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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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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민음사>

 

 

은인의 아들을 겁탈한 ‘라이오스’ 왕의 최후

 

‘너는 아들의 손에 죽을 것이며, 너의 아내는 아들과 동침하게 될 것이다.’

 

테베의 왕 라이오스에게 내려진 델포이 신탁은 잔인하고 준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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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포이 신탁

 

이 신탁은 피사의 왕 ‘펠롭스’의 저주를 신이 받아들인 것이었다. 라이오스 왕은 펠롭스가 가장 사랑했던 아들, 아름다운 소년 ‘크리쉽포스’를 유괴해 겁탈했다. 펠롭스는 그에게 은인이었다. 라이오스는 욕정을 참지 못하고 은인의 아들을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겁탈한 것이었다. 그리고 크리쉽포스는 수치심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살했다.

 

저주받은 인간 라이오스는 신탁 이후 자식을 낳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나 어느 날 술에 취해 왕비와 동침했다. 그리고 왕비는 아들을 낳았다. 라이오스는 자신의 아들인 젖먹이 아기의 발에 못을 박고 밧줄로 꽁꽁 묶어 깊은 산속에 버렸다. 그러나 아기는 죽지 않고 구조되어 코린토스의 왕인 ‘폴리보스’의 양자가 되었다. 이 아기는 ‘오이디푸스(퉁퉁 부은 발)’란 이름으로 불렸다.

 

‘너는 너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다.’

 

청년 오이디푸스는 이 무서운 신탁 앞에 몸을 떨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폴리보스 왕을 죽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코린토스를 떠나 여행길에 올랐다. 

 

어느 날 좁은 길을 걷고 있던 오이디푸스는 마차와 마주쳤다. 마부는 그에게 비키라고 명령했으나 오이디푸스는 거절했다. 그러자 마부는 오이디푸스의 말을 죽였다. 분노한 오이디푸스는 마부와 마차에 타고 있던 늙은이를 때려죽였고, 바로 그 순간 신탁은 실현되었다. 마차의 늙은이가 바로 오이디푸스의 친부인 라이오스였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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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도기에 그려진

오이디푸스와 테베의 스핑크스

출처-<데일리안>

 

그 후 오이디푸스는 우연히 스핑크스로부터 위협을 받던 테베를 구해 공석이던 테베의 왕으로 추대되었고, 직전 왕인 라이오스 왕의 부인 ‘이오카스테 왕비’와 결혼하여 아이도 낳게 된다.

 

그리고 꽤나 시간이 흐른 후, 오이디푸스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나야말로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에게서 태어나, 결혼해서는 안 될 사람과 결혼하여, 죽여서는 안 될 사람을 죽였구나!’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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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두 눈을 찌르고 스스로 장님 되어 방랑한다.

그의 딸 안티고네의 부축을 받고 있다. 

출처-<데일리안>

 

 

‘나쁜 피’의 출발, 비열한 인간 표도르 카라마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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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영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 걸레같이 방탕하며 비열한 데다 악하고 어리석기까지 한 인간, 수중에는 땡전 한 푼 없어서 남의 식탁이나 기웃거리던 이 인간은 어떻게 지주가 되고 부자가 되었을까. 

 

그것은 오로지 이 교활한 미치광이에게 걸려든 희생물들 덕분이다. 

 

‘아젤라이다’, 이 아가씨가 표도르의 첫 아내이자 희생물이었다. 표도르는 그녀에게서 2만 5천 루블의 지참금을 긁어냈고 그녀의 부모가 마련해준 집도 끝내는 자기 명의로 바꿨다. 그리고 아젤라이다는 결혼을 하자마자 곧 남편인 표도르가 오직 경멸의 대상일 뿐임을 바로 깨달았다.

 

결국 그녀는 세 살배기 ‘미챠(드미트리의 애칭)’를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품에 남겨 둔 채, 가난에 찌든 신학교 출신 교사와 함께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집을 내팽개치고는 도망쳐 버렸다.

 

아내 아젤라이다가 도망가자, 표도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순식간에 집안을 완전히 하렘으로 만들어 방탕한 술판을 벌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아젤라이다가 페테르부르크에서 굶어 죽었는지 장티푸스에 걸려 죽었는지, 하여간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표도르는 기쁨에 겨워 ‘이제야 해방되었노라.’라고 외쳤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그가 통곡을 했다고도 한다.

