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9. 불평등은 어떻게 해소될 수 있는가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시키는 두 가지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인플레이션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부를 재분배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인플레이션은 기존 잠자고 있는 현금의 값어치는 낮추면서, 앞으로 벌어들일 소득의 중요도는 높인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으로 내 연봉이 열 배로 오른다면, 이전에 내가 얼마를 모아놓았다거나, 얼마를 빌렸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질 것이다.
단,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투자 자산은 인플레이션에 잘 견디는 편이다. 예를 들어, 식품기업들은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곧잘 식품 가격을 올려서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반대로, 물가가 하락하는 경우 가격을 잘 내리진 않는다). 그래서 기업의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덜 받게 된다(인플레이션만큼 내가 소유한 기업의 이익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 비슷하게, 건물주들도 물가 상승에 맞춰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다. 이처럼 이익을 발생시키는 자산에 투자하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의 재분배효과가 미미하다.
부를 재분배하는 두 번째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다. 만약 월급이 오르는 속도가 자본 수익률보다 높다면, 자본 수익보다는 노동 수익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노동 수익의 중요성이 올라갈수록, 노동을 통한 부의 격차 또한 감소할 것이다. 특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제성장은, 부의 재분배를 이뤄내는 데 굉장한 효과가 있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1980년대까지의 세계 경제(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한국)가 이 시기에 해당된다. 비록 오랜 전쟁으로 세상은 폐허가 됐지만, 이는 기회로 가득 찬 폐허였다. 전쟁 직후 시행된 복구 사업과 그리고 급격한 인구 증가 등을 통해,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성장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 시기 주요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g)은 자본소득(r)보다 높았다.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Q10. 고속 성장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가
자본소득을 뛰어넘는 경제성장(g >r)은, 앞서 말한 대로 부의 불평등을 개선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고성장이 소득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부작용도 있다. 이 둘을 어느 정도 구분 지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재벌들 대부분은 과거 고속 경제성장기의 큰 부를 거머쥔 창업주들이다. 창업주들 중에는 가난했거나 미천한 사회 초년생 시절을 겪었던 얘기가 유독 많다. 일부 과장을 들어내더라도, 이들의 서사에는 충분히 극적인 요소가 많다. 그건 대단한 사람들이 산업화 시대에 몰려 태어나서가 아니라, 혼란한 시기였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 그리고 운을 시험해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앞서 말한 대로, 세계대전 직후 세계는 폐허였으되 기회로 가득 찬 폐허였다. 전후 재건 사업과 산업화는 유례없는 속도로 경제를 발전시켰고, 수많은 자본가들을 탄생시켰다.

삼성과 현대의 창업주 이병철과 정주영
출처 - <링크>
고성장 시기는 본격적인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걸 사회가 용인하는 이유는 계속해서 막대한 부가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는 사장이 될 수 있다는 꿈으로, 사람들은 성장하는 경제에 도취된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부로 인해서, 올드머니(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부)에 의한 불평등은 상당 부분 해소된다. 그러나 고속성장기에 운 좋게 올라탄 창업주와 투기꾼들이 큰돈을 따감에 따라, 호황을 누린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 간의 소득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 이때 발생했던 소득격차는 누적되어 한세대 뒤에 매우 큰 부의 불균형으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지금의 건물주들 중에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70-80년대 크게 벌어둔 밑천을 잘 굴려서 건물을 샀다는 입지적인 인물들이 유독 많은 것이다.
성장이 지체된 요즘, 젊은 세대는 건물은커녕 자기 살 집 하나 마련하기도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일부 윗세대를 보면서, 윗세대가 꿀 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윗세대들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가난을 겪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가난은, 심리적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기인한 가난이지만, 과거 세대의 가난은 생존 자체를 위협했다.
그리고 이들 중 성공한 극히 소수만이 다음 세대에 물려줄 부를 거머쥐었다. 산업화 세대의 대다수는 실제로 빈곤하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 1위 국가이다. 이는 세대 간 부의 격차보다, 같은 세대 내에서 재산을 모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격차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세대 간 불평등으로 볼 것이 아니라, 거대한 부를 세습하는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로 나눠보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Q11. 세계 경제의 고속 성장은 지속 가능한가
경제성장률(g)이 자본소득(r)이 높았던 것은 세계 경제사를 통틀어봤을 때 지극히 이례적인 상황에 해당된다. 토마스 피케티의 연구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전의 경제성장률은 1%를 밑돌았던 반면, 자본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5%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다.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성장률은 비약적으로 상승했으나(1%도 성장하지 못하던 경제가 유의미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2%를 넘겼던 적은 없다. 2차 세계대전 직후 경제성장률이 급격하게 증가했던 것은, 앞서 말한 대로 전후 복구 사업과 급격한 인구 증가라는 두 가지 원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세 번째 원인까지 추가됐다. 6.25 직후 한국은, 당시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너무나 낙후된 저개발 국가였다. 이런 나라는 가난한 상태를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지만(실제로 대부분의 빈국은 오랫동안 그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일단 산업화의 성공할 경우 엄청난 고속 성장을 경험 할 수 있다. 기초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거나(예를 들어 고속도로 건설), 선진국을 모방하기만 하더라도(한국과 일본의 전자 회사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후진국이 선진국보다 빠르게 성장해서 격차를 줄이는 캐치 업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 70-80년대 대만, 한국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출처 - <한국도로공사>
문제는, 이러한 요인들은 이미 사라졌거나, 앞으로 곧 사라질게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최근 몇십 년간 2차 세계대전과 비교할 만한 대규모 전쟁과 파괴는 발생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규 전후 복구 효과 같은 것은 없다. 2000년대 중국 이후로,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이 되어줄 만한 신흥국(인도와 몇몇 아프리카 국가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산업화를 이뤘다고 보기엔 어렵다)은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다 크리티컬한 것은, 앞으로 주요 국가들의 인구가 곧 감소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주요 국제기구들은 세계 인구가 수십 년 내에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사실 이건 어찌 보면 필연적인 측면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 인구는 불과(?) 25억 명이었는데, 1990년에는 50억 명을 돌파했고, 2022년에는 80억 명을 돌파했다. 20세기 동안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탓에 경제 또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이는 후술할 화석연료 사용과 관련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구 증가 속도가 과연 지속 가능하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가 보유한 자원, 그리고 자원의 활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인구수는 한계를 향해 치닫고 있다. 더 이상 인구가 100억, 200억 명씩 늘어나긴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경제성장은 곧 기술 발전(질)과 인구 증가(양)이다. 인구 증가 속도가 폭발적인 성장세에서 침체기 혹은 감소기로 접어든다는 것은, 세계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1세기 경제가 20세기만큼 빠르게 발전할 수 없다면, 논리적 귀결은 부의 불평등이 앞으로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자본 수익률(r = ~5%) 이 경제성장률(g = ~2%)를 앞지를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 그래프를 보면, 사실 경제성장률이 자산수익률을 넘겼던 적은 없다. 그럼에도 경제성장률이 더 높았다고 하는 얘기는, 자본 소득에 대해서 평균적으로 30%가량에 세금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5 프로 자본소득의 세후수익률은 3.5 프로이다. 이 수치를 고려해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성장률이 아주 간신히 3.5프로를 넘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링크>
(계속)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