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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대통령 임기는 절반을 지나지 않았다. 윤석열에게 시간은 아직도 2년 하고도 200일이 더 남았다. 시간이 까마득히 남았음에도, 여의도 바닥에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단어가 돌아다니고 있다.

 

정치권에서 일하시는 분들 중 특히 진보진영에 있는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무조건 한 번은 들어봤을 질문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언제 되나?”

“탄핵이 정말 가능한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국민들은 이미 심리적 탄핵 상태에 돌입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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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도 정말 탄핵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확히 대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알 수 없다”가 가장 정확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답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이다.

 

대통령 탄핵은 엄청난 정치적 에너지를 요구한다. 이미 한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우리에겐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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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했다. 민주진영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 의석인 192석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대한민국 영부인이 주가조작이라는 중범죄를 저질러도 지켜보는 국민은 아무런 손을 쓸 수도 없다. 명품백을 뇌물로 받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겨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무력감이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설상가상 명태균이라는 정치 브로커가 여당의 거물급 정치인을 좌지우지하며 공천에 개입하고 국회의원 월급을 상납 받았다. 지금도 버젓이 대통령실과 여당을 협박하고 있다. '최순실 태블릿 PC'를 넘어서는 충격파를 여러 번 쐬었지만 아직 힘의 응집은 일어나지 않는다. 상식을 넘어서는 무도함에 우린 익숙해져 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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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의 필수 조건

 

최근 의미 있는 뉴스가 있었다. 익명으로 거론되는 대통령실 비서관과 행정관 7~10명의 존재를 놓고 친한(친 한동훈)계와 친윤(친 윤석열)계 및 대통령실 사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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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탄핵안을 통과시킨 사례는 총 2번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씨. 두 번의 경우를 돌이켜 보면 탄핵의 필수조건을 알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과의 분열이 있었고 박근혜 씨의 탄핵 당시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분열이 있었다. 즉, 여당의 내부 분열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탄핵을 위해선 여당이 쪼개져야 한다. 야당의 힘만으로는 탄핵이 시작되지 않는다.

 

엉망진창이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어려웠던 이유는, 지금까지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아무튼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고 있었다고 해도 국회의원이 아닌 그의 행보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는 국회 표결에 단 한 표도 표결할 수 없는 원외 당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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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한동훈 대표가 없어도 탄핵 저지선인 2/3를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그동안 아무런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사이의 잡음은 그저 작은 국지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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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이 한동훈 대표를 공개 저격하고 나섰다. 이는 앞으로 윤-한 갈등이 국지전에서 본격적인 분열로 번질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한남동 7인’혹은 ‘한남동 라인’을 청산하라는 한동훈 대표의 공개적인 요구는 그동안 번지지 않던 불씨가 여기저기 옮겨붙어 국민의힘이 분당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탄핵이란 둑의 작은 벽돌 : 부산 금정

 

국지전이 왜 전면전으로 확전 되려 하는가. 상황이 그만큼 예민해질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선거다. 보통의 재보궐 선거는 아주 작은 선거다. 통상적으로 다른 지역은 하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재보궐 선거는 다르다. 거대한 둑을 터트릴 작은 벽돌이 될 수 있다.

 

인천 강화, 부산 금정, 전남 영광, 전남 곡성

 

네 곳은 국민의힘 2명, 민주당 2명의 단체장이 있던 지역이다. 그중에서 인천 강화와 부산 금정의 경우 전통적으로 보수의 텃밭이었다. 여기서 국민의힘이 한자리라도 민주당에 빼앗긴다면, 국민의힘은 상당한 내상을 입게 된다. 특히 부산 금정은 그동안 8번의 선거에서 7번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이 승리했다. 지금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는 승부를 알 수 없는 안갯속이다. 민주당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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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선거 결과에 따라 한동훈 당 대표의 입지는 매우 위태로울 수 있다. 전국의 많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크게 관심 없을 수 있지만,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부산 금정은 절체절명의 승부처인 셈이다.

