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필자 주

 

후속 기사가 무쟈게 늦어졌다.

 

그사이 웹툰 연재 계약하느라

 

글 쓸 시간이 부족했다. 

 

어쩌겠는가. 나도 먹고살아야 하는 것을.

 

어.쨌.든.

 

다시 시작하는, 이 바닥 이야기.

 

 

지난 시간엔 웹툰의 역사(?)와 현재 시스템, 그에 따른 제작 환경 등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오늘은 흔히들 ‘불공정 계약’이라고 통칭되는 웹툰계의 계약 구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온라인으로 만화를 보는 시대가 되었다. (이론적으론) 만화를 연재하는 지면에 물리적 한계가 사라졌다. 매일 수백 편의 웹툰이 쏟아진다. 옛날 출판만화 시절엔 매주 연재하는 십수 명의 작가들을 해당 잡지사에서 직접 관리할 수 있었지만 웹툰의 시대에 매주 연재하는 수백 명의 작가를 해당 플랫폼에서 모두 관리하기란 불가능하다. 작품 제작의 외주화와 분업화. 즉, 본격적으로 스튜디오(제작사)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11.JPG

네이버 웹툰

 

웹툰 한편이 성공하면 이전 출판만화 시절엔 상상할 수도 없는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투자’가 몰린다. 투자자 입장에선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웹툰보다 상대적으로 품이 덜 들고 빠르게 대중으로부터 상업적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웹툰을 제작한다. 이미 시장에서 상업적 검증이 끝났으며 기존 웹소설 팬들을 초반에 웹툰으로 유입시킬 수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꽃놀이패다.

 

시장에 투자가 몰리니 우후죽순처럼 스튜디오(제작사)가 생겨난다. 그리고 이러한 인력들엔 게임업계 출신들이 대거 포함됐다. ‘후차감 MG’ 시스템은 그렇게 게임 분야에서 웹툰 분야로 이식되었다는 썰이 있다(내가 게임 쪽을 잘 몰라서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

 

이른바 ‘불공정 계약’ 중에 대표적인 문제로 ‘후차감 MG’라는 게 있다. 이게 좀 많이 복잡하니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설명해 보겠다.

 

출판만화 시절엔 ‘원고료’와 ‘인세’라는 단순한 수익 구조가 전부였다. 매회 연재하면 그에 해당하는 ‘원고료’를 받고, 그 만화가 묶여 단행본으로 출판되면 판매량에 따라 ‘인세’를 받았다.

 

웹툰으로 넘어오면서 이런 수익 구조가 사라졌다. 웹툰 초창기, 포털 입장에선 미끼상품이었던 웹툰을 무료로 풀었으니 딱히 ‘수익’이랄 게 없었다. 그래서 작가들은 회차당 (글자 그대로) ‘소정의 원고료’만 받고 연재를 이어갔다.

 

22.JPG

웹툰 시장 확장의 변곡점

조석 작가 <마음의소리>

 

세월이 흘러 웹툰 시장이 커짐에 따라 포털 이외에 웹툰 전문 플랫폼이 문을 열며 미리보기 등 다양한 ‘유료 결제’ 방식을 선보였고 포털에서도 무료 연재가 끝난 작품들을 중심으로 유료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RS(Revenue Share, 수익 배분)란 개념이 생겨난다. 또한 모 웹툰 플랫폼에서 MG(Minimum Guarantee 최소 수익 보장)란 시스템을 도입한다.

 

현재 웹툰 작가 입장에서 웹툰의 수입원은 크게 MG와 RS로 나뉜다. MG는 글자 그대로 미니멈 개린터로,

 

“미래에 생길 유료 수익에서 미리 땡겨서 주는 최소 수익 보장”

 

금액이다.

 

이건 플랫폼 측의 독특한 영업방식 특성에서 기인한 건데, 만약 MG가 없다고 상상해 보자. 웹툰을 많이 보는 독자라면 잘 알 테지만 어느 작품이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 요이~땅 하고 첫 회를 시작하는 게 아니다. A 플랫폼에 선 1~3화까지 첫 회에 풀고 B 플랫폼에 선 무려 1~20화까지 첫해 차에 풀어버린다. B 플랫폼에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 입장에선 최소한 20화 분량은 그려놓고 시작한다는 의미다.

 

1주일에 1화를 그린다면 20주, 즉 5개월은 손가락을 빨아야 한다는 뜻이다. 말이 5개월이지, 스토리 구성하고 캐릭터 만들고 콘티 그리고 본격적으로 원고를 제작해서 20화(보통 세이브 원고까지 대략 25~30화)를 만들려면 족히 1년은 걸린다. 실제로 작가 입장에선 대략 1년 동안 아무 수익 없이 원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가능하겠는가.

 

그래서 플랫폼(또는 제작사)에서 일테면, 1회차당 50만 원 x 월 4회 = 200만 원, 이런 식으로 ‘미래에 생길 유료 수익을 미리 땡겨서 주는’ MG 방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sdf.JPG

카카오 웹툰

 

만약 내가 월 200만 원씩 6개월을 연재해서 1,200만 원을 미리 땡겨 받았는데 이후 유료 결제 수익이 100만 원밖에 나오지 않았다면, 난 1,100만 원을 토해내야 할까? 이론적으로 그렇다. 어디까지나 미래의 수익에서 미리 땡겨서 준 것이기에 미래의 수익이 그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빚’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토해내진 않는다. 다만 채권추심처럼 따라다닌다. 그래서 MG도 월 MG, 누적 MG, 통합 MG 방식으로 세분화된다.

