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마약 국내 유입에 인천공항세관 직원이 연루됐을 개연성이 있고, 이를 수사하던 경찰이 외압을 받고 불복하다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자기에게 외압을 가한 상관과 관세청 고위직 공무원들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 조치했다. 이 경찰은 신임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나와 자신이 마약 밀수 사건을 수사하다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해 ‘아리까리한 히어로’가 되었다. 그런데 히어로면 히어로지 왜 ‘아리까리’한 지 판단하기 위해 이 사건을 처음부터 되짚어 보려 한다.

 

윗글은 관련 보도와 7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신임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회의록, 8월 20일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 회의록을 토대로 사실관계가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말레이시아, 필로폰, 세관 일직선 스토리 

 

gfgfg.jpg

출처 - (링크)

 

시민들은 관련 보도가 터져 나오자, 분노하기 이전에 경악했다. 

 

말레이시아, 마약, 관세청 세관 직원

 

이 세 단어가 일직선상에서 엮일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국내 마약 유입은 심각한 수준이며,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2년 전에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모든 경찰병력을 마약 수사에 투입해 지역 축제에 질서유지 경찰병력을 배치하지 않아 159명이 서울 한복판에 선 채로 질식사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마약 수사범을 단속하고 잡아야 할 인천공항세관 직원이 마약 사범들을 빼돌려 무사히 공항 검색대를 빠져나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왜 이렇게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상화되는 것인지, 또 그것을 넘어 이제 국민 개개인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자각하기 충분한 사건이었다.

 

거기다 뒤늦은 범인들의 자백으로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외압을 받아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직접 외압을 가하던 관할 경찰서 서장은 발령받아 근무한 지 6개월 만에 용산 대통령실로 영전했다. “아니, 또?”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사건 발생부터 간략히 살펴보자.

 

수십 kg 필로폰의 공항검색대 통과, 가능하다고?

 

20231010501565.jpg

작년 10월, 마약 밀매 조직을 검거한 뒤 증거물을 보이는 백해룡 형사2과장

출처 - (링크)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수사가 이뤄진 계기는 2023년 7월 말 30대 필로폰 단순투약자가 검거되면서부터다. 이때 잡은 공범의 자백에 의해 경찰은 인천공항세관 직원의 연루 가능성을 인지했다. 경찰은 투약자의 마약 입수 경로를 추적했고, 영등포경찰서장 지시로 백해룡 형사2과장(당시)을 팀장으로 한 12명의 마약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수십 차례 검거 활동과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리고 9월 말, 필로폰 27.3kg을 압수한다.

 

시가 834억 원 상당량이었다. 10월에는 시가 2,22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한 국제 연합 마약 조직도 검거했다(관련기사: 한,중,말레이 마약조직 검거... 시가 2200억, 역대 두번째 필로폰량(링크)). 이 과정에서 경찰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선적 대기 중이던 100kg 상당의 마약을 회수 조처했다.

 

공범의 자백에 따르면, 인천공항세관 직원 연루 의혹의 전말은 이렇다.

 

2023년 1월 27일 말레이시아에서 마약 유통책 6명은 필로폰을 몸에 테이프로 칭칭 감아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인천공항 세관 구역 로비에서 세관 직원 복장을 한 남자 2명을 만나 그들의 안내로 4번과 5번 세관 검색대를 무사히 빠져나왔다. 무사히 빠져나온 이들은 서울 시내로 들어와 또 다른 유통책을 무사히 접선해 마약을 건넸고, 그렇게 이 마약은 국내 어딘가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백해룡 경정을 필두로 한 영등포경찰서 마약수사전담팀은 1월 27일 국내에 마약을 밀반입해 들여온 공범 2명을 데리고 행적 검증을 실시했다. 9월 9일에 명동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고, 9월 22일과 24일까지 사흘 동안 인천공항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공범 중 한 명은 입국을 도왔던 세관 직원 세 명을 지목했다. 수사팀은 9월 11일 세관의 연루 가능성을 상부에 보고했는데, 이 이후부터 잘 나가던 수사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디서 본 듯한 수법

 