 

이도저도 충분히 그럴 법한 얘기이다. 즉 그는 자신의 해방에 기뻐함과 동시에 자신을 해방시켜 준 여인을 애도하며 울었던 것이니 — 모든 것이 함께 뒤섞였던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란 심지어 악인들조차도 우리가 대략적으로 단정 짓는 것보다는 훨씬 더 순진하고 순박한 법이다. 이건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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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간이 어떤 아버지였을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아예 아이를 완전히 내팽개쳐 버렸다. 충직한 하인 ‘그리고리’가 아니었다면, 이 가여운 아이에게는 속옷조차 갈아입힐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이 불쌍한 아이를 위해 아델라이다의 사촌 오빠가 양육을 맡겠다고 왔을 때, 표도르는 그때야 자신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불행한 아이 드미트리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자라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드미트리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성장한 후, 장교로 임관했다. 이제 고생 끝이나 했건만, 역시 드미트리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힘들게 된 장교였지만 곧 싸움을 벌였고 쫓겨나야 했다. 그리고 이제 드미트리는 표도르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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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의 두 번째 희생물은 열여섯 살의 ‘소피야 이바노브나’였다. 고아였던 그녀는 어느 장군의 미망인이었던 양모의 학대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때 표도르가 그녀를 유혹했다. 그녀는 표도르를 따라나섰으나, 표도르의 학대는 양모보다 더 심한 것이었다. 이 음탕한 인간은 심지어 아내가 버젓이 있는 집에 여자들을 불러들여 떠들썩하게 술판을 벌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표도르의 학대 속에서 신경증에 시달리던 그녀는 두 아이 ‘이반’과 ‘알렉세이’를 낳은 후 결혼 8년 만에 세상을 떴다.

 

사람들 말로, 장군 부인은 그를 보자마자 가타부타 말도 없이 대뜸, 철썩철썩 소리가 날 만큼 매섭게 따귀를 두 번 후려갈기고 그의 머리털을 움켜쥐고 위아래로 세 번 잡아당긴 뒤 한마디 말도 덧붙이지 않고서 곧장 오두막의 두 소년에게로 향했다고 한다.

 

이반과 알렉세이는 소피야의 양모가 거둬들였다. 물론 표도르는 따귀를 맞으면서도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며 토 달지 않고 그녀에게 자신의 두 아들을 건넸다. 그녀는 죽으며 두 아이에게 1,000루블씩을 남겼다. 반드시 아이들의 교육비로 쓰라는 말과 함께. 

 

두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이반은 문필가로 두각을 나타냈고 알렉세이(알료샤)는 수도사의 길을 선택했다. 고통받는 엄마의 얼굴, 네 살 때의 기억을 가슴에 품고......

 

“내 생각으론, 악마가 존재하지 않아서 인간이 악마를 창조해 냈다면, 인간은 그것을 자신의 형상과 모습에 따라 창조했을 거야.”

 

“그렇다면, 신도 똑같은 방식으로 창조했겠군.”  

 

 

아버지의 연적(戀敵)이 된 장남 드미트리

  

“누굴 죽인단 말이야?”

  

“누구긴, 영감이지. 그녀를 죽이진 않을거야.”

  

“형,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벌레야, 정욕의 벌레. 우리 카라마조프는 전부 이런 놈들이지. 동생아, 나를 위해 제발 아버지로부터 3,000루블을 받아내 줘. 만약 아버지가 ‘그루셴카’를 차지한다면 난 아버지를 죽일지도 몰라. 드미트리는 동생 알료샤(알렉세이)에게 간절하게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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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노인인 ‘삼소노프’의 첩, 그루셴카를 아버지와 형이 서로 차지하려 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에 알료샤는 절망했다. 더구나 미챠(드미트리)에게는 그루셴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좋은 혈통의 약혼녀 ‘카체리나’가 있었다. 미챠가 3,000루블을 원하는 것은 카체리나와 파혼하기 위해서였다. 그 3,000루블은 미챠가 그루셴카와 유흥으로 탕진해 버린, 카체리나의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곡선이라고 할까. 그루셴카, 이 망할 년의 몸엔 기막힌 곡선이 하나 있는데, 그건 그녀의 발 하나에도 나타나 있고 심지어 왼쪽 발의 새끼발가락에도 그 기운이 어려 있는 거지. 나는 그걸 보고서 입을 맞추었지만, 그뿐이야, 맹세코!”

