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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잊었던 김건희 박사

 

윤석열 정권 출범 2년 2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두 번의 큰 선거가 있었고, 한 번의 보궐 선거가 있었다.

 

윤 정권이 시작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직전 정부인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해,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출범한 지 20일밖에 되지 않은 윤 정권은 심판받을 건덕지가 없었고, 그나마도 여의도 바닥에서 10년을 구른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 대표를 맡고 있을 때라 가능한 결과였다. 그해 수도권 집중호우와 정부의 무대응으로 지하방 사망자까지 발생한 8월에 선거가 치러졌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좋아, 빠르게 가자!’라던 윤 정권은 정말 빠르게 자신의 지지율을 깎아 먹었다. 정권 출범 1년 4개월 만에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 p 격차로 야당에 대패한 뒤로도 자중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영부인까지 나서서 지지율을 깎아 먹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으니, 대통령이 되기 이전 윤 부부가 저지른 갖가지 비리 의혹은 이미 잊혀서 새삼스러울 정도다.

 

대통령 윤석열의 무능도 무능이려니와 여기에 감놔라, 배놔라 하며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정황이 줄줄 새 나오는 영부인의 무능과 부패 비리까지 더해 대한민국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그 와중에 다 잊힌 줄 알았던 김건희 석사 논문 표절 검증 결과 발표가 다시 한번 집중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숙명여대 총장 선거가 끄집어낸, 박사도 아닌 석사논문 표절 검증 건이다.

 

숙대는 왜 국민대가 되지 못했나?

 

국민대는 김건희 박사학위 논문은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은 숙명여대로 넘어갔다. 숙대도 2022년 2월부터 석사학위 논문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고 그해 12월 본 조사에 착수했지만 3년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숙대도 뭉개면 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국민대는 정권 출범 초기, 빠르게 결론을 내면서 윤 정권에 확실하게 도장을 찍었고, 숙대는 차마 학문적 양심과 재학생 그리고 이 연구윤리진실위원회에 표절을 제보한 민주동문회 등 동문들의 거센 비판 때문에 차마 그 진실을 공표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김건희 논문 검증과 관련하여 현재의 부정의한 상황을 끌고 온 건 1차적으로 국민대와 숙명여대에 있다. 이 점만은 확실하다. 기술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 논문 표절이 밝혀졌는데도 표절이 아니라고 발표하면서 학문적 양심과 명예를 저버린 국민대 그리고 그 진실을 발표하지 못하고 뭉개던 숙명여대 모두 대한민국 학위의 공신력과 학문의 명예, 가치를 짓밟은 건 확실하다.

 

나는 김건희 학위 논문 검증 발표를 미룬 데 책임이 있는 이의, 책임 없는 발언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발언을 한 사람이 과거 국정에 몸담았고, 또 평생 명문사학의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 퇴임한 학자가 아니었다면 공개적으로 지적(저격이라 해도 좋다)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

 

책임 있는 이의 책임 없는 발언을 한 당사자는 이화여대 국제학과 교수였던 조기숙 새로운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이다.

 

조 전 교수는 교수로 재직하던 2022년 8월 20일 아래와 같은 포스팅을 페이스북에 게재한다. 바로 국민대의 김건희 여사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지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치솟고, 국민대 교수회에서조차 ‘김건희 박사학위 논문 재검증’에 반대하는 투표 결과가 나온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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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의 요지는

 

1. 국민대와 국민대 교수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국민대가 김건희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을 때, 닥치는 유무형의 불이익을 모르는 것이냐?

2. 전 국민이 아는 표절을 꼭 국민대가 표절이라고 판정해야 사회 정의가 구현되는가?

3. 대통령 영부인 표절이 민생보다 중한가?

4. 국민들의 암묵적 합의로 표절에 관한 재조사를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5년 후로 미뤄야 한다

5. 김건희의 학위 반납이 뉴스에 나오는 건 국위선양에도 도움 안 된다.

 

이런 것이었다.

 

영향력 있는 조 전 교수의 이러한 공개적인 발언이 국민대와 숙명여대에 과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거기다 이미 정권 초기에 결론을 내버린 국민대야 잠시 잠깐 비난을 감수했고 또 공을 숙대에 넘긴 것이니 이런 발언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국민대의 박사학위 취소 부담까지 떠안은 숙명여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5년 후에 재논의하자는 발언은 숙대에 과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거기다 조 전 교수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반박이 가능하다.

