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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사퇴 이후 미국인들의 대화

 

정말 드라마틱한 미국 대선이다.

 

얼마 전 주말에는 트럼프가 총 맞고 살아나더니 그다음 주말, 즉 바로 지난 주말에는 바이든이 정말 ‘날리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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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바이든이 마침내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서 사퇴한 것이다. 

 

바이든 사퇴 YTN.PNG

출처-<YTN> 링크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출근하니 미국인 동료들은 저마다 수다를 떠느라 정신없었다. 주제는 역시 ‘날리면이 된 바이든’이었다. 일주일 전엔 ‘트럼프 암살미수’, 이번엔 ‘날리면이 된 바이든’. 정말 변화무쌍한 미국 대선판이다. 

 

이전 기사(링크)에도 언급했지만, 필자 주변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좀 더 많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반응은 대강 이러했다.

 

“민주당이 선거에 질 것 같으니까 별의별 쑈를 다 하는구만.”

 

“민주당은 트럼프 보고 맨날 법을 어긴다고 하더니, 자기네는 자기네가 뽑은 대선후보도 하루 만에 날려버리네? 법적 절차 얻다 팔아먹었어?”

 

언제나 그렇듯이 음모론도 있었다.

 

“트럼프가 저번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지 못했으면 바이든이 사퇴했을까? 사퇴 안 하고, 얼씨구나 하고 4년 더 해 먹었을걸?”

 

반면 (내 주변) 민주당 지지자들은 달랐다.

 

(겉으로는) “바이든, 그동안 고마웠어요. 역사적 결단이었어요. 그대는 트럼프에 맞서 미국을 파탄에서 구한 위대한 대통령으로… 블라블라…”

 

(속마음) “아휴~ 속 시원해라. 노인네 고집하고는… 그동안 고생하셨고, 이제 그만 집에 가서 제발 좀 쉬슈.”

 

민주당원의 태도가 이렇다고 ‘바이든이 나쁜 대통령’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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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P>

 

“총에 맞고도 살아난 트럼프는 거의 ‘무적’(Invincible)이 됐다. 이제 무난한 후보(바이든)로는 트럼프를 막을 수 없다. 최악의 상황에는 극단적 방법(후보 교체)이 불가피하다.”

 

물론 새로운 대선 후보를 내놓는다고 해서 트럼프를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패배하면 안 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원들이 은근히 후보 교체를 바랐던 이유는 따로 있다.

 

“후보 교체로 대선에 져도 잘 지는 게 낫다. 그래야 다음 총선에서 상원, 하원 중 한 곳이라도 민주당이 건질 가능성이 생긴다.”

 

 

민주당 지지자가 느끼는 공포

 

만약 올해 11월 선거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다음 총선에서 상하원 의회 과반까지 공화당이 승리한다고 가정해 보자. 

 

“연방대법원으로 대표되는 사법부는 이미 보수파 판사들이 장악했다. 한마디로 트럼프는 행정, 사법, 의회 삼권을 한 손에 장악한 ‘절대권력’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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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타임지 2018년 6월 18일호>

 

트럼프가 삼권을 장악하게 되면, 9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미국이 될 것이라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우려하고 있었다.

 

“2016년 트럼프가 첫 집권 때는, 그래도 공화당 내 상식적인 보수파들이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걸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 공화당은 상식적 보수파들이 완전히 ‘날리면’ 되었고, ‘트럼프의 당’이 된 지 오래다. 새로 집권하는 트럼프는 ‘절대 충성파’들만 기용해 3권을 장악하고 미국을 완벽하게 망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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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SNBC>

 

트럼프는 2024년 휴스턴 대학이 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국 최고 대통령’ 설문조사에서 ‘미국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힌 바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트럼프가 이번에 집권하면 ‘미국 최후의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퍼져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최소한 상하원 가운데 한 곳은 민주당이 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대선 후보가 ‘져도 잘 지고, 이겨주면 더욱 좋고’라는 게 민주당 지지자들의 속마음이다. 

 

야구에서는 이런 존재를 ‘패전 처리 투수’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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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그렇다면 민주당의 새로운 대선후보(라고 쓰고 패전처리 투수)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어떤 인물일까? 정책은 뭐고, 특징은 무엇일까?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물어봤다.

 

그들의 답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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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no idea...”

(나도 몰러)

 

“그럼 다른 후보 지지하는 거야?”

 

“딱히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마땅히 떠오르는 대통령감인 인물이 없네...”

 

“그럼 카멀라 해리스를 왜 지지하는데?” 

 

“이번 대선은 ‘트럼프 vs 반 트럼프’ 대결이다. 트럼프만 막을 수 있으면 아무나 상관없어.”

 

 

‘막강한 적’ 트럼프를 앞에 둔 민주당은 이 정도로 다급한 상태다.

 

 

무색무취 부통령

 

농담이 아니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카멀라 해리스에 대해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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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해리스가 부통령이라는 사실 자체는 안다. 그런데 “정치인 해리스?” 하면, 떠오르는 게 없다.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든가 업적이 있냐든가 하면 “글쎄요”다.

