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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머니’와 ‘대한적십자사’가 난리 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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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해피머니 홈페이지>

 

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지며 전방위적으로 피해가 퍼지고 있습니다. 그중에도 특히 큰 피해를 입은 곳은 ‘해피머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대한적십자사도 난리 난 상황입니다.

 

왜 그럴까요? 

 

티몬(+위메프)에서는 몇 달 전부터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상품권을 선주문 판매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상품권 업체들은 티몬으로부터 이에 대한 정산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상품권 업체들은 그 상품권들을 쓸 수 있는 가맹점에 지급해야 할 정산 대금을 지급 못하게 되었죠. 역시 연쇄적인 정산 지연이 발생한 것입니다.        

 

해피머니 연합뉴스.PNG

출처-<연합뉴스> 링크

 

그중에서도 유독 ‘해피머니’가 피해를 크게 입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해피머니가 재정이 탄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해피머니와 비슷한 상품권 업체로 컬쳐랜드가 있습니다. 컬쳐랜드는 과거 BGF그룹의 계열사에 속해있던 만큼 자본력이 탄탄한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급보증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어 재정상황이 양호한 업체입니다.

 

반면, 해피머니는 중소기업인 데다 지급보증도 없이 상품권을 발행해 온 상태입니다. 이러다 보니 오랜 기간 동안 적자가 누적되며, 회사 총자산이 회사 설립에 들어간 자본금보다 작아진 ‘자본잠식’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몬·위메프 발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했으니 대응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 없이 그대로 충격을 받아버린 거죠.

 

그래서 이번 사태가 터진 직후, SSG PAY나 페이코, 구글기프트 등은 해피머니 사용을 막았고, 기존 해피머니 가맹점들도 해피머니 상품권 사용을 중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날이 티몬이 무기한 정산 지연을 발표한 다음 날(7월 23일)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해피머니는 서비스 점검으로 인한 임시적인 사안이라고 발표했지만, 다음날인 24일부터 스팀이나 11번가 등에서도 결제가 불가능해졌습니다. 편의점, 넥슨 등도 해피머니 상품권을 받지 말라는 공지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해피머니 홈페이지.PNG

현재 해피머니 홈페이지 공지문

 

국회 방문한 해피머니 피해자들.jpg

국회에 온 해피머니 피해자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불똥이 튄 곳은 다름 아닌 ‘대한적십자사’였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헌혈 기념품으로 제공하기 위해 해피머니 상품권을 64억 원어치나 구매해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이게 무용지물 되게 생긴 것이죠. 

 

헌혈의집.PNG

출처-<경상일보> 링크

 

대한적십자 외에도 사내 기념품이나 선물 등으로 미리 구매한 해피머니 상품권이 5~7월에만 약 3,000억 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해피머니가 파산하게 된다면 이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될 상황입니다.

 

 

3년 전에도 같은 사건이 있었다

 

이번 사태를 유심히 보고 있자면 과거 비슷한 일이 떠오릅니다. 

 

‘머지포인트 사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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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환불을 요구하러 온 고객들

출처-<뉴시스>

 

간략하게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머지포인트는 2017년에 출시된 할인 앱(애플리케이션)입니다. 이 앱은 업체별로 나뉜 적립포인트나 쿠폰을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휴 업체들은 포인트 관리를 위탁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앱에서 각종 포인트를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700개 정도의 가맹점 수로 시작했으나 꾸준히 성장하여 여러 편의점 및 대형마트와도 제휴를 맺어 가맹점 수가 2만여 개까지 늘어났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부터 20% 할인을 내걸고 머지포인트 자사의 포인트 바우처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소액 포인트 바우처만 판매했지만, 점점 입소문이 나고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20만 원, 30만 원에 달하는 고액 포인트 바우처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머지포인트 할인.PNG

머지포인트 바우처

 

워낙 인기가 좋았던 터라 고액 포인트 바우처도 쉽게 완판되었습니다. 특히 이 바우처는 상시 판매가 아닌 게릴라식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보이는 족족 사재기하여 바우처를 쌓아놓은 뒤 천천히 소비하기도 했습니다. 

