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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의 손해를 어떻게 됐든 합병의 목적이 어쨌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9월 1일 결국 최종적으로 합병되었다. 

 

그렇게 결과적으로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세습과 그를 위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다. 이 과정에서 법적으로도 특별히 문제 될 건 보이지 않았다.

 

논란은 많았지만, 어쨌건 사건은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곳에서 논란이 제기되었다.

 

바로, 국민연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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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논란의 중심에 선 국민연금

 

잠시 2015년 합병에 대한 임시주주총회로 돌아가 보자.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주식을 10% 넘게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이다. 참고로 한국의 기업들은 과거 ‘순환출자’라는 이름으로 계열사들의 지분을 취득하고 지배력을 키워왔는데, 삼성물산의 주식을 보유한 삼성그룹도 이런 순환출자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은 순환출자라는 이름으로 비교적 적은 자본을 갖고도 대기업 집단을 지배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일감몰아주기 같은 문제와 IMF 시기 순환 출자한 기업들의 연쇄 부도 같은 문제가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추후 기회가 되면 자세히 다루어 보겠다. 참고로 최근에는 ‘지주사’를 통한 지배구조 단순화와 개편이 이루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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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합병에 대한 임시주주총회 당시 삼성물산의 지분은 위와 같았다. 

 

국민연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야기할 지점은 KCC다. 원래 KCC는 삼성물산의 지분을 0.03%밖에 갖고 있지 않았지만,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매각하면서 5.96%까지 지분을 확보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외부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생기기 때문에 5.93%의 지분을 KCC에 매각함으로써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우군을 만든 것이다.  

 

엘리엇은 이런 식의 지분 매각도 주주총회 의결을 위한 불법행위로 봤다. 그래서 국내 법원에 주주총회 개최 금지 및 KCC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기각되었다

 

참고로, 기업의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는 특별결의 사안이기 때문에 참석 주주의 2/3 이상, 전체 발행주식의 1/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만 가결된다. 당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지분이 83.57%였기 때문에 가결을 위해서는 약 56%의 찬성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국민연금’이 등장한다. 

 

국민연금은 당시 삼성물산 지분을 11.21%나 가지고 있었다. 국민연금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에 따라 합병이 성사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거대한 의결권이었다.

 

주총 결과는 찬성표 69.53%라는 결과가 나오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이 통과되었다. 56%의 찬성표가 필요한 상황에 69.53%의 찬성표가 나왔으니, 11.21% 지분을 갖고 있던 국민연금이 반대했어도 어차피 성사되는 판 아니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민연금은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인 2015년 7월 10일 이미 합병에 찬성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대세가 기울었다고 생각한 소액주주들이 무조건적인 찬성표를 던지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기에 국민연금의 이런 결정을 단순히 11.21%로만 계산할 수는 없다.

 

국민연금 삼성물산 제일모직 연합뉴스.jpg

출처-<연합뉴스>

 

그렇다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했을까? 삼성물산의 주주라면 이 합병이 성사된다면, 무조건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었다. 국민연금 역시 이 합병으로 581억 원이나 손실을 보았다(추가로 이후 주가 하락으로 인해 손실액은 5,000억 원 대로 늘어났다). 

 

국민연금이란 기관이 어떤 기관인가? 국민들의 노후 대비 자금을 관리하는 곳이다. 자금을 운용하면서 무조건 수익을 낼 수만은 없고 그렇게 요구할 수도 없겠지만,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했다면, 충분한 이유와 합리적 근거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홍보팀은 이렇게 답했다.

 

“삼성물산 합병 찬성은 기금운용절차에 따라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통해 한 것”

 

하지만 이후 국민연금의 찬성이 석연치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게 되었다.

