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인슈타인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원문: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지극히 과학자적인 발언. 그럼에도 충격받았다. 골수에 스밀만한 시간을 배웠는데도 왜 삶에서 실천하지 못했을까. 과학이라는 것이 그렇다. 귀납을 완성하는 일. 하나가 다른 것의 원인이 되고 다른 하나는 결과로 나타나는 둘 사이의 관계, 인과의 끈을 공고하게 만드는 실험을 반복한다. 수 없이 반복되어 증명된 관계성은, 같은 결과를 담보해 준다. 원인에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왜 우리가 사는 우주는 귀납적으로 얻은 결론이 어김없이 반복되는 곳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가 귀납적으로 결론지을 수 있는 현상들만을 인정하는 어리석음으로 인식의 확장 가능성을 닫은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귀납적으로 얻은 결론들만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벅차 연구는 끝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같은 조건, 같은 행위에는 같은 결과가 따른다. 그렇게 얻은 결론을 쌓고, 연관 짓고, 더 큰 발견으로 바꾸어가며 연구 주제들을 확장하고 세분화 해나간다. 쌓일 수 있기에 과학은 모두에게 버거운 크기로 자라고, 자라났고, 자라나는 중이다. 높은 신뢰성이 담보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도 그렇게 이해된 큰 신뢰 안에 삶의 방법을 의탁한다.
과학자들은 그래서 의심하는 자들이다. 인과 관계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같은 일'을 반복하기 위해 나노미터 단위로 움직이는 기계로 조절하고,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맞는지 학회장에 모여, 학술지를 내어 검증한다. 모두는 모든 과정에서 인과에 오차가 없는지 가자미눈을 뜬다. 동료 학자들과 검토하고, 지도교수와 검토하고, 학술지 리뷰 담당자와 검토하고, 논문이 나간 뒤에도 비판적으로 수용된다. 맛집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이 수없이 맛없는 집에 가듯, 가장 굳은 신뢰를 쌓는 자들은 가장 의심할 수밖에 없는 모순.
그래서 참으로 낯설다. 아인슈타인이라 하면 과학자들의 과학자다. 그런 그가 너무 확신에 찬 어조로 미친 일이라 말한다. 인간같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가변적인 존재에 관한 저만큼의 확신이라니. '반복'이란 단어가 그렇게 무겁다.

지난 10월 윤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나온 라오스 측 인사와 대화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이해되지 못한 복잡함은 '같은 일'이 아니게 할 수 있는 가변성을 내포하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반복된 결과' 앞에서는 모든 변화의 가능성은 침전한다. 고무공을 벽에 던지거나, 인공지능으로 구동되는 로봇을 벽에 던지면 튕겨 나온다는 같은 결과를 내듯이. 복잡함 자체는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무엇에 관한 결과인가, 복잡함이 '같은 일'이 아니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점이 중요하다. 불확실성은 반복해서 불변하는 결과 앞에 무용하다.
2. 이상한 일의 반복
이해를 넘은 '반복'은 분노도 유발한다. 의미를 잃은 뒤의 반복 노동이 우리를 어떤 감정으로 만드는지 돌아보자. SNS 광고에서 자주 보이는 어떤 게임은 일부러 쉬운 문제를 반복해 틀리는 광경으로 답답함을 담은 클릭을 유도한다. 실험에서의 반복도 비슷한 경로를 거친다. 특정 의미를 얻어낼 때까지는 확신에 대한 확률적 근거를 지수적으로 상승시켜 준다. 반복이 지속되면 효과는 점점 줄어든다. 모든 수렴하는 것들이 그러하듯이. 충분히 결론 난 일에 대해, 의미 없는 반복을 계속하는 것 혹은 그것을 바라보는 것. 분노가 치밀만 하다. 아인슈타인도 그러한 광경들을 목격한 것이리라. 확신과 분노를 담아,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해준 것일 테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건 미친 짓!"이라고. 다른 결과를 바란다면, 다른 행동을 시도하자고.

