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떻게 대통령을 뽑나?
지난 15일, 조지아주 디케이터의 한 사전투표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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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주별로 임명된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이 대통령을 뽑는다. 주별로, 어느 측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다 가져갈지는, 국민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다시 말해, 미국 대선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대통령을 선출할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다.
직접 대통령을 뽑나, 선거인단을 통해서 대통령을 뽑나 별 차이 없을 것 같지만, 두 제도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직선제에서는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승리하지만, 간선제에서는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가 당선된다.
과거 조지 부시 대통령은 앨 고어보다 전체에서 적은 표를 얻고도,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여 당선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미국 대선에서는 전체 득표수보다, 선거인단이 많은 주에서 어느 후보가 승리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사실 대부분 주에서는, 사실상 승자가 이미 결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주에서는 무조건 해리스가 선거인단을 독식할 예정이다. 반대로, 켄터키나 아칸소주에서는 트럼프 측이 무조건 승리할 예정이다. 이렇게 승패가 이미 정해진 주에서 민주당이나 공화당 후보가 얼마나 더 많은 표를 획득하냐는,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크게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접전지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
중요한 승부처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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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러스트 벨트 / 북부 경합 주)
네바다, 애리조나(서부 경합 주)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선벨트 / 남부 경합 주)
이렇게 7주가 대표적인 경합 주로 분류된다. 미국 대선은 전국 단위로 치러지지만, 사실상 위에서 언급한 7개 주의 승패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되는 괴랄한 시스템이다.
현재의 미국선거는 7전4선승제로 치르는 한국시리즈와 비슷하다. 다전제에서는, 한 경기에 득점을 폭발시켜 압승을 거두는 것보다, 1점 차라도 더 많은 경기에서 이기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마찬가지로, 미국 대선에서도 각 주에서 얼마나 큰 격차로 이기느냐 보다, 얼마나 많은 주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서 승자가 결정된다.
같은 접전지에 속한 주들은, 서로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펜실베니아와 미시간 등의 러스트 벨트에서는 백인 노동자들의 표심이 어디를 향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이고, 반면 남부 주에서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 온 백인 여성들이 해리스에게 지지를 보낼 것인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누가 유리한가?
애초에 나는 이번 대선이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이 짜 놓은 구도가 좋았기 때문이다. 과거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던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는 경합 주로 바뀌었고, 서부 경합 주에서도 레이스 내내 민주당은 우위를 유지했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기존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던 러스트 벨트를 지켜내거나, 남부 경합 주 / 서부 경합 주 중 한두 곳만 뺏으면 무조건 이기는 선거였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가 북부 러스트 벨트에서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동률을 이루면서 그라운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간 경합 주로 분류되던 남부 주들은 미세하게나마 트럼프 우위로 바뀌었다. 트럼프가 선거 막판에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모든 경합 주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로 붙어버렸다. 현시점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승자를 예측하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아니, 그래서 누가 유리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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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대선 통계 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23일 NYT 사설을 통해 이번 선거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격전이라고 했다. 굳이 느낌만 가지고 한 명을 꼽으라면, 트럼프가 다소 유리해 보인다는 생각을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훨씬 뛰어넘는 득표율을 (특히 북부 경합 주에서) 거둔 전력이 있다. 지금처럼 여론조사가 박빙이라면, 실제 득표에 들어가서는 트럼프가 북부 경합 주에서 모두 승리할 거라는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계속해서 낮게 나오는 것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여론조사를 거짓말로 응답한다고 하기보다는, 기존 여론조사 방식 (샘플링, 표본 수)과 예측 모델이 제대로 트럼프 지지율을 나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들도 두 번의 실패를 통해 이 점을 잘 인지하고 있으므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는 어느 정도 트럼프에게 유리한 보정이 들어간 상태이다. 만약 보정치가 부족하다면 트럼프는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고, 반대로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트럼프 팩터가 강하게 반영되었다면 해리스가 이길 것이다.
여론조사 자체보다는, 바닥에 깔린 민심과 통계 오류가 어느 후보를 향해 유리하게 작용하느냐에 따라서 대선 결과가 갈릴 것이다. 조심스럽게 예측해 보자면, 펜실베니아에서 이기는 후보가 꽤 큰 선거인단 격차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얘기한 대로 각 격전지는 어느 정도 정서를 공유하는데, 가장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펜실베니아에서 승리한 후보가 나머지 지역에서도 신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지나놓고 보면 누군가의 낙승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최종 선거인단 숫자만 보면, 펜실베니아에서 승리한 후보가 꽤 넉넉한 격차로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누가 펜실베니아에서 이길지 예상할 수 없다. 오로지 직감으로 한 명을 꼽자면 나는 해리스가 아슬아슬하게 이길 것 같다.
