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침투했다
"우리는 이번 무인기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이든 전혀 관심이 없다. (중략) 국경선 넘어 대한민국발 반공화국 정치 선동 쓰레기를 실은 무인기가 두 번 다시 공화국 영공에 침범할 때는 그 성분을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 보복 행동을 취할 것이다."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출처-<뉴스1>
출처-<연합뉴스>
북한이 발칵 뒤집혔다. 북한 권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평양 중구역 상공에 무인기가 떴다. 노동당사 청사 상공에 떠 있던 무인기가 사진에 찍힌 거다. 중구역은 김정은의 집무실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 무인기가 날아온 거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우리나라도 이런 경험이 있었고, 이때 온 나라다 떠들썩했던 걸 다들 기억할 거다.
북한이 느낀 충격은 대한민국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평양은 지구상에서 가장 ‘조밀한’ 방공망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에 미국의 폭격에 ‘석기화’가 된 이후(평양은 한국전쟁 이후 재건축을 했다는 게 맞다), 방공망 구축에 열을 올렸다.
10여 년 전 미국의 군사 전문 블로거 한 명이 구글 어스를 통해 평양의 대공포 화망을 정리했는데, 이때 위성으로 확인한 대공포 진지만 424곳이었다(당시 꽤 이슈가 됐었다).
당시 평양 대공포 화망
출처-<블로거 플레인맨>
북한도 개전 이후 자신들이 제공권을 장악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공중우세라도 잡을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할 거다), 이들은 대공방어에 목숨을 걸었다. 대공포 말고도 지대공 미사일 역시 촘촘하게 배치돼 있어서 평양은 그야말로 고슴도치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의 순항미사일이나 스텔스기 등을 생각해 보면, 대공포의 위협은 별거 아닌 것 같이 여겨질 수 있어도 화망을 형성해 쏘아대면,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큰 부담이 될 거다)
북한은 ‘평양 공화국’이라 불리기도 한다. 평양에 산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특권이다. 그렇기에 평양을 지키기 위해서 북한은 나름 ‘빡세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양 하늘이 뚫리면서 평양 상공에, 그것도 평양에 있는 노동당사 청사 상공에 무인기가 침투한 것이다.
우리나라 하늘이 북한 무인기에 뚫렸던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무인기, 그것도 3미터 이하급의 소형 무인기는 레이더로 탐지하기도 힘들고, 사람이 육안으로 관측하는 것도 어렵다.
레이더를 좋은 걸로 쓰면 탐지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레이더란 놈은 최소한 반사단면적이 2㎡은 돼야,
“야, 뭐가 지나간다.”
하는데, 3미터 이하 소형무인기는 반사단면적이 0.01~0.08㎡ 정도 된다. 이 정도 되면,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로 탐지해야만 탐지할 수 있는 정도다. 어렵게 썼는데, 그냥 이지스함에 달려 있는 레이더 정도의 최고급 레이더를 동원해야만 탐지할 수 있다는 거다.
AESA 레이더
출처-<SAAB>
이 정도면, 소형 무인기를 잡는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는 감이 잡힐 거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북한 무인기에 당했던 만큼 이제는 소형 무인기도 감지할 수 있는 ‘국지방공레이더’를 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상황이 다르다. 북한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한국이 투입하는 예산만큼은 투입하지 못할 거다. 설사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무인기를 잡는 건 녹록지 않을 거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무인기는 이제 시대의 화두가 됐고, 무인기를 잡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무인기를 잡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합참이 국회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항적
출처-<국회 국방위>
그건 한국군이 증명한 사실이다. 2022년에 북한 무인기가 날아왔을 때 F-15가 출격하고, 코브라 헬기가 20밀리 기관포를 100여 발을 난사했지만, 잡지 못했다. 이때 한국군은 F-15, KF-16, KA-1(경공격기다. 프로펠러 달린 좋은 비행기다), 아파치, 코브라 등등 날개 달린 건 육군, 공군을 가리지 않고 20대를 날렸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 보면 알겠지만, 무인기 잡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진짜, 비대칭 무기란 게 확 와 닿을 거다.
F-15
코브라 공격헬기.
