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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1. 동남아는 왜 미국보다 중국에 기울었나

 

2. 동남아가 보는 한국 : 중요하지만 원하진 않는 사정

 

 

 

본 연재는 동남아시아 정세를 동남아 국민들의 시각에서 다룬 기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동남아는 국내에서 그 존재감이 사라졌다. 그러나 동남아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더욱 성장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중요한 지역이다. 

 

경제 발전기에 있는 국가가 몰려 있는 데다가 인구가 많아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이 부딪치는 이 시점에서 안보적으로도 중요성이 올라가고 있다. 동서 무역의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 장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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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동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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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에 속한 국가들

 

하지만 한국은 동남아를 홀대한다. 미국과 중국이 이 지역에서 서로 영향력을 더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고, 일본은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공들여 왔는데, 한국은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과거보다 동남아에 영향력을 확장하려 노력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다시금 후퇴하고 있다. 다음 정부가 들어선다면, 필히 추진해야 할 정책 중 하나가 동남아에서의 영향력 확장일 것이다.

 

다만, 상대방을 알아야 거래를 맺을 것 아닌가. 그리하여 본 연재는 우리의 세계관에서 사라진 곳, 동남아시아 정세를 그들의 입장에서 한번 보려고 한다. 

 

 

질답으로 푸는 동남아 정세

 

본 연재는 ‘동남아 정세 분석’에 관해 가장 권위 있는 기관으로 꼽히는 싱가포르 ‘유소프 이삭 동남아시아연구원(ISEAS–Yusof Ishak Institute, ISEAS)’이 동남아 국민의 여론을 직접 물어보고 작성한 보고서(The State of Southeast Asia 2024)를 기반으로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지난 기사(링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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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보고서 표지와 첫 장

 

지난 기사(링크)에서는, 

 

‘왜 동남아 국민들은 한국을 동남아에 중요한 국가로 상위권에 뽑았지만, 같이 연대할 국가로는 그 가치를 두지 않았나?’

 

‘동남아 국민들은 왜 일본과 미국을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국가 1, 2위로 뽑았나?’

 

‘동남아 국민들이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 국가로 뽑은 이유는?’

 

‘동남아가 중국에 느끼는 위협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등에 대해 다뤘다.

 

Q8. 중국이 자국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복수 응답이 가능한 질문에서 동남아 국민들이 가장 많이 답한 건 다음과 같다.

 

1. 남중국해 등 영토 분쟁에 대한 평화적 해결 (67%)

 

2. 동남아 국가의 주권 존중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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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현재 중국과 가장 갈등이 고조되는

국가가 베트남, 필리핀이다. 

 

이 외에도 무역 역조(한 나라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은 상태) 개선, 인적교류 등 비교적 부드러운 해결책도 언급되었지만, 이런 답변은 작년에 비해 감소했다. 이런 추세를 보면, 중국과 동남아 국가 사이에 불편한 관계 및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Q9. 동남아에 대한 가장 큰 세 가지 도전은 무엇인가?

 

각 응답자에게 세 가지씩 답변해달라 한 결과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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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업과 경기후퇴 (57.7%)

 

2. 기후변화와 극단적 기후 (53.4%)

 

3. 강대국 간 경제적 긴장 고조 (47.0%)

 

4. 사회경제적 간극 및 소득 불평등 (44.4%)

 

그 외 : 인권, 테러리즘, 세계의 지역들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충돌

 

이 답변 결과는 (비슷하지만 다른) 또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고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Q10. 아세안이라는 지역 기구에 대한 중대한 도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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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세안이 비효율적이며 느리게 변화함 (77.0%)

 

2. 미·중 경쟁 속에 아세안이 전쟁터가 되거나 그들 싸움의 대리자가 될 위험 (76.4%)

 

3. 아세안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경제를 회복하지 못할 우려 (59.9%)

 

위 두 질문은 같은 듯하지만, 다른 질문이다. Q9동남아시아라는 지역에 속한 개별 국가들이 느끼는 위험에 대한 질문이라면, Q10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연합해 형성하고 있는 ‘아세안(ASEAN)’이라는 국제기구에 대한 질문이다.

