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지난 편>

 

슬램덩크학개론14: 홋카이도, 토호쿠, 칸토 지방

 

슬램덩크학개론15: 츄부, 칸사이 지방

 

 

 

 

 

톳토리현 鳥取県

 

34번 湖谷南 (こたにみなみ, 코타니 남) 번역명 호남

 

湖谷南에서 가운데 글자(谷)를 빼면 湖南(호남)인데, 일본식 독음으로 코난(コナン)이다.

 

19-tottori_konan.jpg

 

슬램덩크를 능가하는 일본의 인기 장수만화 <명탐정 코난>. 이 만화의 작가인 아오야마 고쇼(青山剛昌)의 고향이 톳토리현이다.

 

19-tottori_furusato_kan.jpg

출처 - <톳토리현 의회>

 

코난의 인기에 힘입어, 톳토리현 토하쿠군에 명탐정 코난을 주제로 한 상설 전시관인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青山剛昌ふるさと館)이 2007년 개관하였다. 이 주변으로 코난 거리, 코난대교, 코난 베이카 상점가 등 코난의 관광 상품화가 매우 활발하다.

 

19-tottori_konan-dori.jpg

 

구글 지도만 봤을 뿐인데, 코난과 관련된 곳이 여럿 눈에 띈다. 실제로 이 거리엔 등장인물의 스태츄 등 코난 팬을 위한 볼거리가 즐비하다고 한다.

 

코난대교(コナン大橋)는 1999년 12월에 개통되었다. 별칭이나 애칭이 아니고 법정 공식 이름이 코난대교다. 우리나라에 등장한다면 둘리대교 정도가 될까? 코난거리(コナン通り)는 톳토리 현도(県道) 제167호 중 일부 1.5킬로미터 구간을 이르는 말로, 코난대교가 개통될 때 지자체에서 그 일대의 도로에 코난거리라는 애칭을 붙였다.

 

슬램덩크에 인터하이 대진표가 등장하는 게 얼추 1994년 가을쯤이기 때문에, 이노우에가 이 거리명, 다리명을 보고 학교 이름을 붙였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오로지 코난 작가의 고향이 톳토리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진표에 코난(취음하여 湖南)의 이름과 매우 유사한 학교명을 넣었다는 것인가.

 

<명탐정 코난>은 1994년 1월에 연재를 시작했으므로, 이노우에가 대진표를 만들 당시 코난의 존재를 알았을 가능성이 충분한 건 사실이다. 코난고교(湖南高校)라고 하면 너무 노골적이어서 가운데에 일본 지명에 흔히 들어가는 谷(계곡 곡) 자를 넣어서 湖谷南高校(코타니 남 고교)를 만들었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가설은 어쩐지 석연치가 않다.

 

당시 코난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없으나, 연재 초기인 걸 감안하면 지금과 같은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노우에와 아오야마는 작풍도 다르고 접점도 없다. 연재처도 슬램덩크는 슈에이샤(集英社)의 <주간 소년점프>, 코난은 쇼가쿠칸(小学館)의 <주간 소년선데이>다. 개인적 친분은 생각하기 어렵다. 아무런 친분도 없는 생판 남의 캐릭터 이름을 내 작품에?

 

다른 가능성은 있다.

 

톳토리현 톳토리시 한복판에 코야마(湖山)라는 지명이 있다. 코야마 연못(湖山池)이라는 거대한 호수도 있다. 이 지명을 적절히 변형하여 작명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머리글자인 湖(호)는 그대로 두고, 두 번째 글자는 산(山)을 계곡(谷)으로 변형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렇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 팬으로서 첫 번째 가설이 훨씬 재미있는 건 부인할 수가 없다. 첫 번째 가설이 맞다고 믿고 싶다.

 

오카야마현 岡山県

 

36번 桃倉工業 (ももくら, 모모쿠라 공업) 번역명 도창

 

오카야마현 관광의 핵심 도시가 쿠라시키(倉敷)시다. 모모쿠라(桃倉)의 두 번째 글자인 倉(곳간 창) 자는 쿠라시키시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것으로 생각된다.

 

맨 앞 글자인 桃(복숭아 도) 자는 어디서 왔을까.

 

20-okayama_momo.jpg

출처 - <오카야마 전농 온라인상점>

 

첫 번째 가능성은 오카야마현의 특산물이 복숭아(백도)라는 점이다. 복숭아는 일본말로 모모(もも)이기 때문에 桃(복숭아 도) 자를 앞에 붙여서 모모쿠라라는 이름을 지을 수 있다.

 

20-okayama_kurashiki.jpg

 

쿠라시키의 관광명소인 쿠라시키 미관지구(倉敷美観地区)에는 복숭아를 주제로 한 주전부리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즐비하다.

 

오카야마현의 복숭아 재배 면적은 대략 일본 내 6위 정도다. 생산량과 점유율이 높은 것은 아니나 고급화에 주력했다. 일본 내 고급 과일의 주요 유통경로인 고향 납세제도(ふるさと納税, 후루사토 노제)의 지역별 답례품 목록을 보면, 복숭아를 주는 도도부현은 여럿 있지만 오카야마현이 평균 가격도 높고 본새도 실하다.

