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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XX 리더님~"

 

예전에 회사원인 지인을 만났다가 우스운 얘기를 들었다. 자기네 회사에서는 ‘차장님’ ‘대리님’같이 직위를 뜻하는 호칭을 쓰지 않고 서로를 ‘리더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갓 입사한 스물다섯 살 사원도, 회사에서 20년 구른 차장 부장급도 서로를 ‘리더님’이라고 부르도록 회사가 강요한다나.

 

"도대체 왜 그런 걸 규칙으로 만들어 강요까지 하는 건데?”

 

헛웃음을 지으며 물어보니, 이런 대답이 나왔다.

 

"구성원 모두가 글로벌 리더가 되라는 뜻이라더라.”

 

구성원 모두가 리더인 조직. 그것이 그 회사 사장의 이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안타깝게도 인간 사회에 그런 것은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리더가 있으면 팔로워(follower, 구성원)가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조직이기 때문이다.

 

2. 리더는 생존에 중요하다

 

과거 원시적인 사회의 어떤 부족을 생각해 보자. 이 부족은 지금 기후변화로 오랫동안 살아온 터전을 잃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사막을 떠돌고 있다. 그때, 리더 역할을 하는 부족장은 일행의 선두에 서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본인이 길잡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를테면 별의 움직임을 잘 보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무리를 이끌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리더이면 어떻게 될까? 누구는 북쪽으로 가야 한다. 누구는 남쪽으로 가야 한다. 의견은 갈릴 수밖에 없으며, 구성원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의견만 주고받다 사막 한가운데서 말라 죽을지도 모른다. 걷고 걸어 도착한 곳에 천국이 없다 할지라도, 일단은 그 무리는 계속 걸어가 사막을 벗어나야 생존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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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더십으로 회자된 최현석

출처-<넷플릭스 '흑백요리사'> 

 

리더를 따르는 조직원들이 리더에게 선택하고, 명령하고, 앞장설 권한을 주는 것은 그 리더를 돕고자 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다. 따라서 리더가 확보한 권력에는 자연스레 조직원들이 추구하는 목적을 완수할 책임이 따라온다. 그 때문에 원시적인 사회에서는 가뭄이 이어지거나 자연재해가 닥쳐 많은 이가 죽으면 왕에게 책임을 물어 왕을 교체하거나 죽이기도 했다.

 

3. 보상

 

그러나 책임만 무겁고 누릴 것은 적은 자리를 누가 맡으려고 하겠는가? 권력에 따라오는 이점이 있어야 리더를 하겠다는 사람도 있어, 상대적으로 우수한 사람이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리더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재물, 존경, 보다 넓은 배우자 선택권을 얻었을 것이다.

 

또한 리더가 가진 권한이 약하거나 지속시간이 짧으면, 조직은 앞서 말한 ‘구성원 모두가 리더인 조직’처럼 한 방향으로 제대로 나아갈 수 없다. A 족장이 남쪽으로 가야 한다고 해서 남쪽으로 석 달간 걸었는데, A 족장의 임기가 끝나고 새롭게 선출된 B 족장이 이번에는 북쪽으로 가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 무리는 다시 석 달간 걸어 처음 출발한 자리로 돌아가는 꼴이 된다. 한 사람의 리더가 보다 영구적인 권력을 쥐고, 그것이 세습되는 형태가 되어 군주 국가가 탄생하게 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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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exels>

 

이렇듯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누릴 수 있는 것의 범위는 점점 더 커졌다. 권력에 따른 혜택은 리더 본인뿐 아니라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확장되었다. 그러면서 권력은 구성원 모두의 생존을 위한 수단과는 다른, 개인의 안위를 위한 것으로 변질되기 쉬운 무언가가 되었다.

 

4. 콩고물에 관심이 큰 리더

 

세습 군주가 이끌지 않는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다. 현대사회에서 작게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부터 국회의원 선거까지, ‘리더’가 되고자 출마하는 사람들에게 한 조직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야겠다는 사명감이 얼마나 있을까? 훗날 명문대에 가고자 스펙을 미리 만들어두려 하는 반장 후보 학생부터, 부와 명예를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까지, 지금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리더 자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콩고물에 더 관심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리더가 얻는 보상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보상이 있기 때문에 자질이 있는 인재들이 그 자리를 얻기 위해 지원한다. 리더는 신성한 존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이다. 리더 역할을 함으로써 얻는 게 없다면, 굳이 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것이다.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책임과 그로 인한 과제가 압도적으로 더 많은 자리, 이를테면 대학교 조별 과제를 할 때 가산점이 없는 조장을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런 자리는 보통 그 조직의 성공이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맡게 돼 있다. 위의 예시라면, 조별 과제를 성공시켜 높은 성적을 받고,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가난한 학생 정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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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인터넷 커뮤니티>

