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연합>
"제일 중요한 게 이념입니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입니다."
- 2023년 8월 국민의 힘 연찬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다. 더 무서운 건 이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이념’을 말했다. 그 뒤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뉴스’들로 이어졌다. 난데없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소동이 육군사관학교에서 벌어졌고, 광복절날 나라는 두 개로 쪼개어졌다. 건국절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여기까지는 국내의 ‘소동’ 정도로 어찌어찌 넘어갈 문제였으나, 외교안보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2021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 명이 논문 하나를 내놓았다. 제목은 <미-중 신냉전 시대 한국의 국가전략>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한번 읽어봐도 좋다. 어떤 사람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지 그 실체를 ‘확실히’ 알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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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현 국가안보실 1차장인 김태효의 논문(참조 링크)이다. 이 논문의 핵심은,
“미국이랑 중국이 한판 붙을 거잖아? 이제 한국은 살살 간 보면서 버티는 게 불가능해졌어. 지금 우리 선택은 하나야. 미국에 붙어서 미국이 승리할 수 있도록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도와줘야 해!”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이 갈라져 싸울 때 그 기준이 뭘까?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이념과 가치’였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연대에 참여해야 하고, 이후 미국이 중국을 이기면,
“너네도 고생했다. 내가 좀 챙겨 줄게”
라는 미국의 ‘배려’를 통해 권력과 부를 나눠 가진다는 것이다. 무섭지 않은가? 이 논문의 초록만 봐도 저자의 생각과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봉쇄정책은 마치 과거에 소련에 했던 것처럼 중국이 미국 앞에 완전히 굴복하고 쓰러질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당히 잘 지내면서 모호한 외교를 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2017년 이후 자주적 균형 외교를 부활시키면서 친북, 친중 노선에 유난히 경도된 한국 정부에 미국이 동맹 외교의 앞날을 묻고 있다.
김태효는 2022년 3월 대선을 대한민국 세력 대 반국가세력의 결전이라고 생각하며, 이 대선이 향후 수십 년 동안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썼다. 김태효의 말은 어쨌든 맞았다. 우리나라를 이렇게 철저히 망쳐 놓은 건 사실이니까. 요즘은 문득문득 ‘씨바, 이러다 진짜 나라 망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철 지난 이념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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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의 외교 행태를 ‘가치 외교’라 말하면서 이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파한다. 그 결과, 미국의 확장억제를 끌어내 북한과의 핵 대결 분위기를 조성했고, 미국이 지난 70여 년 동안 원했던 한미일 군사동맹을 ‘명문화’ 직전까지 끌어냈다. 언젠가부터 한미 연합훈련에 일본이 참가하는 게 당연한 게 됐고, 북한과는 대화 없는 치킨 게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향했고, 그 결과 한미일 VS 북중러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게 가시화되었다.
미국은 신났다. 자신들이 원하던 모든 걸 한국이 해주기 시작했다. 여기서 놀라운 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정책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난 20여 년간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이만큼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중국과 싸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백번 양보해 싸운다고 하더라도 어떤 ‘계획’이나 ‘목표’ 같은 게 있어야 한다. 對 중국 외교의 기본 방침 자체가 없다.
“중국 저놈들은 나쁜 놈들이야!”
“앞으로 중국이랑 안 놀 거야. 그러면 중국이 쫄아서 먼저 손을 내밀 거야.”
라는 접근 방식이 전부다. 놀랍지 않은가? 지난 20여 년간 우리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나라를 ‘이념’ 하나로 버렸다. 윤석열 정부 스스로는 가치 외교라 부르지만, 이건 이념 외교이며 우리는 다른 말로, X신 외교라 부른다.
김태효는 실리외교의 방법은 우리에게 없으며 무조건 미국에 붙어야 한다고 한다. 그 중심에는 ‘이념’이 있었다. 솔직히 대한민국이 한반도라는 지역에서 실리외교, 균형 외교 아니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냉전이 한참이던 시절, 이승만은 전쟁 와중에도 미국의 신경을 긁었고, 그 결과 미국은 이승만을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릴 계획까지 짜놓고 있었다. 박정희는 어떤가? 남로당 전력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빨갱이로 의심받았기에 반공을 앞세웠던 게 박정희다. 그런 박정희도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고 몰래 핵 개발을 하다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노태우는 어떤가? 냉전이 거의 끝나간다고 생각하자 바로 북방외교를 시작했다.
보수에서 그렇게 떠받들던 인물들도 다 ‘우리 살길’을 찾아 머리를 굴렸다. 특히나 북방정책은 미국에 극단적으로 의존하던 한국 외교를 국제무대에 끌어올린 성과였다. 툭 까놓고 말해서, 윤석열 정부에서 그렇게 자랑하는 ‘방산 수출’은 북방정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노태우 정권 시절 소련에 건넸던 차관이 불곰사업으로 돌아온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방위산업 발전에 지렛대가 된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한국과 소련이 수교를 맺었고, 중국과도 수교했다. 이 북방정책은 이후에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의 토대가 된다.
