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이유
코로나 팬데믹 시절은 감히 엉기지도 못할 자영업 폐업률을 자랑하는 불황의 시대. 문과 출신, 학사, 50대 남자는 살아갈 방도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접한 소식 하나가 휑한 머리에 찡한 타격감을 주었다.
바로 ‘진 석사’의 동양대 재임용 소식이었다.
자신이 ‘가오’를 위해 때려친 동양대에 5년 만에 다시 교수로 복귀한다는 소식 말이다. 63년생, 문과, 석사인 그는 그 어렵다는 대학 교수직에 참 쉽게 쉽게 취업했다.

5년 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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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괴감이 밀려왔다. 진중권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무능한 것인가. 바람아 나는 얼마만큼 작은 것이냐.
2021년 한 해에만 8만이 넘는 석사학위자가 나왔고 1만 6천 명이 넘는 박사학위자가 나왔다. 꿈의 보직인 대학 교수가 된다는 것, 그것도 문과 쪽에서 교수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이는 박사 학위로도 긴 세월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겨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정도다. 박사 학위를 갖고 긴 인고의 세월을 보내도 교수 문턱에도 못 가는 사람이 대다수다.
석사 학위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물론 특출난 학문적 성과가 있다면 가능하겠으나, 뻔질나게 진 석사를 올려 치는 수많은 언론 어디에서도 그의 학문적 성과에 관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이토록 ‘좀비’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다른 산의 돌이라도 (他山之石)
이로써 옥을 갈 수 있네 (可以攻玉)
- 시경 中 -
다른 산의 돌로 내 옥을 갈듯이 그를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내 무능함이 어느 정도는 극복되지 않을까, 나의 생계 대책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이 그의 생존법을 분석하게 된 이유이다.
그가 끊임없이 관심을 받는 방법, 그리고 그 관심을 취업과 소득 증대로 잇는 방법 말이다. 오늘도 생존 대책 마련을 위해 먹먹한 한숨을 내쉴 수많은 이들에게 약간의 도움이라도 될까 하는 마음으로 분석의 결과 몇 가지를 이 시대 참언론 딴지일보에서 공개한다.
‘혀’와 ‘펜’의 현란한 티키타카 : 고수가 싸우는 이유

싸움의 목적은 무엇인가.
‘승리’라고 말한다면 소박하거나 진부한 사람이다.
흉노의 왕 ‘묵돌선우’는 포위당한 ‘한 고조 유방’을 굳이 죽이지 않았다. 그를 죽인다고 해서 얻을 것은 없었다. 그는 아내의 조언대로 유방을 놓아 주었다. 그 대가로 그는 한나라로부터 ‘형’의 지위와 ‘막대한 공물’이라는 실리를 단단히 챙겼다.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은 하수이다. 하수는 허울뿐인 승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지면 패가망신이고 이겨도 남는 것은 상처이다.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고수는 다르다. 고수는 이기려 하지 않는다. 고수가 원하는 것은 적과의 공생이다. 적이 있어야 자신의 몸값이 높아지고 몸값이 높아질수록 떨어지는 떡고물의 무게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해당 기사
2023년 진중권이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기사다. 기사 첫 부분에는 진중권이 맨발로 마루에 앉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자유로운 지식인과의 유쾌한 대담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흔하디흔한 그런 포즈의 사진이다. ‘썬데이서울’ 같은 잡지에서도 배우들 인터뷰에 공식처럼 쓰이는 그 포즈 말이다. 진중권의 그동안 한 말에 따르면, 미학적으로 ‘몰취향’하고 ‘미감이 후진’ 상투적인 컬러 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진중권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고수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안티조선 운동이 그랬어요. 그때는 어쩔 수 없었는데 꼭 그랬어야 했나 싶어요. 조선일보 ‘밤의 주필’을 자처하며 매일매일 조독마(조선일보 독자 마당)에 보수를 비판하는 칼럼을 올리던 때는 유쾌했는데, 그런 일들이 오히려 지금의 정치 양극화를 가속화한 게 아니었나 싶어요.”
봤는가. ‘혀’와 ‘펜’의 이 현란한 티키타카를. 이것이 고수의 싸움이다. ‘안티 조선’ 운동으로 최초의 명성을 얻은 진중권은 이제 스스로 비싸다고 자랑하는 조선일보의 주말 특집 1면 커버스토리에 인터뷰가 실리는 귀한 신분이 되었다. 조선일보에게는 안티 조선의 반성을, 진중권에게는 또다시 잊혀지지 않을 관심을. 이것이 공생이고 고수가 싸우는 이유이다.
강자와 싸워 명성을 얻고 그 명성으로 강자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 이것이 내가 찾은 그의 생존법이었다. 참고로 이 티키타카는 앞으로도 적당한 선에서 계속될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한에서는 말이다.

