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 이야기, 한 줄 요약
1. 영조 재위기, 명문가 양반이었던 조재호가 경상감사로 임명되었다. 조재호가 경상감사 시절 쓴 일기가 『영영일기(嶺營日記)』.
2. 조재호의 경상감사 부임 후, 관할 지역인 안음현에서 경찰 2명이 절도사건 범인을 잡기 위해 출동했다.
3. 그런데 얼마 후, 다른 면의 경찰 2명이 헐레벌떡 안음현 관아로 뛰쳐 들어왔다. 두 사람은 절도 범인을 잡으러 갔던 경찰 2명이 죽었다고 했다.
4. 두 사람은 어찌어찌하여 안음현 경찰 2명과 합류했는데, 갑자기 도적단의 습격을 받아 안음현 경찰 2명은 죽었고 자신들은 간신히 도망쳐 나왔다고 했다.
5. 이 상황이 의심된 안음현감은 두 사람을 체포해 옥에 가둔 뒤, 사건을 조사해 나가기 시작했다.

출처-<조선명탐정2-사라진 놉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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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인 사건, 어떻게 수사되었나
1751년 6월 19일 - 『영영일기(嶺營日記)』
안음현감이 초동수사 상황을 보고했다.
「오늘 새벽 4시쯤, 저는 곧바로 시신 부검을 위해 참시인(參屍人, 부검참여자)과 검시인(檢屍人, 부검담당자)을 거느리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사망한 김한평의 시신은 현장에 그대로 둘 수 없어 시신보관소로 이동시켜 두었습니다.
한편, 사망자인 도기찰(수사팀장) 김한평과 사후(순경) 김동학의 친인척을 소환하여 사망자의 신원과 특징을 조사했습니다. 그들의 조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조서>
안음현감 : 너희의 일족인 김한평과 김동학이 어제 절도사건 수사 중 복귀하던 길에 살해당했다. 그 피해 사실이나 정황을 너희가 혹시 들은 바가 있는가? 또한,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몸 위에 있던 상처나 칼자국 등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있는가? 이실직고하라.
참고인 김한재 : 도기찰 김한평은 저의 형입니다. 저는 형이 명령을 받아 고현면, 북리면, 동면의 세 지역으로 출장을 나간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이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는 지금 여기서 처음 듣습니다. 놀랍고 두렵습니다. 그밖에 사건과 관련된 정황은 알지 못합니다. 형은 평소 복부 왼쪽에 종기가 났던 흔적 외에는 별다른 칼자국이나 뜸 뜬 자국이 없습니다.
참고인 김수원 : 저의 오촌 조카인 김동학은 도기찰 김한평에게는 육촌이 됩니다. 조카가 수사를 위해 도기찰을 따라간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저 또한 피해 사실은 처음 듣습니다. 또한, 저는 동학이의 상처 등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송구합니다.
아쉽게도 현장 보존을 할 수는 없었지만, 안음현감은 시신보관소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확인하고 친인척을 불러들입니다. 친인척들에게 사건의 정황에 대해 묻는 까닭은 이 사건이 오래전부터 계획된 보복 살인인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인터넷은 없었지만, 소문은 엄청나게 빨리 퍼져나갔습니다. 다들 폐쇄적인 공동체 안에서 살아갔으니까요. 원한이나 보복 살인이면 반드시 소문 안에 단서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친인척 두 사람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답합니다.
한편, 안음현감은 ‘사망자가 살아 있을 때의 상처’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데요. 이는 부검을 위한 단서였습니다. 살아 있을 때의 상처와 시신의 상처를 대조하면 사망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를 규명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참고인 조사를 마친 안음현감은 바로 부검에 들어갔습니다.
검시(檢屍), 사망원인을 규명하라
1751년 6월 19일 - 『영영일기(嶺營日記)』
안음현감이 검시 보고서를 올렸다.
「시신을 덮고 있는 포대 2개를 제거하고, 사망자가 입고 있던 옷을 벗겼습니다. 검시관 하순걸을 시켜 옷을 벗기고 상처를 잘 보이게 하도록 시신을 씻긴 후 검시를 진행하였습니다. 검시 보고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김한평 검시 보고서>
1. 사망자 성명 : 김한평
2. 신체 특징 : 성별 남성, 신장 약 166cm, 머리털 길이 약 40cm, 두 손은 조금 쥐었고 두 다리는 곧게 펴있음, 음경과 음낭은 아래로 늘어짐, 두 눈은 감겼고 입은 반쯤 열려 있으며 혀는 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콧구멍에 피가 맺혀 있음.