육군의 주력 공격헬기로
전차 잡는 하늘의 독사로 알려져 있다.
출처-<나우뉴스>
2017년 6월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이렇게 장황하게 무인기를 잡는 게 어렵다고 말한 이유는, 북한에 무인기가 날아갔다는 게 뉴스거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란 걸 말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하는 건, 이걸 누가 보냈냐는 거다.
뉴가 보냈을까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누가 저걸 보냈을까를 고민해 봤다. 대충 3개로 정리했다.
1. 민간인 단체
2. 북한 자작극
3. 한국 정부 / 한국군
북한 내 반정부 세력이나 중국, 미국 같은 외부 세력도 생각해 봤는데, 곧 고개를 저었다. 북한 내 반정부 세력이 있다면, 지난 5월에 등장했던 <새조선>이란 단체(?!)가 먼저 떠오르는데,
새조선 유튜브 채널 (링크)
이 영상을 봤던 이들이 많을 거다. 보면 알겠지만, 김일성 기념비에 소변을 보고 먹물을 뿌리는 모습이다.
김일성 기념비에 소변보는 모습
김일성 기념비에 먹물 뿌리는 모습
반체제 조직이 존재한다는 건 확실하지만, 첫 등장에서 먹물 뿌리는 정도의 모습에서(물론,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행위다), 몇 달 되지 않아 드론을 날린다는 건 퀀텀 점프라고 해야 할까? 너무 스케일이 급속도로 커졌다. 물론, 다른 단체도 있을 수 있고, 이들이 외부의 지원을 받아 했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 내에서 삐라 뿌리면 되는데, 비싼 데다가 격추당하면 추적 당할 수도 있는 드론을 굳이 띄운다는 건 이해가 안 간다. 풍선 날리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한데 왜 드론을 날리겠는가)
미국이나 중국이 이런 드론을 날렸을 이유도 상당히 낮다. 미국은 당장 대통령 선거로 정신이 없다. 한다고 해도 이런 ‘심리전’을 할 게 아니라 정보 탐지를 위한 정찰을 했을 거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미국이 했다 하더라도 이렇게 허접하게 걸릴 짓은 안 했을 거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북한 외부에서 민간인 단체가 했을 가능성
그럼 첫머리로 떠오른 민간인 단체부터 생각해 보자.
‘대북전단 살포’ 하면, 첫 머리로 떠오르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란 곳이 있다. 탈북 단체 중에서 꽤 유명한 곳이고, 이 단체의 대표인 박상학 대표는 언론에도 많이 나온 인물이다. 이곳에서 하는 게 풍선에다 대북전단 달아서 날리는 거다. 이게 문제가 돼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 ‘대북전단 금지법’이 나오기도 했었다.
박상학 대표
문재인 정부 시절, 이 <자유북한운동연합>이란 곳에서
“우리가 드론(무인기)을 띄워서 평양에 대북전단 1만 장을 살포했다!”
라고 주장을 했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실정법 위반이다. 당장 항공안전법을 위반했다. 파주 일대, 아니, 휴전선 인근은 허가를 받지 않는 한 비행물체를 띄울 수 없는 비행금지구역이다.
이후에도 드론을 띄워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네 마네 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박상학 대표를 둘러싼 공금횡령 의혹과 접경지역 주민들과의 충돌, 아스팔트 보수로서 활동한 이력 등을 보면, 뭐 그렇다는 거다)
그렇다면, 민간인이 평양까지 드론(무인기)을 날려서 전단지를 살포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다.
파주에서 날린다는 전제하에서 본다면, 편도 150~160킬로미터 왕복 300킬로미터 이상을 생각한다면, 회전익 드론은 불가능하고, 북한이 내놓은 사진처럼 고정익이라면 가능하다.
거기까지 어떻게 날리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북한도 날리지 않았는가? 그 수준이란 게 대단한 게 아니다. 파주, 백령도, 인제 등등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들을 보면 중국 민간에서 만든 것과 흡사했다. 안에 들어간 기술도 대단(?!)한 건 아니어서 걍 날리고, 낙하산으로 회수하는 형태였다. 목적지도 사전에 경로를 입력하고, GPS 수신용 안테나를 달아서 자기 위치를 확인하고 날아갔다가 돌아오는 형태였다(심지어 정찰 장비도 소니와 니콘 카메라였다).