왜 이렇게 치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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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선거는, 해리스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을 지키면 무조건 이기는 선거였다. 실제로 해리스 후보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직후,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했을 때는 여론 조사상으로 꽤 넉넉한 우위를 확보했다. 그런데 최근 2주간 해리스 지지율이 급속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 저학력 백인 남성들의 이탈이다. 예전부터 민주당은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정당이었다. 제조업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미시간,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등의 북부 주들은 블루월이라 부르는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다.
트럼프는 블루월을 뒤집은 덕에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고, 반대로 바이든은 백인 노동자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랬기 때문에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최근 바이든은 매우 저평가되었지만, 원래 바이든은 대중 스킨십에 매우 특화된 정치인이다. 오바마처럼 대중을 휘어잡는 연설 능력은 없지만, 현장을 누비면서 스스럼없이 대중들과 소통하는 능력만큼은 1티어였다. 괜히 현직 대통령 최초로 노조 시위에 참여했던 게 아니다. 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있었던 장소가, 주요 격전지 중 하나인 미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검사 출신 해리스는 다소 꼿꼿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적어도 대중 친화력 면에서만큼은, 부족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두 번째, 흑인 남성과 히스패닉 지지자의 이탈이다. 소수인종은 그동안 민주당을 지탱해 온 중요한 유권자 그룹이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은 흑인들로부터 무려 92%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주요 경합 주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바이든은 히스패닉 유권자로부터도 과반이 넘는 59% 지지를 받았다.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데는 흑인 여성 출신의 거물 정치인이라는 사실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무난하게 유색인종들과 여성의 지지를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대선이 코앞으로 와서 보니, 해리스는 흑인과 라티노 유권자들에게서 생각만큼 인기가 없다. 바이든에 비하면, 두 인종 집단의 해리스 지지율은 10~20%가량 하락했다. 특히 경합 주 흑인과 히스패닉 남성만 놓고 보면, 트럼프가 오히려 해리스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해리스가 인기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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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인 이유는 해리스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남성 중에는 생각보다 흑인 여성 대통령을 뽑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수 있다. 해리스에겐 바이든처럼 친근한 이미지가 아니라, 날카롭고 공격적인 이미지가 있다. 아직도 대통령이 되었을 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힌 것도 별로 없다. 이래서야, 바이든 행정부가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이런 여러 가지 결점들이 두드러지면서, 해리스의 인기는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백인 노동자들과 히스패닉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것은 지난 대선 이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해리스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민주당이 그동안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는 게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간 민주당은 정치적 올바름 문제에 있어서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민주당이 고학력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는 데 이바지했다. 민주당이 과거 노동자들과 소수인종만의 정당에서, 중산층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난 것이다. 본격적인 노선 변화(마이너리티에서 중산층으로)가 이뤄진 2000년 이후, 민주당의 전국구 지지율은 크게 상승했다.
문제는 PC주의가 지나치게 팽창하면서, 점점 많은 사람이 피로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문화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미국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그 사이 국민의 관심사는 점차 인종과 성별에서, 경제적인 부분으로 옮겨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 부분을 그동안 놓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얘기다. 후드에 사는 흑인 유권자는, 하버드에서 얼마나 많은 흑인을 뽑는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본인은 대학 교육조차 받지 못했기 때문에, 본인의 자식을 하버드에 보낼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하버드가 흑인을 더 많이 뽑는다고 했을 때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중산층 이상의 잘 교육받은 흑인 가정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문제에 집착하는 민주당을 보면서, 펜실베니아나 미시건 지역의 백인 노동자는 한숨을 내쉴 것이다. 나보다 잘사는 흑인이 더 잘되는 것보다, 당장 지역의 일자리를 지키는 게 훨씬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매력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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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이 간극(민주당이 주장하는 이상과 현실적 경제적 격차)을 매우 잘 파고들었다. 트럼프는 막말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한다. 트럼프는 노동자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진 게, 중국인들이 일자리를 다 빼았아 가서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였고, 멕시코 국경 지역에는 장벽을 쌓았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중을 위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짓을 실행에 옮겼다는 게 중요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집단의 트럼프 지지율이 올라간 부분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남성 그리고 저학력일수록 올라간다.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경제적으로 나아져 왔던 흑인 여성과 달리 흑인 남성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뒤처지고 있다. 히스패닉 노동자들 또한 여전히 저임금을 받는다.
