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기원
군 정보사 블랙 요원 관련 기밀이 유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출처 - (링크)
우리가 올림픽 메달 색깔을 두고 일희일비할 수 있는 평화는 누군가의 피땀 위에 마련된 것이라는 걸 우린 참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세계 각지에서 조국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던 모든 분들이 부디 무사히 조국으로 귀환하길,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를 위해 애쓴 분들의 안전이 조금이나마 더 확보되길 바란다.
지난 문재인 정권 당시 한국은 미라클 작전으로 불린 카불 탈출 작전에 성공해 수많은 생명을 구한 바 있다. 이런 식의 작전은 휴민트를 포함한 풍부한 정보 자산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정보력이 어떻게 이런 비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인지 믿어지지 않는다. 부디 인적 피해를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할 것이다.
전쟁과 평화
1900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과 동시에 개최되었던 만국박람회 모습
2020년대 중반을 향하는 지금,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 감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벨 에포크가 끝나가는 것 아닐까?
벨 에포크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이다. 학자마다 시작 시기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이어졌던, 유럽 입장에서 평화의 시기를 뜻한다. 미국은 2001년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천만다행으로 그것이 치명적인 종교전쟁이나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인류가 거주하는 대부분의 지역은 전면전쟁과는 거리가 멀었던,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졌다. 과거의 벨 에포크는 유럽 지역에 한정된 것이었지만,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이어진 평화는 전 세계적 규모에서 실현됐다. 물론, 지구상에서 전쟁은 없어지지 않았다. 인류는 그럴 동물이 아니다. 그러나 비교적 평화로운 시절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평화의 시기가 끝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2014년, 러시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 1980년에 소련이 개최한 모스크바 올림픽 이후, 34년 만에 성사된 쾌거이자 러시아가 국제 무대에 ‘제1세계 최대의 적’이 아니라 ‘세계의 리더 국가 중 하나’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러시아는 평화의 상징인 이 올림픽에 당시 약 5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러시아는 소치 동계올림픽 와중에 크림반도 합병을 자행했다. 그 결과, 8년 뒤 전면전쟁으로 번지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현재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다.
출처 - (링크)
시진핑 주석이 사실상 종신집권 체제에 들어간 이후, 중국은 대만 통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천명해 왔다. 다만, 필독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국은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보인 추태를 보고 전면전쟁이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아이고 갑자기 배가 아프네요” 하면서 링에 올라가지 않는 모양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쉽게 무너졌다면, 그래서 그것이 중국에 불필요한 자신감을 안겨줬다면, 대만해협의 평화를 보장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2023년에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기는커녕 확대일로로 치닫고 있다. 그 와중에, 프랑스 올림픽이 개최 중인 7월 31일, 하마스의 일인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암살당했다. 이란은 보복을 천명했다.
2024 파리 올림픽
파리 에펠탑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프랑스 군인
출처 - <AFP>
작금의 국제정세를 보며 드는 생각은 하나다. 인류는 과연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벨 에포크가 끝나기 직전의 유럽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유럽인은 전쟁에 관한 로맨틱한 망상을 품고 있었다. 이 전쟁이 적은 희생자와 많은 훈장 수훈자를 만든 뒤, 조국의 명예로운 승리 속에 끝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이젠 우린 모두가 안다.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 예고편
전쟁터로 향하는 주인공의 밝은 미소와 이후 피폐해지는 표정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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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인류가 이룩해야 할 공통 과제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1.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2. 곧 다가올 것으로 보이는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것
3. 어리석은 전쟁의 참화로 다시 걸어 들어가지 않는 것
이중 적극적인 행동이 가장 시급해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마지막, 전쟁의 참화를 겪지 않는 것. 적어도 지구적 규모의 전쟁이라는 바보짓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파리 올림픽이 그 과정에서 벽돌 하나 정도 더할 수 있을까?
어느 공무원의 절규
파리 올림픽 개최가 다가올 즈음, 기사 하나가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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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인 나는 수십 년 동안 민원인과 씨름하며 고생해야 받을 수 있는 연금을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젊은 나이에 한 번의 스포츠 경기로 확보하게 되는 것이 공정하냐는 내용이다.
“공정한가?”