 

미챠는 그루셴카와 결혼하든지 아니면 그녀의 집 마당에서 문지기 노릇이라도 하겠다고 알료샤에게 말했다. 부부의 연을 맺어도 그녀의 정부가 온다면 다른 방으로 비켜 줄 것이며 그녀 친구들이 있으면 지저분한 신발도 닦아 주고 차도 끓여 주고 심부름도 할 것이라 말했다. 알료샤는 하느님이 미챠를 보살펴주기를 빌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 아버지 표도르에게로 향했다.

 

표도르는 코냑에 취해 있었고 알료샤와 표도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온 이반과 하인 ‘스메르쟈코프’가 그 옆에 있었다. 표도르는 두 아들에게 주정을 부려대기 시작했다. 그는 신은 있는가? 영혼을 믿는가?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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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이 노인은 해서는 안 될 말까지 뱉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의 두 번째 아내이자 알료샤와 이반의 어머니인 소피야에 관한 것이었다. 신경증과 표도르의 학대라는 고통 속에서 젊은 나이에 죽은 소피야.

 

알료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경련이 섞인 눈물을 소리 없이 흘리며 온몸을 떨었다. 얘의 어머니는 내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이반이 분노와 경멸을 억누르지 못하며 노인 표도르에게 내뱉었다. 표도르는 이반의 번득이는 눈초리를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순간 미챠가 뛰어 들어왔다. 그는 표도르가 그루셴카를 집으로 불러들였다는 생각에 분노로 차 미친 듯이 집안을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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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대방은 두 손을 들어 올려 갑자기 노인의 관자놀이에 간신히 붙어 있는 머리카락 끄트머리 두 뭉치를 움켜쥐고 잡아당겨서는 쿵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그를 마룻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러고 나서도 쓰러진 자의 얼굴을 구둣발로 두세 번 더 짓밟아 주었다. 노인은 귀가 떨어져나갈 듯 날카로운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반과 알료샤는 아버지를 두들겨 패는 미챠를 간신히 말렸다. 미챠는 숨을 헐떡이며 표도르를 향해 죽어도 싼 인간이라고 소리쳤다. 지금 죽이지 못하면 나중에라도 자신이 죽일 것이라고 악을 썼다. 

 

얼굴을 표독스럽게 일그러뜨리면서 여전히 그렇게 속삭이듯 이반이 말을 계속했다.

 

“한 마리의 독사가 다른 한 마리의 독사를 잡아먹을 거야, 두 놈 다 그 길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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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병 환자, 사생아 스메르쟈코프

 

표도르의 두 번째 아내 소피야가 죽기 전, 신경증으로 앓고 있을 당시였다. 이 도시에는 스무 살의 백치 처녀가 있었다. 

 

그녀는 ‘리자베타 스메르쟈쉬야(악취를 풍기는 리자베타)’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리자베타의 눈은 유순해 보였지만 움직임이 없어 불쾌감을 주었고, 그녀는 평생 여름이나 겨울이나 삼베옷 윗도리 하나만 달랑 걸치고 맨발로 온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녀를 가엽게 여긴 사람들이 겨울에 털외투를 입히고 장화를 신기기도 했지만, 그녀는 곧 그것들을 죄다 벗어버리고는 맨발로 돌아다녔다.

 

목욕탕 문을 연 뒤 그는 넋이 나갈 만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온 거리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도시 사람들이 전부 다 아는 리자베타 스메르쟈쉬야라는 별명을 가진 이 도시의 ‘유로지브이(성스러운 바보)’가 그들의 목욕탕으로 기어 들어와 이제 막 아이를 낳은 것이었다. 갓난 아이는 그녀 곁에 누워 있었고, 또 그녀는 그 곁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리자베타는 몰래 표도르 집의 정원에 있는 목욕탕에서 아이를 낳고 죽었다. 그리고 도시에는 이상한 소문이 퍼졌다. 리자베타를 임신시킨 몹쓸 놈이 바로 표도르라는 것이었다. 표도르는 이 소문에 대해 그 어떤 항변도 하지 않았다. 이런 말에는 대꾸할 필요도 없다는 태도였다. 그 무렵의 표도르는 관리나 귀족 무리와 사귀면서 매우 오만해져 있을 때였다. 표도르는 이 사생아에게 리자베타의 별명을 딴 ‘스메르쟈코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아이가 자라자, 자신의 하인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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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교육할 거다

 

스메르쟈코프의 교육은 하인 그리고리가 맡았다. 그리고리는 스메르쟈코프를 ‘은혜라곤 도통 모르는 놈’이라 표현했다. 소년 스메르쟈코프가 고양이를 목매달아 죽이고 장례식 놀이를 했을 때 그리고리는 그를 호되게 매질했다. 소년은 방구석에 처박혀 일주일가량이나 눈을 흘겼다. 