이런 경제적 취약계층에는, 정치적 올바름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와 해리스가 얘기하는 IRA 법안이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그다지 서민들에게 와닿지 않는다. 그에 비해, 트럼프는 임기 중에 세금을 깎아주고 재난 지원금을 시원하게 쏜 적이 있다. 트럼프는 본인이 당선되면, 세금을 더 깎아주고 투자가 이뤄지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Trump low tax, Harris high tax"라는 간단명료한 포스터를 제작하여 각 지역에 뿌리고 있다.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니아를 찾아서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Fracking (수압파쇄(고압의 물을 주입해 지하 암석을 파쇄하는 기술)를 이용해서 셰일가스를 채취하는 것. 많은 원유를 생산할 수 있어 효과가 확실하지만, 많은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다시 말해,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훨씬 직관적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 바이든 행정부 시절보다 인플레이션도 낮고, 경기가 더 좋았다. 실제 여론조사를 해보면, 경제정책 부분에 있어서는 트럼프가 해리스를 크게 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당장 먹고사는 게 팍팍한 취약계층 입장에서는, 해리스가 얘기하는 친환경이니 정치적 올바름이니 하는 얘기가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릴 것이다. 반면, 트럼프가 약속하는 감세나 석유개발은 확실히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트럼프가 이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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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소 편향적으로 쓰인 글이 맞다. 나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당이나 해리스가 캠페인 기간에 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글에서는 개인적인 아쉬움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민주당과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미국을 더 잘 이끌어갈 것이라고 믿고, 대선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선거가 막판으로 갈수록, 두 후보 간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 원인이 해리스 지지자가 갑자기 트럼프 지지자로 바뀌어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느끼기에 대부분의 유권자는 이미 누구를 지지할지를 정해 놓은 것 같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직장은 물론이고 친한 친구끼리도 정치 얘기를 하는 게 미국에서 점점 금기시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그런데 몇 주 만에 지지 후보를 바꾼다?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그보다는,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뀐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해리스에게 실망한 해리스 지지자들은 여론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반면, 위기감을 느낀 트럼프 지지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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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에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는, 해리스에게 실망했던 낙담 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 모으는 결과를 만들지 않을까 한다. 아무리 해리스가 싫어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꼴은 더 보기 싫을 테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해리스 캠프의 선거 후원금이 많이 모인다는 데 있다. 빌 게이츠를 비롯, 과거 민주당에 소극적이었던 후원자들이 트럼프의 재집권확률이 올라가자 갑자기 대형 후원금을 출연하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 힐러리보다 절반밖에 후원금을 못 모았지만, 대선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후원모금액 자체가 대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막판에 해리스에 후원금이 몰리는 게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본다. 힐러리처럼 여론조사 기간 내내 앞서다가 본 투표에서 얻어맞느니, 막판에 절박한 모습을 보이는 게 본 투표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최근 분위기만 본다면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맞다.
미국 대선은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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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혹은 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실제 바뀌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양당제가 확고히 자리 잡은 미국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예산의 약 80%가량은 매년 고정되어 있다.
게다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은 갈수록 비슷해지는 상황이다. 가령, 바이든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대중 제재를 강화하고, 최근에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많은 정책을 계승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외교정책이나 경제정책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일은 없다. 다만, 트럼프는 그의 존재 자체가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러시아, 이스라엘)가 과격한 행동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바이든은 합리적이고 신사적이었지만, 그래서 예측 가능한 면이 있었다. 가장 미친놈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미친 척하고 막 나가던 다른 나라들이 몸을 좀 사릴 것도 같다.
경제적으로는 에너지 정책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해리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바이든 정권에서 추진하던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이 계속해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셰일에너지 개발이 더욱더 확대될 것임은 확실하다. 트럼프가 팬실베니아에가서 셰일에너지 개발을 공약으로 걸었다는 얘긴 앞서 했다. 트럼프는 더 많은 에너지를 더 싸게 공급하는 게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요약하자면, 외교와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는 꽤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대통령 한 명이 트롤짓한다고 망하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답답해 보이는 워싱턴 정가는, 의도적으로 대통령 한 사람이 많은 일을 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적어도 대통령 마음대로 백악관을 펜타곤으로 옮긴다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보다는, 올해 하원과 상원의원 선거가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올해 공화당은 상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는 게 거의 확실해 보인다. 하원은 대선만큼이나 접전이긴 하지만 역시 공화당이 우위이다. 만약 여론조사 결과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태에서 임기를 시작할 수 있다. 여기에 연방 재판관들도 이미 트럼프 행정부 시절 임명해 놓은 친 공화당계 판사들로 채워져 있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진정한 왕의 귀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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