 

일반적으로 미국 부통령이라는 자리가 서열은 높으나 크게 실속은 없는 자리이긴 하다.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란 이야기다. 오죽하면 미국 초대 부통령인 존 애덤스가 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해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하찮은 자리”라고 했을까.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엄연히 ‘윗대가리’인 대통령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2인자’가 맘대로 설치기도 뭐하다.

 

딕 체니처럼 윗사람을 ‘바지 사장’으로 만들고, 자기 맘대로 전 세계를 ‘조지고 부신’ 부통령도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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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체니

출처-<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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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체니의 생애를 그린 블랙 코미디 전기영화

출처-<영화홍보자료>

 

그러나 딕 체니가 워낙 나쁜 의미로 설친 덕분인지, 이후 부통령들은 그런 사례를 또 만들지 않으려 했다. 튀지 않으며 비교적 조용히 살았다. 그들에 대한 대접도 별로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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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 이미지>

 

그 덕(?)에 오바마 집권기에 조 바이든은 ‘부통령’으로서 조용히 살다가 ‘갑툭튀’ 한 힐러리 클린턴에게 2016년 대권 주자 자리까지 뺏기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카멀라 해리스는 다른 부통령과 비교해 봐도 더 무색무취다. 4년간 뭘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워낙 개성이 없어 ‘캐치프레이즈’나 ‘트레이드 마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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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EPA>

 

“대통령께서 워낙 바쁘셔서 제가 대신 대타로 왔답니다. 호호호.” 

 

해리스 부통령은 개성 없이 ‘행사 대타’나 뛰어주며 조용히 지난 4년을 지냈다. 존재감도 없고 이렇다 할 업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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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고물상주인>

 

이전 기사(링크)에서도 말했듯, 필자는 카멀라 해리스가 참석한 행사에서 먼발치에서나마 그녀를 직접 본 적이 있다. 당시 그녀는 로봇처럼 정해진 원고만 딱 읽고 사라졌다. 그때 필자도 “인간적 매력은 별로군.”이라고 그녀를 평가했다.

 

그런 카멀라 해리스가 하루아침에 ‘민주당 대선 주자’가 되었다. 해리스가 지난 4년간 보였던 모습을 보면 결국, 트럼프를 상대로 ‘졌잘싸’에 만족하게 되는 ‘패전처리투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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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까?

 

결코 그렇게 쉽게 흘러가진 않을 거라고 본다.

 

 

앞으로 미 대선 관전 포인트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해리스는 정치인이 되기 전, 이 직업만 27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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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영화홍보자료>

 

바로 ‘검사’다.

 

해리스는 1990년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해, 샌프란시스코 검사장 7년, 캘리포니아 검찰총장 6년을 역임했다. 27년 동안 범죄자 잡아넣는 일만 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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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 이미지>

 

위 사진은 “내가 한번 뜨면 마피아쯤은 한 따까리 한다”며 압수한 총기를 쌓아놓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검찰총장 시절의 카멀라 해리스의 모습이다. 

 

여기까지 보면, 한국 사람들은 진저리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27년간 검사? 글쎄올시다... 사람 잡아넣는 거 말고 잘하는 게 있을까 싶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전 기사(링크)에서 소개했듯, 미국은 한국과 달리 판사, 검찰총장, 검사장을 선거로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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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판검사 선거가 열리는

투표소의 모습.

현직 검사장과 판사 후보가

각각 “한 표를 부탁합니다”라며

표심을 호소하는

‘야드 사인’이 붙어있다. 

출처-<고물상주인>

 

그래서 검사도, 검찰총장도 반쯤은 정치인이다. 선거 운동도 하고 공약도 하고, 대민 접촉도 한다. ‘법조 엘리트 끼리끼리’인 대한민국 검찰과 달리, 미국의 검찰총장은 최소한의 정무 감각이나 민심 살피는 눈치는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카멀라 해리스가 뒤바뀐 자신의 신분에 맞게, 정치적 능력을 자제하지 않고 보여줄 것이라 본다. 이것이 앞으로 미 대선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녀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검사 본능’을 얼마나 보여줄지 말이다.

 

이 지점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상대가 ‘유죄가 확정된 중범죄자’ 도널드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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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뉴욕에서 뇌물 혐의로

유죄판결 받았음을 알리는 언론 보도 

출처-<AP>

 

해리스는 앞으로 검사 출신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트럼프를 ‘범죄자’로 매섭게 몰아부칠 것이다. 트럼프를 만만하게 보며 ‘하하호호’ 비웃다가 ‘불의의 일격’을 맞은 힐러리와는 다른 모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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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는 힐러리

출처-<게티 이미지>

 

해리스는 바이든이 사퇴하자마자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며, 이미 트럼프에게 다음과 같은 ‘선전포고’를 보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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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카멀라 해리스 트위터>

 

“야, 내가 (부통령하고 상원의원 되기 전에) 왕년에 한 따까리 했어. 난 캘리포니아 검찰 총장이었고, 그전에는 성폭행범, 사기꾼 잡아넣는 검사 일을 했지. 그래서 나는 트럼프를 보면 딱 ‘각’이 나와. 이번 선거운동에서 검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실감 나게 해줄게.”

 

공화당 트럼프의 승리로 일찌감치 확정되는 듯했던 미국 대선.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음 기사에서는 카멀라 해리스의 검사 인생은 구체적으로 어땠는지 살펴보려 한다.

 

기대하시라.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