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죽은 남편이 뉴스를 뭐라고 한 줄 알아요, 역사의 초고라고 불렀어요. 우리가 항상 옳을 수는 없고 항상 완벽한 것도 아니지만, 계속 써나가는 거죠. 그게 우리 일이니까, 그렇죠?”
- 영화 ‘더 포스트’ 中 워싱턴 포스트지 사주 캐서린의 대사 -

1971년, 베트남 전쟁에 개입한 미 행정부의 추악한 비밀이 담긴 4,000쪽가량의 ‘펜타곤 페이퍼’ 특종 보도를 앞두고 ‘워싱턴 포스트’ 지의 발행인 캐서린은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미 앞서서 이를 보도한 ‘뉴욕 타임스’에 대한 닉슨 행정부의 보복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닉슨 행정부는 거세지는 반전 분위기 앞에서 정권의 사활을 걸고 베트남전의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캐서린의 전부였다. 아버지는 워싱턴 포스트를 그녀의 남편에게 물려주었으나 남편은 45세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끝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경영난 극복을 위해 신규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었다. 뻔히 예상되는 정부의 탄압 앞에서 워싱턴 포스트는 이 기사로 망할 수도 있었다. 캐서린은 ‘뉴스는 역사의 초고’란 죽은 남편의 말을 떠올렸다. 캐서린은 결단을 내렸다. 워싱턴 포스트는 뉴욕 타임스에 이어 펜타곤 페이퍼에 관한 특종을 터뜨렸다.
그리고 미 대법원은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에 대한 미 정부의 고소에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과
편집인 벤 브래들리가
대법원 판결을 축하하고 있다.
출처-<워싱턴 포스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한 이 역사적 사건은 우리에게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답하고 있다. 그것은 진실을 보도함으로써 공동체와 국민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펜타곤 페이퍼 보도에 대한 미 대법원 판결 이후, 위기에 빠진 닉슨 행정부는 권력 유지를 위해 ‘워터게이트’라는 자충수를 두었고, 결국 닉슨은 탄핵을 앞두고 자진사퇴함으로써 미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임기 중 사퇴한 대통령이 되었다.
베를루스코니에게 이명박이 배운 것 : 종편의 탄생
이것이 ‘진실 보도’의 위력이다. 그래서 권력은 언론을 두려워한다. 권력이 그토록 간절히 길들여진 언론을 원하는 이유, 자신에게 협조한 언론인에게 권력의 한자리를 내어주는 역사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시자의 본분을 버리고 애완견이 될 때 권력은 마음껏 부패해도 되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
출처-<AFP>
무수한 부패 혐의와 각종 성 추문에도 불구하고 무려 9년간 집권한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힘이 여기에서 나왔다. 미디어 재벌 출신인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미디어 장악이었다. 그는 ‘데모크라시’가 아닌 ‘미디어크라시’를 선보였다. 그가 소유한 ‘메디아셋(Mediaset)’은 공중파 3개 채널을 거느렸다. 일간지 ‘일 지오르날레’의 사주는 그의 동생이었다. 그는 ‘미디어 장악의 교과서’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언론을 장악한 그는 더 이상 눈치 보지 않았고, 그의 집권기 동안 한때 세계 GDP 5위였던 이탈리아의 경제는 침체에 빠져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은 자신이 꿈꾸는 ‘부패해도 되는 권력’을 만들기 위해 베를루스코니를 롤모델로 삼았다. 그래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언론 장악에 돌입했다. 후보 시절 자신의 언론 특보였던 구본홍을 YTN 사장으로 앉혔고, 이에 저항하던 6명을 해고했다. MBC 사장은 그 유명한(?) 김재철이 되었다. MBC 노조는 170일이라는 방송 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저항했고, 이 과정에서 역시 6명이 해고되었다. 해직자들은 부당해고에 대한 소송을 진행했고, 모두 1심에서 복직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김재철이 사장으로 군림하고 있던 MBC는 이를 거부했다. ‘돌발영상’, ‘PD수첩’ 등 권력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은 폐지되거나 유명무실해졌다.