화면 캡처 2024-09-05 191514.jpg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에서 답변 중인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출처 - (링크)

 

일단 국회 청문회에서 백해룡 경정과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이었던 김찬수(현 대통령비서실 자치행정 비서관실 행정관)가 2023년 9월 20일 밤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김찬수 전 서장은 22일에 예정되어 있던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

 

백해룡 경정에 의하면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김 전 서장이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고, 김 전 서장은 “세관 압수수색을 언론 브리핑 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여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진술이 엇갈린다. 백 경정은 용산을 언급하며 김 전 서장이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고, 김 전 서장은 “언론 브리핑 후 세관 압수수색을 하면 압수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우려가 있고, 또 그 사이 증거 인멸을 할 수도 있어 연기를 지시했다. 더군다나 당시는 본청 국가수사본부에도 보고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2024년 8월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록, 8-10, 13쪽).

 

다만, 2023년 9월 20일 밤 백해룡 경정과 김 전 서장은 전화 통화를 했고, 이 통화에서 김 전 서장은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는 것만큼은 두 사람 다 인정한 사실이다.

 

이 사실만으로 백해룡 경정이 수사 방해, 외압을 주장하고 국회 나와 폭로했다면 ‘과하다’거나 백 경정이 ‘피해망상’이라는 평가가 지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10월 6일 언론브리핑 전날 보도자료에서 서울경찰청에 의해 세관 관련 내용이 모두 빠졌다. 이날 오전에는 강상문 서울경찰청 형사과장(현 영등포경찰서장)이 마약 수사 사건 이관을 언급했다. 이날 오후엔 생뚱맞은 인물이 등장한다. 조병노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현 수원남부경찰서장)이 백해룡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이 관세청 수사를 하면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라며 “언론 브리핑에서 세관 관련 내용을 빼달라”, “국정감사 때 세관 내용 가지고 정부를 엄청 공격할 텐데 야당 도와줄 일 있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물론, 조병노 부장은 “외압 목적은 없었다”며 이 같은 발언을 부인했다(국회 행정안전부 회의록, 2024.08.20., 31-33쪽). 그렇지만 백해룡 경정과 10월 5일 통화한 것은 사실임을 확인했다.

 

이들 사이에 통화는 또 이뤄졌으나 백 경정이 녹음을 작정하고 사실확인을 위해 이뤄진 통화였다. 이 통화에서 조 부장은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라고 백 경정에게 묻는다(노병노‧백해룡 통화 녹취 원본(링크))

 

[단독]조병노 위증 의혹…백 경정 통화서 _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__ 7-59 screenshot.png

CBS 보도 조병노‧백해룡 경정 통화 녹취 유튜브 캡처

출처 - (링크)

 

조병노 부장은 당시만 해도 수사 지휘라인도 아니었고 백 경정과 일면식도 없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조 부장은 채해병 사망사건 관련해 ‘멋진 해병’ 단톡방에 이종호(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승진이 필요한 인물로 언급한 사람이기도 하다. 또한 조병노 부장은 작년 11월 14일 백 경정에게 ‘언론에 보도 안 되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여러 차례 보냈다(관련 보도: 마약수사 외압의혹, 경무관의 거듭된 문자(링크)).

 

어쨌든 10월 6일로 예정되었던 언론 브리핑은 10일로 다시 연기되었다. 그리고 6일 아침에는 인천공항세관 통관 2국장과 감사과장이 백해룡 경정을 찾아와 브리핑에서 세관 언급을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백 경정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거절했고, 이후에는 서울경찰청 폭력계장으로부터 “이첩 지시가 떨어졌다. 따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때 백 경정은 수사팀에 “모든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예정된 10월 10일 언론 브리핑에서는 세관 관련 내용이 모두 빠진 채 브리핑이 이뤄졌고, 기자들에 의해 세관 통관 과정의 문제가 지적되었고 백 경정은 “세관 통과 과정을 확인해 보겠다”고 답한다.

