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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장로회신학대학교의 김철홍 신약학 교수는 전광훈이 시무하는 사랑제일교회 8일 저녁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예수 그리스도에 준하는 인물”이라 표현했다. 저녁 예배 집회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12월3일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할렐루야.”
하고많은 인물 중 왜 하필 예수일까?
김철홍의 전공 분야는 신약학이다. 구약과 신약으로 나눠진 성경 중 일부인 신약 부분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해당 과목을 가르친다고 하니, 신약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인 예수를 비유로 언급했다고 여길 수 있겠다. 하지만, 이해는 안 된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는, 당시 천하다고 여겨지는 목수의 집안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정규 교육도 받지 못했다. 소외되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이들을 제자 삼아 함께 했고, 헐벗고 굶주린 이 같은 약자와 함께했다. 동족인 유대인들에게 멸시받고, 억울한 죄명으로 로마 역사상 가장 잔인하다는 십자가형을 받아 죽게 된 인물이 바로 예수다. 어느 것 하나 현직 대통령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없는데, 그는 과연 어떤 측면에서 윤석열이 예수에 준하는 인물이라고 했을까?
게르만의 메시아, 아돌프 히틀러
전 세계적으로 스스로를 재림 예수 혹은 구원자라고 일컫는 이들이 있다. 세계적으로 대략 50여 명 정도다. 애석하게도(?) 그중 우리나라 출신의 ‘(자칭) 메시아’는 45명 정도 된다.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칭’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메시아라 부르도록 했다. 사람들의 환심을 사 종교적 신앙심을 부추겨 교주가 됐다. 타인에 의해 칭호를 얻게 된 것이 아니다.
타인으로부터 예수나 구원자 혹은 그와 같은 성격의 메시아적 존재로 불린 이들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이번에 신학대학의 신약학 교수가 현 대한민국 대통령을 예수에 빗대어 그에 준하는 인물이라 칭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1차 대전 이후, 베르샤유 조약(1919)을 통해 패전국으로서 천문학적인 배상금 지불 의무를 갖게 된 독일. 1929년 경제 대공황은 가뜩이나 빚 갚느라 정신없는 독일 경제에 기름을 부었다. 시간 흐르고 전쟁을 일으킨 세대들이 사라질 즈음, ‘왜 내가 일으키지도 않은 전쟁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 세대들이 기성세대가 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이때, 분노 게이지가 차오른 이들에게 게르만족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더 이상 전범국 가해자로만 살지 않도록, 그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한 방에 날려줄 인물이라 여겼던 그 인물이 바로, 아돌프 히틀러다.
독일 재건을 외치며 선봉에 나선 히틀러의 나치는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국가 권력을 거머쥐는 데 성공한다. 나치당이 전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게르만 우월주의만 있었던 건 아니다. 독일 루터교 신학자들의 적극적인 나치 옹호가 큰 역할을 했다.
종교 개혁은 유럽 역사에서 르네상스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혁명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던 핵심적인 인물인 루터의 나라가 독일이다. 16세기 종교개혁 당시는 봉건주의 형태로 지금과는 다른 국가형태를 띄고 있었지만,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독일은 루터교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 국가교회가 정치와 합을 이루니, 국민적 신뢰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시작된 독일 기독교 운동(Deutsche Christen)은 기독교 신앙과 나치당의 이념 합일을 주장하며 히틀러를 “독일의 구원자”로 묘사하고, 신적 지도자로 찬양해 나치당 선전에 앞장섰다. 21세기에 돌이켜 보면, ‘뭐 이런 정신 나간 인간들이 다 있나?’ 싶을 만큼 어불성설이지만, 나치에 동조하고 히틀러의 권력에 머리를 조아렸던 이들은 당대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 한 신학자, 목회자들이었다.
특히, 신학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 법 한 독일의 신학자들이 즐비했다. 루트비히 뮐러 (Ludwig Müller), 발터 그룬드만(Walter Grundmann), 요하네스 베르너 (Johannes Werner), 게르하르트 키텔 (Gerhard Kittel), 프리드리히 고가르텐 (Friedrich Gogarten) 등 내노라하는 신학자들이 나치에 동조하며 반유대주의적 신학을 정당화했다.