 

두 번째로, 일본 전래 설화(昔話, 무카시바나시)인 모모타로(桃太郎, ももたろう)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따왔을 가능성이 있다.

 

복숭아에서 태어나서 이름이 모모타로가 된 사내아이가, 마을을 약탈하고 괴롭히는 오니(鬼, 귀신 또는 도깨비)들을 퇴치하고 고향에 평화를 되돌려 준다는 민속 영웅서사다. 부모님이 싸준 경단(키비당고)을 들고 모험을 떠나고, 가는 길에 원숭이, 개, 꿩과 경단을 나눠 먹고 동료가 되어 오니를 함께 물리친다.

 

20-okayama_momotaro.jpeg

 

서유기가 일본식으로 각색된 이야기라고 보는 시각도 많지만, 지역마다 특색을 반영한 다양한 버전이 구전되어 왔다. 메이지 시대 이후 이 이야기가 국정교과서에도 실리면서,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가 된다.

 

20-okayama_momotaro_ekimae.jpg

오카야마역 과장의 모모타로 동상

출처 - <오카야마 관광청>

 

오카야마현은 이 이야기의 발상지가 오카야마라고 주장하여 일본 문화청으로부터 ‘모모타로 전설이 태어난 곳, 오카야마(桃太郎伝説の生まれたまち岡山)’라고 정식으로 인정받고, 이를 현 차원에서 핵심 관광 자원화하였다.

 

오카야마가 왜 모모타로 전설의 유력 발상지인지를 밝힌 학술 연구도 있다. 여러 근거가 거론되지만, 오카야마가 복숭아 특산지라는 점과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일본의 농협인 전농(JA)에 따르면, 오카야마에 복숭아가 재배된 것은 메이지 8년(1875년) 이후다. 중국에서 전래한 수밀도(水蜜桃)를 개량/개발을 거듭하여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수백 년 된 모모타로 이야기의 근거로 150년 남짓한 복숭아 재배를 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오카야마현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하여, 많은 일본인이 오카야마와 모모타로를 연관 지어 생각한다고 한다. 이노우에도 복숭아보다는 모모타로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학교 이름을 모모쿠라 공업이라고 지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히로시마현 広島県

 

14번 湯来工業 (ゆき, 유키공업) 번역명 양래/양대

 

1차전에서 치바현의 포안(浦安商業, 우라야스상업)에 대패하는 히로시마의 유키공업고교.

 

히로시마시에 유키온천(湯来温泉)이 있다. 고래부터 온천이 흐르는 마을(湯の来る里)이라 불렸고, 1950년대 본격적으로 온천마을로 개발되며 湯来温泉(유키온천)이라 명명되었다.

 

21-hiroshima_midorisou.JPG

 

북산고교가 인터하이 중 묵었던 료칸의 위치가 이곳 유키온천이다. 이노우에가 히로시마에 취재하러 가서 유키온천에 묵은 건 확실한 것 같다.

 

48번 鯉川 (こいがわ, 코이가와) 번역명 이전

 

鯉 자는 잉어라는 뜻이다. 한국어 독음은 리, 일본어 독음(훈독)은 코이(こい)다. 히로시마는 잉어의 고장이라 한다. 이렇게 불리게 된 유래(썰)는 여러 가지가 있다.

 

히로시마 성(広島城)의 별명이 잉어성(鯉城, りじょう)이라 히로시마도 잉어의 고장이 됐다는 설이다. 잉어성이 된 이유는, 성이 지어진 동네의 옛날 이름이 코이노우라(己斐浦, こいのうら)였고, 코이(己斐, こい)의 발음이 잉어의 발음과 같기 때문이다. 잉어성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썰이 더 있으나 이것이 가장 유명하다.

 

그렇다면 그 동네의 이름은 어쩌다 잉어의 발음과 같은 코이노우라(己斐浦)가 되었는가. 고대(2세기) 텐노(당시 仲哀天皇)가 큐슈 정벌을 위해 길을 떠났다. 히로시마 근처를 지나던 중 휴식을 위해 잠시 배를 멈추었는데, 마중한 히로시마의 현주(県主, あがたぬし)가 황후(神功皇后)에게 커다란 잉어를 헌상했다고 한다. 황후는 크게 기뻐하였고, 그 이후로 이 동네가 鯉村(こいむら, 잉어촌)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히로시마 현주는 많은 물고기 중 왜 하필 잉어를 헌상하였을까? 그에 대한 설명은 딱히 찾을 수 없었지만 짐작이 된다. 히로시마 시내를 흐르는 오타 강(太田川)과 그 지류에는 잉어가 많다고 한다. 낚시꾼들 사이에서 잉어 낚시 명소로 언급되기도 하고, 오타 강 어업협동조합(太田川漁業協同組合)에서는 잉어를 주요 어종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황후에게 헌상할 정도로 큼직한 잉어가 잡힐 정도면, 잉어가 풍부한 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여러 역사적 배경과 썰이 있으나 일본 국민에게 히로시마가 잉어의 도시라는 것을 각인시킨 것은 여윽시

 

21-hirosima_toyo_carp.jpg

 

히로시마 잉어 구단(히로시마 토요 카프, 広島東洋カープ)!

