸 확인한 닉슨은 '정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자해 연설‘이라 할 수 있는
“I'm not a crock"
연설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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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나와 계속해서 나는 사기꾼이 아니라고 말하는 닉슨의 모습을 보고, 미국 국민들은 오히려
"씨바, 뭐가 있네."
"저놈 사기꾼인 거 같은데?"
라고 생각하게 됐다. 특검을 거부하면서부터 닉슨의 스탭이 꼬이기 시작했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대국민 연설을 하는 순간 탄핵열차에 올라타게 되었다.
중요한 건 이 와중에서 닉슨의 측근들이 떨어져 나갔다는 것. 닉슨이 재임 직후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해서 아주 광범위한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자부했다. 당시 법무부장관이 TV에 나와 검찰과 FBI 인원 333명을 동원해 1만 4천 시간동안 1,500명의 인원들을 1,800번이나 조사했다고 큰소리를 쳤다.
미첼 법무장관이나 홀더만 비서실장 등 닉슨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끝까지 항거하는 듯이 보였으나, 하나 둘 옷을 벗고 물러나야 했고 결국은 다 실형을 살아야 했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분명히 몇 번에 걸쳐 방어선을 쳤다. 그러나 번번이 이 방어선들은 깨졌고, 결국 대통령이 노출 됐다. 그나마 대단한 점이라면, 닉슨은 2년 이상을 버텼다는 점이다.
사건 초기에만 하더라도 닉슨은 한없이 유리했다. 언론도, 여론도, 심지어 법적인 문제도 없었다. 내부 고발자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를 색출하기 위해 닉슨도 나름 고심했고, 실제로 행동했다. 그런데, 그가 무너진 이유가 뭘까? 나는 그 이유를 닉슨의 '조급함' 때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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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닉슨은 치밀하고 꼼꼼했다. 그리고 자기에게 한 번 칼을 들이밀었거나, 혹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이들의 명단을 만들어서 관리했던 인물이다.
즉,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들을 관리 감독했다.
이 명단에는 존 레논과 노암 촘스키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런 그가 무너졌다. 특검을 해체하려 했다가 역풍을 맞았고, 여론을 정면 돌파해보겠다고 연설에 나섰다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는 토요일밤의 대학살 이후, 조급함에 쫓겨 자충수를 계속 둔다. 최초 법무부장관을 내세워 철벽을 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닉슨은 스스로 무너졌다.
26장. 방어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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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방어선인 이종섭 前 장관이 무너졌다. 2차 방어선인 대통령실은 사건의 성격을 박정훈 대령의 항명죄로 규정하며 완강한 저항의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외압의혹을 부정하려 하지만, 이미 국민들의 의심은 깊어진 상황.
대통령 한 사람의 격노가 어느 순간 영부인의 국정농단으로 확장되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지,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당은 날을 세워서 악다구니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탄핵이라는 것은 여론재판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탄핵청원이 100만 명이 넘어선 것에 대한 대통령실의 반응
"이미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부결돼 폐기된 법안을 더 악화한 독소 조항을 넣어 숙려 기간도 거치지 않고 재상정한 것은, 여야 협치라는 의회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폭주이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 힘 수석대변인의 논평
"국민 1인당 왜 25만 원만 주느냐. 한 10억 원씩, 100억 원씩 줘도 되는 것 아니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날을 세우고, 전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 한 발 만 더 걷어차면, 다음에는 대통령이 드러나기 때문에 여기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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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큰 문제는, 여기서 영부인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되었다는 것. 前 법무부장관이자, 현재 국민의 힘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에게 보냈던 문자메시지. 지난, 총선 즈음에 자신의 디올백 관련 문제를 사과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이걸 읽고도 당시 비대위원장이 ‘읽씹’ 했다.
이 내용이 나오자마자 反 한동훈 전선을 만들고 있던 나경원, 원희룡 캠프 쪽에서는
"그때 그 문자를 씹지 않고, 제대로 처리했으면 총선은 다른 방향으로 갔을 수도 있다!"
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문자 메시지 공개는 정말 많은 걸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자충수라고 해야 할까? 당장 이 메시지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건,
영부인이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는 걸 자인한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영부인이 명품 백을 받는 것 같은 사고를 쳤을 경우)에 대통령실의 정무라인과 여당은, 조율을 해서 사과를 한다면 어디까지 양보하고, 어떤 형식으로,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서 보고하고 논의한다. 그런데 문자를 보면, 영부인은 이런 정무적인 문제에서 어떤 거리낌도 없이 독자적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을 말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는 걸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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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 할까? '실세'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의 내용이다. 더 무서운 건 영부인이 총선 때도 그렇지만, 지금 여당의 당 대표 경선에 개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의 힘과 의지가 있다는 건, 달리 말해 그만큼 급하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동훈만은 떨어뜨려야겠다는 절박감이 묻어나온다. 이미 그들 사이에선 한 차례 ‘토요일 밤의 대학살’이 있었고, 거기서 살아 돌아온 법무부장관이 자신들의 목을 칠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고 있다.
당장 8표만 떨어져 나가도 대통령실은 위기에 처하는 상황.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하는 인물은, 한동훈 캠프에 있는 주진우 의원이다.
"저는 사실 대통령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래서 최측근이란 얘기는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왕비서관이란 표현에는 약간 자기 권한보다 남용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부담스럽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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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내뱉은 말이다. 초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으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해운대 갑 선거구에 단수공천 됐다.
그런 그가 지금 한동훈 캠프에 있다. 언론에서는 보기 좋게, 한동훈 캠프와 대통령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한다고 나왔지만, 과연 그럴까?
주진우 의원이 한동훈 캠프에 있다는 건 정치적으로 그리고 ‘법률적’으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주진우는 대통령실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여러 사건들을 두 눈으로 확인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한동훈 캠프에 있다. 법률적으로 '뭔가'가 터진다면 대통령실이 상당히 힘들어 지게 된다는 걸 알고 거리두기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도 이미 총선이 끝난 지금, 대통령에게 더 이상 눌려 있을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통령실과 영부인은 한동훈 캠프에 있는 17명의 현역의원들이 불안하다. 한동훈이 당 대표가 된 다음에 채수근 상병 특검을 포함해 수많은 ‘법안’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불과 8표만 움직여도 대통령실이 상당히 곤혹스러워지는데, 현재 한동훈 캠프에 있는 현역의원만 17명이다.
영부인의 조급함. 아니, 대통령실의 조급함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공개 된 문자메시지는 영부인이 노리는 효과와는 달리, 영부인이 독자적인 발언권과 정무적인 행동에 있어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말았다.
채수근 상병 사건에서 영부인의 존재가 더 도드라지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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