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참전은 안 해도 참관은 해야 한다”
지난 10월 18일 국민의 힘 한기호 의원의 발언 직후 난데없는 참전 이슈가 불거졌다. 명분은 간단하다.
"우리도 현대전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참관단과 전력분석단 파견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발언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 발언이다. 국정원도 한 손 거들었다.
"우크라이나와의 협의가 중요하다. 그 결과에 따라서 (참관단 관련 사안) 구체화될 수 있겠다."
그리고 지난 10월 28일, 국정원 1차장을 나토에 보냈다. 정확하게는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셸을 찍고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윤석열 정부는 ‘전쟁’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것을 천명하며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위협’으로 간주했다.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러북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의 전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다 (중략) 또한, 러시아가 북한에 민감한 군사기술을 이전할 가능성도 문제지만, 6.25 전쟁 이후 현대전을 치러보지 않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얻은 경험을 100만이 넘는 북한군 전체에 습득시킨다면 우리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을 정리해 보면,
첫째,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넘기는 것 자체가 위협이다.
둘째, 북한이 실전경험 하는 것이 우리에게 위협이다.
맞는 말이다. 북한과 싸우고 있는 입장에서 북한군이 신기술을 얻고, 실전경험을 통해 군사력을 확충하는 게 좋을 리는 없다. 그런데, 우리가 참관단을 보내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과정은 이해되지 않는다.
참관단? 이미 우리나라 정보사나 국정원에서 우크라이나에 사람 보낸 지 꽤 됐을 것이다. 아니라면, 정보사나 국정원의 직무유기다.
참관단이란?
10월18일, 러시아군 장비를 수령하는 북한 군인의 모습
출처 - <SPRAVDI>
역사책을 들여다보면, <관전무관>이라는 말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교전국의 허가 하에 전투를 관전하는 제3국의 군인들을 뜻한다. 전쟁이라는 걸 배우려면, 실전을 경험하는 게 최고지만 실전은 곧 ‘죽음’을 동반하기에 전쟁을 배울 기회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전쟁사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전쟁을 관전하는 것도 하나의 기회다. 이 관전무관들을 통해서 전쟁의 최신 트렌드(시대별로 전쟁이 변화하니까)와 전략전술 변화에 대해 체득하고 이를 본국에 전해 장차전을 대비하는 거다.
이건 그렇게 특이한 경우가 아니다.
물론, 관전무관이 제대로 관전을 했음에도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러일전쟁이다. 러시아와 일본이 한 판 붙자 그레이트 게임을 펼쳤던 영국은 러시아군을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 관전단을 꾸려서 여순항으로 보냈다.
당시 영일동맹은 최절정으로 향하던 시기이고, 일본이 러시아와 한판 붙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영국의 지원이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었다. 그런 영국이 관전단을 보내겠다는 데 일본이 반대할 리 없었다.
영국 관전단은 일본과 러시아의 피 튀기는 전투를 바로 옆에서 ‘관람’할 수 있었는데, 그 유명한 203 고지에서의 전투도 확인한다(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에 이 부분이 잘 나와 있다. 참고 기사(링크)).
여기서 문제는, 영국 관전단이 기관총과 참호의 결합이 어떤 형태로 전쟁을 이끌지를 두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훈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참상이 펼쳐지게 되었다.
관전무관을 보내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안 보내는 것 보다 보내는 것이 낫고, 당연히 보내는 게 맞다. 문제는 이렇게 요란하게 보내야 하냐는 점이다.
이미 보냈을 것이고, 보냈어야 한다
출처 - (링크)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참관단을 보냈을 것이다. 2022년에 시작된 전쟁이 벌써 3년 차에 들어가는 상황이고, 포탄 관련해서 우리나라가 주목 받은 지 꽤 오래 됐다.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보를 등한시 했을 리가 없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 50여개 국에 70여명의 국방무관을 파견한 상태다. 대외적으로는 다른 국가들과 국방교류협력, 방산수출입 지원(우리나라 무기를 팔기도 하지만 해외 무기를 들여올 때도 무관들이 역할을 한다), 국방외교활동 등등을 하는데...이건 외부에 보이는 모습이고, 무관을 보낸 나라나 무관을 받아들인 나라나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응, 너 스파이”
소위 말하는 화이트 요원이다. 외교관을 공인된 스파이로 보는데, 국방무관은 대놓고 스파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해당 국가에서 열심히 정보를 수집한다. 역사를 따지고 들어가면 나폴레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폴레옹이 1806년에 오스트리아 빈 대사관에 대위 한 명을 이등 서기관으로 보낸 것부터 시초라 할 수 있다.
당시 나폴레옹은 이 ‘이등 서기관’에게 임무를 내렸다. 간단히 말해서 오스트리아군에 대한 정보 수집이었다. 이처럼, 국방무관은 그 시작부터가 ‘대놓고 스파이’다.
국방무관들은 전쟁이 나면 참관단도 하고, 정보수집도 한다.
