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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마지막 날, 파주시 임진각 6.25전쟁 납북자기념관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납북가족연합회. 대북 전단을 날리기 위해서다.

 

보통 대북 전단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날은 달랐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윤 대통령의 살상 무기 지원 언급 이후, 언론의 이목이 대북 이슈로 집중되었다.

 

바로 옆에선 반대 집회도 열렸다. 국경 지역 주민과 여러 시민단체가 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섰다. 충돌을 막기 위해 특별사법경찰관, 경찰 기동대, 소방 공무원 등 800여 명의 공권력이 들어섰다.

 

각자 다른 이유로 모인 사람들. 현장은 지금의 정국만큼이나 엉망진창이었다.

 

본지, 그 아수라장을 디벼봤다.

 

현장 도착 10:00

 

대북 전단 살포가 예고된 시각은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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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 입구부터 형형색색 트랙터들이 줄지어 정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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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는 대북 전단 살포 반대 플래카드가 걸렸다.

 

기념관 앞으로 이동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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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주민연합과 시민단체를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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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인파가 모인 곳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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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경찰버스를 동원해 기념관 좌우로 폴리스 라인을 설치했다. 두 집회(찬성과 반대)의 충돌을 막기 위한 조처다. 신분증 검사를 통과한 언론인만 대북 전단 살포 현장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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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보호를 받는 납북자가족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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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조끼를 입은 최성룡 대표(맨 오른쪽)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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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옆으로는 7명(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 고교생 납북자 김영남, 이민교, 최승민, 이명우, 홍건표 그리고 최성룡 연합회 대표의 부친 최원모 씨)의 납북자 사진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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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 살포 시작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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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파주 시장, 민주당 대북 전단 TF팀이 마지막 설득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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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단체는 건너편 철길을 따라 이동해 반대 집회 구호를 외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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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을 중심으로 나눠진 두 단체. 물리적 충돌이나 소요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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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가족연합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최 대표는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대북 전단 살포를 포기하고, 11월 중으로 정상적인 집회 신고 후 전단 재살포를 예고했다.

 

"북한 주민 인권도 중요하고 납북자 송환도 소중하다. 그러나 정당한 목적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단이 합리적이고 정당해야 한다. 대북 전단 살포는 오물 풍선과 확성기 공격에 빌미를 주고 있다."

 

김경일 파주 시장의 발언이다. 예상과 달리, 연합회 측에서는 시 측의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최 대표는 이후 발언에서, 접경지 주민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면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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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가족연합회에서 띄운 드론과 생사 확인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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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과 실랑이 중인 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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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현수막을 드론과 연결해 공중에 띄워 공개했다. 그런데 현수막 아래 적힌 단체명이 눈에 들어온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이 한 명 있었다. 그는 현수막에 걸 막대를 가져와 바닥에 내려치는 과격한 퍼포먼스를 보였고,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언론을 향해 현수막을 펼쳐 보이며 언론이 받아쓰길 원하는 발언과 장면을 연출했다. 바로,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다. 이번 납북자가족연합회의 대북 전단 살포를 지원했다.
 
박상학,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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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학 씨는 탈북자 출신으로 현재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표다. 2007년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단체 대표직을 맡던 시기에 공금유용 문제로 퇴출되었다가 이후 자유북한운동연합 단체를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현장에서 과격한 언행으로 유명하다. 2020년 강화도 주민이 대북 전단 살포를 막자, 주민들을 향해 "야만의 편에 선 빨갱이 새끼들"과 같은 폭언과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같은 해, 취재진에게 벽돌을 던지고 자신의 신변 보호 중인 경찰에게 가스총을 분사하기도 했다(암살 시도가 있었고 이후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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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북한 동포들에게 우리는 사실과 진실을 전한다. 대북 전단에 포탄이 들어있나, 독약이 들었나. 우리는 타이레놀, 비타민C를 보냈는데 북한은 없는 쓰레기를 빡빡 뒤져가지고 여기다가 오물 쓰레기를 보내?"
 
"저 아들이 자유의 물을 마시고 한강물 마신 애들이 대동강 물 마신 북한 조선노동당보다도 더 반역적이야! 대한민국 5천 만 인구 중에 저기 몇 명 왔어? 50명도 안 되네. 조만간 계속 애드벌룬도 보내고, 드론도 보내고 대북 전단 보낼 겁니다. 오늘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고!"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반역자로 지목되었다.
 
최 대표와 박 대표 모두 북한 체제의 비인간성을 지적하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었다. 납북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다는 대북 전단 살포의 목적을 정확히 밝힌 최 대표와 달리, 박 대표는 체제 비판에만 몰두했다. 극우 집회 현장에서 나올 법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십여 년 전, 두 대표는 함께 대북 전단을 날린 경험이 있다. 하지만 최 대표는 박 대표보다 퍼포먼스가 능숙하지 못했다. 집회 경험이 많은 단체에서 보이는 행동이 있다. 언론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도록 각도를 맞춰 현수막을 띄우거나, 그림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과격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최 대표는 납북피해 가족임을 언급하면서 언론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뤄주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정부가 요구하는 정당성을 고려해 이날 대북 전단을 살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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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가족연합회는 역대 정부별 납북자 관련 요구 횟수를 언급하며, 김대중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북한과의 관계가 호전되었음에도 납북자 문제에 소홀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에겐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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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납북자 관련 요구 18건으로 정상회담에서 직접 김일성에게 생사 확인 요구하였고, (일본에 사과하고 납북자 돌려보냈더니 뒤통수 맞았다는) 김정일의 고백에 노 대통령은 돌아와서 피해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특별법인 전후납북자법을 박근혜 대표와 협의하여 만들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언급하며 납북자 가족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줄 것을 요구하고, 남북한 지도자 비판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소식지를 반대하기 전, 먼저 북한에 납북자 문제 해결 요구와 현재 지속되는 도발 중단을 먼저 요구하고 우리 단체에도 중단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순서다. 이 모든 잘못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게 속아 넘어간 우리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마땅히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평생 한이 되어 남아있음을 알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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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집회 현장에 놓인 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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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된 가족의 생사 확인 요구는 정당하다. 대북 전단 살포 행위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다.
 
이 사이에서 "조율점"을 찾는 것이 "정부"란 이름을 가진 조직의 일이다.
 
현 단계, 정부가 찾은 "조율점"은 고작 살포를 용인 혹은 방치하는 것이 전부로 보인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취재: 금성무스케잌, 조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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