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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해병 사건
25, 26장: 한동훈이 윤석열을 칠 것이다
27장: 용산은 이렇게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28장: 임성근과 윤태식의 평행이론(feat.수지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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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건폭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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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내 건설 현장의 갈취, 폭력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
-2023년 2월 21일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의 발언
에피소드 2. 수능 킬러문항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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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 (중략)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다.”
-2023년 6월 킬러문항을 보고 받은 후 대통령의 발언
에피소드 3. 의대정원 2,000명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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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먹구구식, 일방적으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비난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중략) 계속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하시냐? 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편을 감수하며 정부의 의료 개혁에 힘을 보태주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
-2024년 4월 1일 의대 증원에 관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中
대통령의 힘이 절정이었던 2023년 2월, 대통령은 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두 팔을 걷어붙였다. 놀랍게도 이건 ‘윤석열 정부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노동 개혁”의 핵심과제로 ‘건폭’을 내세웠다. 대통령의 일성에 관계 부처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던 원희룡은 월례비를 강요할 경우, 면허를 정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검경을 동원해 ‘건폭수사단’을 출범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놀라운 건 고용노동부였다.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은 채용 강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이 나서서 건설 현장을 뒤집어 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년간 건설노조원 3명 중 1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경찰과 검찰은 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4,829명을 입건해 이 중 148명을 구속했다. 엄청난 압박이었다. 그 사이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했지만, 보수지들은 건설 현장에서 태업과 노조의 채용 강요가 사라졌다며 정부의 업적을 추켜세우기에 바빴다.
검경은 사측의 불법행위도 단속하고 수사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같은 기간 입건된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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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에 대한 ‘격노’는 이보다 더 격렬한 화학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의 생각으론,
“이 부분에 대해선 누구도 태클을 걸지 않을 거야.”
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거다. 명분만 본다면, 잘못되지 않았다. 교과과정 밖에 있는 초고난도 문제는 그 자체로 사교육을 조장할 것이고, 이는 과도한 사교육비에 허덕이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거란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게 킬러문항은 수능 변별력을 확보한 교육 당국과 이를 통해 이익을 챙긴 입시학원의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대통령은 이걸 노렸고, 훌륭한(!?) 명분을 만들었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공정 수능을 만들겠다!”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수능 5개월을 앞두고 발표된 이 킬러문항 배제 선포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서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 기록을 자랑하며 상승했다.
그리고 의대 정원 증원 선언. 누가 봐도 총선을 앞둔 정책이었고, 총선용 주먹구구 발표였다. 이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했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한발 물러나야 했다는 건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엄밀히 따지면, 의료대란은 직역(職域) 이기주의이며 이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의대 정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다는 건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대통령 정책 방식의 ‘패턴’이다.
지난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 현장
대통령은 하나의 정책을 시행하기 전, 대상을 하나 정한다. 노동 개혁을 위해서는 건폭을 언급해야 했고, 교육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킬러문항, 한 발 더 들어가 입시학원을 정조준 했다. 의대 정원은 의사들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그 대상을 ‘악마’로 만들었다.
노파심에 말하는데, 지금 대통령의 정책을 옹호하거나 대상이 되는 직역이나 집단의 이익을 변호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대통령의 ‘방식’이다. 대통령은 누군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 범인을 잡기 위해 국가의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즉, 정책이 아니라 수사였다.
놀라운 건 그 사이에 벌어지는 불협화음이나 충돌, 반발 등에 대해서는 수사에 대한 ‘외압’ 정도로 느끼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배짱도 보여줬다. 이게 만약 수사였다면, 대통령은 칭찬받을 만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은 검찰총장이 아니라 이 나라의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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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어떤 걸 내놓아도 반발과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정치를 정의할 때 내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금언이 하나 있다.
“권위에 의한 재분배”
한정된 재화를 사회 구성원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이걸 ‘국가’란 이름으로 분배한다. 어떻게 분배하든 뒷말이 나오고,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걸 국가란 권위로 찍어 누른다.
앞에서 언급했듯 정책에는 부작용이 있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외 조항을 만들고 이익단체들과 협의하고, 타협도 한다. 이게 정치다. 동화책에 나오는 것처럼 권선징악, 사필귀정은 나오기 힘들다.
