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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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다녀오자마자 안보라인을 교체했다. 정확히 말하면,
'안보라인 돌려막기'
였다. 아니, 순환보직이라고 해야 할까?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으로 보내고, 국방부 장관 자리에 김용현 경호처장을 앉혔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는,
3성 장군 출신 국방부 장관을 3명 연속으로 배출한 정권
이 되었다. 윤석열 정부 이전에는 겨우 2명 밖에 없었던 중장 출신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정권에서만 3명 연속으로 등장했으니, 이 자체만으로도 기록이긴 하다.
이번 인사에 대해서 여러 하마평이 들린다. 특히 김용현 경호처장의 영전(榮轉)에 대한 말이 많은데, 윤석열 정부의 안보라인 실세가 드디어 전면으로 나섰다고 볼 수 있다. 김용현에 관해서는 위 기사(관련 기사: 용산은 이종섭을 믿지 못한다(링크))로 갈음할까 한다.
이번 인사에서 내가 주목했던 건 장호진 前 국가안보실장의 좌천(?!)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자리를 옮겨 국가안보실장 자리로 가게 된 부분이다.
이제부터는 순전히 뇌피셜(!!)이다.
국가안보실장이란?

역대 국가안보실장
안보실장 자리는 한마디로 말해서 대한민국 안보라인의 노른자 자리이다.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가 지니는 크기를 알 수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라는 게 기본적으로 대외정책이나 군사정책을 협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란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대통령,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 행안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안보실장 등이 참여하는 자리다.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터지면, 이곳에서 제일 먼저 무언가를 결정하고 대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국가안보실장의 위치이다. 이 자리가 장관급 자리이긴 한데, 그 자리에 앉는 것만으로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행안부에 두루두루 영향을 끼치는... 말 그대로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요직이다. 같은 장관급이라 해도,
"장관 장관 해주니까 다 똑같은 장관으로 보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자리다.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자리이다 보니, 정권의 ‘대외정책’이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에 따라 안보실장 자리의 ‘출신’이 결정됐다. 최초로 국가안보실장 자리를 만든 박근혜 정부의 경우 김장수, 김관진 실장을 앉혔는데, 둘 다 국방부 장관 출신이다. 한 마디로, ‘강경노선’을 생각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대북 포용 정책은 물론, 다극화 시대에 협상을 위해서인지 외교부 출신과 국정원 출신을 앉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용, 서훈 실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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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이게 참...난망한 게 정권이 이제 막 3년차에 들어갔는데, 벌써 네 번째 안보실장 임명이다. 박근혜정부(탄핵이 되긴 했지만)나 문재인 정부는 모두 두 명씩 안보실장을 배출했다.
안보 실장이란 자리가 정권의 ‘색깔’과 ‘이념’을 드러내는 자리이기에 정권과 같이 갈 사람들, 정권과 그 결을 같이하는 이들이 차지한다. 그런 의미로, 윤석열 정부가 불과 2년만에 세 명이나 되는 안보실장을 갈아치웠다는 건...그만큼 정리가 안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툭 까놓고 말해서 윤석열 정권에서 교체된 세 명의 안보실장은 모두 외교부 라인이다. 그런데, 이번엔 국방부 쪽으로 선회했다.
특히, 직전 안보실장인 장호진 실장을 주목해야 한다.
"핵심 국익과 관련한 전략 과제들을 각별히 챙기기 위해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두기로 하고 우리 정부 초대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습니다."
-장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 中
장호진 실장은 정통 외교관으로 러시아와 미국에 정통했던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주러 대사로 임명되었던 러시아통이다. 이 사람이 윤석열 정부 세 번째 국가안보실장직에 있었는데, 갑자기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좌천(!!) 됐다. 아니라고 하지만, 7개월 만에 쫓겨났고 주변에서도 그 정도면 좌천이나 문책성이란 말이 나온다.
이건 최근의 외교 상황을 보면 확실하다. 푸틴이 24년 만에 다시 북한 땅에 왔다. 그리고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는다. 이 조약은 1961년에 북한과 소련이 맺었던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을 다시 복원했다는 느낌이다(아직 거기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얼추 비슷한 분위기로 가는 중이다).
