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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9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10자 공약 하나를 발표한다.

 

“병사 봉급 월 200만 원”

 

빠르게 진행시켜 버린 이 10자 공약은 이후 있을 군 붕괴의 시초가 된다. 툭 까놓고 말해서, 징병제로 강제로 끌려간 나라에서 병사들의 처우를 개선해 주겠다는 건 분명 옳은 일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파급효과를 제대로 예상하고 대비했느냐란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의외로 징병제 국가는 적다. 병역제도를 유지한 169개국 중 징병제 국가는 69개국, 모병제를 채택한 국가는 100개국이다. 징병제를 유지한다는 건 주변 국가의 위험도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물론, 이런 기조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바뀌었고,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징병제로 돌아서면서 조만간 징병제를 채택한 국가가 모병제를 채택한 국가보다 많아질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다.

 

자, 문제는 사람들의 착각이다.

 

돈만 많이 주면 군대 가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건 정말 오산이다. 세계 최강 미군은 해병대를 제외하고는 늘 병력 부족에 시달린다. 미 해군의 경우는,

 

“입대만 해! 입대만 하면 입대 보너스 7만 5000달러를 꽂아줘! 제대해? 그럼 대학 학비 대출 지원금 6만 5000달러도 지급해 줘! 당장 해군으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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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

 

이렇게 꼬셔도 거의 8천 명이 넘게 부족했다. 이 때문에 입대 연령도 39세에서 41세로 올리고, 입대 시험도 최대한 낮게 잡았는데... 그래도 모집을 다 할 수 없었다.

 

자위대의 경우는 상시적으로 전체 인가 병력의 10~15%가 부족하다. 다시 말하지만, 돈을 많이 줘도 군대에 가려는 사람은 적다. 2010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려 했던 스웨덴은 실제 지원자 수가 50%도 안 돼서 병력 부족에 시달리다 결국 2018년 징병제로 돌아섰다. 대만군의 경우는 애초에 2년 복무를 4개월로 축소 후 모병제로 가려 했는데, 모병 인원이 너무 적어 제도를 1년 유예했을 정도다. 그나마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다시 의무복무 1년으로 늘린 상황이다.

 

여기서 핵심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병력을 확충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거다. 군대란 기본적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폭력을 가르치는 곳이다. 즉, 인간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상당히 경직된 구조를 가진다는 거다. 생각해 보면,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못 먹고,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과 원하지 않는 곳에서 자유를 빼앗긴 채 근무한다는 건 그 자체로 ‘고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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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이런 상황에서 임금조차 거의 지급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의외로 징병제 국가에서 임금은 상당히 ‘싸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서독군 병사의 임금이 월 30만 원 선이었고, 4차례나 전쟁을 치렀던(그리고 수시로 전투를 치르는) 이스라엘군의 경우 전투병 월급이 50만 원 선이다.

 

대체적으로 징병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의 병사 월급을 보면 대부분 이 정도 선을 유지하고 있다. 생각 외로 덜 주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병사 월급은 한국전쟁 이후부터 지금까지 ‘비정상적’으로 쌌다.

 

필자가 이등병 시절 받았던 월급이 9000원 정도였다. 병장이 됐을 때 받은 돈은 1만 3천 원. 이건 용돈 수준도 안 되는 돈이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임금 체제는 2000년대 들어와서도 도통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2012년에 최저시급이 4,580원 할 때 병장의 시급은 614원이었다. 이게 그나마 개선된 게 2018년부터 서서히 격차가 줄었다. 당시 최저시급이 7,530원이었는데 병장의 시급은 2,305원이었다.

 

그러다가 윤석열 정부의 10자 공약 이후 200만 원 대로 갑자기 점프를 했다. 물론 사회의 평균 시급에는 못 미치지만, 여타 다른 징병제 국가에 비해서는 월등히 앞선다.

 

징병제 국가의 병사 월급은 대체적으로 최저임금의 30~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이스라엘이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브라질 경우는 최저임금의 80%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 한국의 경우 그동안 너무 ‘비정상적’으로 싼값에 병력을 굴려 먹다가 사회가 발전하고 인권이 신장하자 군 생활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월급을 인상하다가... 지난 대선 때 저마다 군심을 잡겠다고 병장 월급 200만 원 공약을 내세운 거다. 이 전까지 대선에서 군 복무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더 이상 복무 기간을 줄일 수 없으니 이제 월급 인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진짜 다이나믹 코리아다. 수 십 년 동안 쥐똥만큼 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수직 상승을 시켜버렸다. 물론, 병사들의 복지를 증진 시킨다는 건 중요한 일이고 이에 대해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럴 경우 모든 인센티브가 박살이 난다는 거다.

 

이제까지 초급간부들의 유인책이란 게,

 

“어차피 갈 군대, 간부로 가면 월급도 많이 받고 편하게(?!) 군 생활한다.”

 

라는 거였다. 군 생활이 26개월이던 시절 ROTC의 복무연한은 28개월이었다. 월급은 비교 불가였다. 병사들의 복무 기한이 33개월에서 30개월, 이게 다시 26개월, 24개월, 21개월, 18개월로 줄어드는 기간 동안 ROTC의 의무복무 기한은 1968년 이래로 28개월로 고정돼 있다.