드디어 이명박의 언론 장악은 정점을 찍게 되었다. 종편이 탄생한 것이다. 2009년 이명박은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지금의 국민의힘)’을 통해 온갖 편법으로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대기업과 신문사 등이 방송 권력까지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종편(종합편성채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한국 저널리즘은 급속도로 붕괴했다. 언론인은 사라지고 ‘기레기 대창궐의 시대’가 열렸다. 편파적인 뉴스가 종이신문, 방송, 인터넷 등을 가리지 않고 어딜가든 나타났다. 음식점에 갔을 때조차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방송에는 자격 미달의 수구들이 ‘논객’이란 껍데기를 쓰고 각종 궤변을 내뱉었다. 종편들의 충성 경쟁에 권력은 재승인으로 화답했다. 무너진 저널리즘을 복구해야 할 선도 언론, 공영방송 MBC와 KBS는 이미 이명박이 망가뜨린 후였다.
윤석열 당선과 내란의 공범, 언론
누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 보여준 것이라고는 검찰 권력의 오남용과 부정부패로 얼룩진 처, 손바닥에 사이비 무당이 써 준 王자 뿐인 그를 누가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 윤석열에게는 1등 공신이나 국민에게는 주범인 그들은 바로 ‘언론’이다. 이명박이 망가뜨린 후 제대로 복구되지 못한 무너진 저널리즘이 바로 그것이다.
검찰 개혁의 총대를 멘 조국 전 법무장관을 윤석열의 충실한 개가 되어 물어뜯은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대선 3개월 전 ‘[단독] 윤석열, 몰려드는 보고자료에 집콕 열공’등과 같은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드는 기사를 쏟아내는 TV조선이 그들이다.

앵커는 현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다.


‘윤석열 ‘文정부 실패정책’만 콕집어 열공’처럼 언론은 주로 ‘열공’ 등과 같은 단어들로 세상을 도배하여 윤석열의 이미지 만들기에 앞장섰다.

사기꾼을 가장 잘 파악하는 것은 사기꾼이고, 상대의 비열함을 가장 먼저 눈치채는 이 역시 비열한 자다.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종류를 만났을 때 가장 캐릭터 파악이 빠르다. 윤석열이란 인간을 제일 먼저 파악한 건 언론이었다.
윤석열이 당선되자, 그들은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아직은 먼 봄, 겨울의 끝자락. 추위를 뚫고 피어난 매화처럼, 그(윤석열)는 나타났다.”
-MBN-
“김건희 연예인급 미모... 尹 당선되자 대만 실검 1위 찍었다”
-중앙일보-
이게 언론이었다. 열심히 꼬리를 흔들면 한 자리 던져줄 인간, 이것이 언론이 파악한 윤석열이었다.
그들은 윤석열을 정확히 파악했다.
TV조선 앵커 신동욱은 2022년 3월 10일 자 메인뉴스 ‘앵커의 시선’에서 윤석열을 ‘국익을 위해서라면 지지층이 싫어할 일도 밀어붙’이고 ‘공은 아랫사람에게 돌리고 책임은 스스로 떠안’으며 ‘불리한 일이 터져도 침묵의 장막 뒤에 숨지 않’는 대통령이라는 영혼을 실은 아첨을 날렸다. 그는 이후, 국민의힘 공천으로 서초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한동훈과 신동욱
이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노무현과 문재인 앞에서는 그토록 도도하고 당당했지만, 윤석열 앞에서는 “정말 외람되오나”라는 말을 달고 살 정도로 꼬리 내리는 애완견이 되는 이유이다. 대가를 얻기 때문이다.
각종 부패 혐의에도 불구하고 소환 한번 제대로 당하지 않은 김건희가 ‘디올백 뇌물 수수’를 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국민들의 인내심이 폭발하려 할 때 KBS 메일 앵커 박장범은 그간 갈고 닦은 ‘X꼬 핥기’ 기술을 선보였다. 그는 기술은 실로 놀라웠다. 명품백을 ‘조그만 파우치’로 바꾸는 예술적 경지를 선보였다. 이후 윤석열은 그 헌신에 대한 보답으로 그를 KBS 사장으로 임명했다.