(일본의 경우도 무관을 보낸다.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기에 ‘방위주재관’이란 이름으로 파견한다. 우리나라에 파견된 이 방위주재관이 우리나라 정보사 요원을 포섭했다가 걸려서 쫓겨난 적도 있다. 대놓고 스파이라고 말한 이유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을 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보사나 국정원에서도 사람을 보냈을 것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수많은 무기를 위해 기술자들뿐만 아니라 PMC(용병) 등이 넘치도록 우크라이나에 갔다. 그 외에도 많은 이들이 많은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들어갔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 말을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한기호 의원이나 신원식 안보실장이 말했듯이 전쟁의 트렌드를 확인하고,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참관단을 보낸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뜻이다.
보내야 한다면 공식석상에서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조용하게 보내면 된다. 다른 나라에서 대놓고 참관단을 보낸다고 동네방네 떠드는 걸 봤나? 아니다. 왜 이러는 걸까?
그런데 왜 공개적으로?
출처 - (링크)
참관단을 보내지 않았더라도 유튜브에 넘쳐나는 정보들을 보면 얼추 상황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 초기에 갓 전역했던 장군 한 명과 우크라이나 전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에 그 장군이 입맛을 다시며,
“내가 아직 현역에 있었다면, 참모들 모아놓고 전술토의나 지형에 대해 토론했을 텐데 아쉽네.”
라면서 전쟁초기 러시아군의 키이우 공략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추정해 나가던 기억이 새롭다. 아무리 우리나라 군대가 문제가 많더라도 전쟁을 준비하는 이들이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그냥 내버려 둘리가 없었다. 물론 똥별도 많고 문제 있는 장교도 많지만, 우크라이나 전선 하늘에 수천대씩 날아다니는 드론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대테러종합훈련’이 아무리 보여주기 식이라지만, 언젠가부터 드론에 대한 대비책을 하나 둘씩 보여주는 걸 보면, 우리나라 군대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기호 의원이 북한이 베트남 전쟁 때와 중동전 때 몰래 파병한 이야기를 꺼냈다. 맞다. 북한이 그랬다. 이집트는 중동전 때 북한이 전투기 조종사 파병한 걸 두고두고 기억하고 도와줬다.
(4차 중동전 때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몰아붙인 이유 중 하나가 북한 군사고문단이다. 북한이 전투기 조종사를 몰래 파병한 게 잘 알려졌지만, 북한군은 이때 ‘본격적으로’ 이집트를 도왔는데, 전술교리뿐만 아니라 정훈파트까지 도왔다. 이스라엘군에 기 죽어있던 이집트 군을 철저하게 가르치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그 뒤로 전차 사냥법부터 시작해, 방공망 구축, 미그 17을 활용하는 법까지, 여하튼 북한이 이때 제대로 힘썼다.)
북한은 ‘몰래’ 이집트를 도왔다. 베트남 전 때도 마찬가지다.
월남전 당시 국군 피해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참전 병력을 보면 32만 명이 훌쩍 넘어가고 전사자, 부상자 피해는 집계됐는데 ‘포로’가 없었다. 전쟁 중 포로는 당연히 발생한다. 그런데 국군은 일관되게 포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가 2009년이 돼서야 포로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 포로들은 어떻게 됐을까? 북송이다. 북한 심리전 부대가 포로 심문을 한 다음 북송 했던 것이다. 당시 북한은 베트남 전 때도 중동전 때도 정치 외교적인 문제 때문에 비밀리에 파병을 진행했다.
왜? 그게 외교적으로 이익이니 말이다.
그건 한기호 의원 뿐만 아니라 신원식 안보실장도 김용현 국방장관도 다 알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은...모를 수도 있지만).
출처 - (링크)
그들이 내세우는 참관단 파견의 명분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최신 전쟁 동향이나 정보 수집을 위해서 우리도 모르게 이미 국정원이나 정보사에서 사람을 보냈을 것이다. 보내지 않은 것도 문제다.
당장 포탄 문제 등 얽히고설킨 이슈가 몇 개인가? 하다 못 해 무관들이 연락책으로라도 파견 됐을 거다. 설사 아니라고 하더라도 비밀리에 지금 보내면 된다. 이걸 왜 대놓고 떠들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아무런 실익이 없다.
트럼프가 되든 해리스가 되든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떤 식으로든 끝이 난다. 전쟁이 이제 끝 무렵에 다달았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미국도 나토도 어쨌든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생뚱 맞게 지금 참관단을 보낸다고 한다.
누군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외교 때문이라고 하는데, 아니다. 이건 명백한 ‘이해’가 걸린 문제다. 윤석열 정권은 전쟁국면을 조성해 정치적 난국을 돌파하려고 시도 중이다.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봤을 때 지금 참관단을 보내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건...아무런 실익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나라를 망하게 하겠다는 수작으로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베트남 전쟁이 생각났다. 지금 돌아가는 판세는 정확히 베트남 전쟁의 모습이 남북한이 바뀌어서 진행되는 상태다. 그 말은,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같은 게 나올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1968년의 상황이 2024년에 다시 벌어지고 있다.
<계속>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