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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사태가 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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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온라인 쇼핑몰 티몬이 판매자를 대상으로 무기한 정산 지연을 선언했습니다. 온라인 판매 중개를 하는 쇼핑몰이 판매자들에게 정산해야 할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 한마디로 지급불능(부도)에 빠진 것입니다. 

 

이 여파로, 티몬으로부터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들은 티몬을 통해 들어온 주문들을 취소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 아무 죄 없는 소비자들은 이미 결제하여 돈이 지불된 상황에서 주문이 취소당하는 상황을 맞이했죠. 

 

이 사태는 티몬을 비롯한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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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환불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을

찾아왔다. 

출처-<연합뉴스>

 

 

티몬, 넌 누구냐

 

티몬.png

 

티몬은 국내 최초 소셜 커머스 사이트인 ‘티켓몬스터’라는 이름으로 2010년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국내 최초로 어떤 아이템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정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식당이나 주점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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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이런 할인 쿠폰 판매가 흔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아이템이 없었기에 티몬의 사업은 혁신적인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템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소셜 커머스 열풍은 이로 인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죠.

 

이후 시간이 지나며, 위메프, 쿠팡 등 다양한 소셜 커머스 업체가 생겨났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티몬은 2017년부터 사업구조를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오픈마켓 형태로 말이죠.

 

그러나 오픈마켓 형태로 바뀐 이후에도 경쟁은 계속되었고, 점점 치열해졌습니다. 티몬, 11번가, 지마켓,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 기업들은 ‘치킨게임’이라고 칭해지던 배송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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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티몬은 다시 한번 사업에 변화를 줬습니다. 배송 경쟁에서 물러났으며 대신, 다양한 할인을 시도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시간마다 특가 상품을 제공하는 타임 커머스를 도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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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티몬은 다른 이커머스 기업과 마찬가지로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는 ‘적자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창업 10년 만인 2020년에서야 첫 흑자를 낼 정도였죠. 

 

이후 IPO(기업공개 : 기업 설립 후 처음으로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하고, 이를 매도하는 업무를 의미)를 진행한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불발되었고, 결국 2022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이란 회사에 인수되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7월, 티몬은 정산 지연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그간 쉬쉬하며 넘어갔던 이커머스 기업들의 부실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큐텐? 구영배?

 

평소 이커머스 기업에 대해 큰 관심이 없던 독자는 뉴스를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티몬하고 위메프가 부도났는데, 구영배는 누구고, 큐텐은 뭐야?”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지배하는 모기업이고, 구영배는 큐텐의 대표입니다. 구영배는 한국 사람으로 2010년 싱가포르에 큐텐을 설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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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Qoo10)대표

출처-<전자신문>

 

구영배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2000년 ‘구스닥’이라는 기업을 설립하며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2003년 구스닥의 사명을 바꿉니다.

 

새로운 사명은 ‘지마켓(G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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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명을 바꾸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고, 지마켓은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지마켓은 쭉쭉 성장하여 대망의 2006년, 나스닥에 상장되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지마켓은 점점 국내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지게 되었죠. 2007년에는 연간 거래액이 3조 원을 넘어서며 기존 1위였던 옥션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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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나스닥 상장했을 당시 보도

출처-<MBN> 링크

 

쭉쭉 성장하던 지마켓은 2년 뒤인 2009년, 새로운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구영배가 옥션을 경영하던 ‘이베이’에게 지마켓을 팔아버린 것이죠. 화려했던 1세대 이커머스 기업인 구영배는 이로써 업계에서 물러나며 잊혀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마켓을 매각한 자금으로 2010년 싱가포르에 ‘큐텐’을 설립했습니다. 구영배는 이후 10년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 홍콩, 인도, 일본 등의 국가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했습니다. 

 

좀 예리하신 독자는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어? 왜 한국에서는 사업을 안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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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습니다. 큐텐 설립 당시 이베이는 큐텐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조건을 내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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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은 10년간 한국에 진출하지 않아야 한다.’

 

이로 인해 구영배의 큐텐은 10년간 해외에서만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2019년이 되었고, 10년간의 겸업 금지 기간이 풀리자, 큐텐은 그동안 쿠팡에 밀린 한국의 이커머스 업체들을 인수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티몬, 2023년 인터파크 쇼핑 부분과 위메프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도했습니다. 

 

(여담이지만, 구영배가 처음 이커머스 업계에 발을 들인 건 1999년 서울대 선배인 인터파크 이기형 회장과의 인연으로 인터파크에 입사 하면서부터입니다. 세월이 흘러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파크를 다시 인수하게 된 것이죠.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의 20세기 디지털, IT업계 기업인들은 조금만 관계를 살펴보면, 학연 지연 등으로 얽혀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나름 흥미로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큐텐이 인수한 기업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심각한 적자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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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eoscoredaily>

 

실적보다 더 심각한 건 재무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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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eoscoredaily>

 

그렇다면 인수 대금으로 재무 상황을 개선할 수는 없었을까요? 

 

그럴 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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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은 국내 기업들을 인수할 때, 인수 대금으로 현금이 아니라 큐텐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을 나눠주는 지분 교환 방식으로 인수했습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무 상황 개선에 사용할 수 없었던 겁니다.

 

큐텐이 인수한 기업들은 다 부채가 과다했지만, 그중에서도 티몬과 위메프는 특히 심각했습니다. 부채까지 포함한 회사의 총자산이 0원보다 적은 상태, 즉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궁금합니다. 

 

큐텐은 왜 이리도 무리하게 기업 인수를 진행했던 것일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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