 

1. 대학이 원칙을 지켰을 때 감수해야 할 불이익 때문에 원칙을 져버리면 우리 사회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원칙을 지켜야 할 사람이나 집단은 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가? 현실적인 힘 앞에 굴복하는 것을 용인해야 하는 사회라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

 

2. 아닌 걸 아니라고 하고 긴 걸 맞다고 하는 게 정의로운 사회의 기본이다. 그조차도 지켜지지 못하는 사회라면 과연 정의로운 사회는 어떤 사회란 말인가?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백지 구형’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10년 넘게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검사도 있고,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어기고 진실과 정의를 세우려 했던 박정훈 대령 같은 사람들을 또다시 절망케 하는 근시안적인 발언이다.

 

3. 정말로 대통령 영부인 표절과 민생이 별개인가? 영부인이 부정의하게 얻은 학위를 발판 삼아, 영부인 자리에까지 올랐다고 생각은 안 하는가? 그 영부인과 대통령이 현재 심히 대한민국의 민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 또 영부인이 부정의하게 얻은 학위로 시간강사나 겸임교수의 자리를 꿰차 누군가의 밥줄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면? 그것도 민생이랑 무관하다 할 수 있나?

 

4. 대통령은 임기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철인이 아니고 사적 복수심으로 그 권력과 힘을 이용할 수 없고 마땅히 그래야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있다. 또 영부인은 대통령의 부인일 뿐이지 마땅한 지위가 없음에도 대통령이 가진 힘에 지레 겁먹고 굴복한다면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민주 시민이 아닌 외척 세력이 득세하는 조선시대를 사는 신민이라는 자백에 지나지 않는다.

 

5. 영부인 학위 반납과 국위선양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으며, 영부인이기에 표절이 명백한데도 학위 취소조차 되지 않아 학위의 공신력이 떨어져 유수한 국내 석‧박사들이 전부 똥박사, 똥석사 취급을 받는다 가정했을 때 과연 어느 쪽이 더 국위선양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결론은, 어떤 식으로든 나라의 녹을 먹거나, 교수로 살아 그 사회의 공적인 역할이 자의든, 타의든 주어졌다면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원칙에 어긋나는 발언은 자제하라는 말이다.

 

‘책임’ 있는 사람, ‘책임’을 다하려는 사람

 

어쨌든 숙명여대의 김건희 논문 검증 뭉개기에 일말의 책임 있는 발언을 한 자가 있다면, 또 숙대가 초반부터 국민대처럼 백기를 들지 않고, 그나마도 뭉개고 있다가, 총장 선거를 통해 새로운 이슈로 만들고, 선거 결과까지 바꾸는 데 역할을 한 책임 있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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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숙명민주동문회>

 

바로 숙명여대 민주동문회다. 이들은 ‘김건희 석사 논문 표절’이 공식적으로 언론을 통해 밝혀지고, 학교 당국의 대응이 심상치 않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오고, 직접 표절 검사까지 실시해 교내 연구윤리진실성 위원회의 제보자가 되어, 학교가 ‘모른 척할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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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숙명민주동문회>

 

지난 2년간 일주일에 한 번 학기 때마다 학교 정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여 학생들에게 잊혀 지지 않게 만들어 끝내 올 6월 치러진 숙명여대 총장 선거에서 결정적 의제로 끌어올렸다.

 

그래서 숙명민주동문회 회장 유영주씨(89학번 국문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문제와 관련해 “그냥 흐지부지되게 하지 않겠다"라는 각오를 다진 이들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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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민주동문회 유영주 회장

 

헤르매스아이(이하 헤) : 김건희 논문 검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유영주 회장(이하 유) :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다. 2021년 12월. 석사논문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거는 그해 12월에 보도가 됐던 거고. 김건희 여사 자체가 워낙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냥 보도 접하고는 ‘석사논문까지 그랬네, 왜 하필 우리 학교야?’ 이런 정도였다. 그런데 2022년 2월에 JTBC에서 기사가 났는데 ‘우리 학교에서 예비조사위를 꾸려서 이걸 본 조사로 넘겨야 된다’는 결론을 냈다는 내용이었다. 근데 그다음 날 바로 학교에서 부인하는 기사를 또 냈다.

