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재냐구?
교과서엔 나오진 않는, 조선시대 직장인들이 쓴 일기를 통해 직장인 개인과 백성들의 삶과 비애를 디벼보는 연재입니다.
띠발... 내가 때려치든가 해야지 증말... 흑흑
목차 (연재 중 조금씩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1부
1. 만년 참봉 금난수의 현기증 나는 관직 생활(링크)
2. ‘영남의 1타 선비’ 김령의 신입사원 분투기(링크)
3. 최전방 GOP 삼수갑산 장교의 삶, 노상추(링크)
2부
7. “범인은 바로 너!” 수사관이자 재판관, 조재호
8. 부패 왕국의 경제부처 실무 공무원, 이윤선
9. “밥 먹고 합시다!” 밥 일기를 쓴 지방관, 오횡묵
때는 영조의 재위기, 조재호(趙載浩, 1702~1762)란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리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아니지만, 이 사람의 배경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의 여동생은 효장세자(영조의 장남)와 결혼하였고, 훗날 정조가 효장세자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그는 정조의 양 외삼촌이 됩니다. 게다가 그는 소론의 대빵이었던 조현명의 조카였지요. 조재호 본인도 이조판서를 거쳐 우의정까지 올라갔던 당대의 엘리트였습니다.
조재호의 초상화
그랬던 그가 1751년. 경상감사직을 받아 경상도로 내려오게 됩니다. 그는 경상감사로 있으면서 꼬박꼬박 업무 일기를 썼습니다. 그 일기가 바로 『영영일기(嶺營日記)』입니다. 이 자료에는 당시 경상도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수사관이자 재판관이었던 조재호, 그는 자신 앞에 다가온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영영일기
출처-<한국국학진흥원>
바쁘다 바빠 조선 사회
지방관, 그것도 도(道)를 관장하는 감사의 업무량은 무지막지했습니다. 관찰사가 가진 권한은 도내의 사법권·행정권·군사권·인사권입니다. 권한만 보면 지역의 왕이라 해도 다를 게 없지요. 하지만 관찰사는 이러나저러나 중간관리자입니다. 직장인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중간관리자에게 있어 권한이란 부담스러운 책임입니다. 괜히 권한을 썼다가는 독박쓰기 딱 좋지요. 막말로 거하게 땡겨먹으려면 관찰사직보다는 책임이 훨씬 적은 시골 현감 자리가 딱이었습니다.
1751년 5월, 감사직을 제수받은 그는 측근들을 이끌고 6월 22일 경상감영이 있는 대구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고, 현지 수령들과 인사도 하고, 전임 관찰사와 인수인계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요. 조정의 엘리트이자 권신이 지방으로 내려오자, 경상도 사람들도 그를 맞이하기 위해 여간 난리법석이 아니었습니다. 새로 오는 관찰사를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전임 관찰사와 신임 관찰사의 교체가 일어나는 업무 공백기에 그동안 처리하기 곤란했던 일과 감사 때 드러나면 썩 좋지 않은 일을 몰아서 처리하곤 했지요.
이때 빨리빨리 처리하자구!
출처-<SBS>
안음현(安陰縣), 지금의 경상남도 함양군 지역에서도 밀린 업무를 몰아서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도둑잡기’였습니다.
1751년 6월 15일 - 『영영일기(嶺營日記)』
안음현에서 그동안 여러 절도 사건이 있었다. 그 범인을 잡기 위해 도기찰(都譏察) 김한평과 사후(伺候) 김동학이 출동했다. 그들은 체포영장을 받아 고현면 장터에 도착해 현지의 기찰인 김태건과 합류한 후, 용의자 명을석을 체포하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았다. 그러나 명을석이 상전을 따라 외출한 까닭에 체포하지 못했다.
기찰(畿察)이라는 직책은 지금의 형사입니다. 도기찰(都譏察)이라는 직책은 수사팀장과 비슷하지요. 한편, 사후(伺候)는 군관 겸 순경이었습니다. 이렇게 형사와 순경으로 이뤄진 콤비가 안음현감이 발급한 명령서, 즉 체포영장을 들고 고현면으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고현면 현지의 형사인 김태건과 합류합니다. 아무래도 지역의 사정과 지리를 잘 아는 쪽은 현지의 형사였을 테니까요.