 

두 질문에 대한 결과를 보면, 경제 후퇴에 대한 우려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꼭 집어 언급한 건 이것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 경제를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우려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했다. 

 

같은 조사를 2023년에 했을 때는 37.2%의 응답자가 이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이 우려를 표한 응답자가 59.9%나 되었다. 1년간 무려 20%가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경제 회복에 대한 동남아 국민들의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동남아 국민들은 부푼 희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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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끝났드아~~~!

출처-<링크>

 

“이제 다시 경제가 회복되고 코로나 이전처럼 살 수 있겠지?” 

 

그러나 부푼 기대와는 달리 경제 회복은 쉽게 되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끝난 직후에는, 

 

“조금만 더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며 기대를 이어나갔다. 

 

현실은 이들의 기대와 달랐다. 시간이 가도 경제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한 해, 두 해 이어지자 동남아 국민들이 경제 회복에 걸었던 기대는 점점 회의적으로 변했다.

 

“코로나 이전 경제로 회복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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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경제를 회복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비율이 단 1년 만에 20%가 넘게 증가했다는 건, 위와 같은 좌절을 느끼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다는 걸 뜻한다. 동남아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Q9에 대한 답변 중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이 2위를 차지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현재 여러 정치/경제적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기후변화 문제를 2위로 꼽았다는 건 이들이 느끼는 기후변화의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걸 의미한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어 기후변화가 일어나면, 지구에서 가장 더운 부분인 적도에 가까울수록 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서도 나와 있듯, 이 부근은 국가가 발전하기에 좋은 위치도 아니다. 때문에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위치하고 있다.

 

이들은 선진국에 비해 기후변화에 대처할 돈도 충분치 않다. 돈은 부족한데, 위험은 더 크게 받는 상황이라는 것. 동남아 국가들이 그렇다. 현재 인도네시아 도시들이 물에 잠기고 있듯, 그들은 현재 우리가 한국에서 느끼는 기후변화보다 훨씬 큰 위험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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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 세계는 지금 2019년 방송>

 

다음으로, 미·중 강대국 간 패권 전쟁에 휘말릴 위험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우려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우리와 같은 걱정이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부딪치고 있는데, 동남아시아는 그 충돌이 크게 일어나는 대표적인 곳이다.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미·중 ‘경제’ 전쟁에 관해서는 라오스, 캄보디아같이 중국과 더 가까운 국가들이 특히 큰 우려를 보였다는 점이다. 현재 비교적 미국과 가까운 베트남, 필리핀은 우려가 높지 않았다. 미·중에 대해 상대적으로 독립적이라고 알려진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즉, 미국보다는 중국에 의존적인 국가들의 걱정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미·중 경제 전쟁이 중국에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과 중국에 의존적이어서 미국을 놓칠 가능성에 대해 더욱 걱정했다.

 

반면 ‘군사적’ 충돌에 관해서는 군사적으로 미국과 더 가까운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같은 국가에서 더 큰 우려를 보였다. 군사적 측면이냐 경제적 측면이냐에 따라 미·중 패권 전쟁에 대해 보인 각 동남아 국가의 입장이 다른 것이다. 흥미로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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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지도

 

‘아세안이라는 지역 기구에 대한 도전 1위’로는 ‘아세안이 비효율적이며 느리게 변한다’는 점을 꼽았다. 아세안에는 ‘아세안 웨이(ASEAN WAY)’라는 방식이 있다. 아세안에서는 다수결의 원칙이 통용되지 않는다. 아세안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되는 사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어야 한다. 이것이 ‘아세안 웨이’다.