 

당시 지금 숙민동(숙명민주동문회) 재창립 총회 준비를 좀 하고 있었다. 원래 숙민동이 87~ 88년도에 생기긴 했지만 활동을 한참 하다가 중단되고 최근에는 활동을 안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전에 몇 가지 일들을 좀 겪으면서 예를 들어 김순례(전 자유한국당 의원, 세월호 등 막말로 유명) 총동문회장의 취임 부분에 대한 반대 그리고 또 트랜스젠더 학교 입학 문제라든가 여러 부분들에 대해서 공동의 목소리를, 연설문 같은 걸 통해서 몇 번 낸 적이 있어서. 민주동문회가 다시 좀 할 일이 있을 것 같은데, 제대로 일을 해보자는 논의를 그 당시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건희 석사논문 검증 기사가 나온 것이다. 학교에서는 (논문 검증 절차 착수에 대해) 부인하는 기사가 나오고, 그러니까 곳곳에서 댓글이 달리는 데 여러 가지 욕이나, 조롱 이런 것들이 엄청 달렸을 것 아닌가. ‘쑥대머리’ 이런 얘기부터 시작해서 엄청나게 욕이 달리니까. ‘좀 창피하다’, ‘기분 나쁘다’ 이런 얘기를 나눴다. 그래서 ‘적어도 우리라도 나서자. 학교에 있는 구성원들 중에 이런 사람들만 있지 않다는 거를 보여줘야 되는 것 아니냐’라는 얘기가 나와서 그래서 그때부터 좀 숙민동의 이름으로 학교에다가 공문도 보내고, 서명도 받고 이런 일들을 계속 그때부터 하기 시작한 것이다.

 

헤 : 민주동문회는 숙명총동문회와 다른가? 어떤 일을 하는가?

 

유 : 숙대 나온 사람들 같은 경우는 다 총동문회 회원이지만 민주동문회 같은 경우는 자신이 자발적으로 가입을 하는 그런 모임이다. 어떤 사회적인 일이나 공익적인 일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학교의 이름을 가지고 좀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러면서 학교의 명예를 좀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것이다. 지금 학교 출신의 독립운동가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청소 노동자 파업이나 목소리를 냈을 때도 그분들한테 연대의 의미로 도시락 같은 것도 전달도 좀 했었고, 그런 여러 가지 일들을 좀 하려고 하는 모임이다. 공익이나 공적인 일이나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들에 숙대와 관계가 되어 있고 또 숙대생들의 이름으로 뭔가 일을 하고 싶을 때 그런 것들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모임이다. 그래서 이태원 참사 분향소 지킴이도 민주동문회가 세 달에 한 번씩은 꼭꼭 했었다.

 

 

“시간 지나면 잠잠해진다는 전례 만들고 싶지 않아”

 

헤 : 이 김건희 논문 검증 발표 문제가 한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당사자가 영부인이 되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 그동안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 앞에서 피켓 시위도 많이 했는데. 학교에서 찍힐까 봐 혹은 동문들에게 미움을 사지는 않을까, 두렵진 않았나?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유 : 어쨌든 민주동문회가 문제 제기를 한 상황에서, 언론에서 크게 다뤄지고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문제 제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후에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시간 지나고 가라앉고, 그렇게 되면 ‘저 봐라!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말 거다!’라는 인식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렇다. ‘시간만 대충 때우면 우리가 조용해질 것이다. 그냥 대충 이렇게 조용히 넘어가면 될 거다!’라는 그런 전례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게 가장 크다.

 

헤 : 직접 표절 검사까지 했는데, 검사를 해보고 난 심경은?

 

유 : 사실 처음에 저희가 김건희 석사논문 검증 촉구 피켓 시위를 했을 때는 JTBC처럼 그냥 카피 킬러 돌려서 나온 결과 갖고 했다. 그때가 학생들 1학기 때였고. 2학기 때 피켓시위를 또 그 카피킬러 결과 가지고 하려니까 좀 명분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또 김건희가 영부인이 되고 난 후였고. 그래서 그냥 단순하게 누구나 돌릴 수 있는 카피킬러 조사 결과 가지고 사람들 특히 학교에 가서 학생들, 교수들을 설득하기에는 조금 명분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들끼리 한번 조사를 해보고 나서 이 결과를 가지고 2학기 때부터 다시 활동을 하자!라고 하는 상황이었고, 거기에 맞게 준비를 했다.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맡기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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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이렇게 준비하는 과정 중에 국민대에서 ‘갑자기 표절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숙대 석사학위 논문 검증에도) 관심을 많이 받게 된 것이다. 국민대에서도 국민대와 같이, 앞에 가서 현수막 시위도 하고, 그런 와중에 우리 표절 검사 결과가 나와서 발표를 하게 됐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표절률이 높게 나와서 놀랐다기보다도 그냥 ‘올 게 왔구나!’ 싶었다.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표절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이제 이 결과 가지고 활동을 하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국민대에서 표절 검사 결과 발표가 나면서 숙대까지 연결돼 기자분들도 많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한 표절 조사 결과 발표 자체가 큰 이벤트가 되어 버렸다.