 

우선 합병에 찬성하기로 밝힌 2015년 7월 10일,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12명의 위원 중 8명의 찬성으로 해당 합병에 찬성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것만 봤을 때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심스러운 부분이 꽤 보였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합병 찬성 안건을 가결하기 약 한 달 전, SK와 SK C&C 합병 안건 때 참석했던 위원 2명이 교체되었다(당시 SK와 SK C&C 합병 안건은 부결되었다). 단순한 인사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합병 찬성을 관철시키기 위해 ‘홍완선 사람’으로 분류되는 팀장 2명을 포함시켰다.”

 

게다가 한 달 전 SK의 합병 건과 삼성물산의 합병 건은 맥락이 동일한 사안이라 위원들을 교체할 필요도 없는데, 갑자기 팀장급 인사를 2명이나 바꾼 점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의혹으로 내부 투자팀의 검토 의견이 배제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연금의 투자위에는 내부 책임투자팀이라는 게 있어서 검토 의견을 제시한다. 책임투자팀은 외부 자문기구들과 접촉하며 의결권 행사를 일차적으로 검토하는 부서이다. 이들의 의견은 투자위 위원들에게 핵심적인 가이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 건에 한해서는 책임투자팀의 의견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 10년간 국민연금에서 진행된 59건 가운데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 : 0.35’, 자본시장법상 10% 할증 조항을 활용해도 ‘1 : 0.42’라는 것을 알면서도 찬성을 강행했는데,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이런 결정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의견 등 국민연금의 결정에는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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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되고

약 1년이 지난

2016년 5월 30일,

서울고등법원은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가격을 토대로

합병비율을 재산정했다.

그 결과, 합병비율은

‘1 : 0.35’가 아니라

‘1 : 0.403’이 맞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잘못된 것이고, 전문가들은 적정 합병 비율이 ‘1 : 1’에 가까워야 한다고 분석했다(링크)). 

 

이런 의혹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당시 박근혜 정부의 삼성 봐주기 정도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뒤에 있을 더 거대한 사건의 일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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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시스>

 

 

국정농단과 회계농단(분식회계)

 

2016년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잊지 못할 한 해라고 생각한다. 2015년부터 조금씩 붉어져 오던 박근혜를 둘러싼 의혹들이 2016년 10월이 되자 서서히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11월 12일 광화문에 모인 촛불들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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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사진공동취재단>

 

그리고 잊혀진 듯했던 삼성물산 합병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박근혜 정권과 삼성물산 합병 사건의 유착 관계가 드러난 것이었다. 이 연결고리는 의외로 쉽게 밝혀졌다.

 

취재와 수사를 통해 삼성이 최순실의 회사였던 비덱스포츠(코레스포츠)로 35억 원을 직접 보냈고,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를 위해 승마협회에도 180억 원대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예정한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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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박근혜와 이재용 부회장이 단독 면담을 했으며, 이후에 안종범(당시 경제수석)이 국민연금 투자위에 관여한 사실, 안종범-문형표(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사이 합병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은 정황, 문형표와 홍완선(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관계까지 모두 드러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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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안종범,

문형표,

홍완선

출처-<KBS>

 

결국, 그간 의혹으로만 제기되었던 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밝혀지며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박근혜는 탄핵되고 관련자들도 차례로 처벌받았지만, 긴 법정 공방 끝에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2월 약 1년여 만에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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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삼성물산 합병 관련 사건은 이렇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석방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물산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대주주로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이 발생했다. 당시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받은 이유 중 하나로 제시되었던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란 이유였다.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조 9천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갑자기 탈바꿈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기업으로 변경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장부금액을 2천9백 억대에서 4조 8천억 원대로 재평가했고, 이러한 회계상 투자 이익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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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출처-<한겨레>

 

