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드디어 결론. 오늘이 마지막 편이다.
결론을 미리 말한다면 노상원은 고급 정보 브로커이자 그의 점집은 위장 사업체라고 생각한다. 틀렸다면 할 수 없지만 지금은 이게 나의 결론이다.
노상원이 2018년 여군 성추행 혐의로 군복을 벗고 나서 정말로 역술에 심취했을 수 있다. 사람은 그럴 수 있다. 그는 그전까지 수방사 경비대 대위, 수색대대장, 사단 정보참모, 육군참모총장 비서실 정책과장, 대통령경호실 군사관리관, 777사령관, 정보사령관 등 초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왔다. 고급 정보의 핵심에만 있었던 사람이다.
노상원이 다루었던 정보는, 국내 최고의 요식업 기업이 애지중지 비밀로 지키는 순두부찌개 레시피를 알고 있다든가 하는 그 정도 수준의 정보가 아니다. 한국은 비대칭무기를 제외한 재래식 군사 전력에서 세계 5위의 국가다. 더불어 세계 최대의 화약고는 동아시아다. 중동은 화약이 잘 터지는 화약고이지, 최대 화약고는 아니다. 세계 최대의 화약고에서 뇌관의 중심은 한반도다. 한국군 전체에서 순혈 정보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다는 건 그냥저냥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노상원처럼 갑자기 망한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방황할 수밖에 없다. 이때 글월문 좀 읽을 줄 알면, 마음 정리도 하고 앞날도 보기 위해 사주 명리나 역점을 독학하는 경우가 흔하디흔하다. 나 역시도 인생이 안 풀리고 갑갑할 때마다 한 번은 타로, 그 다음엔 주역을 독학했다.
노상원이 원래 명리와 역점에 소양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의외로 이과 수재들이 매우 재미를 붙이는 분야다. 혹은 위장을 위해 공부했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무속의 세계에도 깊이 심취했다는 건, 매우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해석 아닌가.
세 가지 경우 모두 결론은 같다. 노상원은 원래 '진짜' 역술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상원의 업(業)
출처 - (링크)
불미스러운 일로 갑자기 잘린 형사가 할 만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 뭘까? 탐정, 흥신소다. 특정 인물의 비밀을 캐는 일을 뒷세계 용어로 '후다를 딴다'고 한다. 형사 출신보다 잘할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전직 형사는 경찰 인맥을 갖고 있다.
노상원은 선후배들과 끈끈한 인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쿠데타를 모의할 만큼…
노상원에게 흥신소를 하는 전직 탐정과 같은 맥락의 일은 뭘까. 고급 정보 제공 및 거래다. 그는 정보 브로커였을 거라는 게 나의 추정이다.
장로교 대형 교회에서 장로가 된다는 건 신앙심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의 영역이다.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한 고급 인맥의 울타리 안에 드는 것. 인사이더가 된다는 의미다. 강남, 평창동의 유명한 점집도 방식은 교회와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한 경우가 있다.
용하다는 소문에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몰리는 신당이 있다. 무당은 그들의 고민을 가장 많이 듣고, 또 상담해 주는 사람이다. 자리를 떠날 때쯤, 무당이 한마디 한다.
"명함 하나 내려놓고 가세요."
유명한 신당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명함'이 쌓여 있는 곳이다. 말 못 할 고민에 또다시 단골무당을 찾아간 대기업 계열사 사장 A 씨. 그에게는 해결사가 필요하다. 고민을 듣던 무당, 명함 하나를 내민다.
"나한테 소개받았다고 하고, 이 양반한테 전화 한 통 넣으셔."
명함의 주인공은 전직 대법원장일 수도 있고, 경찰 고위 간부일 수도 있고, 건설사 대표일 수도 있다. 점집은 인맥의 허브다. 물론 노상원은 점집을 비밀스럽게 운영하고, 본인의 신분도 노출되지 않게 관리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점집은 허브가 될 수 있다. 고급 정보를 거래하는 곳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안산시 모범 무속인' 정도 타이틀 따서 문간에 붙여놓는 건, 노상원에게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만약 누군가와 백억 대 재산권 소송을 한다고 치자. 그의 치명적 약점을 잡을 수만 있다면! 심증은 확실한데 물증만 없는 상태라면? 노상원 같은 인물에게 1억쯤 줄 수 있지 않을까? 내 백억 원짜리 갈증을 해소해 줄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1억을 어떻게 준단 말인가. 현금으로? 그럼, 정보 브로커는 거액을 매번 현금으로만 몰래 받는단 말인가...?
여기에 점집의 어드밴티지가 있다.
노상원의 점집
노상원 전 사령관이 머물던 점집
출처 - <딴지일보>
한국은 약 30만 명의 무당이 '공식' 등록되어 있다. 무등록자까지 추산하면 50만 명이다. 역술인도 그쯤 된다. 무당과 역술인을 합하면 100만 명이다.
아무튼, 무업과 역술은 합법적으로 의뭉스러운 금액의 돈이 오가기에 가장 좋은 업이다. 생각해 보라. 현재 대한민국에서 돈은 기록이고, 책임이다. 볼펜 열 자루에 100만 원 영수증을 찍을 수는 없다. 점복, 굿, 제사라면 비용을 고무줄처럼 마음대로 늘리고 줄일 수 있다.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없다.
실제로 엘리트 블랙 요원들의 위장 신분 중 가장 흔한 게 역술인과 무당이다. 노상원이 먼저 안산 '아기보살'에 접근해 동업했다는 사실은 강력한 힌트다. 전편에 언급했듯, 나는 그 아기보살도 제대로 된 영험한 무당이 아니라고 믿지만... 또 안산이라는 장소도 내 가설에 부합한다. 정보사령부와 멀지 않다. 전 직장의 인맥과 정보를 관리하기에 적절한 위치다.