 

헤 : 근데 어떻게 보면 박사학위에 대해 국민대에서 제대로 된 결정을 내렸으면 숙대도 부담이 덜 했을 텐데. 국민대가 정권 초에 '표절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숙대에게 공을 넘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숙대에서 석사 표절 발표해서 학위 날리면 박사도 같이 날아가니까. 국민대가 공을 넘긴 거라고 생각은 안 하나?

 

유 : 공을 넘겼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우리도 관심을 더 많이 받은 이유가 숙대에서 날리면 박사 자동으로 취소가 되니까. 실제로 그런 이야기도 많이 했고. 그래서 우리도 부담되고, ‘학교도 부담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김건희 학위 논문 검증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계속하면서, 학교가 발표를 계속 안 하니까 많이 좀 속상하기도 하고 참 여러모로 부담도 된다.

 

저희가 어쨌든 계속 문제 제기를 해야 될 책임이 많은 사람들이 ‘왜 재학생은 안 하냐’, ‘교수는 안 하냐’. 뭐 이런 상황에서 저희가 앞서서 나서서 하면서 교수협의회도 끌고 오고 재학생도 어떻게든 끌고 오고 솔직히 말해서 저희가 지금 여기저기 다 목덜미를 끌고 오고. 그 중간중간에 교수협의회 발표라든가 재학생들이 같이 활동하는 것이라든가, 이런 것도 우리가 끌고 오면서 그런 발표들이 난 거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런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해야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고. 힘들다.

 

지금 역시도 사람들이 ‘숙대가 논문 결과 발표를 할 거냐’라고 되게 많이 물으니까, 그렇게 되게 만들어야 된다는 부담감이 사실은 좀 많다. 솔직히 말해서.

 

헤 :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사립대학 사정을 보면, 재정 자립도가 낮아서. 교육부나 정부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지원금이라는 현실적 문제 때문에. 권력자의 눈치를 안 볼 수 없고, 국민대의 김건희 박사논문 결과 발표도 그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란 시각도 크다. 또 김건희가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에 학교가 학위 논문을 좀 쉽게 줬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근데 숙대도 사립대학이고 지원 사업이 걸려 있어서. 학교 측에서는 민주동문회에 ‘너희들이 학교 존립에 대한 문제에 책임질 것이냐’라는 지탄의 눈초리 같은 거 받았을 것 같은데.

 

유 : 당연히 있다. 그래서 많이 안타깝다. 다른 언론사랑 인터뷰할 때도 이런 이야기 많이 나왔다. 저도 이렇게 사립학교가 국가에 많이 의지를 하고 있고 각종 지원금 때문에 그렇게 발표를 하지 못한 현실이 되게 안타깝다고 얘기를 좀 하는데. 그렇지만 원칙적으로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간에 권력은 짧고 유한하고 이 정권이 평생 가는 것도 아니고 학교가 지켜야 되는, 학문이 지켜야 된다는 명예는 긴 것이니까. 그 부분을 더 많이 좀 생각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 한 번의 그런 결단을 통해서. 오히려 지금 여대의 지위도 낮아지고 그런데, 숙대의 명예나 명성이 올라가는 측면도 좀 봐서 좀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 길게 보고 결단을 했으면 좋겠다. 숙대가 제대로 발표를 하고 난 후 정부나 교육부에서 불이익을 준다고 하면 지금의 야당의 지켜주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라는 그런 기대도 혼자 생각해 보고 그런다. 그리고 또 제가 교육부 사람들에게 묻기도 한다.

 

‘학교에 그렇게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는데 국회나 이런 데서 얘기하는 것도 좀 명확하게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솔직히 좀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학교가 정말 불이익을 받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도 학교가 길게 보고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계속 학교가 동문이나 이런 사람들한테 후원금 얘기 맨날 하지 않나? 그래서 차라리 이번에 화끈하게 ‘표절이다!’하고 학위 날리면, 학교를 위해 ‘국민 성금같이 한 번 해보겠다!’라는 그런 마음도 솔직히 먹고 있다.