  

“너는 사람이 아니야, 목욕탕의 수증기에서 태어난 놈이거든, 이게 바로 너란 놈이다......”

 

어느 날 스메르쟈코프에게 성경을 가르치던 그리고리의 분노가 폭발했다. 하느님이 빛을 창조한 건 첫째 날이고 태양과 달과 별은 넷째 날에 창조했다는데, 그럼 첫째 날의 빛은 어디에서 온 것이냐며 비아냥거리는 소년을 그는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리는 미친 듯이 스메르쟈코프의 뺨을 때렸고 소년은 한마디 말도 없이 그것을 감수했다. 그리고 며칠 동안을 방구석에 홀로 틀어박혔다.

 

그러고 나서 바로 일주일 뒤에 그에게 난생 처음으로 간질 발작이 일어났으니, 그것은 이후 평생 동안 그를 떠나지 않았다.

 

 

이반과 스메르쟈코프

 

대문 옆 벤치에는 머슴 스메르쟈코프가 신선한 저녁 공기를 쐬며 앉아 있었는데, 이반 표도르비치는 그를 딱 보자마자 자신의 영혼 속에도 머슴 스메르쟈코프가 앉아 있었으며 바로 저 인간을 자신의 영혼이 참아 낼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반을 발견한 스메르쟈코프가 다가왔다. 그는 다음날 모스크바로 떠나는 이반에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반에게 놀라운 사실을 말했다. 

 

그것은 표도르에게 그루셴카가 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였다. 표도르는 미챠를 두려워하고 있었기에 미챠가 왔을 때와 그루셴카가 왔을 때의 신호를 만들어 스메르쟈코프에게 일렀다. 미챠가 온다면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몸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근데 그는 미챠의 협박에 못 이겨 이 신호를 미챠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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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형이 그 신호를 이용해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면, 형을 절대 들여보내지 마.”

 

“하지만 만약 제가 발작이 나서 누워 있다면, 그때는 들여 보내지 않을 도리가 없잖습니까요.”

 

이반은 자신이 화를 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스메르쟈코프의 말은 이반이 모스크바로 떠난 후 자신은 간질 발작이 일어날 것이며 그때 미챠가 신호를 이용해 집으로 들어올 것이란 말이었다. 이반은 미친 듯이 흥분해서 고함을 질렀다. 적어도 그가 생각하는 미챠는 돈을 강탈하거나 그루셴카 때문에 아버지를 죽일 위인이 아니었다. 어제 미챠가 아버지를 두들겨 팬 것은 단지 바보처럼 열에 받쳐 흥분했던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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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활하지만, 비굴한 태도로 스메르쟈코프는 말했다. 그루셴카는 영리한 여자여서 분명히 미챠가 아닌 표도르를 선택할 것이며, 표도르가 죽으면 모든 재산은 그녀의 것이 될 거라고. 그렇게 되면 미챠는 물론이고 이반, 알료샤 모두 땡전 한 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이런 일을 지켜보고 있느니 차라리.......”

 

스메르쟈코프가 아주 솔직담백한 표정으로 이반 표도로비치의 번득이는 눈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두 사람 다 잠깐 말이 없었다.

 

갑자기 이반은 악에 받쳐 스메르쟈코프에게 내일 모스크바로 떠날 것이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스메르쟈코프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며 무슨 일이 생기면 전보를 치겠다고 했다. 이반은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온통 굉장한 주의력과 기대감이 드리워졌는데, 그건 이미 아첨을 떠는 소심하고 비굴한 성질의 것이었다.

