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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경, 런던 버킹엄 궁 앞에 위치한 주영국대사관, 그 앞에 30층짜리 빌딩이 들어섰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대사관은 웨스트민스터 국회와 성당이 자리한 빅토리아 스트리트 길목 위 명당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7층짜리 대사관 건물 앞에 30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서 시계(視界)를 완전히 가리게 된 것.

 

마천루라고 할 건 없지만 한참 고개를 뒤로 젖혀야만 최상층이 눈에 들어올 만큼 높은 건물이 떡 하니 대사관 앞에 지어지게 되었는데 문제는 시계뿐만이 아니라 이전에는 한껏 받을 수 있던 햇빛까지 가려 문제가 되었다. 빛이 가득했던 곳에 그림자로 가리어졌으니 조망권은 물론, 일조권까지 빼앗긴 셈.

 

이에 주영국대사관 측에서는 해당 건물주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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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이상한 자료

 

2012년 10월. 국정감사가 시행됐다. 8월에 외교부에 입부를 했으니 일을 시작한 지 세 달여 만에 국정감사를 받게 된 것. 신입이었기에 4년에 한 번 시행되는 해외 주재 국정감사에 대한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졌다. 제대로 업무 파악도 되지 않았는데, 4년간의 자료들을 검토하고 살펴야 했다.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며칠 밤낮 구분 없이 자료를 살펴보던 중이었다. 2010년, 대사관이 모 건설사로부터 수십억에 달하는 보상금을 청구해 받은 기록이 포착됐다.

 

국정감사 땐, 기록물을 분류하고 기간이 지난 기록은 파기하고, 비밀로 유지되어야 하는 기록은 이중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대사관에서 생산된 문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기해야 하고 보존해야 하는 문서들은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야 했는데, 보상금과 관련된 기록물이 유독 눈에 띈 것이다.

 

당시 대사관의 일조 및 조망권을 침해했던 건설사의 이름은 LS Selborne Houes Limited. 해당 건설사는 기존의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지으면서 건물의 높이를 30층 이상으로 올려 재건축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기존의 건물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등에 대한 피해가 심각했던 것. 게다가 공사를 진행하는 중에 지하에 매장되어 있던 전기/인터넷 및 상하수도가 손상되어 수 일간 대사관 내에서 업무에 큰 지장을 주었다. 때문에 이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함께 청구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영국은 도시 계획을 할 때 관할 지역의 Council, 우리나라 행정으로 치면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주변에 어떤 피해가 될지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법으로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들이 존재한다.

 

당시, 대사관이 입은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LNH Limited라는 에이전트에 의뢰해 조사에 착수했다. 그렇게 1차적으로 대사관이 입은 피해를 결정하여 해당 건설사에 청구한 금액은 £14,922.50. 당시 환율로 따지면, 약 3천만 원 규모다. 이후, 새롭게 재건축되어 일조 및 조망권 피해에 대한 피해 규모를 조사했다. 이에 대한 보상금으로 청구한 금액은 £416,000.00. 우리 돈으로 약 10억에 가까운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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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눈먼 돈과 북한 사장

 

해외에 주재해 있는 대사관의 경우, 대부분 외교부에서 예산을 집행해 운영한다. 물론 현지에서 발행하는 여권이나 비자를 통해 얻게 되는 수수료 수입이 있기는 하나, 타국 대사관과 비교해 대한민국 대사관은 실비 정도만 받는다고 볼 정도로 비자 수수료가 저렴하다. 여권 발행을 위한 비용 역시 낮은 편.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대사관은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별도의 수익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관리가 되어야 한다. 세금이 적절한 곳에 사용이 되었는지, 외교관들의 활동에 충분한 지원이 되고 있는지, 그래서 국익에는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국정조사도 하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주영국대사관 일조/조망권 피해와 관련된 사안이 기존과는 다르게 처리되었다. 해당 보상 금액이 대사관이 아닌 에이전트 LNH Ltd로 입금이 된 것이다. 이후 해당 금액의 행방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알 수가 없었다.