이때 필요한 건 균형적인 시각과 유연한 사고다. 카운터파트너가 될 대상을 악마화시킨 다음에 정치를 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건설노조를 잡고, 킬러문항을 때리고, 의사들을 악마화한 결과가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의대 정원 증원의 문제는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모든 걸 보여준 무대였다.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산출 근거에 대해, 4월 1일 대통령은 직접 밝혔다.
![[현장영상] _무조건 안된다는 겁니다!_ '의대 증원' 질문에 열변 토한 윤 대통령 _ JTBC News 3-21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552/136/819/c568b073bc13605085e27a87de1f69bd.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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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이란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다.”
문제는 그 근거를 지금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어떤 ‘근거’든 대통령은 2,000명이라는 숫자를 제시했다.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밝힌 숫자이기에 어떤 타협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이 후퇴하면, 정부는 무너진다. 가뜩이나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부인데, 한 번 무너지면 그다음은 손써볼 무엇도 없다.
대통령은 이를 악물고 2,000명을 주장했고, 그 결과 강대강의 대치가 발생했다.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면,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충분히 협의하고 사전 준비를 마친 다음에 순차적으로 정원을 늘리는 방안도 있다. 지난 4월 1일, 대통령이 내놓은 방안은 당장 2025년부터 기존 3,058명의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65% 늘리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매년 400명씩 한시적으로 증원해 총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겠다는 안과 비교해 본다면, 얼마나 파격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
일단 지르고 봤다.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협의회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350명 증원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작점을 여기로 잡았다면, 협상의 여지가 있었을 텐데, 대통령과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일단 2,000명으로 내질렀다. 이렇게 지르고 나니 협상의 여지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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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정책의 파급 효과다. 당장 입시 문제가 걸렸다. 영재고와 과학고에서는 자퇴러시가 이어졌다.
“장학금만 토해내면, 의대 입시에 문제없습니다!”
입시 컨설턴트들이 상담받는 학부모들에게 하는 말이다. 과학고에서는 의대로 진학할 경우 장학금을 회수하거나 추천서를 써주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놨지만, 의사가 되겠다는 욕망을 꺾지는 못했다. 기술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만든 학교 학생들의 자퇴러시가 이어졌다(한 해 100명이 넘어가는 KAIST 자퇴생들의 상당수가 의대로 향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통령이 내놓은 정책은 의대 쏠림 현상에 불을 질렀다.
만약 2,000명 의대 정원이 합의되었어도, 당장 이들을 가르칠 여건이 되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어렵다는 걸 정부도 인정(?)했다. 지난 7월, 교육부는 연구 실적 환산율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내용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대학교원 자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조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로 교육과 연구 경력을 합해서 최소 4년 이상 되어야 했다. 여기서 ‘경력’ 산정 기준을 들여다봐야 한다.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기관 또는 시설에서 연구 혹은 직무에 종사한 실적은 최소 30%, 최대 70%까지 인정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교육부가 이걸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을 100% 다 연구 실적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의대 졸업 후 4년간 개원의로 활동하면, 대학교수가 되기 위한 최소 연구 경력 4년을 다 충족한 걸로 인정해 준다는 뜻이다.
학생 숫자가 늘어나니 이를 책임 질 의대 교수를 늘리기 위해 이런 ‘꼼수’가 등장했다. 누가 봐도 주먹구구식 행정이고 정책이다. 의대 정원 증원은 대통령이 늘 해왔던 대로 누구 하나를 악마로 만들고, 그걸 명분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여기에는 ‘총선’이란 급박한 상황도 한몫했다. 아니, 그게 주효했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직역 이기주의를 비껴가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책의 행보 그 자체를 말하고자 한다. 누가 봐도 총선용이고,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서툴고 서두른) 정책이다. 2,000명이 별 탈 없이 인정됐더라도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건, 교육부의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기의 옳음을 강변하고 있다. 왜 그러는 걸까? 아니, 그 이전에 대통령은 버틸 수 있을까?
채해병 사건과 관계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대통령의 행태가 모든 문제와 연결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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