자회사는 종속기업이라고도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50% 초과 보유하는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즉, 종속기업으로 분류한다. 지분 보유율이 20% 초과 50% 미만일 경우에는 관계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두 분류의 차이는 회계기준의 차이를 가져온다. 종속기업의 경우 연결재무제표로 작성하고, 관계기업일 경우 개별재무제표로 작성한다. 쉽게 말해,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면 장부가치를 적용하여 모회사가 종속기업의 손익에 영향을 받게 되지만, 관계기업으로 취급되어 개별재무제표를 작성하면 단순히 투자회사 정도로 취급하여 공정가치를 적용하게 된다. 이렇게 개별재무제표를 적용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가 약 5조 원에 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5조 원에 달하는 가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상 투자 이익으로 반영되었다. 그리하여 4년간 적자만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익이 2015년 갑자기 1조 9천억 원이 될 수 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절차는 국제회계기준상 종속기업투자주식을 관계기업투자주식으로 재분류하는 경우 그 차손익을 당기손익으로 분류하도록 하고 있기에, 불법적인 행위라고는 할 수는 없었다. 

 

단,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계기업이라면 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사로,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즉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속기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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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 지분 구조

 

그럼에도 이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한 이유가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90.3%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의 ‘바이오젠’이라는 기업과 같이 합작하여 만든 기업이었다.

 

그리고 합작사인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미래 시점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50%-1주’까지 취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관계사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의문일 수 있다. 

 

‘50%-1’주를 취득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0%+1’주인 건데, 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상실된다는 거지? 

 

지배력이란 쉽게 말해, 경영권을 의미한다. 주로 50%를 기준으로 지배력을 판단한다. 보유한 지분만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갖게 되는데, 바이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49.9%를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50%를 초과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는다고 판단할 수 없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사이 콜옵션 계약에는 몇 가지 부가 조항이 있었다. 

 

우선, 한쪽이 52%의 지분을 갖지 않으면 이사회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합의했고,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시 바이오젠이 이사회 구성원의 절반을 임명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결의를 통해 실질적으로 회사의 경영을 결정하는 기관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각각 절반씩 이사를 임명할 경우, 주주총회에서 한쪽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리하자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지분은 50%를 초과하지만 향후 이사회 구성 및 주주총회 의결 등에 있어 실질적인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기에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분류한 것이다. 

 

결국, 여기서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실제로 상실했는가이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지배력 상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어떻게 취급하냐에서 문제가 끝났다면, 이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바라본 이유는 이 사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관계기업으로 분류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상 이익이 엄청나게 증가했고,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가치가 고평가되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 공개된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2015.7.10.)>에 따르면, 2015년 5월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안진회계법인은 8.94조 원, 삼정회계법인은 8.56조 원으로 평가했다(하지만 국민연금의 의뢰를 받은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1.52조 원으로 평가했다). 

 

당시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45.7% 보유하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가치를 안진회계법인은 19.30조 원, 삼정회계법인은 18.49조 원으로 평가한 것이다(그러나 ISS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가치를 3.3조 원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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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가는 약 3개월 뒤, 합병이 완료된 후 완전히 달라졌다. 합병 후 삼성물산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가치를 19.3조가 아닌 6.3조라고 평가했다. 그 사이 무슨 대단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겨우 3개월 만에 똑같은 회계법인이 똑같은 회사를 재평가 하면서 12조 원의 가치가 증발했다는 것이다. 

 

즉,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제일모직에 지나치게 유리한 비율을 제시하는 데 이용되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원활하게 했을 뿐만이 아니라, 삼성물산을 헐값으로 매수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이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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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국세신문> 링크

 

이재용 부회장은 결국 이 사건으로 다시 기소되었고, 얼마 전인 2024년 7월 2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18년 삼성물산의 주주로서 이 합병에 가장 강력한 반대를 표명했던 미국 최대 규모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을 제기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이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을 압박하여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였으며,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ISDS는 국제 투자에서 상대 국가의 투자협정 위반 등의 이유로 손해를 입었을 경우, 투자협정 당시 규정된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직접 중재 신청을 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 간 조약의 형태로, 외국인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FTA(자유무역협정)도 이와 비슷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ISDS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 투자 분쟁 해결센터나 유엔 국제 무역법 위원회 등 국제중재기관에 중재를 신청한다)

 

일련의 사건과 법원의 판결 등을 미루어 볼 때 상설중재재판소(PCA –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는 엘리엇이 제기한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였다. 결국 2023년 6월 20일 중재판정이 선고되었는데, 우리 정부 측에 미화 53,586,931달러(한화 약 690억 원)의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여기에 엘리엇이 부담한 법률비용 28,903,189달러(약 372억 원)와 지연이자까지 더해 1,3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급하라고 했다. 