 

이 난리를 겪는 와중에 또 다른 마약 유통책 한 명이 잡혔고, 이 공범도 인천공항에 현장 검증을 나갔을 때 자신을 도와준 세관 직원 두 명을 지목했다. 먼저 잡힌 공범이 지목한 세관 직원 두 명과 같은 인물이었다. 이 공범은 1월 27일에 말레이시아에서 필로폰을 몸에 부착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왔고, 2월 27일에도 김해공항을 통해 들어오다 잡힌 것이다.

 

9월 20일 밤 김찬수 당시 서장과 백해룡 경정의 언론 브리핑을 연기하라는 통화가 이뤄진 직후, 마약 수사는 세관 압수수색 영장 청구 요청이 검찰에 기각되는 등 계속해서 장애물에 부딪히다 결국, 사건은 이관되었다.

 

백 경정은 사실상 좌천에 가까운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 반면, 수사 초반에 전담팀을 꾸려 수사하라고 지시하고 수사를 격려했던 김찬수 서장은 영등포서장으로 부임한 지 6개월 만에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긴다. 백 경정과 일면식도 없으면서 그에게 전화해 ‘경찰이 관세청을 수사하면 제 얼굴에 침 뱉기’라며 언론 브리핑 자료에서 세관을 빼라고 했던 조병노 부장은 수원경찰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7월, 국회에서 행정안전상임위원회 소관으로 열린 신임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백 경정은 마약 사건에 대한 외압 의혹과 세관 연루 가능성을 거침없이 폭로했다. 그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고광효 관세청장, 조병노 경무관 등 9명의 경찰, 관세청 고위직들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그사이 관세청은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이런 해명을 내놓았다.

 

“마약 밀수범이 자신들을 도왔다고 지목한 세관원 중 한 명은 당일 연가를 내고 근무하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동선 기록에 잡히지 않는다. 또 4, 5번 검색대 사이로 빠져나갔다고 했는데, 입건된 직원 중 당일 4, 5번 검색대에서 근무하지 않았다.”

 

또한 세관원이 도왔다는 마약 밀수범들의 진술은 “수사를 교란하고 자중지란을 불러일으키려는 밀수범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해당 사건에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리자, 국회 행정안전상임위원회는 지난 8월 20일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백해룡 경정의 폭로

 

화면 캡처 2024-09-05 191222.jpg

출처 - (링크)

 

이 자리에 출석한 백 경정은 거침이 없고 당당했다. 본청, 서울경찰청, 관세청 등을 움직여 한꺼번에 외압을 행사하도록 움직일 수 있는 건 한 군데뿐이라며 사실상 용산을 지목했다. 그뿐만 아니라 외압의 당사자로 고광효 관세청장을 지목했다. 그는 “관세청장이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하고 다녔기 때문에 공직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아주 서슴없이 하고 다니신 분이다. 사건을 청탁하고. 사건을 청탁하는 자리에 감사과장, 감사계장을 보내는 그런 기관장이 세상에 어디 있나, 공조직에서 그렇게 하는 기관이 있다고 들어 보셨냐?”고 반문하며 면전에 대고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했다.

 

또 자신에게 마약수사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지시하고, 수사 도중 성과가 나자 이를 격려하다 어느 순간 브리핑 연기 지시부터 잘 나가던 수사에 제동을 건, 직속상관 김찬수 서장 면전에서는 “본인의 영달을 위해 조직원을 배신하고 제 등에 칼을 꽂은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백 경정은 이 자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병노, 강상문 등 다른 증인과 진술이 배치될 때도 즉각 반박했다. 국내 유입된 마약의 증가 원인으로 관세청 세관 직원들의 연루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관세청은 직원들이 운영하는 전자 통관시스템이라고 있습니다. 여기에 모든 승객 정보가 들어 있고 이 승객 정보를 구성해 가지고 공범들을 파악하고 그다음에 압피스를 걸어서 마약 사범들을 검거를 합니다. 지금 보시면 이 반복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일주일 10일 간격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걸 전자 통관 시스템에서 걸러내지 못했다고요? 그러면 그 대한민국 전자 통관시스템 교체해야 합니다. 사람이 확인하는 게 아니고 이 컴퓨터(시스템)이 이 사람들을 걸러내서 ‘이 사람들을 검색해 주세요’라고 직원들한테 주문하는건데 그런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이거 보십시오. 한 달 동안 12번 뚫렸는데 계속 같은 조직에서 들락날락거리지 않습니까? 이게 지금 우리 대한민국 하늘 국경의 현실입니다.”