61년에 맺었던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의 핵심은 '1조'다.
"체약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련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즉, 상호방위조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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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러시아와 북한이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4조를 보자.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유엔헌장을 비롯한 이런저런 전제가 붙긴 하지만, 어쨌든 1961년의 느낌으로 가고 있다. (김정은의 입에서만 나온 나왔지만) 기자회견 내내 동맹이란 말이 나왔고, 어쨌든 러시아와의 관계가 동맹으로 가고 있음은 사실이다.
소련이 붕괴되고,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이 공식적으로 폐기된 게 1996년이었으니, 거의 한 세대 만에 북한이 러시아를 다시 끌어안은 모양새다. 물론, 러시아는 유엔헌장 문구를 집어넣어서 이 조약이 방어적 성격임으로 강조하고, 자동 개입을 아니게 하는 안전장치를 붙였다.
하지만, 어쨌든 러시아와 북한은 가까워졌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 봐야 하는 건, 윤석열 정부가 난데없이 들고나온 ‘가치 외교’와 말도 안 되는 외교 행보를 보면... 러시아의 행보가 이해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시작했던 2022년이나 2023년에 러시아는 한국에 상당히 '인내'했다. 섣불리 한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고, 한국에 여러 사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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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분쟁지역(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은 걸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중략) 한러〮 관계 회복은 우리가 아닌 한국지도부의 선택이다."
-2024년 6월 5일 푸틴 대통령의 발언 中
북한과 조약을 체결하기 직전인 지난 6월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조약 체결 전에 한국과의 관계를 다독이기 위함이기도 했고,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고의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은, 한국을 언급할 정도로 푸틴은 한국에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미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푸틴은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그것도 콕 찍어, "한국 지도부"를 언급하면서까지 말이다.
한국 지도부... 누구를 말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실장 자리가 교체되었다. 외교관 출신으로 러시아통 인물을 밀어내고, 국방부 장관 출신을 앉힌다는 건 그 자체로도 ‘외교적 사인’이다.
7개월 만에 교체했다는 건 문책성 인사다. 이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인데, 북러〮 조약이 체결되자마자 외교부는 주러 대사를 초치했고, 장호진 안보실장은 러시아에 대해 강경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하겠다!"
푸틴은 여기에 빡쳐서,
"너희들 실수하는 거야!"
라며 되받아쳤다. 보면 알겠지만, 그사이 쌓인 게 좀 많았다.
우리가 모르는 대통령실 안에서의 내밀한 움직임 중, 장호진 안보실장이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어떤 과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통령의 외교가 이번에도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말도 안 되는 그 가치 외교를 언제쯤 그만둘까?
돌려막기 인사의 본질

(왼쪽부터)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장호진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안보실장 교체에 대해서는 일견 수긍되는 부분이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방안이 있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인사권이며 정책 결정이다. 또 국방부 장관을 안보실장 자리에 앉히는 건 전례 없는 일도 아니기에, 이 점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돌려막기 인사다. 이 밀어내기식 인사의 근간에 뭐가 있냐는 점이 중요하다. 거창하게 채상병 사건까지 갈 문제도 아니다.
'사람'이 없거나 '우리 사람'이 없거나
돌려막기 인사의 핵심은 이 두 가지다. 무너지는 정권에 몸을 던질, 특히 ‘문제가 발생한’ 부서에 들어간다는 건 그 자체로 모험이다. 갈 수 있는 사람은 몸을 사린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사건사고가 있는 곳에는 ‘내 사람’이 가서 그 사건을 수습해야 하는데, 그럴 사람은 드물다.
관가는 ‘권력의 동향’에 민감하다. 바람이 불면 고개를 숙이고, 바람이 멈추면 고개를 든다. 지금 공무원은 절대 일을 벌이지 않으려고 한다. 고위 공직자들은 정권이 끝난 뒤를 걱정하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수집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마디로,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일할 사람이 없다. 우리 사람은 더 없다. 공무원을 휘어잡아 ‘영’을 제대로 세울 수 있게 할 내 사람은 점점 사라진다. 지금의 돌려막기 인사가 진행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사 돌려막기는 지금보다 심해질 것이고, 함량미달 인사가 자리를 차지할 상황은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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