 

해외 주재 대사관은 본국으로부터 수령한 예산 외에는 별도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내진 금액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입출금 내역만 확인하면 된다. 회계 정산이 일반 기업이나 회사보다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례적인 돈이 생기면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취약하다. 돈의 출처와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해서 밝히기가 쉽지 않다. 눈먼 돈이 되기 십상이라는 거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대사관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업무 협약을 맺은 LNH Ltd라는 회사의 대표는 박소영이라는 사람이었는데, 북한 국적이었다.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하고많은 에이전트 중에서 하필 북한 국적의 대표가 있는 회사와 계약을 했다는 건 자못 궁금한 일이다. 왜 아무도 이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해당 에이전트는 대사관의 보상과 관련된 논의가 시작되고 최종 보상이 완료되기 1년 전인 2008년에 설립된 2인 기업이었다. 물론, 해당 업무를 했던 경력도 없었다. 대사관의 보상액을 책정/파악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기업이 아니었다. LNH Ltd는 2017년 4월 회계 정산이 마무리되고, 2019년 최종적으로 폐업처리됐다.

 

알 수 없지만 문제는 없다

 

국정조사를 받아야 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어떻게 이런 식으로 운영이 될 수 있었는지, 왜 이렇게 처리가 되었는지, 또 비용처리를 어떻게 투명하게 전개되었는지 꼭 알아야 했다. 이곳저곳에 문의를 했지만, 대사관 리모델링을 하는데 쓰였던 거 같다는 단순한 해명만 있을 뿐, 정확한 근거가 제시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감사원 조사를 요청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너무 오래전 일이다"라는 이유로 외교부로 이관했다. 외교부 측에서는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조사는 불가능하나, 적법하게 일이 처리되었다는 통보만 받았다. 재차 문의를 했지만 묵묵부답. 조사가 어려운데 일이 잘 처리된 건 어떻게 알았던 걸까.

 

2012년에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나온 2009년 문서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외교관은 없었다. 3년 주기로 순환 근무를 하니 그럴 수밖에. 담당자들에게 전화로, 이메일로 수차례 문의를 했지만, 이제 막 대사관에 입부 한 새내기 행정 직원의 질의에 답을 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당시 근무했던 타 행정 직원들에게 문의를 해봤으나 대외비 기록물 접근에 한계가 있었다. 국정감사 기간이 아닌 이상 매일 주어지는 업무를 처리하기에 바빠 이를 눈여겨볼 겨를이 없었다고.

 

몇몇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당시 대사관 내 사무실 구조를 변경하고 사무실 가구와 집기류를 등을 교체하는 일종의 리모델링 작업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수준이 미미했고, 1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될 만큼 공사의 정도가 크지 않았다. 리모델링 수준도 형편없었다.

 

도대체 왜,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북한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표로 있는 회사와, 그것도 관련 경력이나 공사 경험이 없는 회사와, 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보상금 지급과 관련된 일체의 업무를 맡기고 계약을 체결했을까. 누가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했을까.

 

그때 당시 대사관 내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던 공사 겸 총영사가 바로,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자였다.

 

그렇게 시작됐다. 이렇게 엉망으로 일을 진행하고도, 10억 단위의 눈먼 돈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게다가 북한과 관련된 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일을 진행해도 아무런 제재 없이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이었을까라는 궁금증. 여기서부터였다.

 

그렇게 시작된 조사. 그 끝엔 당시 공사 겸 총영사로 대사관 내부의 살림을 꾸리고, 대외적으로는 재외국민과 동포들의 안녕을 살피는 일에 총괄 책임을 지고 있는 이가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 알게 된 일들은 가히 납득이 되지 않은 일들로 가득했다. 여직원과의 불륜 스캔들에 휩싸이고, 성추행을 일삼고, 갑질로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알려야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