싸움 고수의 일타 강의
감동보다는 자극이 싸다 : ‘보그체’를 뛰어넘는 ‘진중권체’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감동은 잔잔하지만, 깊이가 있어야 하고 은은하지만 멀리까지 번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진정성은 비용을 들인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 무엇보다도 어렵다.
그러나 자극은 싸다. 자극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선동적인 화법과 노력하지 않아도 귀에 들리는, 아니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릴 수밖에 없는 격렬한 단어들이다. 물론 문장은 짧아야 한다. 가끔씩 외래어를 섞어주면 더욱 자극적이다. 외래어도 흔한 영어보다는 독일어나 프랑스어가 더 효과적이다. 있어 보이기 때문에 시선을 끌기에는 제격이다.
「“사회적 부유층의 지위 덕에 존재 구속성을 초월해 사회의 전체 연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지식인들을, 사회학자 칼 만하임은 사회의 “파수꾼”(Wächter)이라 불렀다.」
「지식인들은 대개 ‘테크노크라트’로서 지배체제에 복무하나, 그 일부는 앙가주망을 통해 제 지식을 기꺼이 민중을 위해 사용하려 한다.」
위 사례들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리라 짐작하지 마시라. 위 사례는 그가 쓴 단 한 편의 신문 칼럼(진중권의 트루스오디세이, 한국일보)(링크)에서 나오는 표현들이다.
그는 결코 ‘wachter’라 쓰지 않는다. 굳이 a 위에 ‘움라우트’를 찍어야 한다. ‘참여’라는 알기 쉽게 이해가 되는 단어는 그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으며 자극이 없다. ‘앙가주망’이라 해야 한다. 짧은 글 속 두 개의 문장에만도 독일어와 프랑스어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것이 그가 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보그체’를 뛰어넘는 ‘진중권체’이다.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란 말의 흥행 성공도 그의 공이 크다.
자극은 모국어에서 더 빛을 발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다.

(펨코 이대남을 비판한 유시민을 향해)
‘60살 먹으면 뇌가 썩는다’
‘자기 말을 두고 자기 몸을 들여 생체실험하는 것’
‘정말 전두엽이 부패했나 이런 생각이 든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中-
‘뇌가 썩, 생체실험, 전두엽 부패’. 이 역시 단 한 번의 방송에서 그가 사용한 단어들이다. 사실 이번 글 자료 조사는 날로 먹고 있다. 긴 시간 들여 이것저것 검토할 필요 없이 아무 글이나 말, 하나만 보아도 내가 원하는 것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찰지고 빛나는 단어 선택, 이것이 대한민국 언론들이 가장 많이 인용한다는 논객의 (범인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노력 및 창의성의 결과물이다.
이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이 있을까.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누가 감히 진중권에 맞서 토론을 벌일 것인가. 이러니 진중권이 최고의 논객 자리를 차지하여 대학에서 강의하고 방송에 출연하고 신문에 칼럼을 쓰는 것이다.
아니다 한 명 정도는 있을 수 있겠다. 그 역시 범상한 인물은 아니다. 40세의 나이에 이미 재선 국회의원이다. 21대, 22대 국회의원이다. 그것도 어디 외진 곳이 아닌 서울 중심부에서 당선된 비범한 인재이다. 만약 꼭 누군가가 진중권을 상대해야 한다면,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만, 그녀 외에는 없다.

출처-<MBC>
배현진 의원님이시다.
‘머리에 우동 넣고 다니는가’
-진중권이 배현진에게-
‘똥만 찾으니 그저 안타깝다’
‘한때 창발적 논객이셨는데 최근 '삶은 소대가리' 식의 막말 혹은 똥만 찾으시니 그저 안타깝다. 많이 힘든가’
-배현진이 진중권에게-
혀는 뇌보다 빠르다
논리란 곧 ‘이치에 맞음’이다. 그래서 많은 근거들을 수집해야 하고 합리적 추론에 의해 주장이나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자신이 내린 결론의 오류 가능성, 반증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논객’이라 하면 범인들보다 이런 부분이 더 발달했기 때문에 날카로운 이성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레거시적 사고방식’이다. 빈틈없는 추론을 위해 고민하는 것은 평범한 논객들이나 하는 것이다.
2020년 JTBC 신년 토론에서 정준희와 진중권의 토론 대목을 봐보자.