2017년 6월 북한 무인기 내부 모습
출처-<시사인>
대단한 기술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민간에 있는 기술을 활용한 거다.
민간에서 마음먹고 덤벼든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
두 번째로 생각해 볼 게 북한의 자작극이다.
이 부분은 상당히 고민했지만, 가능성을 낮게 봤다. 윤석열 정권이 저지른 ‘일’들이 너무 많아서 우리가 북한 소식을 들을 새가 없었는데, 북한은 지금 수해로 난리가 아니다. 올여름 세 차례나 홍수 피해를 당했는데, 그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수해 지역을 돌아보는 김정은
출처-<노동신문>
김정은이 수해 현장으로 달려가 현장 지도를 한 게 몇 번인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수해를 당한 지역의 아이들을 평양으로 데려와 밥 먹이는 ‘쇼’도 연출하고, 김정은이 수해 당한 지역으로 가서 자애로운(?!) 수령의 모습을 연출한 게 몇 번인지 모른다. 실제로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김정은이 수해 지역 아이들을
평양으로 초대해
식사를 같이하고 있다.
이 와중에 생각해 봐야 하는 게 김정은이 내놓은 ‘두 국가론’이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북한이 헌법(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을 개정해 통일이나 영토 문제에 대해 ‘삭제’ 혹은 ‘수정’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건 굉장한 사건이다.
그동안 북한에게 ‘통일’은 지상 과제였다. 북한 헌법 첫 장에 나와 있는 게 ‘통일’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나라의 통일을 민족지상의 과업으로 내세우시고 그 실현을 위하여 온갖 로고와 심혈을 다 바치시였다.’
즉, 김정은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목숨 걸고 했던 게 ‘통일’이었는데, 이 백두혈통을 이은 손자가 통일이 필요 없다고 말한 거다.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그 무슨 남녘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는다.”
- 2024년 10월 7일 김정은의 발언 中
북한이란 나라의 존립 근거가 흔들리는... 아니, 나라의 기본 이념 자체가 뒤바뀌는 사건이다. 물론, 말로는 통일을 말하지만, 그들도 쉽지 않음을 알았을 거다.
그러나 대외적인 명분이나 국가의 정책은 다른 이야기다. 괜히 대만이 90년대까지 ‘본토 수복’을 외쳤던 게 아니다. 물론, 60년대에는 이 말이 진심이었다. 장제스도 <궈광(國光)계획>이라고, 중국 본토진공작전을 만들었고, 이를 위해 비밀리에 작전기지를 만들고(미국 모르게 준비하려고), 준비를 했지만, 1970년대가 되면 그냥 말로만 본토 수복이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70년대가 되면 대만이 UN에서 쫓겨나게 되고, 미국과 중국이 탁구치는 상황이 일어나며 대만이 서서히 낙동강 오리알이 돼간다. 60년대까지만 해도 본토 수복이 영 꿈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70년대부터는 아예 주변 환경 자체가 달라지면서 본토수복은 그냥 구호가 된다. 그러다 이제는 이런 구호 자체도 사라졌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이제 국력이나 주변 환경으로 봤을 때 북한 주도의 통일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정은도 판단을 내려야 했을 거다.
띠발... 고민스럽네...
출처-<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제는 두 국가론을 내놓게 되는 순간, 김일성과 김정일의 인생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는 거다. 나라 안팎으로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김정은도 뭔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이렇게 나섰을 수도 있지만, 내부의 여론도 한 번 생각해 봐야 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무인기 띄우고, 분위기를 다 잡는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남쪽에다 무인기를 날리고 긴장감 조성해서 분위기를 한 번 띄운다면?