언론이 윤석열을 부활시키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만세”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자” “공수처를 즉각 구속하라” “전광훈” 등을 외쳤다. “불법 영장 원천 무효” “빨갱이는 북으로! 이재명도 북으로! 민노총도 북으로!’ 등 구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보겠다는데 무슨 자격으로 막느냐” “시민들이 지나가게 길을 열어달라”고 경찰을 밀치며 아우성도 쳤다.」
윤석열 체포영장이 무산된 지난 1월 3일 자 조선일보 기사다.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 무산은 윤 대통령의 계획의 일환으로, 그가 설계한 시스템을 활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달 그가 계엄령을 선포하기 전, 자신에게 가까운 친구들과 충성심이 강한 사람들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력의 자리에 배치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윤 대통령의 경호처장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 그는 9월부터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1월 4일 자 BBC 코리아 기사다.
1월 3일, 공수처는 윤석열에 대해 법원이 발부한 체포 영장 집행에 실패했다. 이 하나의 사건에 대한 두 가지 기사이다.
BBC는 외국 언론임에도 냉정할 정도로 침착하게 문제의 본질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그들이 가장 잘하는 방법, 즉 인용의 형식을 빌려 마치 자신들의 의견이 아닌 객관적인 여론인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거나 선동하고 있다(진중권 같은 이들이 내뱉는 말들이 그토록 인용되는 이유다). 제목 자체가 궁지에 몰린 수구 세력들의 결집을 선동하고 있다.
‘언론인’이라는 가치를 ‘개인의 영달’로 바꾼 한국 언론이다. 그들은 윤석열 정권과의 밀월 관계가 끝나지 않길 바라고 있다. 무너진 저널리즘이 복구되는 것을 가장 바라지 않는 자들이 그들이다. 그들이 윤석열의 부활을 획책하고 있다. ‘내란 시위대’를 ‘친윤 시위대’로, ‘내란 추종 세력’을 ‘보수 세력’으로 신분 세탁해 주고 있다. 또한 신뢰할 수 없는 여론 조사 결과를 뿌려대고 있다. 윤석열을 당선시키고 윤석열을 만든 한국 언론이 이제 다시 윤석열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언론 혁명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12월 3일, 윤석열은 내란을 시도했다. 처 김건희의 수많은 비리와 부정부패에 대한 탈법적 무한 보호,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천박하고 저열한 추태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국가 경제를 무너뜨리는 무능, 선거 브로커들에게 의탁한 여론 조작이라는 범죄 행위, 사이비 무당들에 의한 국정 농단...... 그리고 채상병 사망 사건 조작까지. 그가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저지른 것들이다. 정확히는 그중 극히 일부라고 해야겠다.
단언컨대 그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은 딱 하나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결과론적인 말이긴 하다. 만약 내란에 성공했더라면, 결코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어찌 됐든 내란에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일단 실패함으로써 전선이 분명하게 만들어졌고, 우리는 다시 희망을 찾았으며 한국 민주주의의 역동성이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을 당선시키고 지금의 사태를 만든 한국 언론은 그 어떤 타격도 입지 않은 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히려 윤석열의 내란이 현재진행형이 되도록 공조하고 있다. 이 영향력을 우리가 차단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윤석열과 김건희, 그리고 수많은 박장범들이 계속 출현할 것이다. 내란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권력과 자본에게 사명감을 팔아 치운 한국의 저널리즘은 사망했다. 이미 죽은 것이 살아 있는 것처럼 행세하거나 오히려 영향력을 더욱 뽐내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역류 현상이다. 창조적 파괴, 고쳐 쓰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혁명이 필요하다. 언창, 언레기, 기레기 등과 같은 멸칭 앞에서도 당당한 언론인들이나 조선일보는 고쳐 쓰지 못한다. 퇴출과 폐간만이 옳은 것이다. 민주당, 조국혁신당과 시민들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논의가 즉각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언론 혁명, 이것이 윤석열이라는 질병이 우리에게 준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면 국민들은 빛 속에서 살 것이고,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면 어둠 속에서 살 것이다.”
- 김수환 추기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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