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주 매번 빵빵 터지는 이슈에 대응하다
윤석열이라는 전대미문의 이슈남(?!)이
생각보다 오래 버티는 탓에 대망 휴재가 길어졌다.
앞으로 국방 이슈는 이슈대로 대응하면서
다시 쭈욱- 쭈욱- 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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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카와나카지마 전투를 보면서 후세 사람들은 용과 호랑이의 격돌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전국시대 보기 드물 정도의 대 회전이었고, 양군 통틀어 7~80% 피해를 입었으며, 지략 대결부터 시작해 힘 대 힘의 싸움까지 전투의 모든 걸 보여준 보기 드문 회전(會戰) 이었다. 이 때문에 후세 사람들은 카와나카지마 전투에 대해 하마평을 쏟아냈고, 이 말들이 ‘전설’이 되어 지금까지 전해진 것이다. 그러나 거시적인 안목에서 이 전투는 해서는 안 되는 전투였다.
카와나카지마 전투
출처 - <위키백과>
카와나카지마 전투를 가장 적확하게 분석한 사람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였다. 시대를 함께 한 또 다른 영웅이자, 천하인(天下人)의 자리에 오른 거인의 평은 어땠을까?
“바보도 하지 않을 전쟁을 했다.”
신겐과 겐신의 군략과 무용을 칭찬하는 이들은 하수(下手)다. 적어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분명 맞는 말이다. 천하를 목표로 한다면, 피해야 할 싸움이다. 별 이득도 없는 전장에 매달려 허다한 물자와 인명을 쏟아부었다.
이 덕분에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오다 노부나가였다. 1553년부터 1564년까지 11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같은 군대가 2년에 한 번꼴로 전쟁을 벌이다니...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인가? 물론, 전략적으로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지역이란 건 인정한다. 그러나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들어간 비용이 너무 컸다.
오다노부나가
출처 - <위키백과>
전국시대를 끝낼 수 있을 만한 역량을 가진 두 영웅이 별 이득도 없는 전투에 매달려 있는 동안 신흥 세력인 오다 노부나가는 급성장을 했던 거다. 만약 카와나카지마에서 혈투를 벌이지 않았다면, 전국시대의 역사는 다르게 쓰여졌을지도 모른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게 4차 카와나카지마 전투 이후의 신겐과 겐신의 관계다. 4차 전투에서 빈사 직전까지 몰렸던 두 사람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바보 같지만, 이들은 다시 한번 군사를 일으켜 5차 카와나카지마 전투에 나서게 된다.
1564년 8월의 일이다. 다행인 건 둘 다 4차 카와나카지마 전투의 잔상이 남아 있었던 지 본격적인 전투는 회피하고, 서로 대치하면서 노려보기만 했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은 67일간의 대치 끝에 서로 군사를 물렸다.
“다시 붙으면, 지난 4차 카와나카지마 전투와 같은 피해를 볼 게 뻔하다. 여기선 잠자코 물러나는 게 상책이다.”
피로 경험한 공감대라고 해야 할까? 서로 간의 실력은 이미 충분히 확인한 상황. 만약 여기서 움직인다면, 어쩌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을지도 모른단 공포가 서로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케다 신겐은 카와나카지마에서의 싸움을 접고, 죽은 이마가와 요시모토(今川義元)의 영토를 빼앗는데 주력했다. 이제 신겐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 그러니까 상경(上京)을 위한 전투를 준비하게 된다.
다케다 신겐
출처 - <위키백과>
그렇다면 겐신은? 겐신은 5차 카와나카지마 전투 이후 관동관령으서 관동의 지배를 위해 싸우게 된다.
이 대목에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있다. 소설 <대망>에서 신겐이 읊조렸던 말.
지난 20년 동안 북쪽 지방의 산야를 뒤덮는 명물인 눈이 녹기 시작하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겐신은 신겐에게 싸움을 걸어오고는 했다. 어떠한 계략에도 넘어가지 않고 화해에도 응하지 않았다. 참선의 깊은 경지에 들어선 그는 때때로 날카로운 칼을 휘둘러 신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 『대망』 中 발췌
겐신은 마음만 먹었다면, 천하인(天下人)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와 역량이 있었던 인물이다. 물론, 에치고라는 지역적인 한계가 존재했지만 겐신의 역량이라면 충분히 극복 가능했다. 다케다와 호조 가문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이 역시도 충분히 해 볼 만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아니, 다 떠나서 다케다 신겐과의 진흙탕 싸움을 포기하고, 내부 역량 강화에 힘을 썼다면 어쨌을까? 천하인이 될 수는 없었을지라도 군웅(軍雄)으로 천하에 이름을 드높였을 거다(이미 충분하다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까놓고 말해서 우에스기 겐신의 운명은 3차 카와나카지마 전투가 끝난 후 결정이 난 것 같았다. 3차 카와나카지마 전투 이후 겐신은 쇼군 아시카가 요시테루(足利義輝)의 요청을 받고 상경 길에 오른다. 이 자리에서 겐신은 우에스기 가문의 양자로 우에스기 가문을 잇고, 덩달아 관동관령의 자리에 오르는 걸 승인받는다. 덤으로 쇼군 요시테루의 이름 중 한자인 테루(輝)를 받게 된다. 평소 흠모하던 무로마치 막부의 쇼군에게 이름 한자를 받다니... 보수주의자 우에스기 겐신에게는 최고의 영예였을 거다(‘테루’란 한자를 받은 겐신은 이름을 ‘마사토라上杉政虎’에서 ‘테루토라上杉輝虎’로 바꾸게 된다).