계속해서 벌어진 절도사건의 용의자는 명을석, 아마도 어느 대감님 댁의 노비였나 봅니다. 영장까지 받아서 용의자의 집에 찾아갔는데, 하필이면 용의자가 상전을 따라서 외출하는 바람에 허탕을 칩니다. 그런데 이 수사팀, 뭔가 어설픕니다. 범인이 출타했다고 빈손으로 철수해 버립니다. 수사관이 수색영장을 들고 짜장면을 먹으며 장롱과 장독대까지 샅샅이 뒤지는 우리의 상식과는 뭔가 다르죠? 아니나 다를까, 이 어설퍼 보이는 수사 현장 기록은 안음현을 뒤집어놓는 사건으로 커졌습니다.
절도사건 수사팀, 도적단에 습격당하다
현감 나리~~
출처-<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3일 뒤, 안음현 관아에 두 사람이 헐레벌떡 들어옵니다. 그들이 안음현감에게 놀라운 보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보고를 들은 안음현감은 즉각 상관인 경상감사 조재호에게 해당 내용을 보고했습니다.
1751년 6월 18일 - 『영영일기(嶺營日記)』
안음현감이 살인사건이 벌어졌음을 보고했다.
「오늘 오후 4시쯤, 고현면의 기찰 김태건과 북리면의 기찰 구운학 등이 안음현 관아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둘의 상태가 꼭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받은 듯한 모양이었습니다. 곧바로 그들에게 보고를 받아보니, 내용은 이랬습니다.」
“저희는 절도사건 수사를 위해 도기찰 김한평에게 합류한 현지 기찰입니다. 저희는 함께 수망령(水望嶺, 지금의 거창과 함안을 잇는 고개)을 넘어 관아로 복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수사(長水寺) 인근을 지날 무렵, 갑자기 도적 10여 명이 불쑥 나타났습니다. 도적단이 도기찰 김한평과 사후 김동학을 난타하기 시작하자, 저희는 깜짝 놀라 우선 대피하였습니다. 저희 둘은 간신히 도적단에게서 벗어나 이렇게 보고하고 있지만, 지금쯤 도기찰과 사후는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함양 용추사 일주문
이곳은 지금은 폐사된 장수사의 일주문이었다.
사건은 아마 이 근처에서 벌어졌을 것이다.
출처-<문화재청>
「둘의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란 저는 두 사람을 일단 옥에 가둔 후에 사실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사건 현장 인근의 장수사(長水寺) 소속 승려에게서도 ’김한평은 장수사 외곽에서, 김동학은 장수사 마을 근처에서 사망했습니다.’는 신고가 있었습니다.」
출처-<조선명탐정2-사라진 놉의 딸>
한 읍의 수사관들이 살해당하는 범상치 않은 사건의 발생에 안음현이 긴장합니다. 그런데 ‘수사팀이 관아로 복귀하던 길에 도적단의 습격을 받았고, 수사팀장과 순경은 사망했을 것이다.’라는 두 사람의 보고. 어딘가 이상합니다.
도적단 10여 명의 습격을 받았다는데, 10:4의 상황에서 김태건과 구운학 두 사람은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을까요? 설령 운이 좋아서 탈출했다고 쳐도, 두 사람은 상급자를 그냥 버리고 튄 셈입니다. 여러모로 싸함을 느낀 안음현감은 즉각 두 사람을 체포해 옥에 가뒀습니다.
한편, 현장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장수사 승려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안음현감은 바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날이 저물어버렸거든요. 가로등 하나 없던 조선시대, 시골의 밤은 무척이나 두려운 시공간이었지요. 게다가 도적단이 또 습격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안음현감은 김한평의 시신을 보관소로 옮기라고 명령한 후, 다음 날 사건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계속>
[참고문헌]
-『영영일기(嶺營日記)』, 『영영장계등록(嶺營狀啓謄錄)』
-스토리테마파크 (https://story.ugyo.net/front/index.do)
-이상호, 『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 2021, 푸른역사.
제 책을 소개합니다
딴지 여러분의 성원에 힘 입어,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이 출간되었습니다(본업?!?). 성실하고 조심성 있는 사람들, 거대한 부를 꿈꾸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피해받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책을 써 내려갔습니다. 이 책이 우리의 비뚤어진 부동산 시장에 조금이나마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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