 

머지포인트의 인기는 계속 올랐고, 회원수가 100만 명을 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2021년 8월 갑자기 사건이 터졌습니다. 

 

머지포인트가 음식점을 제외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이용률이 높았던 각종 가맹점의 결제를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종료한 것입니다. 머지포인트에서 바우처를 사놓은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머지포인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맹점의 업종을 제한하지 않으면, 현행 법령에 어긋난다.”

 

“법적 이슈가 없는 형태로 서비스를 축소 운영한다.”

 

연합뉴스 머지포인트 먹튀.PNG

출처-<연합뉴스> 링크

 

바우처 사용이 가능한 업종은 음식점으로 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음식점에서도 쓸 수 없게 없었습니다. 이 사태가 터지자, 체인점 등 큰 음식점은 머지포인트 바우처 사용을 금지했고, 일부 영세 음식점들에서만 사용 가능한 정도였기 때문이죠. 물론 이 영세 음식점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바우처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당시 피해자(소비자)들은 수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다양한 금액으로 바우처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태가 각종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앱 접속이 폭주하기에 이르렀고, 피해자들은 휴지 조각이 되어 버린 바우처에 대한 환불을 요청했습니다. 

 

머지포닝트 먹통.PNG

 

출처 블라인드.jpg

당시 피해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캡처

 

이에 대해 머지포인트는 90% 환불을 진행하겠다는 공지를 올렸지만, 전액 환불이 아닌 것도 웃긴 일인 데다가 환불도 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하기 몇 달 전 집중적으로 할인과 프로모션을 홍보하며 대량의 선불 결제를 유도한 점과 회사가 4년간 적자로 운영되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머지포인트는 사기 의혹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추가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머지포인트의 미지급액은 300억 원이 훌쩍 넘는 수준이었으며, 이후 회사가 제시한 이런저런 구제 방안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내용이었습니다. 

 

 

비슷한 사태가 반복되는 이유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가 있었듯,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는 사실 새로운 거 하나 없는, 늘 있어 왔던 유형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딱히 이커머스 같은 특정 업종에 제한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과도한 채권발행, 그리고 지급불능 등 어디서나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기업 운영상의 리스크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소위 갑이라 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한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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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터질 게 터졌다”라는 반응이 꽤 있습니다. 플랫폼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며 그 사이에서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이커머스 거래액은 월 20조를 넘어섰을 만큼 이제는 일상적이다 못해 본능적이기 까지 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커지면서 ‘불합리한 대금 정산’과 ‘판매 대금 보관 및 관리 부실’이라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뉴시스 정산지연.PNG

출처-<뉴시스> 링크

 

‘갑’인 플랫폼이 ‘을’인 판매자에게 일방적으로 대금 정산 주기를 바꾼다고 해도, 판매자들은 플랫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플랫폼에서 벗어나는 순간 매출이 급락할 테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정산을 미룬 대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할 방법도 사실상 없습니다. 

 

이번 사태에서도 티몬·위메프가 정산 주기를 일방적으로 더 늦은 기한으로 바꾼 뒤, 해당 자금을 큐텐으로 돌려 지난 6월에 글로벌 이커머스 Wish를 인수하는 자금으로 썼지만, 판매자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티몬·위메프를 벗어날 수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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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_판매 대금으로 '위시' 인수...남은 돈 없다_ _ YTN 0-34 screenshot.png

 

만약, 플랫폼 업체들의 자금 관리를 감독할 수 있었다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외부 회계 감사에서 위험 신호가 나오거나, 의도적으로 감사를 피해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상장된 기업이나 아래의 조건 중 2개 이상 만족하는 기업은 외부 회계 감사를 받고, 감사보고서를 감독 당국에 제출해야 합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상장한 회사가 아니지만 아래 조건 중 2개 이상을 충족하기에 외부 감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자산 120억 이상

-부채 70억 이상

-매출액 100억 이상

-종업원 100인 이상 

 

감사보고서는 정기 주주총회 개최 후 2주 이내에 제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위메프는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았고, 삼일회계법인은 위메프의 2023년 감사보고서에 이런 의견을 냈습니다. 

