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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기사도 개인사업자이니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거나 가족에게 임금을 주고 도움을 얻을 때가 있다. 아파트를 맡아 각 동을 소화하거나, 큰 집화처가 여러 곳이라 상차할 물건이 많다면 한 사람이 더 도와줬을 때 일의 효율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평소에는 혼자 할 수 있더라도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기간, 명절 앞 등 집화처 물량이 폭발할 때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한다. 때론 집배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해 택배 기사에게 관리를 맡기는 일도 있다. 그 외 인력 도급사에서 고용한 직원, 상하차 인원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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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기사는 개인사업자이고 인사팀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니 직원을 뽑는 일부터 관리까지 혼자 해내야 할 때가 많다. 나는 사업을 하면서 직원을 고용하고 외주업체와 일해 본 경험이 있어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낀 적은 많지 않다. 하지만 동료들은 사람 관리 때문에 자주 골머리를 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을 고용하고 관리하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익히기 쉬운 일이라면 인사 전문가가 따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고 인사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기본’만 지키면 고용한 사람과 서로 얼굴 붉힐 일은 막을 수 있다. 여기에서는 내가 사업을 하거나 택배와 집화 일을 하며 직원과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때 지켰던 기본, 다섯 가지 관리 원칙을 말하려고 한다.

 

첫 번째, 근로계약서는 기본 중 기본이다

 

근로계약서를 쓰고 그 내용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 아르바이트에게 근무 시작이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근무 요일과 시급은 얼마인지, 주휴수당이 포함된 금액인지 별도인지를 정확히 알려 주고 이를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써서 날인하고 각자 1부씩 보관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서로 다른 말이 나오지 않는다. 서로 협의해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는데 나중에 직원이 다른 마음을 먹고 신고를 하면 손해를 보는 쪽은 고용인(사업자)이다.

 

두 번째, 일하는 직원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자

 

항상 존댓말과 존중하는 태도로 직원을 대해야 한다. 간혹 거래처에는 저자세로 과잉 친절을 베풀면서 피고용인에게는 함부로 대하며 군림하는 사장님들이 있다. 거래처의 잘못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도 피고용인 탓을 하는 식이다. 그런 태도는 피고용인에게 상처를 준다. 거래처도 마냥 고맙게 여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호구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피고용인의 의욕과 거래처와의 좋은 관계 둘 다에 해를 끼치는 태도이다.

 

이뿐만 아니라 고용한 직원과의 관계로 고민하는 사람 중에는 ‘직원이랑 어색해서’ 고민하는 사람보다 ‘너무 친해지는 바람에’ 고민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너무 친해지게 되면 분명히 직원이 할 일인데도 ‘우리 사이에 꼭 이렇게까지 하나’라는 서운함이 생길 수 있다. 일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친분으로 인한 사적인 감정이 끼어드는 사례가 많다. 일은 일이고, 친분은 친분이다. 직장에서 친한 친구를 마주한다고 해도 서로 직급을 부르며 존댓말을 쓰는 원칙을 지켜야 맞다. 그런데 원래 친구도 아니었던 고용인과 피고용인이 일터에서 친해졌다고 서로 형, 동생 하며 반말을 쓰거나 사적인 이야기를 터놓는 경우도 많다. 쓸데없는 말을 하는 시간을 줄여야 일이 원활하다. 여기에서 쓸데없는 말이란 민감한 주제, 정치·종교·젠더 문제에 대한 견해부터 과한 농담, 사생활 들추기, 자기 자랑, 자격지심, 험담 등 도가 지나친 사적인 대화이다. 만약 운이 좋아 서로 가치관도 비슷하고 여러모로 죽이 잘 맞아 친해진다고 해도 끝까지 좋기는 힘들다. 일 때문에든 사적인 문제든 서로 스트레스받는 순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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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사사건건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봐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고용인 입장에서는 ‘일을 더 잘해 줬으면 해서 편하게 배려했더니 오히려 막 나간다’며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관계를 그렇게 만든 고용인의 책임이다.

 

피고용인 입장에서는 고용인이 먼저 형, 동생 하며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고 말을 놓지 않는 이상 상대를 편하게 생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애초에 피고용인을 편하게 하대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을 넘은 장본인은 고용인 본인이다. 굳이 서열을 심하게 잡으며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존중의 자세를 먼저 지키면 상대도 나를 마냥 편하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배려를 기본으로 하되 서로 존대하며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생각이 있는 사람은 나와 비슷하게 행동한다.

 

세 번째, 기대를 내려놓고 상대를 격려하자

 

아르바이트 등으로 고용된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일에 대해 나만큼의 책임감을 가질 수는 없다. 아직 업무가 익숙하지 않고 전체적인 업무 흐름을 보는 눈도 없다.