 

병장 월급이 200만 원(월급 150 + 내일준비지원금 55만원)이라면, 초급장교보다는 사병으로 복무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당장 병장의 경우 복무 기한은 18개월이며, 월급도 200만 원 대이다(2023년 기준으로 소위 1호봉의 연봉은 21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각종 수단이 붙는다고 하는데, 이건 그만큼 일해야 한다는 소리다). 여기서 중요한 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거다. 간부와 사병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책임’의 유무이다. 그만큼 일은 많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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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가 박살 난 거다. 간부로 근무하는 게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 된 거다. 이러다 보니 ROTC 경쟁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2019년 3 대 1이던 경쟁률은 2023년 1.8 대 1로 떨어졌다. 결국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학군단 숫자는 계속 늘어나게 됐고, 국방부에서는 단기복무장려금을 뿌리게 된다.

 

단기복무장려금이란 말이 생소하게 들릴 텐데, 단기장교 지원율이 줄어들자 국방부에서 돈을 뿌리는 거다. 2022년에는 600만 원 수준이었는데, 2025년 예산에서는 1천2백만 원까지 인상됐다. 그 결과 2025년도 예산안에는 487억 9천2백만 원이나 책정됐다.

 

“돈을 안 뿌리면 장교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게 현실이 된 거다. 돈을 줘도 좀처럼 지원을 하지 않자 2024년부터는 아예 필기시험도 생략해 버렸다.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는 다들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는 거 같은데, 매년 배출되는 소위 가 5천여 명 수준인데, 이들 중 70%를 차지하는 게 학군단 병력이다. ROTC가 무너지는 순간 우리나라 일선 부대가 흔들린다.

 

학군단이 무너지려는 징조는 병 군 생활이 18개월로 줄어들었을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다 병 월급이 인상되면서 그 속도가 가파르다. 학군단의 수준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대 학군단이다. 창설 직후인 1963년 당시에 528명이 임관했는데, 2022년에는 단 9명만이 임관했다.

 

전국 110곳의 대학에 있는 학군단 중에서 미달된 대학은 이제 부지기수이고, 폐지되는 학군단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학군단들도 절대적인 지원자 감소에 의해서 그 질적인 수준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이러다 보니 2020년 3,971명에 달하던 신임 장교 임관 숫자가(육, 해, 공, 해병대) 2024년 2,776명으로 급감하게 된다. 무려 1,195명이나 줄어든 거다.

 

이런 인력 부족 현상은 군의관과 보건의까지 확산되고 있다. 의대생들은 기본적으로 6년 대학 생활을 끝내고 인턴이나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면 군의관이나 공보의를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병사들의 군 복무기간이 18개월로 줄어들고, 월급이 200만 원까지 오른다는 ‘선언’이 있고 나서 의대생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짧고 굵게 18개월 군 생활하고 오자! 가뜩이나 의사 공부도 힘든데, 38개월 낭비하는 거보다는 사병으로 갔다 오는 게 낫지!”

 

라는 생각들이 점차 확대되기 시작한 거다. 이미 공보의 숫자는 1,000명 가까이 감소된 상황이다. 그동안 의료 낙후지역에서 활동하던 공보의들이 사라지는 통에 의사 없는 보건소가 300여 곳이 넘어가는 상황까지 왔다.

 

그나마 군의관 숫자는 지켜내고 있지만, 이 역시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의대생들의 병사 입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공보의의 경우 군사훈련 기간을 제외하고 36개월 근무를 해야 한다. 이때 받는 월급이 대략 200만 원대 초반이다(기본급 기준). 그런데, 병사로 갔다 오면 18개월만 군 생활을 하면 된다. 더구나 병장 월급은 200만 원이 넘어간다. 단순 계산으로 군 생활 18개월 덜한 만큼 사회 나와서 의사 생활을 하면 공보의 때 버는 금액의 몇 배는 더 벌 텐데 뭐 하러 공보의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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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메리트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책임’이다. 병사로 가면, 책임을 질 이유가 거의 없지만 장교로 군 생활을 한다면, 환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사회에 비해 많이 받지도 않는데, 의사로서 책임까지 져 가면서 군 생활을 3년을 한다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다.

 

“병사 봉급 월 200만 원”

 

이라는 공약이 가져온 파장이다. 병사들의 복지를 챙겨주고, 그들의 노고에 상응할 만한 보답을 해주는 건 언제나 찬성이다. 문제는 이렇게 200만 원을 주고, 복무 기한을 줄여버리면 그 나머지 계급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어떻게 만들어줄지에 대한 대안이 윤석열 정부에게는 없었다는 거다.

 

공약을 내놓았을 당시만 하더라도 하사 월급을 역전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각종 수당을 더 하면 280만 원을 수령한다고 말한 게 윤석열 정부였다. 물론, 이 말은 얼마 안 가 논파됐는데 이론상 가능한 모든 수당을 다 갖다 붙이면 나오는 금액이었던 거다.

 

병사들의 월급을 올려주는 건 옳은 이야기지만, 이 때문에 군 전체의 임금 체계뿐만 아니라 군으로의 유인책 자체가 완전히 망가져 버리게 된 상황. 윤석열 정권 특유의 ‘빠르게 진행’ 시킨 이야기가 군대를 망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