 

이날 관세청장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세관 직원들의 연루 정황이 확인되면 엄격히 징계처분할 것”이라 말했지만, CCTV 파일 제공 등 수사 협조에 대해서는 “또 다른 기밀도 있기 때문에 영장 없이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백 경정은 “수사에 필요한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수사 방해다. 세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다면 진실 규명이 어렵다”고 응수했다. 

 

여기까지 진행 상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건 수사 → 엄청난 성과 → 언론 브리핑 계획 → 수사 담당자와 직속상관의 전화 통화 혹은 면담 → 언론 브리핑 연기 → 누구(어디 관련자는)는 빼라! →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에게 수사 담당자에게 쏟아지는 전화와 요청들 → 수사 담당자 징계 혹은 좌천성 인사 → 혐의자들 놓치거나 책임에서 빠져나감 → 수사 담당자의 외압 폭로 → 수사 담당자의 외압을 행사한 고위직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

 

채 해병 사망사건 때도 마찬가지다. 박정훈 대령이 지휘하는 수사팀이 수사한 내용을 가지고 장관에게 보고했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도 직속상관으로 박 대령을 치하했다. 그런데 국회 브리핑과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어떤 이유로 브리핑이 취소되었다. 지난해 7월 30일부터 8월 2일 박 대령이 경북경찰서에 이첩한 수사 결과보고서를 회수하기까지의 밝혀진 내막, ‘혐의자, 죄명 빼라! 누구누구는 빼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박 대령의 폭로와 수사 외압 정황, 이후 박 대령 항명죄 기소, 국방부 조사단의 채 해병 사망사건 재조사, 채 해명 사망에 책임 있는 지휘자들의 안녕 또는 영전까지.

 

이 정도면 한 사람의 작품이라 할 정도로 흐름이 똑같다. 

 

검사 임은정, 박정훈 대령 백해룡 경정까지. 위법한 상관의 명령에 반항하다 좌천당하고, 끝내 이 사실을 폭로했다. 백 경정은 마지막엔 외압을 행사한 상관들을 모조리 공수처에 고발했다.

 

sfd.jpg

출처 - (링크)

 

그런데 왜 백 경정에게만 ‘아리까리한’ 영웅이라는 이미지가 붙은 것일까?

 

백 경정이 관세청 세관 직원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에 나선 것은 순전히 범죄자의 일방적인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백 경정을 두고 윤석열처럼 수사에만 몰두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동시에 지난달 20일 열린 국회 청문회가 명확한 진실을 밝히지 못한 맹탕 청문회라는 평가절하 보도도 잇따른다.

 

백 경정의 폭로와 외압 행사 관련자들에 대한 공수처 고발이 정말 ‘아리까리’한 것일까?

 

백 경정이 명확한 증거 없이 과연 마약 범죄자의 작전에 가까운 진술에만 의존해 무리하게 세관 직원을 엮은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공항 검색대를 통과해 본 사람이라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마약 몇십 킬로그램을 몸에 붙이고 입국해 검색대를 버젓이 통과했고, 수차례나 들락날락하며 국내 유입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하나의 퍼즐로, 비정상적인 상황의 흐름이 이해된다면 그 진위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 응당 업무 담당자의 역할이다. 이런 의식의 흐름은 상식에 가깝다. 그 업무를 알고 그 조직에 몸담았던 이들만이 알 수 있는 상식과 판단이 있을 수 있다.

 

이번 경우도 그런지 한번 확인해 보았다.

 

좀, 아주, 많이 이상한 점

 

관련 직종의 사람들은 반응은 이렇다.

 

“좀, 많이, 이상하다!”