3. 상처 특징 :
- 전면의 상처 : 이마에 14cm가량의 찰과상, 왼쪽 눈 인근 약 2cm가량의 검은 색 찰과상, 콧대 왼쪽에 자줏빛 칼자국(길이 2.4cm, 넓이 0.6cm, 깊이 0.6cm), 눈동자 아래 오른쪽에 부딪힌 상처(길이 0.6cm, 직경 1.5cm, 이하 수치 생략), 눈동자 아래 오른쪽 칼자국, 왼쪽 귓불에 찰과상, 오른쪽 눈동자 아래 찰과상, 오른쪽 뺨 칼자국, 왼쪽 아래턱 칼자국, 왼쪽 목덜미 칼자국, 오른쪽 목덜미 칼자국, 왼쪽 갈빗대에 돌에 맞은 상처, 왼쪽 정강이 근육 안쪽 찰과상, 오른쪽 무릎 안쪽 찰과상, 왼쪽 정강이 근육 안쪽 찰과상 등
- 후면의 상처 : 머리털 끝부분 위 오른쪽 칼자국(혈액이 흐름)이 아래까지 이어짐, 오른쪽 뒤 칼자국, 오른쪽 귀밑 돌에 맞은 상처, 오른쪽 목에 칼자국(혈액이 흐름), 뇌의 뒷부분 칼자국, 왼쪽 오금에 맞은 상처 3곳, 등뼈 아래 찰과상, 왼쪽 넓적다리 위에 칼자국 등
4. 기타 : 흰밥 한 덩어리를 사망자의 입안에 넣었다가 도로 꺼내어 닭에게 먹였는데, 닭이 죽지 않았으므로 독살은 아님, 또한 음경과 음낭의 형태로 모아 과도한 정사로 인한 사망도 아님.
결론 : 칼로 인한 사망
<김동학 검시 보고서>
1. 사망자 성명 : 김동학
2. 신체 특징 : 남성, 신장 151cm, 머리털 길이 60cm, 두 눈이 반쯤 열렸고 입이 반쯤 열렸고 혀가 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엷은 황색임. 두 손은 조금 쥐었고 두 다리는 곧게 뻗었고 음경과 음낭은 아래로 늘어짐
3. 상처 특징
- 전면의 상처 : 이마 두 곳에 피부 찰과상, 눈썹 왼쪽 피부 찰과상, 오른쪽 눈꺼풀 찰과상, 왼쪽 눈동자 아래 찰과상, 왼쪽 아랫입술 아래 찰과상, 아랫입술 아래가 많이 부었고 색은 청색임, 오른쪽 결분뼈 찰과상, 복부 왼쪽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 오른쪽 사타구니 위는 색깔이 푸르고 매우 단단함, 음낭의 피부에 찰과상인 듯한 상처, 왼쪽 갈빗대 아래 한 곳은 색깔이 푸른빛이 선명함, 왼쪽 무릎으로부터 정강이 위까지 색깔이 엷은 자줏빛이 선명하고 매우 단단함, 왼쪽 정강이에 돌에 맞은 상처, 복부는 많이 부었고 색깔은 엷은 청색 등
- 후면의 상처 : 왼쪽 눈꺼풀 위의 찰과상, 왼쪽 팔꿈치에 심한 멍, 왼쪽 팔꿈치 아래 칼자국 추정, 왼손 등에는 맞아서 피부가 벗겨져 있음, 왼손 중지 끝에 칼자국 하나, 오른쪽 팔뚝 위 찰과상 네다섯 개, 오른쪽 팔꿈치에 피멍, 등 가운데로부터 옆구리 아래에 이르기까지 많이 부었고 색깔이 자줏빛임, 손으로 만져보니 뼈가 부서진 소리가 났음, 왼쪽 복사뼈가 돌에 맞아 피부가 벗겨지고 함몰된 곳이 있음 등
5. 기타 : 시험으로 은비녀를 사용하니 색이 변하지 않았음. 또한, 흰밥 한 덩어리를 입안에 넣었다가 도로 꺼내어 닭에게 먹였는데 닭이 또한 죽지 않았음. 그러므로 독살은 아님. 음낭과 음경의 형태로 보아 과도한 정사로 인한 사망도 아님
결론 : 돌 등에 의한 구타로 인한 사망
신주무원록
조선시대의 부검은 표준 법의학서, 『신주무원록(新註無寃錄)』을 기준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책은 원나라의 법의학서를 보강하고 해설한 책인데요. 안음현감의 부검은 이 책에 기록된 절차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시신을 씻기고 바로 눕힌 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든 상처를 기록하고 있지요. (본 기사에서는 분량을 위해 상당히 많은 정보를 생략해야만 했습니다)
복상사나 독살 등을 규정하기 위한 여러 확인 작업(은수저, 닭 먹이기) 등도 규정과 절차대로 차례차례 진행되었습니다. 이 정도의 조사량이라면 하루가 꼬박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한평과 김동학의 시신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김한평의 시신에서 주로 보이는 상처는 칼에 의한 자상입니다. 크고 작은 칼자국, 심지어 하루가 지나도 피가 흘러나오는 칼자국이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일부 칼자국은 방어흔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 찰과상과 돌에 의한 상처 등은 도주와 회피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여하튼, 범인은 사망자를 잔혹하게, 거의 난자한 수준으로 살해했습니다.
