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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나도 일 때려치우고 택배나 하고 싶다."

 

택배를 시작한 후,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특히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 매일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데 월급이 적은 사람일수록 이런 말을 많이 했다. 높은 노동강도에 사내 정치까지 신경 써야 하는 회사에 다니는 것보단 택배 일이 훨씬 좋아 보인다나.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택배기사, 집화 기사는 일반적인 직장인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혼자 일하는 경우도 많아 사내 정치에 신경 쓸 필요가 덜하다. 택배 기사가 되는 과정도 상대적으로 쉽다. 월급 500만 원을 주는 일반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스펙에 비해 같은 금액을 받는 택배기사가 되기 위한 조건과 노력은 상당히 적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비슷한 일들이 많기 때문에 손에 익으면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하지만 택배 일이 높은 보수를 받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단순하다. 직장인보다 하루를 더 일하기 때문이다.

 

토요일에 쉬지 않고 일을 하니 돈을 더 받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단순히 더 길게 일하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버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한 달에 4일을 더 일한다고 해도, 최저시급 기준 50만 원도 되지 않는다.

 

직장인 대비 택배기사가 돈을 많이 버는 두 번째 이유는, 운전 중 사고와 화물 파손의 위험 부담 책임 때문이다.

 

일반 회사원들도 영업직의 경우 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 승용차를 끄는 것과 택배차를 끄는 것은 위험 부담이 다르다. 큰 차를 몰다 보면 똑같은 접촉 사고가 나도 일반 차를 몰 때보다 사고의 규모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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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환생 트럭이라는 말 들어봤어?"

 

예전에 한 친구가 희한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친구는 판타지 웹툰 등에서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로 환생하기 전에 트럭에 치여 죽는 클리셰를 뜻한다고 했다. 트럭 운전자로서 듣기엔 영 찜찜한 이야기였다. '환생 트럭'처럼 치인 사람이 이 세계로 가서 모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트럭에 치인 사람을 기다리는 건 장례식뿐이다.

 

인명 피해만큼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싣고 가는 물건이 손상되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많은 짐을 실은 상태에서 사고가 날 경우, 차량 수리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던 물건에 대한 배상까지 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단순히 배상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큰 탑차가 한 번에 실어 나르는 물건의 양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배상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최악의 경우엔, 배상한다 해도 업무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물론 어지간히 운이 나쁘지 않고서야, 인명 피해나 대량의 화물 손상이 발생하는 큰 사고는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큰 사고가 아닌 자잘한 사고를 내더라도 골치 아프긴 마찬가지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작은 사고도, 기사가 잘못한 부분 이상으로 배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 그런 일을 겪어보았다.

 

일과 존엄성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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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집화처에서 물건을 싣고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사이드미러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터미널 지붕과 접촉 사고를 냈다. 부딪히는 느낌이 들자마자 나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그때 터미널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달려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거, 다 찌그러졌네. 수리비가 한 300은 들겠는데? 전기선도 건드렸다면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귀를 의심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분명 살짝 부딪힌 것 같은데, 지붕이 이렇게 망가졌다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붕 아래 처마 부분이 찌그러져 있는 건 사실이었고, 내 뒤에 대기 중인 차들도 잔뜩 있었다. 그래서 나는 뒤에 대기 중인 차들에 피해가 갈까 봐, 직원에게 연락처를 알려주고 담당 직원의 연락을 기다렸다.

 

다음날, 담당 직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는 번거로운 일을 만들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담당 직원은 견적이 나오면 다시 연락을 주기로 했다. 죄송한 마음에, 괜찮으시다면 보수 업체를 직접 알아봐 드리겠다고도 말씀드리고 사고 난 곳으로부터 가장 거리가 가까운 업체를 알아봤다. 그 뒤로 며칠간 불안한 마음을 잠재울 수 없었다. 300만 원 이상이 나올지도 모른다는데, 누군들 안 그럴까?

 

3일 뒤 63만 원이라는 견적이 나왔다.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라 약간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때는 어떤 것을 어떻게 교체하는 공사를 하는지까진 안내받지 못했다. 다만, 담당 직원이 공사 사장님에게 알아서 잘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정확히 어떤 공사를 했는지 알게 된 것은 사고가 난 후 19일 뒤, 공사한 업체에서 결제를 요청하는 문자를 받고 나서다. 결제 문자를 받고 난 뒤 나는 공사 업체 사장님과 통화했고, 그때 정확히 어떤 공사를 진행했는지 알게 되었다.

 

"터미널 측에서 가로로 9m에 해당하는 지붕 커버 전체 교체를 해달라던데요?"

 

지붕 커버를 9m 교체했다고? 사고 당시 애초에 지붕 커버는 떼어져 있었기에 지붕 커버를 건들 수도 없었으며, 사고를 내더라도 지붕 밑 부분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런데 공사업체 사장님 말에 따르면 지붕 밑 부분은 손도 대지 않고, 지붕 커버 부분만 공사했다는 것이다. 결국 내 사고와는 무관한 부위가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되어 그 대금이 청구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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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공사 업체 사장님도 이렇게 물어보셨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큰 차로 지붕을 박았길래 장장 9m를 전부 교체 공사를 하게 된 거예요?"

 

맞는 말이었다. 내 차는 전폭 길이가 174cm이기 때문에 있는 힘껏 부딪쳤다고 해도 닿지도 않는 지붕 커버 9m를 전체 교체 공사하는 것은 이상했다. 그 부분이 이상해서 공사 업체 사장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여쭤보니, 만약 지붕 커버를 쳤다고 하더라도 3m 공사만 하더라도 충분했을 거라 대답했다.