 

부산 금정을 바라보는 대통령실의 입장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한동훈 대표를 법무부 장관에 앉히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한동훈 대표는 먹여주고 재워주고 업어 키운 귀여운 동생, 후배다.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줬다는 것에서 이미 둘 사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대통령에게 한동훈은 절대로 배신할리 없는 '내 사람'이었을 것이다.

 

권력은 부모 자식 간에도 나누는 것이 아니다. 평생 서초동에서 지낸 순진한 두 법무 공무원은 그걸 몰랐다. 지금 한동훈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겐 눈엣가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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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90도로 고개를 숙이던 과거의 한동훈 대표가 아니다. 한동훈 대표는 아주 소심하게 대통령실에 지속적으로 반기를 들어왔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한동훈 대표의 이런 행동을 ‘배신’으로 간주하고 있을 것이다. 서초동의 직장문화는 조폭과 비슷하다. 동일체의 강령을 저버린 배신자는 반드시 처단한다. 아마도 이준석 대표를 날렸던 것처럼 한동훈 대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을 것이다.

 

추측해 보자. 대통령은 부산 금정에서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원할까?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당대표 한동훈에게 그 공이 돌아갈 것이다. 최소한 수비에 성공했으니 대표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 대통령실 입장에서 가장 좋은 그림은 금정 하나 내주고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한동훈을 날리는 거다. 숙청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을 통해 한동훈 대표와 그의 세력을 축출해낼 수 있다. 시들시들한 식물 대표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부산 금정을 바라보는 한동훈의 입장

 

우선 부산 금정 선거에 승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게 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처럼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소심하지만 계속 반항을 할 수 있고 당내 친한계의 입지에도 문제가 없으며 당분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모든 화살이 당 대표를 향하게 될 것이다. 잘잘못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한동훈 대표가 삐끗하기만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대표는 이미 지난 전당대회에서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다. 사실 한동훈 대표의 입지는 지금도 살얼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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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한동훈 대표는 최소한 선거에 패배의 책임을 본인 혼자 뒤집어쓰는 최악의 상황을 면해야 한다. 반드시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때문에 졌다고 프레임을 바꿔야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다거나, 김건희 라인을 없애야 한다고 미리부터 밑밥을 깔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패배하더라도 내말 안 들어서 패배한 것이지 나 때문에 패배한 건 아니라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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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전면전은 유예되고 당분간 지금과 같은 고착상태와 국지전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민주진영이 승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텃밭 패배에 대한 책임의 독배를 서로의 목구멍에 처넣기 위한 거대한 전면전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의 힘이 지면, 그 즉시 한동훈 대표의 탓이 맞냐 틀리냐로 싸우기 시작하게 된다. 여당 분열의 서막이다.

 

골드넘버 8

 

현재 범야권 국회의원을 모두 끌어모으면 192명이다. 8명이 더 필요하다. 200석이 되면 국회 2/3 가 된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을 거부한다 해도 재의결로 되돌아온다. 둑이 터지는 거다. 그리고 그 숫자는, 탄핵까지도 가능한 의석 수이다.

 

8표는 어디서 오는가. 여당이다. 여당이 쪼개지면, 가능성이 열린다. 국민의힘의 내부에서 친윤, 친한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지면, 특검법 재의결 시 필요한 8표의 이탈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거대한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작은 벽돌, 그게 바로 이번 부산 금정 재보궐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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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계 의원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장동혁

진종오

송석준

김형동

박정하

배현진

서범수

김소희

김위상

유용원

정성국

 

10여 명 정도. 이들이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표결을 할지는 미지수다. 한동훈 대표의 운명은 8표에 달려있다. 확실한 건 한동훈 대표는 모든 힘을 끌어모아 국회의원 8표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8표를 만들어야 대통령실과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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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 금정구 선거에서 민주진영이 반드시 승리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8의 전쟁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