김동학의 시신에서는 주로 멍이 두드러집니다. 온몸 이곳저곳이 푸르고 짙은 멍이 들었고, 많이 부어있습니다. 돌에 맞은 상처도 일부 있고요. 이 정도면 사람을 넘어뜨리고 여러 사람이 집단 폭행을 가한 게 아닌가 추정됩니다.
소수의 칼자국, 특히 손에 난 칼자국과 상처는 군관인 피해자를 제압하고 무장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듯 김동학 또한 김한평처럼 잔혹하게 살해당했으며, 두 사람 모두 매우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던 것 같습니다.
안음현감은 두 사람의 사인을 각각 자상에 의한 사망과 구타로 인한 사망으로 규명합니다. 이제부터는 범인을 특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범인은 누구인가, 1차 수사
안음현감의 의심은 최초 보고자인 김태건과 구운학에게로 향했습니다. 그 근거는 이랬습니다.
1. 두 사람은 면의 기찰(형사)이고 김한평은 한 읍의 도기찰(수사팀장)이니, 저들에게는 상관이자 지휘관이다. 그런데 어찌 감히 그의 죽음을 서서 보고 도망갈 생각을 할 수 있을까?
2. 현장을 조사하니, 현장이 큰 절과 가깝고 도적이 몸을 숨길 숲이 없다. 대낮에 도적의 습격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 있을까?
합리적 의심입니다. 안음현감은 곧바로 두 사람을 문초(問招)합니다.
내 수사망을 피해 갈 순 없다
1751년 6월 19일 - 『영영일기(嶺營日記)』
안음현감이 용의자 두 사람을 문초한 내용을 보고했다.
「용의자인 김태건과 구운학 두 사람을 문초하니, 아래와 같이 답했습니다.」
피의자 김태건 : 저는 지난 6월 15일, 김한평·김동학과 함께 도적 용의자인 명을석을 체포하고자 하였습니다만, 용의자가 외출한 까닭에 체포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저희는 북리면으로 향해 북리면 기찰 구운학과 합류하였습니다. 17일에는 북리면으로 향해 다른 용의자 김해창을 체포했습니다. 그 후 기도장(譏都將, 면 단위의 지구대장)에게 범인을 인계하려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김해창이 도주하였습니다.
다음 날, 도기찰 김한평이 제게 “여러 도적의 체포에 실패하고 심지어 도적을 놓치기까지 했으니, 너와 구운학이 함께 관아로 가서 체포에 실패한 이유를 고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둘은 김한평, 김동학과 함께 관아로 향하던 도중, 장수사 인근에서 저는 소변을 보기 위해 뒤로 10보쯤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때, 김동학이 손에 돌덩이를 쥐고 갑자기 구운학을 때렸고, 김한평은 김동학을 막기 위해 김동학을 붙잡았습니다. 그렇게 세 사람이 뒤엉켜 싸우다가 갑자기 김한평이 땅에 엎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본 구운학이 “도기찰이 사망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놀란 제가 황급히 달려가 보니, 도기찰이 목에 칼을 맞아 피가 낭자하였고, 김동학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그때 구운학이 “도적을 만난 건 아니지만, 도기찰이 이미 죽었으니 도적에 의하여 살해된 것처럼 꾸며야 하네. 그대와 내가 함께 근처의 절로 향해 승군(僧軍)을 동원하여 난리를 벌이고, 그대로 관아로 들어가 도적이 습격했다고 말하면 살인죄를 면할 수 있을 것이네.”라고 말하는 바람에, 이렇게 거짓 보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출처-<조선명탐정2-사라진 놉의 딸>
피의자 구운학 : 저희 일행이 용주사 인근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김동학이 광증(狂症)을 일으켜 도기찰과 말다툼을 하였고, 제가 그를 말렸습니다. 그런데 김동학이 돌덩이로 저의 두 눈썹 사이를 쳐서 제가 그대로 땅에 엎어졌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김태건을 현장에 남기고 홀로 인근 마을로 향하였는데, 마을에는 남자가 한 명도 없어 아무도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돌아오던 길에 김태건을 만났는데, 김태건은 “김한평과 김동학의 싸움을 말릴 수 없으니, 그대와 함께 장수사로 가서 승군을 빌려 그들을 말려야 하겠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김태건과 함께 현장으로 향하니, 김한평은 칼에 맞아 죽기 직전이었고, 김동학은 사라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태건과 함께 용추암(龍湫菴)과 장수사로 가서 승군을 빌려달라고 청했습니다만, 장수사의 한 승려가 “어떤 미친놈이 조금 전에 절의 일주문을 지나갔다.”라고 하였고, 머리를 구타당한 한 승려는 “어떤 미친놈이 지나가면서 나를 이렇게 구타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김동학의 짓이라 추정했습니다.