여기까지는 한 번 생각해 볼만하다. 김정은의 두 국가론이 헌법에 들어가는 순간. 이건 공식적인 북한의 정책이 된다. 문제는 이 헌법 개정이 언제냐는 거다. 아마 헌법은 이미 다 고쳤을 터인데, 문제는 이걸 공표하는 타이밍이다. 당장 미국 대선 끝난 뒤를 목표로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이 북한 ‘인민’들에게 내놓을 명분을 어떻게 만드냐는 것도 문제다. 북한의 존재 자체가 건국 이후로 지금까지 ‘통일’이었는데, 이제껏 갈아 넣은 ‘인민’들은 그럼 뭐가 되는 건가?
이걸 생각하고, 사전 정지 작업으로 분위기 한 번 끌어올리기 위한 거라면? 윤석열 정부와는 시작부터 좋지 않았고, 무인기 날리고, 오물 풍선 날리면서 강대강 대치를 해 왔는데, 이참에 분위기 곱창 내고 내부 단속을 하겠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평양 중구역이란 게 걸린다. 이 지역은 북한의 핵심 엘리트들이 있는 곳이다. 전기 없어서 돌아버리는 북한에서도 24시간 전기가 들어오는 지역이다. 북한 방송에서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말하며 보여주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 무인기를 띄운다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 아울러 보도 행태를 봐도 자작극과는 달라 보인다.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행위를 감행했다"
- 2024년 10월 12일 노동신문 -
북한은 기본적으로 자기들이 화났음을 알려야 할 때, 시간을 가리지 않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즉각 즉각 반응한다. 우리도 잘 아는 리춘희 아줌마가 격앙된 표정으로 미 제국주의자들을 ‘까부수는’ 멘트를 날리는 걸 숱하게 보지 않았나?
북한 조선중앙TV 아나운서 리춘희
반면, 알리긴 해야 하지만, 알리고 싶지 않은 것들은 주로 노동신문에 올린다. 즉, 북한 ‘인민’들에게 말하긴 싫지만, 그래도 말하긴 해야 하는 것들이 실린다는 거다. 이번에 중구역에 날아온 무인기가 그것이다. 알리긴 해야 하지만, 알리고 싶지 않은 것들.
사회주의 낙원이라 불리는 평양의 하늘이 뚫렸다는 건 가뜩이나 분위기 안 좋은 상황에서 김정은에게 절대 좋은 소식이 될 수가 없다.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물론, 그렇기에 더 큰 명분으로 긴장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추측하기에는 걸리는 점이 있다.
북한의 자작극이라면, 삐라 내용을 생각해 봐야 한다. 가뜩이나 수해로 분위기 안 좋은 데 김정은이 스위스 시계 차고, 딸 김주애가 디올 패딩을 입은 걸 보여주고 있다. 자기들도 이거 나가면 좋지 않을 거 같아서 흐릿하게 블러 처리한 거 보면, 분위기 알고 있는 거다(모르는 게 이상하지).
<사진 클릭하면 확대>
노동신문에 실은 삐라 사진에서
김정은의 스위스 시계,
김주애의 디올 패딩을 비판한
부분은 블러 처리했다.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고, 대내외적으로 곱창 난 분위기를 다른 이슈로 돌리고, 하는 김에 ‘두 국가론’을 띄우기 위해서라면, 고민해 볼 구석은 있다. 하지만 그걸 위해 ‘최고 존엄’까지 건드린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즉, 자작극일 확률은 낮아 보인다는 거다(그래도 북한 자작극이길 하고 빌고 있다).
우리 국방부가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
마지막으로 생각해 봐야 하는 건, 우리 정부 혹은 국방부가 무인기를 띄웠을 경우다.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전쟁을 생각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아주 잠깐 했지만, 설마 거기까지 가겠는가?
이런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군의 ‘작전’이라면 더 말이 되지 않는다. 평양까지 날아가서 ‘전단지 살포’를 한다는 게 작전이라면, 너무 허접하다.
전단지 살포 작전을 실행하라!
출처-<뉴시스>
백 보 양보해서 이건 심리전이며, 북한 주민들을 이반시키기 위한 프로파간다라고 해도,
“한다면 제대로 했을 거다.”
라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포착되는 게 ‘목적’이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럴 확률은 낮다고 판단한다. 요즘 정부 관계자분들은 윤석열 정부가 끝난 뒤에 쇠고랑 차지 않기 위해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내가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들을 남기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이런 민감한 ‘작전’을 한다면?