 

이 방식은 힘의 논리로 인해 소외받는 국가가 없도록 하는 장점이 있지만, 어떤 결정도 공식적으로 내리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때문에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세안에 속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관련 사안에서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는다. 강대국에 당당히 맞서거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세안이 공식적인 결정을 내리고 소속 국가끼리 힘을 모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이다.

 

‘아세안이 비효율적이며 느리게 변한다’는 점을 스스로 문제점 1위로 꼽았다는 건, 빠르고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는 현상황과 한계에 회의감과 위기감을 드러낸 답변이라 할 수 있다.

 

Q11. 글로벌 차원의 지정학적 중요 사건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개별 국가별로 다르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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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전체 답변 비율에서) 상위권 답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시작된 중동 전쟁 문제

 

-남중국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사이버 스캠 문제

 

중위권 답변

 

-미얀마 이슈

 

하위권 답변

 

-북한 미사일

 

-2024 미국 대선

 

-대만 정책 방향

 

중동 전쟁 문제를 주요 이슈로 뽑은 국가는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였고,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는 비교적 러시아와 가까운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에서 주요 이슈로 꼽았다.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미국 대선에 대해 2배가 넘는 관심도를 보이며 미국의 지역 관여 정책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려는 사고를 보여줬다.

 

올해 초에 일어났던 대만 총통 선거 결과 같은 대만 정책에 관해서는 화교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싱가포르에서 제일 관심을 보였다.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과 갈등을 직접 겪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에서 관심을 보였다. 

 

미얀마 이슈는 당연히 미얀마에서 압도적 관심을 보였다. 다른 국가 중에서는 태국이 압도적인 관심을 보이며 미얀마 다음으로 관심을 보였다. 태국이 미얀마 이슈에 관심이 큰 이유는 최근접 국가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얀마에서 발생한 난민이 태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 다른 국가에 비해 미얀마의 상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아세안 내부적으로는 길어지는 미얀마 사태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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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0일,

내전을 피해 태국으로 건너가는

미얀마 난민들

출처-<링크>

 

 

마치며

 

본 연재에서 소개할 ‘2024년 동남아 국민 여론’은 이것으로 마친다. 자세한 여론이 궁금한 독자는 아래 ‘참고 및 인용 자료’를 참고하기 바란다. 

 

처음부터 읽은 독자는 느꼈겠지만, 명료하지 않거나 모순적인 것이 많다.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를 다루다 보니 칼로 무 자르듯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다(게다가 동남아는 주요 종교도 제각각이다). 비슷한 국제기구인 유럽연합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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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아세안 정상회의

출처-<링크>

 

미국보다 중국을 택한다는 비율이 높았음에도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제일 높았고, 미국에 실망했으면서도 미국에 많은 기대를 건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 일본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낸다. 이유는 ‘국제법 준수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렇다. 모순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동남아시아다. 이 포인트를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동남아를 교두보로 영향력을 뻗어나가는 길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

 

1.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편

 

2. 말레이시아, 베트남 편

 

3. 태국, 필리핀 편

 

4. 캄보디아, 라오스 편

(feat.아프리카)

 

5. 미얀마 편

(feat.러시아에 대한 아세안 각국의 태도)

 

 

 

 

참고 및 인용 자료

 

(1) The STATE OF SOUTHEAST ASIA 2024 SURVEY REPORT

(2) 싱가포르 ISEAS의 THE State of Southeast Asia 2024 Survey 결과 분석 보고서(고려대학교 아세안 센터 / 신재혁 엮음, 김형준, 이재현, 서정인, 정호재 지음)

(3) 아세안주간동향 WEEKLY ASEAN-Mission of the Republic of Korea to ASEAN(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

(4) 유튜브 채널 '윤진표교수의 아세안 이야기'

 

Profile
본명 : 임지현 / 딴지일보 기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국내외 정치를 필두로 다양한 이슈에 관심이 많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메일은 ddanzi.limkwonsan@gmail.co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