 

“김건희 논문 검증파 신임 총장, 8월까지 지켜볼 것”

 

헤 : 그래도 어쨌든 이번에 김건희 논문 검증을 내세운 문시연 교수가 신임 총장이 됐다. 언론보도도 많이 됐는데. 총장 직선제를 실시해서 학생들도 투표를 하는데,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했더라. 학생들 투표 결과가 사실상 얼마 반영되지는 않지만. 동문들도 그렇게 많이 찍었는지? 그리고 이번에 숙대 총장 선거가 전국적 관심사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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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 선거 중간에 기사가 하나 난 게 있다. 인터뷰도 했는데. 그 기사 제목이 ‘숙대 총장 선거가 불러낸 김건희 논문’이었다. 딱 이거다. 시작은 우리가 학교 게시판에 장윤금 총장에 대해서 비판을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 놓고 총장 연임에 도전할 수 있느냐?’라고 하면서 판을 커진 건 사실이긴 한데. 교직원 득표율은 현 장 총장이 더 높았다.

 

동문들 득표도 문 신임 총장이 많이 높진 않았다. 교수들 지지율도 높았지만 어쨌든 재학생이 96%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거다. 그리고 장 총장은 임기 문제가 남아 있었다. 정년 퇴임이 2년뿐이 남지 않았는데, 총장은 임기가 4년이다. 그런데 숙대 규정에 총장이 된다고 정년이 자동 연장되고 그런 건 아니다. 만약 장 총장이 연임이 됐다면 정년을 다한 2년 뒤에는 총장 선거를 또 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들을 교수들하고 동문들은 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분위기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총장 선거에서 동문회 투표는 투표율이 40% 넘어야 반영되는데. 김건희 논문 건 같은 걸로 이슈가 돼버려서 선거가 떠들썩해지면 관심을 갖고 투표율이 높아지기보다는 오히려 투표율이 낮아지진 않을까 라는 시각도 있었다. 다만, 재학생 득표율이 문시연 교수에게 압도적이었던 건 우리가 그동안 피켓시위를 꾸준히 했던 영향도 있었다고 본다. 학교에 막 입학한 신입생들에게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고 생각한다.

 

헤 : 피켓팅을 얼마나 했나?

 

유 : 2022년 5월에 처음 시작을 했다. 학기 때마다. 방학 때는 학생들이 없어서 안 했다. 매주 수요일에 한, 두 시간씩 꼭 했다. 낮 12시에서 2시 사이에. 어떤 때는 집회도 한 번 했다.

 

할 때마다 내용도 바꿨다. 올해 같은 경우는 김건희 논문 표절 건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지금 2년이 지나서 이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알리는 내용으로도 했고, 처음에는 조사와 결과 발표가 늦어지니까 ‘왜 늦어지는 것인가’라며 ‘본 조사를 빨리 실시하라!’라고 촉구했다. 작년 6월에 1학기 끝나고 나서는 집회도 했었고, 지난번 가을 학기 끝날 때는 하루 종일 릴레이로 조를 짜서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1시간씩 돌아가면서 한 적도 있다. 지금은 방학을 해서 안 하고 있고. 일단 8월까지는 좀 지켜볼 것이다. 신임 문 총장이 어떻게 할 것인지, 8월에 하는 인사를 보면 대충 분위기 파악이 될 것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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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숙명민주동문회>

 

헤 : 인적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 건가? 8월 말까지 사실상 기회를 주는 건가?

 

유 : 그렇다. 총장이 바뀌면 기획처장, 교무처장, 연구처장 이런 보직들이 다 바뀐다. 처장이나 이런 보직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서 파악이 될 것이니까. 보면서 판단을 해보려고 한다. 그 처장들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위원에 당연직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연구진실성위원회 위원장 같은 경우는 여태까지 학교가 누군지도 안 밝히고 있으니까. 문시연 총장이 인수인계를 받고 이후 인적 구성을 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김건희 논문 검증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문시연 신임 총장, 자신이 한 말에 책임져야”

 

헤 : 어쨌든 문시연 총장이 정책토론회에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문 총장이 어떤 의미에서, 어떤 진의로 말을 했는지는 본인만이 정확히 알 것이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정확하고 빠른 검증을 해서 결과에서도 정의로운 결과를 내놓으리라는 해석과 기대를 가지고 찍어준 것일 텐데.

 

참고로 정책토론회에서 가장 강력했던 후보 현 장윤금 총장과 도전자 문시연 교수의 발언은 각각 다음과 같다.