 

문제는 책임에 대한 보상이 커질수록 자격 없는 사람이 리더가 되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들을 통솔하는 리더에 적합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리더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 아무나 되어서도 안 된다. 리더의 자질은 훌륭한 외모에 있는 것도, 가진 재산에 있는 것도, 아이큐에 있는 것도 아니다.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 것, 도덕성도 훌륭한 리더라면 꼭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리더의 자질을 판별하기는 어렵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간혹 인간의 이기심을 초월해 선을 베푸는 사람들이야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리더 자리에 적합한 것은 또 아니다. 마더 테레사, 혹은 그에 비견 해질 정도로 선하다고 평가받는 인물을 되살려내 전 세계 대통령으로 임명한다고 이 세계에 평화가 찾아올까? 그렇지 않다. 리더는 마더 테레사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사적인 이기심으로 조직에 해를 끼치지 않는 정도의 도덕성만 갖추고 있어도 된다. 문제는 그 정도 도덕성을 갖춘 리더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라는 점이겠지만.

 

5. 자질

 

리더가 되기 적합한 사람은 큰 그림을 볼 줄 알고,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다. 큰 조직의 리더일수록 한쪽 측면이 아닌 ‘균형’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대체로 훌륭한 개인이란 ‘균형’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균형이 파괴되어 한쪽 측면이 비대하게 발달한 경우가 많다. 훌륭한 시인, 훌륭한 어머니, 훌륭한 기술자... 이들은 세상을 감각하고 시로써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측면에서, 특정 기술을 구현하는 측면에서는 뛰어난 사람들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 돌봄, 기술에서 벗어나 세상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훌륭한 개인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리더는 이들 세 사람처럼 ‘균형이 무너져 한쪽 세상만 바라볼 줄 아는 모든 개개인’의 입장을 고려해 균형감 있게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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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자질' 관련 짤방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또한 리더는 균형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되, ‘조직의 장기적인 생존과 조직의 목표 달성’에 가장 가까운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특정 개인이나 사적인 친분, 집단의 논리로 생각하지 않고, 오직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 냉정한 판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개인에게는 이런 리더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없다.

 

6. 리더의 한계가 그 조직의 한계다

 

동호회장을 뽑는 투표든, 국회의원 선거든, 많은 개인이 지극히 사적인 기호에 의존해 리더를 선출한다. ‘나랑 친한 형’을 동호회장으로 뽑고, ‘친근해 보이는 국회의원 후보’에 투표한다. 그렇게 선출된 리더들이 운 좋게 리더의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라면 조직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자질이 없는 경우 조직은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한다.

 

'구성원들은 그들 수준에 걸맞은 리더를 택한다'는 얘기도 있다. 사적인 기호에 의해 선출된 리더가 사적인 감정과 기호에 의존해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그를 선출한 구성원 탓이다. 따라서 좋은 리더를 얻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리더라는 자리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은 아니라도, 조직을 장기적으로 균형 있게 이끌어갈 사람에게 표를 던질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정말 바람직한 조직은 ‘구성원 모두가 리더인 조직’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리더가 무엇인지 아는 조직’이다. 구성원 모두가 리더는 아니더라도, 조직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레 그 조직의 리더 역시 훌륭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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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국가기록원>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나라를 잘 이끄는 데는 관심이 없고, 상대에 대한 비방 선전에 열을 올리는 것은 어쩌면 그것이 우리 수준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정치인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먼저 그것을 인정하고 좋은 조직이 무엇인지, 바람직한 정치란 무엇인지 배우려 해야 한다.

 

예전에 한 공직자가 대다수 국민을 ‘개돼지’라 칭했다가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국민을 개돼지라 칭하는 것은 스스로를 ‘개돼지’라 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가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개돼지 정치인을 뽑지 않으려면, 우리부터가 각성해야 한다. 우리의 정치가 개판이라면, 그것은 우리가 바람직한 정치가 무엇인지, 훌륭한 리더란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적인 기호나 개인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정말 자질 있는 리더를 선출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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