“왜곡됐다는 확신은, 그것은 판결의 문제로 넘어갔기 때문에....”
“판결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확신하시는데요?”
“제가 아니까요.”
진중권과 같은 비범한 논객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혀가 뇌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시각이나 청각이 활자 기호나 음성 기호를 뇌에 전달하면 뇌는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을 수행한다. 만약 그 속에 ‘함의’라도 들어 있다면, 작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21세기는 ‘유튜브 시대’다. 진중권체를 좀 흉내 내 본다면 텍스트의 시대는 끝나고 이미지즘의 시대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것, 노력을 들여야 이해할 수 있는 것, 말과 글을 비판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즉자적인 것, 특별한 사고 과정 없이도 뇌리에 박히는 것을 원한다.
‘진중권이 안대’
이 하나가 남으면 족한 것이다. 뇌가 움직일 필요 없이 혀의 진동만으로 끝내길 원한다. 다시 진중권체를 빌려 말하자면 ‘랑그’고 ‘빠롤’이고 할 것 없이 귀에 남을 수 있는 한마디와 한 단어, 이것이면 되는 것이다. 혀가 뇌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소추(작은 남성 성기)들의 집단 히스테리가 초래한 사회적 비용”
“궁정동에서 불러줄 만한 외모는 아닌 것 같던데… 혹시 정미홍 씨 노래를 잘 하는 거 아닐까요?”
첫 인용문은 ‘gs25 남성 혐오 이미지 논란’에 대한 코멘트이고, 두 번째 인용문은 우파 성향으로 알려진 ‘정미홍’ 씨에 대한 성희롱적 코멘트이다. 사명감에 찬 ‘페미니스트’와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여성 외모를 놓고 성희롱 발언을 하는 ‘한남, 개저씨’의 발언이 아니다. 두 발언 모두 진중권이 한 말이다.

문제의 손가락 모양이 담긴
gs25 포스터
뇌를 거치지 않는 혀, 혀가 뇌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 아니라 그것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내공을 지닌 논객, 그가 진중권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가 이토록 강인한 생존력을 갖게 된 비결인 것이다.
‘한동훈’을 통해 생명 연장을 꿈꾸는가
최고의 논객 진중권이다. 그에 걸맞게 돈도 많이 벌었을 것이다. 그가 자신의 입으로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빨리 은퇴해서 정치 평론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것이라고.

조선일보 인터뷰에
실린 사진 (링크)
“저도 쓸 만큼은 벌어요. 고소득자가 된 지 꽤 됐어요. 여기저기 기부도 하고요. 나이 드니까 입 열면 꼰대가 되고요. 누가 출마한다고 하면 몇 푼이라도 보태주고 그래요.”
“빨리 은퇴해야죠. 다 때려치우면 여행을 많이 하고 싶어요. 나중엔 일본이나 동남아 같은 데서 살면서 경비행기도 타고 싶고요. 하고 싶은 걸 하며 살 거예요.”
앞서 소개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 나온 그의 말이다. 이 인터뷰는 작년 5월 말에 기사로 나왔다. 만약 이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당신은 여전히 레거시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이 험한 각자도생의 새로운 시대에 낙오자가 될 확률이 높은 사람이다.
이 인터뷰로부터 1년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진중권은 VVIP로 불리는 그녀와 개인 연락을 주고받는 지위가 되었다.


그리고 국힘의 다음 에이스로 성장 중인, 또는 성장하려고 하는 한동훈과의 관계 역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구글에 ‘진중권 한동훈’을 검색어로 넣어 보았다. 기간은 1년으로 했고 대상은 ‘뉴스’로 한정했다. 총 17페이지의 국내 뉴스가 나왔다. 세 개 정도만 소개한다.

가장 최근 4개 기사 캡처 사진
대부분 한동훈에 대한 진중권의 지원 사격이거나 둘의 친밀한 관계에 관한 것들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논객’이 시사 토론 프로그램 도중 흥분해서 방송 안 하겠다는 하차 선언을 한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고정 패널로 있는 생방송 중에. CBS 한판 승부 생방송 도중 이재명의 막말은 다루지 않으면서 한동훈의 거친 발언만 소개하니 편파적이라면서 말이다.

레거시적으로 합리적으로 추론해 본다. 만약 한동훈이 국힘의 대선 후보가 되어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면, 진중권의 새로운 전성기가 도래할 것이다. 이 글의 주제는 ‘진중권의 생존법’이다. 그렇게 된다면 ‘진중권의 승리법’으로 주제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가 가히 대한민국 최고의 논객임이 만천하에 증명될 것이다.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것이다. 감히 그 경지에 오를 수는 없으니, 지켜보면서 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지혜와 교훈 하나라도 건지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문득 그가 죽으면 그의 묘비명에는 어떤 문구가 새겨질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김광규 시인의 시 ‘묘비명’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한 줄의 시는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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