개인적으로 우리 정부가 움직였을 확률은 낮다고 본다.
이와 별개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이 무인기 사건 관련해서 우리 군은 전략적 모호성을 취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굉장히 허접했다. 우리 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 모두 ‘가볍다’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북한 외무성 발표에 대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그런 적이 없다.”
고 했으나, 긴급회의 후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
라고 말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출처-<뉴시스>
전략적 모호성을 보여주는 건 분명 괜찮은 선택지이다. 그러나 전략적 모호성을 노렸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한다. ‘그런 적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아울러 타이밍도 생각해야 하는데, 북한 내부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과 남북한 긴장도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은 대결 구도를 조장하는 게 아닌가. 윤석열 정권의 입장에선 좋을 수도 있겠지만, 국가 입장에서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전략이다. 지금, 이 타이밍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건,
“우리 군대가 날린 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민간인이 날린 걸 수도 있어.”
라는 거다.
만약, 우리 군대가 날렸다면 날린 것도 문제지만, 가서 들킨 게 더 큰 문제다. 민간인이 날렸다면 그건 더 심각한 문제다. 휴전 국가에서 상대방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상태에서 하늘에는 오물 풍선이 날아오는데 평양에다가 무인기를 날린다? 자칫 잘못하면 전쟁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이걸 통제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민간인의 실수로 전쟁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란 거다.
괜히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놓은 게 아니지 않은가. 국방부 장관은 전략적 모호성을 말하려 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밀고 갔어야 했다. 또한, 만약 우리 군이 그런 작전을 펼쳤다면, 그 자체로 문제다(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충암고 라인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올 거다). 민간인이 했다면 그걸 막아야 할 사람이 막지 못했다는 게 된다(최소한 알고는 있어야 하는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국회의원이고, 국방부 장관까지 한 사람이 방송에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은 가장 잃을 게 많고 겁이 많기 때문에 우리의 정밀 고위력 무기에 공포를 느낄 것이다.”
지난 13일에 방송된 KBS1 일요진단 라이브
국가안보실장이면, 외교안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리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국가전략을 조율하는 사람이 방송에 나와서 휴전 국가의 ‘국가원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든, 사석에서 어떻게 말하든 그건 문제가 안 되겠지만, 한 국가의 외교·안보 전략을 수립하는 사람이 상대 국가의 지도자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는 건, 외교적으로도 얻을 게 없고, 국격을 생각해도 문제가 많다. ‘붕짜라 붕짜’하던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나 보다.
이번 무인기 사건은, 다시 한번 우리나라 국가안보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이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어느 가능성이 가장 높을까
어쨌든 3차례에 걸쳐 평양 밤하늘을 들쑤신 덕에 ‘무인기’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누가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조만간(혹은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밝혀지겠지만(아닐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민간에서 보냈을 확률을 그나마 높게 바라본다. 문제는 이 경우에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국방부가 고민을 해야 할 거다.
휴전 국가에서 민간인이 무인기를 띄워서 평양에 전단지를 살포했다? 자칫 잘못하면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을 민간인이 저질렀다는 거다. 이걸 막지 못했더라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알아야 하는 게 국방부다. 그걸 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실수가 되는 거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국경선 부근 포병부대에 완전사격준비태세’를 지시했다고 한다. 덤으로 평양 인근의 반항공(대공) 초소도 증강됐다고 말하고 있다.
긴장감은 올라가고, 우리 군도 덩달아 대비 태세를 갖춘다고 힘들어질 거 같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번 무인기 사건이 북한의 자작극이길 바란다.
우리 정부가 관여했다면 나라를 말아먹는 게 아니라, 아예 망하게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기에 더 한 짓도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간인이 그랬다면, 이 역시 모골이 송연해진다. 민간인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이들이 작정하고 ‘분탕질’을 칠 수 있다는 건 국가안보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만약, 삐라가 아니라 무인기에 사제폭탄이라도 하나 달고 날린다면 전쟁 시작이다.
부디 북한의 자작극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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