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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각지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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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기사

출처-<뉴시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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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난리 났다는 소식, 연이어 미디어를 달궜다. 단순한 캠페인이나 시위, 혹은 데모 (Demonstration) 수준을 넘었다. 이민에 대한 적대감이 극우세력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폭동으로 영국 전역에 번졌다.

 

영국의 노동당 대표이자 총리인 키어 스타머는 이번 폭동에 대해 배후 세력이 있으며, 누군가에 의해 조직(Coordinated)되었다고 발표하며 강경 대응을 경고했다. 현재 영국의 경찰력이 총출동 되어 폭동을 막고 있다. 

 

키어 스타머 뉴스1.PNG

출처-<뉴스1> 링크

 

의회 민주주의를 대표한다는, 대화와 타협의 대표적 나라라 불려 왔던 영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예견된 일?

 

최근 일어나고 있는 폭동은 극단적인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그래서 폭동을 자세히 말하기 위해선, 영국의 정치 상황을 이야기해야 한다. 

 

지난 7월 4일 치러진 영국 총선 이후, 기사(링크)로 언급한 바 있다. 노동당이 압도적이라 할만한 대승을 거뒀다는 것을 말이다. 노동당 412 vs 보수당 121로 의석수가 약 3배가 넘는 차이가 났다. 그리하여 영국에서는 다른 유럽 대륙 국가들과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노동당과 보수당의 표 차이는 크지 않았다. 고작해야 3-400만 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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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 결과

 

거대 양당 외에도 주목할 점이 있었다. 극우세력으로 분류되는 Reform UK(개혁영국당)는 5석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이들이 얻은 총득표는 약 410만 표나 되었다. 보여지는 의석수에 비해 실제로는 상당히 많은 득표를 한 것이다(영국은 비례대표제가 없이 100% 지역구 의원으로만 뽑는 소선거구제를 실시한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개혁영국당이 받은 득표수는 총 득표의 14.29%나 된다. 

 

이 득표수는 72석을 얻은 Liberal Democratic(자유민주당)보다도 많은 수치였다. 자유민주당의 총득표율은 12.2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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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영국당 대표 ‘나이젤 패라지’

출처-<cityam>

 

개혁영국당은 원래 1-2%의 지지 정도만을 받아왔던 정당이다. 헌데, 어떻게 이토록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을까? 

 

개혁영국당은 현재 극우세력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때문에 보수적 성향을 지닌 이들이 급진적인 개혁영국당보단, 그나마 역사와 전통이 있는 보수당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14년간의 무능력 보수 정권에 지쳤다. 그렇다고 노동당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이때, 개혁영국당은 이들을 유혹했다. 유권자들 또한 유혹당했다. 극우들을 집결시킨 슬로건은 ‘반이민 정책’이다. 이들은 영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를 (이민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각종 복지, 치안, 안보에 투입되는 재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자리 문제를 비롯하여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최전선에는 늘 무슬림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불만이 이미 선을 넘어 있는 수준까지 이르러 있었다. 

 

이러한 민심은 최근 총선 투표 결과에도 투영되어 나타났다. 이번 폭동 당시, 극우 시위대가 길을 막고 지나가는 차량의 운전자를 검사하며 피부색으로 통행을 허락/불허하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는데, 그렇게 된 배경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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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동으로 인해 불타는 차량들

출처-<AP>

 

 

자업자득 : 뿌린 데로 거둘 뿐

 

한 가지 궁금한 점. 도대체 중동 지역의 난민들은 왜 그토록, 많이 발생해 유럽으로 유입된 것일까? 

 

2015년 12월. 영국 의회가 20여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토론을 벌인 끝에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허용하며, 이라크에 한정되어 있던 공격 범위를 시리아까지 확대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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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국 의회 토론 모습

 

당시 주영국 한국대사관의 무관부 소속 직원이었던 나는 해당 토론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 국방부에 관련 정보에 대한 결과 보고서를 작성, 송출해야 했기에 그날 일이 생생하다.

 

새벽까지 밤잠을 설쳐가며 영국 국회방송을 보고 있었다. 발언들은 대략 다음 같았다.

 

보수당

 

‘IS와 같은 무장단체는 자신들의 정치적/군사적 입지를 확고히 하고자 인권을 유린하고 민간인을 학살한다. 이들의 악행을 저지해야 한다.’

 

노동당

 

‘IS를 저지하기 위해 공권력을 사용한다면 영국이 무장단체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 또 당사자도 아닌데 영국이 무슨 이유로 시리아 내전에 끼어들어야 하는가. 보수당의 주장은 겉으로 전 세계적 인권 차원이라고 하지만, 중동 내 러시아와 나토의 패권 다툼의 일환 아닌가.’

 

표결 결과는 보나마나였다. 다수당이었던 보수당의 뜻대로 되었다. 시리아 공습을 감행했다. 의회에서 결정이 남과 동시에 키프러스에 있는 영국 공군기지에서 무인기가 출동해 시리아 일대에 있는 IS 기지를 폭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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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P>

 

민간인 사상자는 없었다고 하지만, 진위를 알 길은 없다. 공격 반경이 수십에서 수백 미터인 미사일로 폭격을 감행했는데, 주위에 민간인이 없었다는 확인이 어떻게 가능할까? 어쨌든, 이라크 및 시리아 내에 감행된 폭격으로 인해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물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집과 학교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파괴된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은 난민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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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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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 된 시리아인들

 

당시 시리아 난민 현황.PNG

당시 시리아 난민 발생 현황

 

난민이 된 이들은 대규모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경우, 과거 식민지 시절부터 지배해 왔던 인도, 파키스탄 지역의 무슬림이 유입되어 이민자의 수가 급증한 측면도 있지만, 중동 지역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던 건 10여 년 전 시리아 공습이 주요 원인이다. 