 

 

살해당한 표도르와 체포된 드미트리

 

미챠는 어둠 속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미친 듯이 돌아다녔지만 끝내 3,000루블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육체적으로 강한 남자였지만, 자신의 약혼녀인 카체리나에게 돈을 갚지 못하는 치욕은 견디지 못했다. 미챠는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때 노파 하나가 그와 부딪힐 뻔했다. 

 

그 노파는 삼소노프의 하녀였다. 미챠는 노파에게 그루셴카가 아직 집에 있느냐고 물었다. 노파는 그녀가 조금 전 어디론가 떠났다고 말했다. 미챠는 울부짖었다. 틀림없이 그루셴카가 표도르의 부름을 받고 간 것이라 생각하자 미챠는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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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챠는 표도르의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높고 견고한 담장을 넘었다. 그가 넘은 그 지점은 바로 스메르쟈코프의 어머니, 백치 리자베타가 넘은 바로 그 지점이었다. 그의 손에는 놋쇠로 만든 절구공이가 들려 있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으며 완전한 적막, 사위는 죽음과 같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미챠가 문을 두드리자, 아버지 표도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루셴카, 너냐? 네가 온 거냐, 응? 얘야 요 아기 천사야.’ 

 

그의 생각과 달리 그루셴카는 그곳에 없었으나 미챠의 가슴에는 욕지기가 치밀 만큼 혐오스러움이 넘쳐 났다. 악의가 들끓어 그를 지배했다. 저 놈! 아비가 아니라 나와 내 인생을 괴롭히는 놈! 미챠는 거의 실성한 마음으로 놋쇠 공이를 꺼내 들었다.

 

“이런, 제 아비를 죽일 놈!” 

 

노인은 온 동네가 떠나갈세라 소리쳤지만, 그가 외칠 수 있는 건 오직 이 말뿐이었다. 그는 갑자기 벼락이라도 맞은 양 고꾸라졌다.

 

미챠를 발견한 하인 그리고리가 공이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어린 시절 미챠를 돌봐준 그리고리였다. 미챠는 노인의 머리를 만져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리가 두개골이 박살 난 것이 아닌, 그저 기절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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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미챠의 손가락이 그리고리의 뜨거운 핏줄기로 젖어버렸다. 그리고리의 머리에 갖다 댄 손수건도 금세 피에 젖었다. 

 

“알 만하다고? 알아들었군! 아비를 죽인 불한당 같은 놈, 네 놈의 늙은 아버지의 피가 네 뒤에서 울부짖고 있다!” 

 

늙은 경찰 서장이 미챠에게 다가서면서 갑자기 이렇게 호통을 쳤다.

 

그루셴카는 모크로예에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진짜 자신의 사랑인 폴란드 장교를 만나고 있었다. 그곳에 달려온 미챠가 그녀의 애인을 회유하고 협박하고 밤새 도박과 술에 젖어 새벽을 맞이할 때, 그리고 그 새벽에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표도르의 살해범으로 체포되었다. 그리고리는 죽지 않았으나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스메르쟈코프의 고백

 

“죄다 말해, 이 독사 같은 놈아! 죄다 말하란 말이다!” 

 

스메르쟈코프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는 광기 어린 증오의 시선으로 그를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뭐 정 그렇다면, 도련님이 죽이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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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에 돌아온 이반에게 스메르쟈코프는 표독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날의 대화, 그것은 자신에게 표도르를 죽이라고 이반이 방조한 것이고 사주한 것이라고. 살인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떠난 것은 자신에게 살인하라고 위임한 것이며 자신은 그것에 충실히 따른 것뿐이라고. 이반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반은 뭔가가 자신의 뇌수 속에서 전율하는 듯했고, 싸늘한 오한이 들어 온몸이 벌벌 떨렸다.

 

“또 나중에 유산을 받으면, 어쨌거나 도련님은 내 덕분에 그 유산을 얻게 된 것이니까 그후 평생 동안 나한테 보상을 해 주셨을 테고요.”

  

“아! 그럼 네놈은 나중에 평생 동안 나를 괴롭힐 작정이었구나!” 

 

이반이 이를 갈았다.

 

이반은 분노에 차 스메르쟈코프에게 외쳤다. 내가 지금 너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내일 법정에서 증언시키기 위해서라고. 이반은 고통 속에서 스메르쟈코프의 오두막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반의 얼굴은 분노에 차서 붉게 물들었다.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악몽에 시달리던 이반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반은 창문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갑자기 뭔가가 자신의 팔다리를 묶어 버린 것 같았다. 이반은 안간힘을 썼다. 소리는 점점 더 강해지고 커졌다. 어느 순간 이반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꿈이 아니었다. 여전히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반은 통풍창을 열었다. 동생 알료샤였다. 