그때, 김태건은 “우리가 도기찰이 도적을 만나 죽은 것처럼 보고해야 살인죄를 면할 수 있네.”라고 하였습니다. 도기찰 김한평의 죽음은 제가 군인을 빌리기 위해 마을로 향한 사이에 벌어진 것이니, 김태건의 짓입니다. 당연히 김동학의 죽음 또한 김태건의 짓일 것입니다. 김동학이 맞아 죽을 때 참나무 몽둥이로 난타당하는 것을 제가 두 눈으로 똑똑이 보았습니다. 이렇게 거짓 보고를 하게 된 것도 김태건의 모함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앞서 있던 참고인의 조사는 질의응답이었지만, 용의자로 특정된 두 사람에게는 일단 고문부터 때려 박고 시작했습니다. 즉, 용의자 두 사람은 고문에 의한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1차 조사만으로도 두 사람은 바로 서로를 저격하기 시작합니다.
양측의 주장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건이 벌어지기 이전까지의 상황은 양측 모두 똑같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즉, 15일에 명을석 체포에 실패했고, 17일에는 김해창을 체포했으나 도중에 놓쳐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죠. 도기찰 김한평은 그 책임을 현지 경찰인 두 사람에게 물었고, 같이 관아로 와서 보고하기 위해 모두가 관아로 돌아오는 길에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출처-<조선명탐정2-사라진 놉의 딸>
여기서부터 두 사람의 주장이 갈립니다.
피의자 김태건 : 나는 소변보러 뒤에 떨어져 있었는데, 갑자기 김동학이 구운학을 공격했고 김한평이 이를 말리면서 세 사람이 엉켜 싸웠다. 내가 달려가 보니 도기찰이 사망했고 김동학은 어딘가로 사라진 상황이었다. 그때, 구운학이 ‘도적 습격’이라는 거짓 보고의 꾀를 내었고, 나는 그것에 동조했을 뿐이다.
피의자 구운학 : 김동학이 갑자기 미친놈처럼 나를 때렸고, 도기찰이 이를 말렸다. 나는 두 사람을 말리기 위해 (김태건을 현장에 두고) 사람을 빌리러 혼자 인근 마을로 갔는데, 마을에는 힘을 빌릴 수 있는 남자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돌아와 보니 김한평은 죽기 직전이었고, 김동학은 사라졌다.
김태건과 나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인근의 절로 향했는데, 그곳의 승려들은 “어떤 미친놈이 이곳을 지나갔다.”라며 말했다. 아마도 김동학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때, 김태건이 도적 습격이라는 거짓 보고의 꾀를 내었고, 나는 동조했다.
내 생각에, 내가 (인근 마을로 가면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두 사람이 죽었으니, 범인은 김태건일 것이다.
김태건의 보고는 ‘구운학의 거짓 보고’만을 저격하고 있는데, 구운학의 보고는 ‘김태건의 거짓 보고와 김태건의 살해’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운학의 말은 어딘가 묘하게 이상합니다. 김동학이 갑자기 광증을 일으켰다는 점, 갑자기 현장을 벗어나 멀리 떠났다는 점, 현장을 벗어나 있었는데 김동학이 참나무 몽둥이로 맞아 죽는 것을 목격했다는 점, 김태건의 말에는 없던 장수사 승려의 증언이 들어있던 점 등, 묘하게 빈틈이 많습니다.
두 사람을 피의자로 지목한 안음현감이 이를 놓칠 리 없었습니다. 두 사람이 범인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죠. 시신의 부검을 끝낸 안음현감은 곧바로 2차 조사에 들어갑니다. 물론, 지난번보다 심한 고문은 덤이었지요.
<계속>
[참고문헌]
-『영영일기(嶺營日記)』, 『영영장계등록(嶺營狀啓謄錄)』
-스토리테마파크 (https://story.ugyo.net/front/index.do)
-이상호, 『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 2021, 푸른역사.
제 책을 소개합니다
딴지 여러분의 성원에 힘 입어,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이 출간되었습니다(본업?!?). 성실하고 조심성 있는 사람들, 거대한 부를 꿈꾸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피해받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책을 써 내려갔습니다. 이 책이 우리의 비뚤어진 부동산 시장에 조금이나마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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