윤석열이 예수 그리스도에 준하는 인물?
80여 년 전, 독일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그들이 신봉하며 따랐던 지도자가 전 세계적 빌런으로 증명된 이 역사와 비슷한 일이, 현시점, 대한민국에서도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장로교 신학을 대표하는 대학의 교수, 그것도 신학의 가장 중심이라 여겨지는 성서학(신학) 전공 교수가, 과거 독일 신학자들이 히틀러를 메시아에 빗댄 것과 같이, 윤석열을 예수에 준하는 인물로 평가했다. 비단 김철홍 교수만이 이러한 입장을 내비친 것은 아니다. 소극적이지만, 전광훈을 비롯하여 대형 교회의 목사들, 교계의 원로들이 비슷한 입장을 취하며 신도들을 독려하고 있다.
메카시즘에 사로잡혀 지금도 공산당 놀이에 여념 없는 이들에겐, 실탄을 소지시킨 군을 동원해 국회를 진압하려 하고, 주요 정치인과 선관위 직원을 납치/감금해 국가의 운영을 마비시키려 했던 시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유대인을 모두 잡아 죽여야 한다는 주장에 사로잡혀 나치를 옹호했던 독일 기독교인들과 이들의 무지몽매함은 일맥상통한다.
가장 유사한 점은, 1930년대 독일과 2020년대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동일한 성서구설, 로마서 13장을 인용하며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로마서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1-2절에 있는 내용)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해야 합니다.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며, 이미 있는 권세들도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권세를 거역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요, 거역하는 사람은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나치와 히틀러 지지 목회자, 신학자들도 이 구절을 통해 히틀러 정권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세워졌다고 주장했다. 전광훈과 김철홍을 비롯한, 다수의 목회자는 똑같은 근거와 논리로 윤석열을 예수에 준하는 인물이라 여긴다. 종북좌파와 반국가 세력에 매몰된 대한민국을 구출해 줄 메시아 윤석열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세우신 위정자라 여긴다.
출처 - <딴지일보>
이러한 방식의 성경 구절 인용이 과연 옳을까
독일 나치 지지 신학자들은 마태복음 27장에 등장하는 예수와 유대인과의 대립 장면을 인용해, 예수가 모든 사람과 사랑과 용서를 통한 평화적 관계를 지향했지만 유대인과는 그러지 않았고,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한다면 그가 유대인을 적대시한 장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유대주의, 유대인 학살의 근거로써 활용되었다.
하지만, 마태복음 27장의 장면은 특정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부분이 아니다.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지도자 계층의 행태에 대한 예수의 신랄한 비판이 담겨있다. 겉으로는 십일조를 지키도록 하고 성전에서 기도하고 율법 지키는 것을 강조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성전에 상인들을 들여 자릿세를 받아 이익을 나누던, 경건을 가장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스스로 지도자라 자청한 이들에 대한 분노 표출이다.
로마서 13장의 내용은 어떠한가.
로마서 작성자로 여겨지는 바울(Paul)은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로마 제국 내에서 박해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기독교 신앙이 반체제적 혹은 반사회적인 집단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이에 바울은, 개인적인 신앙은 유지하되, 로마의 지배 아래서 규정된 법을 준수하고, 세금도 성실히 납부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권면으로 로마서 13장을 기록했다. 당시 상황에서 신중하면서도 실용적인 조언이었다.
해당 구절은 국가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초기 기독교가 황제를 숭배하도록 하는 명령에 불복해 저항했던 역사적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영국의 신학자 찰스 크란필드(Charles Cranfield) 로마서 13장의 부분에 대해, 이 구절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 또 현대인들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권위에 복종하라’에서는 단순히 누군가에게 복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대표를 선발할 때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듯 책임감을 가지고 투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투표는 올바른 지식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정치적 사안에 대해 가능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고, 이것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정의로운 정책은 지지하고, 불의한 것은 분별하여 비판하고 반대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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