 

“한 시간 전에 스메르쟈코프가 목을 맸어.” 

 

알료샤가 마당에서 대답했다.

 

 

친부 살해 재판의 결과

 

“술을 마시고 방탕하게 산 것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합니다. 게으름을 부리고 난동을 일삼은 것에 대해서도요. 운명이 채찍질을 가한 바로 그 순간엔 영원토록 성실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적이자 아버지인 노인의 죽음에 대해선 무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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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미챠) 카라마조프의 친부 살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미챠는 거의 미친 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카체리나, 그루셴카 등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했고 이반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의 얼굴은 병색이 완연했다. 이반은 스메르쟈코프가 살인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교사한 것이라는 말까지. 재판장이 이반에게 지금 제정신이냐고 물었다.

 

“물론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제정신이죠...... 그것도 비열할 정도로 제정신입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아니, 여기 이 모든...... 낯-짝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갑자기 청중을 향해 몸을 돌렸다. 

 

“다들 아비를 죽여 놓고선 놀란 척 연기를 하고 있어.” 

 

그는 분노에 찬 경멸을 내보이며 부득득 이를 갈았다.

 

이반은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물을 달라고 소리쳤다. 알료샤가 벌떡 일어나 지금 이반은 환자라 말하며 그를 데리고 나갔다. 법정은 소란스러워졌다. 이반을 끌려 나가면서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광포하게 울부짖었다. 뭔가 조리에 맞지 않는 말들을 외치면서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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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증언들과 소란, 그리고 흥분과 광기가 재판정을 덮쳤다. 검사는 승리감에 차서 기고만장했다. 검사의 논고가 진행되었다. 그는 돈을 훔치려는 저열한 목적을 가진 아들에 의해 살해된 아버지의 피를 말하며 한탄하고 울부짖었다. 친부 살해를 정당화할 그 어떤 선고도 내려서는 안 된다는 말로 비장한 논고를 마쳤다.

 

변호사의 변론이 진행되었다. 살인은 없었으며 피고 미챠에 대한 모든 혐의는 단지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었으며 피고가 겪어야 했을 성장 과정의 고통에 대해 감동적으로 설파했다. 방청석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오도록. 변호사는 의기양양했고 자신의 변론에 대해 스스로 만족해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배심원들에게 호소했다.

 

“저의 고객의 운명은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으며, 우리 러시아의 진실도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구원할 것이며 여러분이 그것을 지킬 것이며 여러분이 누가 그것을 지켜야 하는지를, 또 그것이 훌륭한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입니다!”

 

법정에 모인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는 것과 배심원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법정 안에 죽음과도 같은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수석 배심원은 큰소리로 분명하게 선언했다. 유죄였다. 모든 항목이 유죄였다. 정상참작이란 손톱만큼도 없었다. 유죄를 바라던 자들도, 무죄를 바라던 자들도 모두 돌이 된 듯했다.

 

“이십 년은 광산 냄새를 맡겠군.”

  

“그보다 적진 않을 거야.”

  

“맞아, 우리네 촌놈들이 자기 고집을 부린 거야.”

  

“그래, 그놈들이 우리 미첸카(미챠)를 작살내 버렸어!”

 

재판은 이렇게 오심으로 끝났고, 재판장은 판결문 낭독을 다음 날로 연기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카라마조프적 인생의 선택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자 그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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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의 인생은 어둡고 음침하고 비극적인 자신의 작품들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는 간질병과 도박중독, 각종 빚에 시달렸고 사형선고를 받았으며 시베리아 수용소 생활까지 했습니다. 

 

말년에 아내의 도움 덕분에 그나마 가장 안정을 찾은 시기에 쓴 작품이 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입니다. ‘그리스도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심장’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독실한 신자였던 그의 신앙, 신과 인간 구원에 대한 모든 것을 녹여낸 걸작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입니다.

 

작품이 작가의 것이듯 작품에 대한 감상은 독자의 것입니다. 철저히, 오늘을 사는 우리를 위한 인생탐구라는 목적에 맞게 글을 읽었습니다. 1600페이지가 넘는(민음사판) 이 방대한 글에서 신과 신앙에 관한 모든 것을 덜어내고 그와 관련된 인물들도 생략하거나 축소시켰습니다. 

