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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연습과 함께 공습 대피 민방위 훈련 경보음이 울리자, 도서관 직원들이 시민들을 안내해서 도서관 지하로 대피시켰다. 대피하면서 든 생각은, 정말 공습 상황이면 제일 먼저 죽겠다 싶었다. 주변에 이보다 큰 건물은 없으니 정밀 타격하지 않고 대충 쏴도 명중할 만한 목표물이었다.
성능 좋은 현대 폭탄이랑 미사일이라면 지하 몇십 미터도 뚫고 내려와 터지는 판에 겨우 지하 1층에서 숨어 목숨을 부지하려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했다. 조금이라도 생존 확률을 높이려는 이 처절한 몸부림. 아, 정말 거지 같은 퇴행이다. 제주에 내려온 지 14년이 훌쩍 지났지만, 이런 엉터리 대피 훈련을 한 건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위험을 가중하는 엉터리 대피 훈련
작년 2월, 윤 대통령은 중앙통합방위회의를 7년 만에 주재하고
민관군경의 통합 방위 훈련 강화를 지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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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까지 대피 훈련에 참여하는 민방공 훈련은 2023년, 6년 만에 재개했다. 마지막 훈련은 2017년 박근혜 집권 시절이었다. 문재인 정권 동안은 전국 단위로 대규모 민간인이 참여하는 공습 대피 훈련은 실시하지 않았다. 북한과의 화해 무드에 코로나까지 겹쳐 대규모 민관동원 훈련이 어려웠다. 그런 특별한 상황이 아니어도 현대 무기의 파괴력을 고려할 때, 지금 시행하는 엉터리 대피 훈련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리 엉터리여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런 위험관리 훈련은 절대 엉터리면 안 된다. 엉터리면 국민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재난/재해 대비 훈련은 사람이 외력을 사용하지 않는 원시적이고 간단하지만 치밀하게 과학적으로 설계된 효과적 방법이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몸에 배도록 반복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시행된 민방공 훈련을 생각해 보면, 쓸데없이 국민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고, 북한을 자극해서 오히려 안보 위협을 드높이는 아주 바보 같은 짓이다. 전쟁 위험만 가중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윤 정권 들어 하는 을지훈련과 전 국민 대피 훈련이 정말 고약한 것은 정작 더 높은 확률로 닥칠 위험에 국민들이 속수무책으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 우린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숱한 인재와 자연재해로 수백 명의 목숨을 잃었다. 하나 같이 가장 후진적인 사고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전혀 개선될 기미가 없고, 새로운 위험만 층층이 쌓이고 있다.
불의 고리를 따라 강도 4~8 강진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일본은 급기야 난카이 대지진 주의보를 내렸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하면 적어도 32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 피해의 대부분은 쓰나미로 발생한다. 더구나 난카이 해구는 일본 열도 밑에 바싹 붙어 있어 쓰나미가 발생하면 대피할 시간조차 없다.
지진만으로도 앞이 캄캄한데,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바다 때문에 태풍은 계속 초대형으로 몸집을 올라와 역대급 수해와 풍해를 일으키고 있다. 올해 아직까진 한반도에 이렇다 할 태풍이나 지진의 피해가 없었지만, 전문가들은 계속 경고하고 있다. 한반도도 지진에 안전한 지역이 아니다, 9월이 되어 기압대가 바뀌면 얼마나 큰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올지 모른다, 등등.
북한 폭격기가 위험할까? 쓰나미가 위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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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제주도다. 제주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일까? 폭탄을 포도처럼 주렁주렁 달고 내려오는 북한 폭격기? 아니면 서해를 잠행한 북한 잠수함에서 띄운 무인 드론? 아니면 제주도를 타격하겠다고 거의 수직으로 쏘아 올린 ICBM…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고, 셈이 안 되도 삼 년 서당 개보다 못한, 이런 물건들은 보다보다 처음 봤다. 소개팅 나가 전혀 도움이 안 될 머리는 왜 무겁게 달고 다니는지…
제주도 주민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당연히 지진, 지진에 따른 쓰나미, 태풍과 한라산이다. 제주도에도 지진 보고가 끊이지 않는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아무르판, 양쯔판, 필리핀판 등이 만나는 연결 지역에 놓여 있다. 이 지각판들이 이동하고 부딪히고 섭입하면서 그동안 대규모 지진을 만들어 왔다. 한반도와 제주도는 지진 위험에 결코 안전하지 않다.