요즘 참 많이 듣는 말이다. 파리 올림픽을 보며 뜬금없이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를 떠올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글 때문이었다. 단순히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서 조금 화제가 된 수준이 아니라 이 ‘분노’가 언론을 통해 적잖은 동조를 얻은 점이 지극히 인상적이었다. 아니, 조금 정확하게 말하면,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우선 전제 하나를 짚고 넘어가자. 누구에게나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 있는 시대라면, 그 분야에서 지구상 가장 뛰어난 사람이 국가로부터 다달이 얼마간 돈을 받는 일이 그렇게까지 고까워 보일 리는 없다. 저 분노의 저변에는 청년 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경제적 팍팍함이 자리하고 있고, 더 직설적이게는 지난 수년간 급속도로 무너져 내린 공무원 사회의 자부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악성 민원으로 생명을 잃기도 하는 청년 공무원들이 줄을 잇는데, 박봉과 자부심 그리고 애향심과 애국심으로 버티라는 말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메달리스트 연금 문제의 공정성을 차치하더라도, 한국이 청년 공무원을 대우하는 방식은 근본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 또한 청년 세대의 ‘희망 없음’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런 현상이 세계 각국에 전운을 감돌게 하는 큰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럼, 다음 문제로 넘어가 보자. 인간은 왜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스포츠에 투자하고 올림픽에 참가해 국위를 선양하려 할까?
인류에게 올림픽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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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 보자. 한국이 만약 올림픽을 정점으로 하는 엘리트 스포츠 경쟁에서 발을 뺀다면 어떻게 될까? 즉, 스포츠로 ‘국위를 선양’하려는 활동에 세금 투입을 중단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혹은 아무런 변화가 없을까?
장담하건대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지금만큼 존중받지 못할 것이다. 이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린 예산을 더 현명한 곳에 쓰기로 했다’는 선언을 남기고 온 인류가 열광하는 스포츠 경쟁에서 한국만 빠진다면, 너무 당연하게도 한국과 한국인은 인류가 구성한 이 정글의 ‘경쟁에서 밀린’ 집단과 개체가 된다. 마치 초등학교 학급에서 달리기가 제일 느린 학생이 쉽게 집단 괴롭힘의 표적이 되듯, 이 경쟁 자체를 기권한 한국은 ‘너흰 신체 단련에 자신이 없니’로 대표되는 꽤 유치하고 진지한 비아냥 속에 살게 될 것이다. 인류는 아직 그렇게 고등하고 우아한 존재가 아니다. 한국인이 신체적으로 ‘뒤처지지 않음’은, 한국인 스스로의 땀과 눈물로 증명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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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알면서 모른 척하는 사실이 있다. 올림픽은 사실 스포츠 경기의 모습을 한, 점잖고 평화적인 형태의 가상 전쟁과 같다. 이 아름다운 경쟁에 승자도 패자도 없다면, 금∙은∙동메달 시상대에 높이 차이가 있을 이유가 어디에 있나. 세 명 혹은 세 집단만 시상대에 오르고, 그 사이엔 누가 봐도 일목요연하게 높은 자와 낮은 자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개인이 아니다. 인류는 올림픽을 통해 ‘어느 나라’가 가장 빠르고, 가장 높고, 가장 멀리 인체를 움직일 수 있는지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승리와 패배를 나눠 가지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독일과 프랑스, 영국과 아르헨티나 선수가 메달을 두고 격돌한다면, 관객들은 ‘아주 조금’ 더 흥분할 것이다. 군인이었다면 사상자가 발생했을 일이지만, 스포츠 선수들이 하면 그냥 멋진 패배자와 아쉬운 관객들만 남게 된다. 충분히 남는 장사다.
후세 학자들이 거대한 전쟁과 전쟁 사이의 시절, 즉 전간기로 지금 이 순간을 구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진 이 시점에, 다른 곳도 아닌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렸다. 인류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올림픽이 평화를 위한 아주 작은 벽돌이라도 되어 주길 바라는 것. 사람들이 스포츠로 경쟁하고, 우리 국가 대표가 너희보다 더 빠르고, 골도 잘 넣고, 높이 뛸 줄 안다고 기뻐하면서 승리감을 느끼고, 그래서 그동안 쌓인 분노가 분출되어, 총칼로써 극복하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덜기를 바란다.
부디 이 올림픽이 인류가 평화로 가는 길목에서 맞이한 이벤트로 기억되길.
추신: 어째 첫 글은 무거워져 버렸다. 다음부터 이어지는 관전기는 개별 종목 위주로 갈 터이니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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