 

월 MG란, 유료 수익이 미리 지급받은 MG보다 적더라도 차감하지 않는다. 작가에게 유리하지만 불행히도 플랫폼(또는 제작사)은 바보가 아니다. RS 계약 비율이 매우 불리할 확률이 높다.

 

누적 MG란, 유료 수익이 미리 지급받은 MG보다 적으면 그 차액이 다음 달로 이월된다. 본격적인 채권추심 되시겠다.

 

통합 MG란, 유료 수익이 미리 지급받은 MG보다 적으면 그 차액을 매출 총액뿐 아니라 해외 유료 수익, 2차 저작물 사업 수익 등에서 차감한다. 사채꾼 우시지마를 만난 것이다.

 

이쯤에서 눈치챘겠지만, MG는 ‘원고료’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노동’의 대가가 없다. 나는 플랫폼(또는 제작사)과 똑같이 작품에 투자한 ‘투자자’인 것이다. 헌데 이것이 RS와 만나면서 더욱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한다.

 

여기서부터 ‘후차감 MG’의 매직을 설명해 보자.

 

우선, 선차감 MG란 무엇인가. 내가 제작사와 RS 배분 계약을 5:5로 했다 치자. 그리고 내가 연재하는 동안 MG로 1천만 원을 미리 받았다. 그리고 그 작품이 1억 원의 수익이 났다. 그럼 일단 1억의 수익에서 내가 미리 받았던 MG인 1천만 원을 뺀다. (수익에서 MG를 선차감) 그럼 9천만 원이 남겠지? 이 금액을 제작사와 5:5로 나눈 4천5백만 원을 정산받는다.

 

이걸 후차감 MG 방식으로 계산해 보자. 1억 원의 수익이 났다. 이걸 일단 5:5로 나눈다. 그럼 각각 5천만 원이다. 헌데 내가 1천만 원을 미리 땡겨갔으니 내 몫인 5천만 원에서 1천만 원을 뺀다. (수익을 배분한 후 MG를 후차감) 그럼 내 몫은 4천만 원이 된다.

 

알겠는가? 선차감 방식으론 4천5백을 받았던 내가 후차감 방식으로 계산하니 5백만 원이 줄어드는 매직인 것이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의 계약이 ‘후차감’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33.JPG

오마이뉴스<'주 69시간' 주장에 반가워한 웹툰 작가들... 슬픈 이유가 있습니다(기사링크)>

 

이뿐인가. 총매출에서 플랫폼은 ‘수수료’를 떼어간다. 그리고 남은 순 매출에서 수익을 배분(RS)한다. 여기에서 ‘프로모션’이라는 매직이 또 등장한다. 작가가 8 : 플랫폼이 2인 RS 계약이 있고, 작가가 2: 플랫폼이 8인 RS 계약이 있다고 치자. 독자들에게 노출되는 황금 배너 자리는 물리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당신이 플랫폼 입장이라면 어느 계약의 작품을 밀어주고 싶은가. 당연히 플랫폼이 8인 작품 아닐까?

 

수백 편의 웹툰이 바글거리는 플랫폼에서 배너 노출이 화끈한 프로모션에 해당되는 작품과 그렇지 못하고 구석에 짱박혀 있는 작품의 매출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프로모션 받지 못한 작품의 매출이 1억이 났는데 작가 8: 플랫폼 2라면 작가 수익은 8천만 원이겠지만 프로모션 혜택을 받은 작품의 매출이 10억이 났는데 작가 2: 플랫폼 8이라면 작가 수익은 2억이다. 8천만 원 받을래? 2억 받을래? RS 계약을 8로 할래? 2로 할래? 2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작가는 ‘을’이 된다.

 

플랫폼(또는 제작사)이 ‘악마’라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현재의 시스템이 나름 합리적인 구석도 있다. 장기 연재란 고통스런 작업이다. 연재하다가 제대로 마무리를 못 한다거나 다짜고짜 배 째라고 드러눕고 도망가 버려서 제작사의 허파를 뒤집어놓는 작가들도 있다. 작품이 빵빵 터지면 모두가 해피하겠지만 들인 노력과 투자한 금액에 비해 반의 반토막도 성공하지 못하는 작품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간혹 극소수의 이상한(?) 업체들이 있지만, 절대다수의 플랫폼(또는 제작사)은 작가를 떠받든다. 플랫폼(또는 제작사)을 악마화해선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앞선 편에서도 이야기했듯, 작가든 제작사든 플랫폼이든 ‘지속 가능한 생태계’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 업체의 ‘영업이익’이 우선이겠지만, 이 생태계의 가장 기초 단위는 어쨌거나 ‘작가’요, ‘작품’이다.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겠다.

 

마지막 편에선 내가 가장 최악으로 생각하는 ‘유통 구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