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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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계엄을 선포하고, 실탄을 보유한 군인들이 국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던 사건. 나아가 주요 정치인과 선거관리위원회 간부들을 납치, 감금 시도한 현 정부의 행태는 위헌적이며 불의하다. "위정자의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라는 문자적 의미만을 강조하며 대통령 탄핵을 막으려는 이들의 행태는 성경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정반대다.
하지만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전광훈 주도 집회에 참석하는 기독교인 입장을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이승만을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옹호했던 교회, 박정희 유신과 전두환 쿠데타 당시에도 위정자의 권위를 존중한다며 조찬 기도회를 열어 축복을 빌어주던 교회 목회자들은 그저 그런 변방의 장수들이 아니었다. 대부분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 목사들이었다.
겉으로는 하나님 말씀을 따르기 위함이라 하지만, 사실 부당한 권력에 맞서다 교회 성장에 제동이 걸릴까 숨었던 이들의 비열함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현실과 타협하려는 이들의 비겁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종교 1위 자리는, 8~90년대에 폭풍 성장한 기독교가 차지하고 있다.
독일 교회의 현주소
나치의 몰락 이후, 독일에서 기독교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중세와 근대 건축양식의 바로미터로 알려진 화려한 교회 건축물들은 허울만 남아 있다. 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독일 인구는 약 8천만이다. 그중 주일에 교회를 찾는 출석 인원은 200만 명가량. 전체 인구의 2.8%에 해당하는데 사실 그것도 천주교와 개신교를 통합한 수치다. 독일 전역에 약 26,500개의 교회가 있으니 한 교회당 80여 명 남짓 출석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인본주의의 영향과 무신론의 급부상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독일 교회가 급격하게 몰락한 시기는 교회가 나치에 부역해 잘못된 신앙을 대중에 설파하고, 대학살을 일으키고 모든 영토를 폐허로 만든 때와 맞물린다.
바르멘 선언
독일 고백 교회 지도자들(중간열 맨 왼쪽이 본회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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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독일의 모든 교회가 나치에 부역한 건 아니다. 부당한 국가권력에 끝까지 저항하고 결사 항전을 벌인 이들도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신학자 불리는 칼 바르트(Karl Barth)와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다. 이들은 1934년, 나치 이념과 기독교 신앙을 일치시키고 독일의 구원자로 히틀러를 추앙하려던 기독교 운동에 반발하며, 독립적인 신앙 수호를 선언한다.
독일 바르멘에 있는 게마르케 교회(Gemarke Church)에 모였다. 독일 기독교가 성경에서 말하는 참된 신앙의 본질을 수호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나치 정권의 통제를 거부하기로 결정한다. 이것이 바르멘 선언이다. 히틀러가 아닌, 오직 성경 속 예수 그리스도 만이 교회의 유일한 권위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선언은 당시 나치에 부역하려 했던 많은 기독교인을 각성시켰고, 독일의 고백 교회(Bekennende Kirche)의 신학적 기반이 되었다.
바르멘 선언의 핵심 메시지는 교회가 국가나 특정 정치세력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되며, 정의롭지 못한 정권에 대해서는 항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나치 정권이 강조한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는 성경적 가르침에 어긋나며, 교회의 메시지를 왜곡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르멘 선언 이후, 나치를 추앙하던 교회와 이를 반대하는 교회 간 분열이 심화되었다. 나치 정권은 고백 교회를 적대시하고 바르멘 선언을 따르는 고백 교회의 목회자, 신학자들을 감옥에 가두고 박해했다. 박해받은 대표적인 인물이, ‘미친 운전사’ 비유로 유명한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다.
"만약 미친 운전사가 차를 몰고 군중 속으로 돌진하려 한다면, 단지 피해자를 돕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차를 몰고 있는 운전사를 막아야 한다."
부당한 국가권력에 대해 소극적 저항이 아닌 운전사를 제거하는 일, 즉 불의한 체제를 저지하고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앙이라는 단순한 믿음의 고백을 넘어 실천을 통해 증명되어야 함을 알렸다. 사회적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하는 기독교인의 책임을 상기시켰다.
독일의 국가교회가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는 바르멘 선언과 더불어 본회퍼같이 나치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바르멘 선언은 독일 교회가 나치 정권과 협력한 과거를 반성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전후 독일 교회 회복의 신학적 기초로 작용했다. 특히, 기독교 신앙이 인간의 권위나 정치적 이념보다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를 우선해야 함을 가르치며 기독교 역사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했다.
내란 동조 한국 기독교의 미래
출처 - <딴지일보>
독일은 여전히 기독교 국가다. 직장인들은 급여의 약 2%에 해당하는 금액을 종교세로 납부한다. 모인 세금은 국가 교회에 종사하는 목회자 및 근로자들의 급여로, 교회 건축물의 유지/보수비용으로 사용된다. 독일에서 국가교회에 소속된 목회자는 사실상 공무원이나 다름없다. 비록 교회에 성도들이 없어도 목회자를 양성하고 신학자를 키워낼 수 있는 여건이다.
하지만 한국은 독일과 상황이 다르다. 국가가 종교를 책임지지 않는다. 만약 기독교가 사회적 신뢰를 저버리고 그래서 더 이상 사람들이 교회를 찾지 않으면, 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서게 될까?
한국도 독일처럼 전체 인구의 약 2%만이 교회를 찾는다고 가정해 보자. 5천만 명의 2%는 100만 명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교회 총수는 통계상 약 7만 개로, 각 교회당 14명이 찾게 된다. 과연 이러한 상황이 되어도 기독교가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정치인들의 교회를 다니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성도 때문이다. 수만 명의 성도를 자랑하던 대형 교회들에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 사람들은 교회를 지금과 같이 여길까? 한국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게 될지 눈에 선하다.
'그래도 좋을 일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독일에도 본회퍼처럼 순교를 각오하고 투쟁하거나 혹은 칼 바르트처럼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며, 이를 대체할 할 수 있는 건 세상에 없다고 선언하고 결국엔 죽음을 맞이한 기독교인들 많았다. 그렇다고 독일의 교회가 괜찮았던가.
재동 제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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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는 지금까지 사회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끼치며 유지되어 왔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며, 신분 차별과 불평등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양반과 천민으로 철저하게 구분된 계급제도 철폐 시도(갑오개혁),
성별에 의한 차별을 없애고자 노력했고(이화학당),
의료와 교육 등을 통해 국민들의 위생과 안전, 고등교육을 위해 힘썼고(제중원/세브란스),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으며(3.1 독립 만세 운동),
고아와 과부, 노인과 빈곤층을 위해 희생으로 섬겼다(홀트 아동복지회).
초기 한국 교회는 단순한 구호 활동을 펼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적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다. 예배 장소 제공을 넘어, 전쟁고아, 과부, 난민 등 약자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때의 아름답고 숭고했던 기독교 역사는 과거로 남게 될 처지에 놓였다.
제2의 바르멘 선언을 꿈꾸며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도 예수에 빗댈 수는 없다. 성서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자기주장의 뒷받침 근거로 사용하는 건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나치에 저항하며 진짜 신앙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던 독일 그리스도인들과 같은, 그런 이들이 모여 한국에서도 새로운 기독교 운동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어려운 이웃과 약자를 대변할 줄 아는 기독교가 되길. 순수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국가가 처한 어려움에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던 그때의 용기를 다시 보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전광훈을 목사라 칭하지 않는 이유?
전광훈은 그가 목사 안수를 받은 교단으로부터 면직 처리되었고 제명되어 현재 목사직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 전광훈 ‘씨’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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