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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세 번째 기자회견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소통 행사’라는 명목으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정브리핑은 40분, 기자회견은 90분으로 진행됐다. 총 130여 분가량을 풀영상으로 지켜본 후 든 느낌은, 이렇게 요약되었다. 

 

‘권위주의와 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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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경제>

 

‘권위주의’는 비언어적 요소에서 여러 나타났다. 기자의 질문을 경청하지 않는 태도가 보였고, 그로 인해 비롯한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하대하는 태도가 보였다. 기자회견 중 윤석열 대통령은 사회를 맡은 정해전 대변인에게 반말을 툭 던졌다. 본인이 기자의 질문을 경청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였다. 

 

이 장면은 평소 그가 얼마나 권위주의적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무려 ‘대국민 소통 행사’에서 나온 모습이었다. 국민과 소통한다는 자리에서 보인 모습이다. 전 국민이 보라고 진행한 행사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건,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그중에서도 특히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70%의 국민을 향해 어떤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무지’는 언어적 요소에서 나타났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모른다’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자신이 임명한 독립기념관장이 누군지 모른다고 하는 대통령,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는 대통령’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이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알아야 할 내용을 알려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대통령이 과연 국정에 대해 얼마나 파악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국가와 국민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 정말 알고는 있는지 우려스러울 뿐이다.

 

 

저렇게 하는 대통령이 누가 있겠냐

 

이같은 우려와 달리, 대통령실의 평가는 극찬으로 가득 차 있다. 예를 들면,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올해 상반기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9.1%나 증가한 3천350억 달러를 달성’했고, 이로 인해 ‘상반기 일본과의 수출액 격차는 32억 달러’로 좁혀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과거에는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이 눈앞의 현실’이 되었다고 자평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자화자찬은 더욱 노골적이다. 한국경제 보도(링크)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원고 없이 1시간 20분가량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고 참모들 사이에서도 ‘저렇게 하는 대통령이 누가 있겠냐’는 반응이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그간 윤석열 이전 정권에 대한 뉴스는 아예 안 보고 살았던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이 뭐였더라?

 

대통령실 관계자의 평가와는 달리, 실제 기자회견 영상을 살펴보면 현실은 다르다. 필자는 JTBC [윤석열 대통령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풀영상을 모두 보았다. 이번 기자회견 관련 첫 번째 키워드인 ‘권위주의’는 이 영상 1시간 44분 부근에서 잘 드러난다.

 

해당 부분 영상

 

문화일보 기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사 관련 질문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질문이 조금 불편했는지 기자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질문을 3개쯤 하시니까 갑자기 뒤엣것만 생각나고, 지금 뉴라이트 이야기부터 하셨나요?”

 

라고 반문했다. 이후 착석해 있던 기자들이 첫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해 주자 윤 대통령은 답변을 시작했다. 그리고 답변을 하던 중 마지막 질문을 까먹자, 윤석열 대통령은 사회를 보던 정해전 대변인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그리고 마지막이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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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을 하던 중

질문이 기억나지 않자

고개를 돌려 사회를 보는

정해전 대변인에게

반말로 질문하고 있다.

출처-<JTBC>

 

이 기자회견은 대통령 기자회견이다. 그렇다면 기자의 질문을 숙지하는 책임은 사회자가 아닌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기자가 질문할 때, 대통령은 당연히 질문을 경청하고 질문의 요지를 정리했어야 한다. 설령 실수로 잊어버렸다면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정중하게 물어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실수를 인정하기는커녕, 자신의 실수로 비롯된 그리고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변인에게 반말을 했다. 이는 대통령이 카메라가 없는 평소에 부하직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권위주의적인 태도는 평소 국민을 여러 부분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군대, 검찰과 같은 무력으로 정치적 상대와 국민을 제압하는 통치였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고려하지 않은 수직적 관계가 보편적인 시대였다. 반면, 민주주의 시대는 말과 글로 정치적 상대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를 기반으로 수평적 관계가 기본인 시대다. 나아가, 민주주의 시대에서는 국민을 주인으로 인식하며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에서 보인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는 권위가 없는, 그래서 더욱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말았다. 

 

2024년 현재, 우리 국민은 탈권위주의, 민주주의 시대의 국민으로 살고 있는데, 우리 대통령은 마치 196-70년대 권위주의, 독재 시대의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다. 

 

 

모르는 게 당당한 대통령 

 

이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무지 역시 도드라졌다. 특히, 인사 과정과 역사의식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모르는 것뿐 아니라, 오히려 무지한 것이 자랑인 듯 말한다. 

 

윤석열 정부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이후 뉴라이트 인사들을 등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두 가지를 자신 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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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되는 인물들

(왼쪽부터) 김문수, 김형석, 안창호, 이진숙

출처-<연합뉴스>

 

먼저 인사와 관련된 답변은 아래와 같다. 

 

가지회견 하는 윤석열 연합뉴스.jpg

 

“김형석 관장에 대한 인사는, 저도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분이다. (중략) 보통 1, 2, 3등으로 심사한 서열을 매겨서 보내는 모양이다. 보통 1번으로 올라온 분을 제청한다. 저는 그런 인사 과정에 대해서 장관이 위원회를 거쳐서 1번으로 제청한 사람에 대한 인사를 거부해 본 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답변 자체가 문제인 것을 모른다. 자신이 임명하여 최근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누구인지 제대로 모른다는 것을 넘어,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모든 인사 과정이 이번처럼 진행되었다고 실토한 것이다. 즉,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 진행한 모든 인사에서 모두 1번으로 추천된 사람을 무비판적으로 선택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통령은 인사권자로서 무엇을 기준으로 인사를 했단 말인가. 어떻게 이것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지금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인사권자는 누군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최근 뜨거운 이슈인 ‘뉴라이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뉴라이트 이야기가 요새 많이 나온다. 저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인사 과정에 이어 역사의식에서도 무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정확히 20년 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세대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때 한 학생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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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강연 모습

출처-<서울신문>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판단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자인 리더는 많은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인데, 만약 그 리더의 판단력이 잘못되면 여러 사람이 낭패 본다는 뜻으로 한 답변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대답을 이어 나갔다. 그가 정의 내린 판단력이 무엇인지 답했다.

 

그는 그 판단력을 이렇게 정의했다.

 

‘역사를 꿰뚫어 볼 줄 아는 통찰력’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과 정확히 반대되는 인식이다. 윤 대통령의 답변이 더욱 문제인 점은 단순한 역사의식이 부재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뉴라이트’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기록된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이는 대통령이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헌법 정신을 어긴 것이다. 

 

특정 국가와 사회의 사상을 형성하는 가장 결정적인 토대는 ‘동일한 역사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윤 대통령은 이 결정적인 토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1910~45년까지 대한민국 국민이 경험했던 식민지 역사와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다른 나라도 아닌 침략자였던 일본의 주장으로 왜곡하고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역사가인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말씀을 빌려, 말하고 싶다.

 

“역사를 잊은 지도자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순 없다.”

 

Profile
이름은 박민중입니다.
생일은 3.1절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