 

택배 기사는 이미 숙련되어 체력적인 문제가 없는 일도 이제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말도 안 되게 힘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아무리 남들 보기에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돈 받는 만큼은 일하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처음엔 조금 어설프더라도 상대를 믿어 주는 편이 좋다. 처음부터 일 잘하고 내가 그를 필요로 하는 동안에는 일을 그만두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는 고용인의 이기적인 마음일 뿐이다. 고용인이 직원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면 이별을 통보할 수 있듯 피고용인 입장에서도 무슨 이유든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이직을 할 수 있다. 서로가 어디까지나 ‘계약 관계’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또한 업무 중 잘못은 알려 주고 개선을 요청하되, 그것을 개인의 결점이나 잘못으로 몰아가지는 않아야 한다. 가까워지지 않는다 해도 그들은 나의 소중한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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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부분은 최대한 담백하게 감정을 싣지 않고 실수한 부분만 지적한 뒤, 실수를 어떻게 개선할지 확실히 알려주자. 가능하다면 잘한 부분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 주면 좋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부정적인 정보에 집중하는 부정편향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직원을 격려하며 존중했어도 한 번의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감정이 상하게 되는 일이 많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하나? 어느 정도는 쪼아야 더 잘하지 않을까?’고용인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직원을 압박하는 쪽보다 직원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쪽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더 효과가 있었다. 지속적으로 직원 몰입을 측정하고 있는 리서치 기관 갤럽의 짐 하터와 에이미 애드킨스가 2015년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 〈직원들은 리더에게 더 많은 것을 원한다Employees Want a Lot More From Their Managers〉 중 이런 내용이 있다. 리더가 직원에게 피드백을 줄 때 유능한 점에 집중한 경우 직원의 67퍼센트가 강하게 업무에 몰입했는데, 잘못한 점에 집중한 경우에는 31퍼센트만이 업무에 몰입했다고 한다.

 

네 번째, 무엇보다 리더가 일을 잘해야 한다

 

일터에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미덕이자 존중받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일을 잘하는 리더를 만나면 업무의 환경이 효율적으로 변하고 업무 흐름이 원활해진다. 결과적으로 일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편해진다는 이야기다. 또한 업무적으로 압도적인 능력을 보이는 일은 고용된 사람이 보일 수 있는 무례함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고용인은 스스로 맡은 일을 잘하는 것만큼 고용된 사람에게 맡길 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피고용인에게 동기부여를 하며 적절한 할당량을 주고 제 몫을 해냈을 때 보상도 확실히 해야 한다. 나는 일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이나 하루 일을 시작하는 시간,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대략 숫자로 처리할 업무량(데드라인)을 얘기해 주고 할당량을 채우면 일찍 퇴근할 수 있다는 점을 숙지시켜 준다. 또한 그들이 할당량을 채우면 그로 인해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꼭 말해 준다. 만약 직원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면 다시 조율해 가면서 응원해 준다. 그러면 확실히 동기부여가 되고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다섯 번째, 한결같아야 한다

 

고용인이 기분 좋은 날에는 피고용인에게 일을 적게 주거나 쉬운 일을 주고,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힘든 일만 시키는 것처럼 본인 감정에 따라 일관성 없이 업무를 지시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감정’이 아닌 ‘원칙’에 따라 일을 지시하고 항상 일관성 있는 업무 환경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고용인이 자기 감정에 따라 변덕을 심하게 부리는 행동만큼 피고용인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다. 이는 곧 피고용인의 근무태만이나 조기 퇴사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고용인 본인만 손해다. 또한 ‘한결같아야 하는 것’은 태도뿐만이 아니다. 정해진 월급날을 무조건 지켜야 하며, 월급이 산출되는 계산법 또한 한결같아야 한다.

 

물론 이 다섯 가지 원칙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행했더라도 고용인에게 깊은 상처와 씁쓸함을 남기는 직원이나 아르바이트가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출근 첫날부터 다음 날 취미 관련 행사를 가야 하니 일당을 미리 달라고 하고, 며칠간 설렁설렁 일하다 무단 퇴사한 아르바이트 직원을 만났었다. 당연히 일하다 보면 기대와 다른 직원을 만나는 때도 있다.

 

앞서 본 갤럽의 연구를 다시 떠올려 보자. 고용인이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직원을 대해도 67퍼센트는 업무에 더 집중하지만 나머지 33퍼센트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이상으로 피해를 주는 직원도 분명히 존재한다. 또 본인 딴에는 열심히 하는데 일이 너무 적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노력해도 발전이 없고 차라리 혼자 일하는 게 편하다 싶은 날이 지속되면 고용인이 최후통첩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심한 경우 절도와 횡령, 기물 파손 같은 중대한 사유 때문에 법적으로 바로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 다른 사정 때문에 최후통첩을 해야 할 때는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는 게 바로 지금까지 말한 다섯 가지 원칙이다.

 

존중과 배려에서 출발한 적당한 포용과 선 긋기, 그리고 원칙은 적을 만들지 않는 최선의 수단이자 신속히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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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용인이 원해서 그만두든 고용인이 원해서 그만두든 요즘은 구직 사이트에 자신이 일했던 곳에 대한 후기를 남길 수 있다. 평소에 존중과 배려로 격려하며 대했다면 원해서 그만두는 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직원이 앙심을 품고 나쁜 후기를 남길 가능성은 줄어든다. 본인이 원해서 그만두는 직원이면 미안해하며 사람을 소개해 주거나 좋은 후기를 남기는 경우도 많다. 급할 때 언제든 불러 달라며 ‘예비 인력’을 자처하기도 한다. 그렇게 일터에 대한 좋은 후기가 쌓이다 보면 지원자도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원하는 직원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생성된다.

 

지금까지 내가 고용된 사람과 함께 일할 때 지키는 다섯 가지 기본 원칙을 소개했다. 다섯 가지 기본 원칙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은 ‘직원에게 기대하기 전에 나부터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길게 늘여 쓴 것뿐이다. 원래 나부터 잘하는 게 가장 힘든 법이다.

 

<계속>

 

 

편집부 주

 

 

본지 화제의 연재물 <29살 택배 기사입니다>가

 

독자님덜의 용광로 같은 성원에 힘입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자고로 좋은 글은 또 봐도 좋은 것.

 

이 시대의 히어로 택배 기사의 삶을

 

이번엔 종잇장으로 느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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