 

나는 여러모로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사고를 낸 부분에 대해 정당하게 피해 보상을 하는 거라면 더 큰돈이 나왔어도 억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사는 사고를 낸 지붕 밑 부분은 전혀 건드리지도 않고, 당시에 건드릴 수도 없었던 지붕 커버 부분에 대해서만 진행되었다.

 

나는 담당 직원에게 사고 전의 지붕 상태가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요청했다. 하지만 직원은 강경하게 자료를 주지 않고 말로만 얼버무리고 적당히 협상하려 했다.

 

"그럼 재료비만 깎아드릴까요?"

 

직원이 내게 제안했다. 나는 그 제안이 무척 이상하게 느껴졌고, 더더욱 진실이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어떤 부분에서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면 공사 대금을 지불할 수 없어요."

 

이렇게 말하니 직원은 그제야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오라고 청했다. 거기서 CCTV를 보여주며 설명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사고가 난 지 20일 만에, 사고 전의 지붕 모습을 CCTV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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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는 순간, 너무 어이없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내 예상대로 차는 지붕 밑을 살짝 건드렸고, 그 부분도 이미 누군가에 의해 파손되어 있던 상태였다. 한마디로 사고 전과 후의 지붕 상태는 같았지만, 커버 부분부터 지붕의 파손까지 모두 나에게 덤터기를 씌운 셈이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나와 같이 영상을 보던 담당 직원의 말이었다.

 

"이 접촉 사고로 인해 지붕 전체가 충격을 받아 볼트가 다 떨어져 나가고, 전체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만약 커버가 있었어도 커버 전체가 다 찌그러졌을 거예요."

 

그러면서 직원은 한마디 덧붙였다.

 

"나 같으면 그냥 물어주고 끝내겠어요."

 

나는 말문이 막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바로 해당 터미널에 대해 잘 아는 집배 점장에게 사무실에서 찍어두었던 사고 전후 영상을 보내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결국 이 이야기는 담당 직원의 상사에게 전달되었다.

 

그 이후 본사는 내게 청구된 금액에 대한 면제를 검토하게 되었고, 그래도 해당 기사가 지붕을 부딪친 건 사실이니 20만 원 정도 청구하는 게 어떠냐는 논의가 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지만, 더 이상 말을 섞기도 피곤해진 나는 20만 원 정도를 물어주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상황을 정리한 뒤, 직원이 내게 한 말은 더욱 황당스러웠다.

 

"오해의 소지가 있게 전달된 것 같아서 보고서를 다시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감경해 드리려고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운전이나 똑바로 해서 돈 열심히 버세요."

 

라는 말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덤터기를 쓴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돌아오는 말이 '운전이나 똑바로 해서 돈 열심히 벌어라'니.

 

이 사건을 계기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직원은 지금까지 택배 기사나 집화 기사들과 이런 일을 처리할 때 항상 이런 식으로 해왔던 걸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고 복잡한 문제를 싫어하기 때문에, 몇십만 원 정도의 문제는 빠르게 돈으로 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선례가 쌓이면서,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터미널 보수 비용을 기사에게 덮어씌우는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해당 터미널은 처마 높이가 낮아 기사들이 한 달에 한두 번은 처마에 닿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담당 직원은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덤터기를 씌우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는 이야기를 터미널에서 자주 만나는 집화 기사나 직영 직원들에게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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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당한 일이 반복되거나 기사에게 덮어씌우는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돌아온 그 말은, 내가 하는 일인 '운전 일'에 대한 비하일 뿐 아니라, 내가 이 사건에 쏟았던 시간과 노력을 단순히 '돈'에 집착해 벌인 일로 깎아내리는 말이었다.

 

아마 나처럼 따지고 들며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려는 기사를 만나는 일은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반성 없이 단순히 '운이 나빴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번 일로 깨달은 바가 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금전 문제는 차라리 낫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기사를 대하는 관계자들의 직업적 멸시나 공정하지 않은 대우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줬다.

 

기사가 받는 소득은 이런 위험부담에 대한 비용 또한 들어 있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그 돈에 '직업적 멸시'를 감내하는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인간의 존엄성,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고충 없는 업종은 없다. 어떤 일이든 무례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일이 힘들어지는 순간이 존재한다. 택배도 마찬가지다. 택배기사 역시 '단순노동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꿈의 직업'이라고 볼 수 없다. 큰 차를 운전하는 데 따르는 위험 부담과 때때로 겪게 되는 직업적 멸시는 필연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만약 택배 일을 시작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 몸담은 업종에서 감내해야 하는 것들과 택배기사로서 감내해야 하는 것들의 경중을 잘 따져보길 바란다. 물론, 택배기사라는 직업이 지닌 고충은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이야기를 통해 최대한 담아보고 싶었다.

 

결국, 택배 일을 포함한 모든 일은 그만의 고충과 보람이 존재하며, 그 균형을 잘 맞추고 본인에게 더 잘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는 내가 하는 일에서 힘든 일을 겪을 때 침착함을 유지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계속>

 

 

 

편집부 주

 

 

본지 화제의 연재물 <29살 택배 기사입니다>가

 

독자님덜의 용광로 같은 성원에 힘입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자고로 좋은 글은 또 봐도 좋은 것.

 

이 시대의 히어로 택배 기사의 삶을

 

이번엔 종잇장으로 느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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