 

장윤금 “총장의 명예를 걸고 우리 대학이 규정과 절차에 따라 모든 게 진행되고 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지만 윤리위가 진행하는 일이라 관여하고 있지 않다.”

 

문시연 “총장이 되면 진상 파악부터 해보고,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리하겠다. 표절 여부 판단은 독립적인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겠지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유 : 문 신임 총장을 찍은 사람들은 그러했을 테고. 저 같은 입장은 사실 반반이다. 51 대 49의 마음으로 찍은 것이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푸시를 한 게 문 총장에게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마음이 지금 현재는 되게 강하다. 그래서 동문회나, 학생, 또 김건희 논문 검증을 바라는 사람들도 “논문 심사를 학교가 할 것 같냐”, “뭐 좋은 결과가 나오냐?” 이렇게 물어보는데. “그렇지 않을 거다”, “앞으로도 계속 좀 싸워야 될 거다” 뭐 이런 얘기를 하는데.

 

헤 : 그럼 문 총장이 정말 바람대로 할 것이라고 믿나? 전체 워딩을 보면 장윤금 총장이랑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 똑같았다.

 

유 : 이건 진짜로 진짜 모르겠다. 다만, 지난 총장 선거에서도 문 교수는 재학생 지지율이 높았다. 완전하게 긍정적인 시그널로만 보지는 않다. 다만, 말하기는 솔직히 좀 조심스러운 게 ‘우리가 지금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이 논문을 계속 건드린다’고 학교나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한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안 보이려고 되게 많이 노력을 하기도 하는데 정치하고 연관이 안 될 수가 없다. 영부인이긴 하니까. 어쨌든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이라든가 김건희 여사가 가지고 오는 여러 가지 파장이라든가 이런 거에 대해서도 분명히 학교는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서 이런 일을 한다고 보는 눈도 있고. 이번 총장 선거 같은 경우도 민주당과 언론을 이용해서 장윤금 총장 낙선 운동을 했다고 계속 비판도 받았던 거니까. 그래도 우리가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서 이러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자꾸 그렇게 얽히고 얘기가 나와서 많이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이번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도 국정감사 때 이 건으로 총장을 부른다고 하고 있고, 언론들이 계속 이렇게 팔로업 해주고 있고, 이런 부분들이 영향을 잘 미치면 문 신임 총장이 과감하게 결단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 총장의 성향이나 또 총장이라는 자리, 위치에 따른 주변에서의 여러 압력과 현실적인 부분들이 있어서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거듭 말해서 장기적으로 보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헤 : 그래도 윤석열 정권 초기하고 올해 총선 결과에 따른 지금 분위기는 많이 달라서, 문 총장이 느끼는 압박도 그리 세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이전 장 총장하고는 다르게 부담이 줄었을 수도 있다.

 

유 : 그러기 바란다. 근데 선거 끝나고 나서 들리는 얘기는 꼭 그렇게 막 좋은 얘기만 들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 문 총장도 김건희 때문에 부각이 돼서 총장이 됐다는 얘기 듣는 거 자체를 좀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이전 선거 때도 재학생 지지율 자체는 높았기 때문에. 지금 현재는 (문 총장이 제대로 결단 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람만 강하다.

 

헤 : 현재 총학생회에서는 어떤 적극적 의사 표명 이런 게 없나?

 

유 : 숙대가 현재 비대위 체제다. 유효 투표율을 넘기지 못해서 그렇게 돌아가고 있어서 적극적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유 민주동문회 회장도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래도 우리가 계속 이렇게 피켓 시위를 하는 것도 후배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마음도 먹고 있다. 그래서 무조건 ‘흐지부지하게 끝내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자’라는 게 가장 크고 그다음에 후배들을 위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재학생의 96%가 문시연 교수를 지지한 게 의외였기도 하다. 우리가 계속 피켓팅을 하고 문제 제기를 한 것에 대한 효능감을 느꼈다. 우리가 꾸준하게 계속 얘기하고 보여주고 그럴 때 지나가는 학생들이 무심히 지나가는 것 같았지만 나름 후배들이 그런 걸 보고, 인지는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다. 저들이 잊지 않았듯, 외부에서도 이 건에 대해 잊지 않고 상기해 주고 계속 압력을 넣어야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 잊지 않아야 한다.

 

잊지 말자! 윤석열, 김건희가 대통령으로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극한 직업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