문제는 이 영예가 겐신의 발목을 잡아챘다는 거다. 그는 관동관령의 이름을 걸고 호조 가문과 싸워야 했고(오다와라 성 공략전), 다케다 신겐과 맞붙어야 했다.
겐신의 정신세계와 이 ‘영예’가 결합하면서 겐신의 운명은 결정 났다.
“전국시대 최강의 무장”
우에스기 겐신은 딱 거기까지였다.
겐신은 신겐과의 답이 나오지 않는 전투에 매달렸다. <대망>의 내용처럼 눈이 녹으면, 싸움을 걸었다, 합리적인 계산이나 논리 없이 단순히 신겐이 ‘惡’이기에 이 악을 처단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
바보도 하지 않을 싸움이었다.
아니, 겐신의 싸움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보 같음의 연속이었다. 겐신은 명분 없는 싸움을 하지 않았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른 다이묘들의 영지를 공격하지 않았다. 약육강식의 시대에 의리와 정의를 내세워 싸움을 ‘골라 가면서’ 했다. 명분은 만들면 되는 것이고, 명분 중의 명분은 ‘생존’임에도 불구하고 우에스기 겐신은 명분 없는 싸움을 하지 않았다.
싸움 후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신겐은 단순했다.
“거기에 땅이 있다면, 싸워서 빼앗는다.”
우에스기 겐신
출처 - <위키백과>
그러나 겐신은 달랐다. 에치고가 비옥했기에 땅에 대한 욕심이 없던 걸까? 배가 불렀기에 체면을 챙겼던 걸까?
겐신은 땅이 있다고 전쟁을 하지 않았다. 명분을 찾아 전쟁을 했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이 땅을 집어 삼키지 않았다. 중소영주들의 다툼이 있었다면, 애초의 주인에게 땅을 돌려주거나 맡겼다. 이 때문에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였기에 수틀리면 이들은 뒤통수를 때렸다. 반란 때문에 골치 아파했던 게 겐신인데, 스스로가 반란을 조장했던 거다. 아예 처음부터 직할령을 만들고, 믿을만한 가신을 포진시켰다면 반란은 확실히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겐신은 관동관령이란 영예와 스스로의 ‘정신세계’를 지키기 위해 이 모든 방법을 피해 나갔다.
신겐이 두려워했던 게 바로 이 대목이었을 거다.
인간에게는 욕망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 욕망이 그 인간의 약점이 되곤 한다. 그런데, 겐신의 ‘욕망’은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욕구였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 이런 욕망을 가지고 있다면, 무시하고 넘어가겠지만 석고(石高)만 100만 석이 넘어가고, 물산이 풍부한 에치고의 다이묘인 데다가, 전국시대 최강의 무력을 자랑하는 이가 이런 남다른 욕망을 가진다면 어떠할까? 더구나 이 남다른 욕망을 가진 이가 자신을 ‘악’으로 규정하고 눈만 녹으면 바로 싸움을 걸어온다면?
한쪽은 극단적으로 이성과 합리를 말하는데, 그 상대는 특이하다 못해 해괴한 정신세계를 가진 채 감정을 근거로 덤벼든다면 어떠할까?
신겐과 겐신의 관계가 그러했다.
좌) 신겐의 다케다 가문, 우) 겐 신의 우에스기 가문 문양
출처 - <위키백과>
개와 고양이의 싸움이라고 해야 할까? 이 싸움은 신겐이 상경전에서 횡사(橫死)를 당하면서 끝이 났다. 1573년의 일이다. 인생 최대의 걸림돌이자 라이벌이었던 신겐. 그의 죽음 앞에 겐신은 다시 한번 자신의 미학을 보여준다.
당시 식사 중이었던 겐신은 신겐의 비보를 듣자 수저를 놓고,
“아까운 사내가 죽었다.”
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겐신의 평소 성격을 보자면 이해의 범주 안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눈물을 흘린다는 건... (역사가들의 의견은 이 이야긴 창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겐신의 정신세계는 이때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겐신의 부하들은 신겐이 죽은 지금이 기회라며 다케다 가문에 대한 공격을 주청한다. 그러나 겐신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무사의 명예라고 해야 할까? 겐신은 끝까지 멋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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