2022년 5월 10일 국립서울현충원
출처-<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상한 일의 연속이었다. 용산에 가야 용이 여의주를 얻는다느니, 주술적 이유로 영국 여왕 장례식에 참배하지 않았다든지,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토론회에 참가하는 등의 일이 계속 일어났다. 귀납으로 제련된 각 학문이 온전하게 인간이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는지 확신할 순 없지만, 여태 알려진 것 중 개연성이 높은 진리들을 추려 놓은 것임은 분명하다. 국가는 다수의 사람 모두를 대표하여서 일하는 곳이기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들을 비교하며 그중 나은 것을 택하는 합리적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아니, 수행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21세기의 현대 국가들의 평균을 생각했을 때.
반복된 귀납이 과도하게 검증하느라 가정에 담아내지 못한 인간 본성에 대한 말살을, 인권을 담아 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어도 인간의 주술적 믿음을 담아 일을 진행한다는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 이매망량(魑魅魍魎, 온갖 도깨비)과도 같은 믿음 중에 신뢰받을 만큼 검증된 것은 어디 있으며 현대의 과학으로 파훼하지 못한 것은 또 어디 있단 말일까?
더 재미있는 것은 윤석열 -> 주술적, 윤석열 -> 친일적, 윤석열 -> 무능력, 윤석열 -> 건희에 의한 부정부패, 윤석열 -> 언론장악 등으로 국정을 윤석열에게 맡긴다는 행위가 반복되는 실패라는 결과로 나타나는데도 지지율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던 모습이다. 그러다 11월 들어서야 충격적인 녹취록들의 공개로 조금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영부인이 주가조작과 사익을 위한 고속도로 변경 등이 일어났으면 어땠을까? 공천 개입, 대통령실의 김건희 측근들 등 탄핵당한 박근혜 때의 최순실보다 심하게 국정을 농단한 녹취 기록이 드러나는데도 윤석열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20퍼센트나 남아있다.

출처-<이성열 기자(News1)>
국정교과서 친일본적 서술, 반 컵 얻는 것 없었던 퍼주기 외교,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논란, 친일 발언의 뉴라이트 인사들의 대거 등용, 무능력에 이태원 참사 후 대처, 전쟁 위기 초래, 신림동에서의 태도, 산유국 파동, 응급실 대란, 건희에 의한 부정부패에 우크라이나-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김영선 공천 개입, 주가조작 수사 무마, 언론 장악에 이동관과 이진숙, 언론기관 압수수색, MBC 배제사태!! 한 꼭지 꼭지마다 충격으로 저절로 외워져 버린 큰 사건들로 가득하다. 이렇게나 반복해서 망쳐놓는다면 아인슈타인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 같은 한량도 분노를 담아 소리 높이게 되는 것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이제 그만 인정하자. 그 선택은 잘못되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해서는 지금의 결과를 바꿀 수 없다. 지금이 그대가 마주한 의문 앞에서 고민해 볼 때다.
3. 임계점을 2번 넘다
이제 그만 인정하자.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개고기를 양고기로 속여 판 이들에게 당했다고 욕지거리라도 해주던가, 기왕지사 호탕하게 "속았구나!" 하고 웃어 버리자. 한번 엎어버리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던 것이지, 정치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을 온전히 믿었던 것은 아니었잖은가.

지난 11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
출처-<연합뉴스>
여러 가지로 보이는 부정부패 앞에서 그들은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변명하고, 오판하고, 미루고, 무능했다. 꾸준한 믿음을 주었을 때 바뀔 수 있는 사람은, 자기 행동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야당 대표에게 전화해서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한 시간이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은 변화할 가망이 없다.
윤석열은 귀납적으로 틀렸다. 나아질 가능성조차 포기했다. 그대가 마음을 철회해야 바뀐다. 세상이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면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윤석열을 향한 지지를 철회하고, 광장으로 나가자. 한 치 앞에는 반드시 나은 내일이 기다린다. 미친 자를 변호하기 위해 우리까지 미친 짓을 할 필요는 없다.
편집자 주: 개인적으로 반복, 양질전환 등의 개념에 관심이 있다. 양질전환이란 일정한 양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질적인 비약이 이루어진다는 단순한 개념이다. '1만 시간의 법칙'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는 공부나 예체능 등에 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최근 임계점을 또 한 차례 넘은 것인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횡설수설에 횡설수설이, 동문서답에 동문서답이, 게으름에 게으름이, 문제에 문제가 더해지며 진화하는 양질전환이 일어나는 광경을 목도하는 듯하다. 2022년 5월 10일 대통령에 오른 이래로 22,000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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