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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성격

 

현 상황을 차기 대선의 게임으로 간주한다면 기본적으로 아래 4개 성격이 조합된 복합게임이다.

 

1.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는 절대 서로 협력하지 않고 상대를 오직 적으로 간주하는 비협력적 게임(Non-cooperative game)

2. 게임 참여자들끼리 구속력 있는 계약을 맺어 서로 무리를 이루거나 연대하는 협력적 게임(cooperative game)

3. 승자가 보상을 독식하는(혹은 게임 참여자들이 받는 보상의 총합이 0가 되는) 제로섬 게임

4. 계약에 따라 혹은 합의한 대로 적당히 나누는 비제로섬 게임

 

여기에 일회성이냐 반복성이냐, 게임 참여자가 서로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냐, 동시에 행동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교대로 선택하느냐 같은 조건들을 더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만한 사건들을 분석하고 최적의 전략을 찾는다. 최상목과 모피아 카르텔도 차기 대선을 이런 기준으로 분석하며 집권이라는 최종 목표에 이르는 최적의 경로, 최적의 전략을 찾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표면적으로 승자가 모든 보상을 독식하는 비협력적 제로섬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복수의 참여자가 참여하므로 대선 레이스는 진행과정에서 협력적 비제로섬 게임에서 비협력적 제로섬 게임으로, 비협력적 제로섬 게임에서 협력적 비제로섬 게임을 오가며 복합적 성격을 띄게 된다.

 

지난 대선에서도 안철수와 윤석열은 대선 후보 단일화를 하며 부분적으로 협력적 비제로섬 게임을 했다. 반면 심상정은 이재명과 윤석열 모두를 상대로 시종일관 비협력적 제로섬 게임을 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심상정은 윤석열과는 협력적 비제로섬 게임을 하고 이재명과는 끝까지 비협력적 제로섬 게임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마지막 공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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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 확정

 

최상목과 모피아 카르텔은 참여자를 자기 자신, 국민의힘, 민주당 정도 상정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모피아 카르텔은 유권자인 국민은 참여자로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선민의식에 사로 잡힌 고위 관료이거나 고위 관료 출신 집단이라 그렇다. 지금까지 이들이 추진했던 정책들을 보면 국민, 유권자는 자신들의 여론 몰이 기술로 얼마든지 조종하고 구슬릴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분명하다.

 

윤석열과 내란 세력도 일찌감치 참여자 명단에서 지웠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체포되었고 김건희는 한남동 관저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는다. 가장 위험했던 군부 내란 세력은 민주당의 주도로 실체가 드러나고 손발이 묶인 상태라 정국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최상목이 마음만 먹으면 검찰과 경찰 공권력을 언제라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참여자라기 보다 언제든지 내려 놓을 수 있는 카드패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참여자 1: 최상목과 모피아 카르텔

최상목과 모피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자신들이 게임판을 어떤 형태로든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1. 최상목이 대한민국 행정력을 동원할 수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점

2. 기재부의 경제전문가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점

3. 사이비 언론과 공조하여 국내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언론 장악력이 있다는 점

4. 대한민국 수구세력의 일원이며 다른 구성원과 강한 권력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

 

참여자 2: 국민의힘

내란에 가담하고 급기야 극우 정당으로 세가 크게 위축된 데다 국회 의결에서 영향력도 제한적이라 모피아 카르텔은 자신들의 필요 때문에 국민의힘을 중요한 참여자로 여기기는 하지만 대등한 경쟁자로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힘과 하려는 게임은 독재자 게임이나 최후통첩 게임을 하려 할 것이다. 

 

독재자 게임 혹은 최후통첩 게임은 선제적 선택과 우월적 지위를 가진 참여자가 먼저 선택을 결정하면 그 결과에 따라 다른 참여자의 선택과 보상이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비협력적 게임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협력적 게임으로 밀어 부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자신들에게는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조직과 지역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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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1(링크)

 

국민의힘을 상대로 하는 게임은 2단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1단계: 명태균 게이트 연루 세력 정리 단계

2단계: 국민의힘 접수와 외연 확장 단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극우 폭도들이 서부지법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등 시국이 종잡을 수 없게 진행되고 있어 최상목은 국민의힘에서 잠재적 대선후보들을 최대한 많이, 최대한 빠르게 제거하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창원지검의 명태균과 연루된 국민의힘 잠재적 대선후보들에 대한 수사 결과가 봇물 터질 듯 언론에 보도되게 힘을 쓰거나 김건희 특검법이 다시 가결되어 넘어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포할 지도 모른다.

 

반면, 윤석열 내란 특검법은 최대한 시간을 끌다 늘 했던 것처럼 위헌 소지가 남아 있다거나 여야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내란 특검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2단계 국민의힘과 게임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사전 포석으로 여기기 때문으로 본다.