현재 한국 무속의 굿판 시세는, 굿거리 한 번에 5~600만 원을 정가로 친다. 최소 금액이다. 장소와 인력, 제물과 기물에 따라 가격이 붙으므로 현실적으로는 최소 1,000만 원이 든다. 실제로는 굿 한 번 해야겠는데 정말 돈이 없고 무당도 사정을 봐준다고 하면, 2천쯤 생각해야 한다.
소 한 마리가 제물로 사용되는 굿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8,000만 원부터 시작한다. 돼지 한 마리가 추가될 때마다 500만~1,000만 원이 추가되며, 닭 등 다른 기물은 뺀 가격이다. 굿판 하나로 영수증에 1~2억 찍히는 건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출처 - (링크)
뱀닭도 그렇다. 한 마리 200만 원 하는 뱀닭은 취급하는 '척'을 할 경우 대가를 보상받기에 매우 적절하다. 만 원짜리 정육점 생닭을 뱀닭 가격으로 거래하면,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정보를 거래하는 데 매우 편리할 것이다. 뱀닭은 키우는 과정 자체가 매우 혐오스럽기 때문에 뱀닭 농장은 산골에 처박혀 있다. 게다가 뱀닭 사육엔 엄청난 악취가 발생한다. 도시에서는 절대 키울 수 없으며, 산골짝에서도 괴짜들만 사육한다. 내가 아는 한 전국에 뱀닭을 전문적으로 사육해 판매하는 곳은 열 곳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노상원이 뱀닭?
정말 취급했다면, 공급처가 어디인데? 어느 농장인지 왜 보도되지 않는가? 그리고 그 공급처는 왜 소비자와 직거래하지 않고 굳이 노상원을 거쳐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뱀닭은 한국 무속과는 맞지도 않다. 닭과 닭 피가 갖고 있는 액막이 기능은 비싼 뱀닭이라고 더 나아질 게 없다. 더군다나, 굿판의 기물과 제물은 정결한 것이어야 한다. 뱀닭을 키우는 방식은 지극히 부정하다.
한국 무속
출처 - (링크)
윤석열-김건희 정권 때문에 무속이 음습하고 사악한 이미지를 덮어쓰게 됐다. 그런데 정말로 오랫동안 무탈하게 강력한 신령을 모시는 영험한 무당들은 우리 상상보다 도덕적이다. 나랏점을 보는 등급의 무당들은 매일같이 국운과 민생을 위해 새벽부터 기도를 올릴 정도로 공익에 진심이다.
무당이 모두 착하다는 뜻이 아니다. 사악한 무당도 많으며, 과거에는 염매(厭魅)와 같은 사악한 주술도 있었다. 그러나 타락하지 않은 신참 무당이나, 오랫동안 도덕성과 영험함을 유지한 채 나이를 먹은 무당은 삿된 짓을 멀리한다. 악행을 저지르면 신령이 떠나고, 살을 날리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는 게 한국 무속의 내적 논리다.
영험함을 자랑하는 무당들은 전체 무당 중 가짜를 7~80%로 본다. 이들이 생각하는 가짜는 다음과 같다.
1) 사기꾼.
2) 스스로 무당이 아닌데 무당이라고 믿는 사람. 대표적인 경우가 허주(잡귀)를 신으로 착각하고 모시는 사람이다.
3) 신이 떠났음에도 무당 일을 그만두지 않는 사람.
4) 무당의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악행을 저지르거나, 손님의 악행을 돕는 자.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으므로,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한국 무속에 나쁜 무당도 있고, 나쁜 짓도 있다. 그러나 한국 무속은 어땠든 그것을 '나쁘다'고 규정한다. 반면 주술을 포함한 일본의 음양술엔 '도덕'이 없고 '효과'만 존재한다.
나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무속에 깊이 빠져 있다고 믿는다. 정황 증거가 너무 많다. 그런데 이게 한국의 전통 무속과는 동떨어져 있다. 뒤틀려 있다고 할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무속에 대해 가진 지식에 따르면 굉장히 노골적으로 일본적이다. 정말 공교롭게도 그렇다.
윤석열이 일본의 조종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어느 바닥에서 가장 먼저 나왔을까?
무당들 입에서 처음 나왔다.
버거보살, 롯데리아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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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저씨는 왜 멋없게 역적모의를 롯데리아에서 했을까? 국민들 자존심 떨어지게 말야. 근데 매우 상식적인 행동이다.
대기업의 비밀 임원 회의는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본사 건물 꼭대기 층에서 하지 않는다. 대학생들 다니는 스터디 카페나 미팅룸을 빌려서 기습적으로 한 다음에 회식 없이 해산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높으신 분들이 진귀한 해산물이 깔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작당 모의를 한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게 하지 않는다(여의도라면 더더욱). 도청의 위험이 있으니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나는 누군가 극비의 보안이 필요한 논의를 등산객으로 바글바글한 막걸릿집에서 한 사례를 알고 있다. 롯데리아의 소음에 파묻히는 선택을 한 건 노상원이 프로라는 걸 증명한다.
더군다나 모의범들은 먼저 햄버거를 먹은 후 작당 모의를 했다. 혹시라도 그들을 감시할 수 있는 시선에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비치기 위해서다. 그냥 얘기만 하고 나가면 이상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꼬라지가 참... 참 누추하게 됐다. 지들도 짜증 나겠지. 하지만 뭐, 웃기는 짬뽕 취급 받아도 어쩔 건데. 역적질하다 걸렸는데 겉멋 챙길 주제는 못 되잖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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