 

 “계속 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이 높다.”

 

한겨레 감사보고서.PNG

출처-<한겨레> 링크

 

티몬은 의도적으로 감사를 피한 정황이 있습니다. 티몬은 매년 3~4월에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아예 주주총회를 열지 않았습니다. 법적으로,

 

‘감사보고서는 정기 주주총회 개최 후 2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인데, 주주총회 자체를 열지 않으니,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어진 것입니다. 티몬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법을 어긴 것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이 경영 개선을 강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잔액에 대한 이상징후에 대해서도 작년 12월 인지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보호조치 마련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기업에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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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이미 불거졌던

티몬, 위메프 정산 지연 상황

출처-<백세시대> 링크

 

물론, 이런 사태를 감독하는 금융당국으로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제도가 미흡하다 하여 안일하게 손 놓고 넘어간 책임을 묻지 않을 순 없습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상품권이나 포인트와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에 대한 관리 부실입니다. 

 

사실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이를 규제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이 오는 9월부터 도입될 예정이었습니다. 개정된 법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 및 관리하는 업체에게 선불 충전금의 50%를 은행이나 금융회사에 예치하거나 지급보증을 하는 방법으로 관리에 더욱 신경 쓰는 것을 강제합니다. 만약 티몬이 이 법의 규제를 받았다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할인이나 프로모션을 걸며 포인트를 판매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티몬과 위메프가 특히 5월부터 급하게 자금을 수혈하고 공격적으로 할인 혜택을 내걸었던 것은 9월에 도입될 이 ‘전자금융거래법’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① 큐텐 산하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금난과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전자금융거래법 도입 전 최대한 덩치를 키워 큐익스프레스의 상장을 노렸을 것이다.

(큐텐 산하 큐익스프레스와 티몬, 위메프의 관계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지난 기사(링크)’ 참조)

 

②상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지막으로 자금을 끌어모을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결국, 기형적인 플랫폼의 거대화와 갑질, 미흡한 법률과 규제,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1조 원이 넘어가는 대국민 사기극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무리

 

티몬과 위메프 그리고 큐텐도 지속적인 피해 복구를 약속했지만, 결국 티몬과 위메프는 회생 신청에 들어갔고, 구영배는 큐텐의 대표이자 실질적 소유주로서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보다는 대표 자리에서 사임하며 이번 사건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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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5,600억 원 규모의 대출 지원 프로그램과 2,000억 원 규모의 긴급 경영 안정 자금을 공급하는 등 입점업체들의 줄도산으로 번지지 않도록 할 전망입니다.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조치밖에 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송인서적’이라는 국내 2위의 도서도매기업이 부도가 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피해 금액은 대략 200억 원대였습니다. 하지만 피해는 단지 이 숫자로 끝난 게 아니라 출판업계 전반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고 영세 출판업체들은 줄도산했습니다. 현재 티메프 사태의 피해 금액은 이때의 대략 50배인 1조 원대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얼마나 지속될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큐텐의 모기업인 지오시스의 소재지가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진아일랜드에 있다는 자료가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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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구영배 전 큐텐 대표는 

 

“과거엔 그랬지만, 현재 큐텐은 모기업이 따로 없다.”

 

고 해명했으나, 과연 이 말에 신빙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때문에 지분 관계와 자금 흐름을 자세히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허나, 이미 충분히 작업을 해서 세탁을 마쳤을 테니 추적하기 쉽지 않아 보이긴 합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수습될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커머스를 비롯한 중개플랫폼과 업체들이 더 엄격하게 자금관리를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라도 소 잃고도 외양간조차 고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끝>

 

 

사족 

 

약 일주일 전,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에서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해 중국 내에서 큰 이슈라고 합니다. 거대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윈윈하는 세상이 올 줄 알았는데, 현실은 누군가 항상 피해를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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