 

우선, 사건 이첩 문제다. 사건 이첩과 관련해 이렇게 말이 많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수사기관이나 공직 분위기, 특히 경찰 내에선 누군가, 어떤 부서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수사 지휘라인에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가타부타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다. 여기저기에서 백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이래라저래라 말했다는 건 충분히 수상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최근 공수처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발이 줄을 잇는 분위기에서 말이다.

 

또한 세관 연루 말레이시아 마약밀수 사건과 같은 규모의 사건을 서울경찰청이 나서 이첩을 해라! 말아라! 이야기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초기 수사를 시작했고,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성과를 내고 있던 영등포경찰서에서 관세청, 공항 검색대까지 압수수색 해 뒤진 후 해치웠어야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시각이다.

 

조병노, 니가 왜 거기서 나와?

 

fgfdg.jpg

출처 - (링크)

 

‘좀, 많이,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조병노 부장의 등장이다. 세관 직원 연루 의혹, 수사 외압 의혹 같은 양측의 주장이 대립하는 사안을 빼고, 확실한 사실 중에서 ‘일면식도 없고, 아무런 업무 연관성이 없는 조병노 부장이 직접 백 경정에서 전화해 이 사건 수사에 대해서 가타부타 어떤 말이든 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한다.

 

관세청장이야 자기 회사 직원이 연루된 의혹이니, 알려지면 관리감독 책임 부실로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고 필사적으로 움직였을 수 있다. 하지만 수사 지휘라인도 아니고 그 어떤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조병노의 등장은 뜬금없다.

 

요즘같이 내 사건 아닌 다른 사건, 그리고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 속에서, 세관이 연루된 의혹을 받는 마약 사건에, 아무런 연관도 없던 조병노 부장이 백 경정을 아는 누군가를 시켜서 혹은 부탁해서 말을 넣는 것도 아닌 당사자가 ‘직접’ 백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꼭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찰 조직에서 근무했거나 여전히 적을 둔 이들은 해당 사안을 이렇게 인식한다.

 

‘조병노 부장이 굉장히 다급했거나, 자기 존재를 드러내서라도 누구한테 좋은 신호를 줬어야 했거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정말로 설명이 안 된다. 이러한 특별한 이유가 있고, 그렇게 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강한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영혼 있는 공무원'의 등장 

 

화면 캡처 2024-09-05 193300.jpg

출처 - (링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해당 사건이 이렇게까지 알려지게 된 것은, 백 경정 같이 참지 못한 강한 성정의 사람에게 걸렸기 때문이다. 이는 임은정 검사나, 박정훈 대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백지 구형 지시를 불복하고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나, 죄명, 혐의자들 일부 빼고 이첩하라는 지시에 반발한 박 대령이 만약 불법한 상관의 지시를 따랐다면, 그냥 넘어갔을 사안이다. 백 경정이 아니었고 그 자리에 다른 수사관이 있어 사건 이첩하고, 세관을 언급하지 않은 채 언론브리핑을 가지고 사건을 끝냈으면 또 그렇게 아무 일 없이 넘어갔을 것이다.

 

화면 캡처 2024-09-05 193630.jpg

출처 - (링크)

 

조직을 넘어선 누군가의 힘이 작용하고, 그럴 때마다 자기 자리보전을 우선으로 여긴 사람들이 그냥저냥 사건을 덮은 일은 과거에도 수없이 벌어졌을 일이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갔을 뿐. 그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감옥에 가고, 국경이 뚫려 마약이 들어오고, 국내에 마약 범죄가 급증하고, 죽은 자는 있는데 죽음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이, 자리보전하고 영예롭게 퇴진한 역사가 지속되어 왔다는 뜻이다.

 

그러니 정말 백 경정이 아리까리한 영웅인지 경찰다운 경찰이었는지를 말하기 이전에 이 사건의 본질을 먼저 짚어야 했다. 특히, 조직동일체성이 강한 군, 검, 경에서 조직의 명령에 불복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건강하고 상식적이고 안전한 사회로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백해룡, 박정훈, 임은정은 성격이 독특해 조직에서 튀어나온 사람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보기 드문 영혼 있는 공무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등장에 응원을 보낼 때, 또 다른 고발자가 등장하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