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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스코틀랜드 의회 개원 25주년 기념일을 맞아 영국 국왕 찰스는 에든버러에 있는 스코틀랜드 의회를 찾았다. 기조연설에서 “스코틀랜드의 미래에 영국의 미래가 있다”고 언급하며 스코틀랜드가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기후변화가 가져온 위기 상황에서 영국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치켜세웠다.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국왕을 맞이했고, 의회도 왕가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소 충격적이다. 불과 10 년 전까지만 해도 스코틀랜드의 독립운동은 영국을 뜨겁게 달궜다. 어떻게든 잉글랜드의 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와 민족으로 발돋움하려 했던 스코틀랜드와 니콜라 스터전이라는 굵직한 리더를 통해 새로운 도약, 독립을 꿈꾸던 스코티시들은 어디로 간 걸까?
안타깝게도, 이 사안은 당분간 수면 위로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낙후
스코틀랜드 해안선을 둘러써는 A1 단일차도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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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도 우리의 경부선과 같은 도로가 있다. 런던에서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까지 이어진 A1 국도(고속도로)다. 런던에서 북쪽으로 5시간가량 차를 타고 달리면 스코틀랜드로 넘어가는 국경에 다다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8차선이었던 고속도로는 달리면 달릴수록 점점 좁아진다는 것이다. 4차선까지 좁아진 도로는 스코틀랜드를 지나면서 2차선으로 줄어든다. 아직 수도인 에든버러엔 도착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도로 뿐만이 아니다.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두 도시, 에든버러와 글라스고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최소한의 개발만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일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일궈낸 이면에는 수많은 스코티시들의 발명품이 있었다. 증기기관차를 발명해 물자 이동에 혁명을 가져온 제임스 와트(James Watt)를 시작으로 일반 대중들의 실생활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전화, 진공청소기, 냉장고, 심지어 좌변기 등 문명의 현대화를 이끈 것들의 다수는 스코틀랜드 인들에 의해 발명, 개발됐다. 전 세계인들이 실생활에서 누리는 편리함과 윤택함의 혜택 뒤에는 스코틀랜드인들의 수고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스코틀랜드에 가면, 제대로 정비된 4차선 도로를 찾기 어렵다. 물론, 있긴 있다. 다만 스코틀랜드 전체를 놓고 봤을 땐, 아주 극히 드물다고 할 정도의 수준이다.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긴 철강으로 만든 철교를 가진 문명의 최전선에 있던 스코틀랜드지만, 가장 화려하게 개발이 되어 있어야 할 것만 같은 그곳은 현재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에덴동산이라 불릴 만큼 자연 친화적이다. 영화<007 스카이폴>의 배경이 되는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를 기억하는가? 2차선 도로를 제외하고는 그 흔한 전신주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적막의 땅이다.
이유는 있다. 인구밀도가 낮다. 스코트랜드의 전체 면적은 77,910km²에 인구는 약 5백만가량 된다. 우리나라가 100,210km² 면적에 5천만 인구니까 면적은 28% 정도 크지만 인구는 10배에 달한다. 그러니 스코틀랜드에 얼마나 사람이 없는지 알 수 있다. 대도시라 해봐야 에든버러, 글라스고지만, 각각 50만, 60만 정도의 인구에 불과하다. 서울의 송파구민 정도로 이뤄진 두 개가 전부다. 그래서 개발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는 말도 있다. 음산한 기후와 잦은 비, 부족한 일조량으로 아무리 사람이 살기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 해도 이렇게 푸대접을 받아도 되는가 싶은 생각도 든다.
전략적인 측면도 있다. 역사적으로 지금의 영국은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 때문에 타지역에 대한 발전을 경계해 온 측면이 없지 않다. 잘 살면 독립한다고 하거나 전쟁할 것이 뻔하니까. 그런데, 그 정도가 지나쳤다. 작정하고 개발 안 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숟가락 든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을 반대하는 영국 통일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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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후변화의 위기 앞에서 이러한 잉글랜드의 얄팍한 전략은 스코틀랜드엔 되려 좋은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잉글랜드에 살다 보면, 스스로를 잉글리쉬("I am from England"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이들)라 말하는 이들이 은근히 스코티시(Scottish)를 무시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대놓고 미지의 땅인 것처럼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지구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생존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자연이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작은 마을만 벗어나면 한참을 차로 달려도 보이는 건 산이요, 물이요 초원, 들판에 나다니는 야생동물들이 전부다. 1950년대, 난개발로 스모그로 런던 도시 한 복판에서 만 여명이 죽어 나갈 때, 스코틀랜드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천의 자연의 요새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스코틀랜드 의회 25주년 기념식에서 국왕이 기후변화 위기를 맞이한 현 상황에서 영국의 특히 스코틀랜드의 입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언급을 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배경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올라갈수록 영국 내에서 스코틀랜드의 입지는 과거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 무시당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살고 싶은 곳’으로서의 면모를 다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했다 해도, 자연은 시간으로 다져지기 때문에 스코틀랜드가 가진 비무장지대와 같은 천의 요새(자연)은 향후 스코틀랜드의 입지를 분명하게 해 줄 자원임이 틀림없다.
상황이 변하니 잉글랜드의 태도도 변했다. 개발하지 않고 방치했던 스코틀랜드가 국가에 큰 이익이 될 상황에 놓이니, 잉글랜드가 다시금 숟가락을 얹고 마치 스코틀랜드의 천의 자연이 마치 영국의 재산인 양 생색을 내려고 시동 거는 중이다. 실제로 산업혁명은 스코티시들이 주도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지만, 세계적 인지도에 대한 과실은 잉글랜드가 가져갔다. 이처럼 조만간, 스코틀랜드의 자연도 영국의 자연으로 둔갑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잉글랜드의 이러한 태도가, 스코틀랜드가 지속적으로 독립하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스코틀랜드의 독립의 꿈은 리더의 ‘위선’으로 당분간은 입에 꺼내기도 어려운 단어가 되어 버렸다.
거짓말은 괜찮지만, 위선은 안 돼!
지난해 2월,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을 발표하는 니콜라 스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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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과 위선. 비슷할 것 같지만 두 단어의 의미는 다르다. 물론, 둘 다 나쁘다. 둘 중에 뭐가 더 나쁜가를 놓고 따지면, 영국인들은 위선을 선택한다. 위선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비난했던 것과 같은 행동을 자신이 하는 걸 말한다. 보리스 존스 전 영국 총리가 국민에게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된 파티 게이트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코비드 바이러스로 전면적인 락다운을 시행하고 정작 본인은 직원들과 파티를 벌였다. 영국인들은 거짓말은 용서하지만, 위선에 대해선 용서가 없다.
스코틀랜드 독립운동만큼은 진심이었던 것 같은, 스코틀랜드 의회 다섯 번째이자 첫 여성 총리, 스코틀랜드 국민당(SNP, Scottish National Party)의 당수였던 니콜라 스터전(Nicola Sturgeon). 그녀를 언급한 보도는 대부분 그녀의 ‘위선’(Hypocrisy)에 대한 내용이 다수를 이룬다. 중앙정부(웨스트민스터)의 개입을 철저히 반대하며 스코틀랜드 의회의 자율성을 외치면서, 정작 스코틀랜드 의회가 각 부처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허용하는 이중적 정책 시행을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급기야, 독립운동을 위한 기금 마련 행사를 통해 모은 자금 중 일부를 출처가 불분명한 곳에 사용한 정황이 드러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스터전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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