흔들리고 건물을 무너뜨리며 쩍쩍 갈라지는 땅도 무섭지만, 수심 100m 정도에서는 시속 100km로 질주하는 쓰나미가 더 무섭다. 제주도에서 가장 큰 도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인데 모두 해안에 붙어 있다. 일본이 경고한 난카이 대지진은 30m 이상 되는 쓰나미도 일으킬 수 있다. 30m 쓰나미면…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쑥대밭이 된다.
화산도 문제다. 이제는 상식이 되었듯, 현대 지질학에서 사화산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한번 땅 밑 에너지를 분출한 통로는 언제든 다시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다. 한국지질연구원은 제주도 한라산 물장오리 분화구의 아래쪽 퇴적층은 약 8,100년 전에, 위쪽 퇴적층은 3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파악했다. 고려사, 동국여지승람,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도 아무리 멀리 잡아도 10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화산 분출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필요한 대피 훈련은 누가 봐도 공습 대피 훈련이 아니다. 설사 김정은이 시험 삼아 북한이 개발한 ICBM이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쏜다 한들 머리가 있으면 서울에 쏘지, 왜 제주도에 쏘겠냐는 거다. 예전 같으면 청와대가 목표였겠지만 지금은 용산이 될 것이다. 김정은이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른다는 것은 북한을 세계 지도에서 지우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소리다. 그런 판단을 하면서 서울 아닌 제주도에? 혹시라도 임시 수도 삼을까 봐, 제주도부터???? 다시 말하지만 무겁게 머리 달고 다니지 말라, 몸이 너무 고생한다.
지하로 내려가는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오… 놀랍다…

지하 구석에 대피해 있는데 도서관 책임자가 ‘비상시 행동 요령’이라는 유인물을 나눠줬다. 자기소개를 하더니 문서를 읽기 시작했다. 비옷과 우산을 이용해 방사능 낙진을 피하라는 구절에서 부화가 부글부글 끓어 넘쳤다.
늘공을 배 깔고 눕게 하는 윤석열과 어공들
더운데 부아까지 치밀어 오르니 정신이 혼미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며 도파민 과다 분비로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자제력을 잃었다.
“저 말씀 중에 죄송한데, 한마디 할까요?”
“네…”
“선생님은 쓰나미에요, 아니면 공습이에요?”
“네?”
“제주도 사는 선생님은 제주도 도민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뭐라 생각하냐 물은 거예요. 쓰나미에요 아니면 북한 폭격기에요?”
“아니 이건 전국적인 훈련이라…”
“알아요, 전국 훈련이라 뺄 수도 없다는 거. 그리고 빼라고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제가 이 질문을 하는 건, 엉터리 민방공 훈련을 어쩔 수 없이 하더라도 특별자치도 공무원이라면 앵무새처럼 그 따위 대피요령을 읽고 있을 게 아니라 차라리 필요한 다른 대피 요령을 준비하라는 말을 하는 거예요. 지진, 쓰나미, 화산, 태풍, 제주도 사람한테 위협적인 자연재해가 많잖아요?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지방 공무원인 선생님을 비난하고자 하는 거 아니에요. 국민이, 도민이 바보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는 거지요.”
윤 정권이 들어서며 높아진 또 다른 위험은 늘공의 복지부동이다. 책임을 지지 않는 어공들의 막무가내와 행패는 늘공을 극도로 위축시킨다. 국가 관리 시스템과 지방 자치 관리 시스템은 이들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그렇게 되면 국민은 당장 위험에 직면한다. 그 현실적인 위험은 조금 다치고, 조금 손해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국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평생 모아온 재산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쓸어버린다.
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다른 직원이 대피장소에서 날 끌고 나왔다. 끌려 나오는 내 등 뒤에 대고 어떤 젊은이가 궁시렁 거렸다.
“뭐라고요?”
“존나 시끄럽다고요.”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생각했는지 직원이 잰 발걸음으로 나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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