냉전의 한가운데서도, 그리고 냉전이 끝났을 때도 한국은 실리외교를 이어갔다. 지금 상황이 1960년대 핵전쟁을 펼치려 했던 그때보다 더 나쁠까? 아니다. 충분히 외교적 공간이 있고, 상대국들도 대화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지옥불로 뛰어가고 있는 꼴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건 ‘가치 외교’를 말하는 거 같지만, 그 이전에 자신들의 ‘이해’를 따져본 결과, 그러니까 탄핵, 하야, 임기 단축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지지율 17% 대통령이 상황을 반전해 보겠다고 전쟁을 운운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우크라이나의 동지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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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 뛴다. 당장 한미일 동맹의 한 축인 일본이 그렇다. 2023년 4월, 일본은 G7과 EU, 호주 등이 시행하는 러시아 석유 가격상한인 배럴당 60달러를 넘겨 배럴당 69.5 달러에 러시아 석유를 샀다. 일본이 서방 세계의 단일대오를 배신했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기술’이 들어갔다. 원래 일본은 사할린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포항 앞바다에 석유 시추하겠다는 것과 달리 실제로 가스가 나오고 석유도 나온다). 사할린 프로젝트 1에서는 일본이 지분 30%를 갖고 있었고, 사할린 프로젝트 2에서는 2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일본이 수입하는 LNG 중 러시아 비율이 10% 정도 되는데, 그 대부분이 이 사할린에서 나온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러시아 제재가 이어지자, 러시아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비우호 국가에 한해서는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법안을 내놓았다. 일본은 비상이 걸렸다. 윤석열과 사이좋게 맥주와 오므라이스를 먹었던 기시다 총리는
“야,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요해? 지금 중요한 건 일본에 들여오는 가스와 석유야!”
라더니 러시아에 붙었다. 당시 사할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던 미국의 엑손모빌과 영국의 셸이 프로젝트에서 철수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런 일본의 행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일관된 행보였다.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 석유랑 가스를 사지 말자! 그건 러시아 배불리는 짓이다!”
라며,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정할 때 일본은 오히려 러시아 산 가스 수입을 더 올렸다.
“가스 많이 쌀 때 넉넉히 사야지~”
다른 서방 국가들이 불매 운동할 때 오히려 더 많은 가스를 사들였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했을까? 원유와 가스 수입단가가 올라가 버리는 통에 무역적자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정권이 말하는 가치 외교와는 정반대의 모습 아닌가. 모든 나라들이 눈치 보며 자기 이익을 챙기는 이때 애먼 짓을 하고 있는 게 윤석열 정권이다.
다 떠나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 이어지길 간절히 원하는 나라가 어디일까? 국제정치학적으로 봤을 때 우크라이나 전쟁을 원하는 나라 중 하나가 중국이다. 중국은 현재 겉으로는 중립인 척하지만, 러시아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개발 배치한 자폭용 드론에 중국산 엔진과 부품이 들어간 건 이제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 러시아에 포탄 지원은 물론, 각종 전자부품, 항공 엔진 등을 공급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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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이리 적극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할까?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가치 외교를 기준으로 말한다면,
“우리는 같은 레드팀이니까!”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배경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당장 중국은 미국의 對 중국 포위망 그러니까 인도, 태평양 지역으로 몰려오는 미국의 압력을 분산할 수 있는 ‘전선’이 필요하다. 즉, 속마음은 이렇다.
“미국 힘 좀 빼 줘야 우리 숨통이 트일 텐데...”
미국이 러시아 전선에 발목 잡혀 있으면, 그만큼 인도, 태평양 지역에 신경을 못 쓴다. 중국은 그렇기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계속 싸우길 바라고 있다.
우리 주변의 모든 나라들이 저마다의 계산과 이익을 위해 전쟁에 뛰어들거나 서로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 그 와중에 윤석열 정부만이 이념과 가치를 말하면서 이상한 헛소리를 말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 파병을 핑계로 우크라이나에 참관단 보내고, 무기 지원하겠다고 한다. 과연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어떤 신념이나 외교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김건희 특검을 포함해 켜켜이 쌓이고 있는 각종 녹취록 때문에 정신 못 차리는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최선의 카드는 ‘전쟁’이다. 언제부터 우리가 우크라이나와 이념적 동지였던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패와 비리는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지 않는가? 정부 내에 러시아 첩자들... 그러니까 매국노가 차고 넘친다는 걸 보면 윤석열 정부와 닮기는 했다.)
정권을 위해 나라를 전쟁으로 끌고 가려는 모습. 우리가 선택한 정권이라지만 ... 이건 좀 너무하다. 뻔뻔한 얼굴로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나토 갈 때 국방부 육군 탄약 담당자를 데려갔음에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익이 아닌 자신들의 사적 목표를 위해 전쟁을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허탈해졌다.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명분과 논리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장하는 건 차치하더라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정감사에 나와 하루 만에 들통날 거짓말을 하는 게 윤 정부의 현실이다. 그러나 그건 국가 차원에서 끝날 수 있는 문제다(물론 이 역시 작은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데, 전쟁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전쟁하려고, 정권을 위해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매국노나 할 짓이다. 윤석열 대통령이야 더 기대도 없다. 그런데 더 절망스러운 건, 한기호 의원이나, 신원식 안보실장,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다. 이들은 수십 년간 군문에 몸을 담았고, 모두 별 세 개를 달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평소 행보와 정치적 성향 등을 종합해 보면 이해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그래서는 안 되는 자리에 있다. 대한민국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수뇌부들이 정권을 위해 긴장감을 조성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대통령에 어울리는 장관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래서는 안 되는 자리이다. 김태효의 말처럼 2022년 3월 대선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 같다. 슬프고 허탈하고, 안쓰럽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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