 

극렬 폭도들의 폭동 상황도 게임판의 카드패 정도로 생각하고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야 하는 메시지는 폭동 직후, 설 연휴 재난 대비 메시지가 아니라 폭동을 일으킨 폭도들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폭도들을 비호하는 국민의힘을 향한 경고 메시지도 함께 내야하는 판국에 경찰의 대비만 주문했던 것은 최상목과 모피아가 수도권에서 군중 동원력이 뛰어난 전광훈 광신 극우집단과 국민의힘 커넥션을 적절히 이용하려는 의도를 가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참여자 3: 민주당

최상목과 모피아 카르텔에게 민주당은 이번 게임판에서 초지일관 비협력적 제로섬 게임을 할 상대다. 지금까지 모피아는 국민의힘 계열 반민주 정권이건 아니면 민주 정권이건 무색무취, 카멜레온 같이 처신하며 은밀히 권력 기반을 다져 왔다. 

 

하지만 내란 정국에서 본의 아니게(?) 반민주 수구 세력의 핵심 구성원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드러냈다. 최상목이 집권 야욕을 보인 이상 민주당과 첨예한 대립은 불가피해졌다. 모피아는 자신의 권력망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민주당 내 인사들을 이용하여 내부 분열을 획책할 수도 있다. 잘 알려진, 갈라 쳐 통치하는(Divide and Rule) 수법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예전처럼 소수의 정치기술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당이 아니라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강력한 민주정 체계와 원칙을 가진 정당이다. 최상목과 모피아는 이 사실을 아직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아마도 최상목과 모피아는 모피아 권력망이 미치는 민주당 내부 인사들을 동원해 내부 분열을 계속 획책할 것이다. 예상하건데 모피아의 이런 시도는 이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텐데 민주당에 남아 있는 권력 기생충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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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BC(링크)

 

 

최종주자가 최상목일까?

 

모피아가 원하는 대선 최종 후보가 최상목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유는 최상목 가슴에는 주홍글씨가 너무 선명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가 보좌했던 박근혜와 윤석열 모두 탄핵이 된 데다, 두 번 모두 최상목은 공범자와 배신자를 오갔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엘리트 집단이며 게임 이론에 가장 익숙한 모피아가 과연 이 점을 간과하고 있을까? 최상목으로 자신의 집권 대망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그럴 것 같지 않다. 만약 모피아가 집권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면 최상목은 특정 임무를 받은, 버리는 카드일 수도 있다. 최상목에게는 다음에 올 인물을 돋보이게 하는 임무, 그 인물의 지명도를 높일 수 있는 시간 벌이를 하는 임무가 맡겨졌을 수도 있다.

 

최상목 본인에게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경우라 모피아의 집단 의사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발할 수도 있다. 생존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정치판에서 그 정도 몽니나 배신은 흔한 일이니까.

 

하지만 모피아라는 권력 집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다면 개인 최상목은 결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혼자서 국민의힘과 대통령 후보를 놓고 파워 게임을 벌이며 최종적으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멜레온처럼 박근혜와 윤석열을 배신했던 최상목의 처세를 보면 그가 보신을 위해 돌렸던 계산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상목의 역할은 대선에서 모피아 카르텔이 간택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길을 닦는 것이라는 이런 추정이 맞을지 틀리지는 모르겠다. 이런 추정을 하면 군부대를 찾고 SNS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어이없는 짓도 그럴싸한 설명을 할 수 있다. 최상목은 잠시 허락된 대통령의 시간을 한껏 즐겼던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창용 한은총재를 눈여겨 본다. 그는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개각설이 나올 때 제일 먼저 거론된 국무총리 후보였다. 역대 한국은행 총재와는 달리 농산물 수입 문제,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지급문제, 서울대 입학 지역별 비례 문제 등 뜨거운 정치적 이슈가 등장하면 공무원이라기 보다 정당 정치인 같은 발언을 했고 그의 발언은 어김없이 언론을 통해 전파됐다. 최근에는 전국민에게 25만원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이재명 대표과 각을 세우며, 기재부 출신 답게, 늘 그렇듯 어려운 자영업자나 지방 중소기업에 선별 지원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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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링크)

 

100번을 헹궈도 구정물이 계속 나올 것 같은 최상목에 비하면 이창용의 이미지는 백옥이다. 사회적 지명도도 최상목에 뒤지지 않는다. 한국은행 총재라는 경제 전문가 이미지에 더해 키까지 190cm가 넘는 거구다. 최상목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시각적 안정감도 준다. 대통령 후보감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최상목의 이미지를 열심히 빨고 헹구는 것보다, 적당한 때에 이창용을 등장시키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뜬금없이 조선일보에 그를 칭송하는 칼럼이 올라왔다. 이창용 대통령 만들기 서막일까? 조만간 여론조사에 대선 후보로 이창용의 이름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글 중에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모피아가 지금 시국을 차기 대선 게임으로 보든, 보지 않든 중요하지 않다. 대권 도전이 최상목의 개인 욕망이든 모피아 카르텔의 집단 야욕이든 그 또한 중요하지 않다. 모피아든, 국민의힘이든, 대한민국의 수구세력이든 수 백 번 게임 전략을 바꾼다 해도 이 판에서 그들이 가져갈 보상은 깨어 있는 시민의 선택으로 이미 정해졌다. 이 게임은 깨어 있는 시민의 선택이 그들보다 늘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전략적 우위(Strategic dominance)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