 

(당시 영국은 유럽연합에 속해 있었기에) 프랑스와 독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습을 실시했던 영국. 때문에 국제사회는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도 중동에서 이동해 오는 난민에 대해 이민자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했다. 

 

난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중동 지역에 난민을 만든 건 미국과 영국이다. 지정학적으로 거리가 먼 미국은 상대적으로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유럽 특히 영국은 난민들의 표적이 되었고, 매해 10만여 명의 난민 유입을 허용하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가스라이팅에 성공한 보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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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 이미지>

 

이번 폭동이 일어나게 된 표면적 원인은 다음 같았다. 

 

지난달 29일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 괴한이 침입했다. 그리고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그 17세의 괴한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SNS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영국 각지에서 반이슬람,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 폭력 시위가 촉발됐다. 괴한이 영국 태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폭력 시위는 멈출 줄 몰랐다.

 

이 정도는, 많은 언론에서 다뤘다. 그렇기에 이에 대해 더 할 말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과거 이와 같은 사건이 있었어도 이처럼 전국적인 규모의 폭동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무슬림들의 범죄 행위로 영국을 넘어 유럽 전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과 중동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들의 관계를 현재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아주 쉬운 예로 십자군 전쟁만 하더라도 종교전쟁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이슬람과 기독교의 패권 다툼이 이면에 있었던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들이 서로 물고 뜯는 역사가 한 두 해 에 걸쳐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거. 

 

그런데 왜 이 정도로 폭동까지 일으키며 대응하는 것일까? 

 

원인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보수당의 전략이 성공했다. 보수당은 집권하는 14년 동안 줄곧 이민자에 대한 정책에 대해 매우 박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인도적 차원의 이민 정책을 강화하려는 이미지를 쌓아왔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비자 제도만 살펴봐도 그렇다. 과거 학생비자를 받고 유학을 오게 될 경우, 배우자와 자녀에게는 동반 비자를 허용해 왔지만, 이를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일정 학위를 마치면 단기(2년) 동안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비자도 일괄 폐지 했었다(현재는 높은 원성을 사 부활시킴). 

 

앞에서는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신경 쓰며 이미지 관리를 하지만, 정책은 정반대로 시행시켜 온 것. 이러한 가치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정치 기반을 가진 이들에게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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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코빈

출처-<AP>

 

과거 노동당의 대표였던 제레미 코빈은, 지난 10여 년간 국가적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이민자에게 전가해왔던, 그래서 책임을 회피하려던 보수당의 정책이 결국 지금 폭동의 원인이 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충분히 동의할 만한 부분이 있다. 

 

실제로 영국의 보수당은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넛지 이론(Nudge Theory)을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한다. 가령 1번부터 5번까지 보기 중 3번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면, 1, 2, 4, 5에는 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보기를 주어 3번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다이어트에 가장 필요한 식품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술, 담배, 달걀, 마약, 대마초’라는 보기가 주어진다면, 정답은 달걀일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침체된 이유가 뭘까? 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이민자”라는 답을 떠오르게 했던 지난 14년간의 보수당 정책은 적중했다. 그리고, 이들의 반이민 정책은 노동당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총선에서 이긴 뒤, 정권 초기. 그동안 준비해 왔던 정책들을 빠르게 시행해 나가기도 모자란 판국에 노동당은 치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아마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과연, 노동당이 지금의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보수의 품격

 

현재, 폭동으로 문제가 불거진 지역은 대부분 대도시를 위주로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서의 승리 덕분이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노동당의 승리에 주역이었던 지역들에서 왜 극우 세력의 폭동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을까? 

 

사실, 전통적인 보수 지역으로 일컫는 켄트와 케임브리지셔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어쩌면 인종차별적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인면수심 따위는 바닥에 내동댕이친 이들의 폭동은 사실상 보수와는 거리가 먼 일일 수 있다. 영국에서 보수 성향이 짙은 이들은 적어도 품격은 지키고 산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당한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하려는 최소한의 도리는 갖춘다. 물론, 본인들 하고 싶은 게 있을 땐, 약간의 부끄러움을 감수(?)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차를 때려 부수고, 가게를 약탈하는 저급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금의 폭동 세력은 보수라기보다는 극우 세력이라 봐야 한다. 영국의 변종된 보수라고나 할까. 극우도 보수의 일부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영국의 보수와는 확연히 다른 세력이다. 

 

수백 명이 잡혀갔고, 그중 일부는 구속기소 되어 재판에 넘겨졌고 3년의 실형까지 선고받은 상황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전개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폭동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한 공권력의 투입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이는 단순히 정치적 입장 차이에 대한 문제로 볼 수 없다. 어쩌면, 14년간 보수당이 남겨놓은 마지막 쓰레기 처리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