 

직후인 2023년 7월 1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장관으로 있던 법무부는 이 판결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을 제기할 때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상업적 목적이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불법행위는 개인의 일탈”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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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스1>

 

하지만 2024년 1년 뒤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패소했다. 추가로 2024년 4월 11일에는 또 다른 미국계 헤지펀드인 메이슨 캐피탈이 2018년 9월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제기한 국제중재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정부가 도합 800억 원대의 배상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이 났다.

 

참으로 어이없는 지점은 2023년 취소 소송을 제기했던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및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여 관련자들을 감옥에 보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동훈뿐 아니다. 윤석열, 이복현 등도 당시 박영수 특검에 참여했던 인물들이다. 

 

이들은 이재용 부회장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수많은 관련자들을 기소했는데, 그 이유가 ‘국정농단에 개입되어 있던 점’과 ‘정부의 국민연금 의결권에 대한 개입’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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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즉, 한동훈 (당시) 장관 자신이 삼성물산 합병 관련자들을 기소할 때 썼던 근거를 그대로 들면서 엘리엇이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엘리엇과의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며 자신 있게 이야기한 것이다. 자신이 밝혀낸 진실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행동을 한 꼴이다. 그마저도 부실한 논리를 내세워서 결국 패소했고, 소송을 길게 끌은 만큼 엘리엇에 물어줘야 할 법률비용과 이자까지 더해졌다. 이제 배상해야 할 금액은 약 1,500억 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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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동훈 장관이 한 말

 

엘리엇 사건에 대한 판정문에서도 국민연금이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서 독자적으로 행위하지 않았고, 한국 법원은 문형표는 직권남용, 홍완선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삼았다. 

 

한동훈 장관이 그 정도로 무논리 소송을 제기할 줄 알았다면, 차라리 국민연금은 국가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하라고 귀띔이라도 해줄 것 그랬다. 차라리 그게 더 논리적이었을 것이다.

 

한동훈 당시 장관, 현 국민의힘 대표의 무논리는 소송에서 멈추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패소의 이유를 전 정권에서 찾았다.

 

그의 말은 이랬다.

 

‘문재인 정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비판해서 엘리엇과 소송에서 진 거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잇따른 소송에서 패하며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배상금 지급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한 결정이기에 배상금은 국고에서 지급될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엔?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삼성이나 박근혜 등 관계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본다. 구상권 청구로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다음 문제다.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배상금을 국고에서 지급하고 나면 결과적으로 삼성 오너 가문이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며 발생한 위험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내게 되는 것이다. 삼성 오너 가문의 상속세를 국민 세금으로 내게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다른 문제도 있다. 엘리엇이나 메이슨의 경우 결과적으로 본인들이 주장하는 손해에 대해 100%는 아닐지라도 한국 정부로부터 배상을 받게 되었지만, 피해를 본 삼성물산의 다른 투자자들은 여전히 배상을 못 받고 있다. 

 

지난 기사 서두에 이야기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진짜 원인은 바로 이것이다. 국가는 기업을 보호해야 하지만, 기업의 오너나 특정 주주가 기업보다 더 보호되어서는 안 된다. 투자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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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또한 한동훈 당시 장관을 포함하여, 과거 자신들이 수사하여 기소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국민을 속여 엘리엇에 승산 없는 소송을 진행한 이들, 그렇게 진행한 소송도 부실하게 진행하여 국민의 혈세를 날려 먹은 이들, 그럼에도 반성은커녕 적폐를 잡으려 한 전 정권 탓만 하는 이들에게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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