 

그랬더니 남은 것이 모든 악과 비극의 출발점인 방탕한 ‘표도르’와 그를 빼닮은 장남 ‘미챠(드미트리)’, 표도르의 육욕이 뿌린 씨앗인 사생아 ‘스메르쟈코프’, 그리고 ‘욕망’이란 단어이었습니다. 욕망이 전부인 인생을 산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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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출처-<엣나인필름>

 

‘왜 굳이 의미를 찾으려 하는가? 인생은 욕망이지 의미가 아니다.’  

 

-찰리 채플린-

 

인생이란 ‘나’로부터 시작하여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식욕, 생리적 배설, 수면욕, 등 어린아이의 시선과 관심은 오직 자기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는 것으로만 향해 있습니다. 그런 어린아이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거대한 세계란 것을 인식하는 순간 본격적인 사람으로서의 삶, 인생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세계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가며 갈등이 시작되고 욕구는 보다 높은 차원의 욕망으로 진화합니다. 그러면서 어른이 됩니다.

 

나와 세계 사이의 갈등, 그 갈등의 양상은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세계 자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시간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특징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자본주의’입니다. 

 

자본주의는 필요에 의해서 생산하지 않습니다. 생산 자체가 미덕이며 필요는 만들면 되는 것이 자본주의입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과잉의 시대’입니다. 과잉의 시대에 결핍은 숙명입니다. 이것이 현대인들이 겪는 ‘세계와의 갈등’입니다. 그리고 그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의 실현, 그것이 현대인의 인생입니다. 현대인의 인생이란 참으로 ‘카라마조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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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작 ‘아무도 당신의 외로움엔 관심없다’

 

욕망을 추구하는 인생은 활력이 넘칩니다. 자신의 결핍이 하나하나 채워질 때의 희열이란 강력한 마약만큼이나 쾌락적입니다. 욕망이 강렬할수록 그 욕망의 추구에 대한 나의 헌신이 극단적일수록 인생은 다채로워지고 역동적이 됩니다. 강한 자극은 더 강한 자극을 원합니다. 인생이 짜릿해집니다. 우리는 더 노골적으로 욕망을 추구해도 괜찮습니다.

 

『얼마를 더 가자, 소년도 마침내 한 발짝도 더 내디딜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서, 무지개를 도저히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는 몸을 아무렇게나 땅에 내던졌다. 그리고 드높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아, 무지개란 기어이 사람의 손으로는 잡지 못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그와 같은 길을 걸은 수많은 소년들의 그 부르짖음을 이 소년도 여기서 또한 부르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그 야망을 마침내 접기로 결심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 때에 아직껏 검던 머리가 갑자기 하얗게 세고, 그의 얼굴에는 수없이 많은 주름살이 잡혔다.』 

 

- 김동인 소설 ‘무지개’ 中 -

 

그러나 짜릿함의 결말은 짜릿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쾌락의 끝이 피폐함일 수도 있고 무지개를 잡으려던 소년처럼 나의 욕망은 끝내 실현되지 않고 공허함만을 가슴에 안은 채 인생을 끝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의지대로 척척 인생이 굴러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복권에 당첨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카라마조프적으로 살면서 나에게만은 카라마조프의 결말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자의적 바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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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  

 

- 쇼펜하우어 -

 

결핍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현재에 만족하고 산다면 어쩌면 비극으로 끝날 인생을 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해피엔딩’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보통 엔딩’ 정도는 보장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인생은 무료해지고 권태라는 이름의 또 다른 결핍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오늘도 ‘카라마조프적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 앞에 정답을 알 수 없는 선택지가 놓여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인생이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어렵지만 살아야 하는 것,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계속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지 이쯤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물러설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또 다른 제3의 선택지를 찾을 것인지 어떻게든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물론 그 선택과 선택의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의지이고 자신의 책임이 될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인생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민을 안겨드렸습니다. 정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의 끝에 종교 같은 것에 자신의 인생을 맡길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어떤 위대한 인물, 즉 자신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의 삶을 모방하려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치열하게 자신의 길을 끝까지 찾고자 하는 모든 분들께 소설 속의 한 문장을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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