 

야구를 좋아하는 이노우에이기에, 잉어성이니 잉어 헌상 전설이니 하는 것들보다 야구단에서 모티브를 땄을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야마구치현 山口県

 

58번 原口商業 (はらぐち, 하라구치 상업) 번역명 원구

 

일본 전국에 하라구치(原口)라는 지명은 몇 곳 있지만, 야마구치현에는 없다.

 

22-yamaguchi_harada_yuka.jpg

 

90년대 초 일본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주장이었던 原田結花(はらだゆか, 하라다 유카) 선수.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여자농구에서 일본이 은메달을 따는 데 크게 공헌했고, 지금은 일본 여자농구 리그의 회장이다. 이 사람이 야마구치 출신이다.

 

이노우에가 여자 농구에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낸 적은 없지만, 덕후 활동을 하다 보면 살짝 엿보일 때가 있다. 이노우에는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도 큰 관심을 가졌기에, 하라다 선수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라다 유카의 이름에서 原(원)자, 야마구치에서 口(구)자를 따와서 原口商業(하라구치 상업)을 작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카가와현 香川県

 

41번 角鶴 (かどづる, 카도즈루) 번역명 유성

 

23-kagwa_sanuki_udon.jpg

출처 - (링크)

 

카가와현의 옛 이름이 사누키(讃岐)이다. 그래서 구글에서 香川県(카가와현)까지만 치면 바로 うどん(우동)이 자동완성 검색어로 뜬다. 2011년에는 우동현(うどん県)으로 개명도 했고, 카가와현청이 소재한 다카마츠시는 우동버스, 우동택시 등 우동 투어가 핵심 관광 상품이다.

 

이런 카가와현에 마루가메(丸亀)시가 있다.

 

23-kagawa_marugame_seimen.jpg

출처 - <마루가메제면 다카마츠 레인보우거리점>

 

마루가메시는 처음 들어봤어도, 마루가메제면(丸亀製麺)이라는 우동 프랜차이즈는 다들 들어봤을 터. 여윽시 자본주의 시대에는 백날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런 것이 뇌리에 쏙 박힌다. 우리나라에도 이 프랜차이즈가 들어왔었지만, 코로나 시기 사업을 접고 철수하였다.

 

아참참, 사누키 우동과 마루가메 제면 등 우동은 대진표와 전혀 상관이 없는데,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넉낌으로다가 잠시 썰 좀 풀어봤읍니다.

 

마루가메시가 대진표에 나온 角鶴 (かどづる, 카도즈루)고교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일본인은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인지 이것을 보자마자 알아챘다고 하던데, 한국인에겐 무리데쓰. 마루가메는 한자로 丸亀이다. 丸(환) 자는 둥글다는 뜻, 亀(귀) 자는 거북이를 뜻한다. 카도즈루(角鶴)의 角(각)은 각졌다, 모났다는 뜻으로 둥글 환(丸)과 반대의 뜻이다. 鶴(학) 자는 목이 긴 새 두루미를 뜻한다.

 

23-kagawa_tsurugame.jpg

출처 - (링크)

 

일본에서 거북이와 두루미는 鶴亀(つるかめ, 쯔루카메)라는 말로 통칭하며, 거의 짝꿍처럼 함께 다닌다. 십장생 중에서 둘만 따로 유닛을 결성한 격이다. “鶴は千年、亀は万年(학은 천년, 거북이는 만년)”라는 말이 있어서 장수의 상징이고, 재수가 좋고 길한 동물로 여겨져서 연하장이나 선물 포장 디자인에 많이 그려진다.

 

즉 정리하면, 마루가메의 둥글 환(丸)을 각질 각(角)으로 바꾸고, 거북이(亀)는 학(鶴)으로 바꾸어서 카도즈루라는 작명했다. 이노우에 센세, 이딴 말장난 남발하는 당신은 대체...?

 

에히메현 愛媛県

 

26번 道後大附属 (どうご, 도고대 부속) 번역명 도복

 

에히메현 마츠야마시에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인 도고온천(道後温泉, 한국식 독음은 도후)이 있다. 이 온천의 이름을 그대로 학교 이름으로 바꿨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이노우에는 에히메현 하면 온천이 가장 먼저 떠오른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이름의 온천이 충남 아산시에 있는데, 거긴 道高(도고) 온천으로 한자가 다르다.

 

도고온천은 역사가 무려 3천 년인 유서 깊은 온천이며,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의 배경으로도 알려져 있다. 다만 일본의 온천들은 죄다 자기들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진짜인지는 알 길이 없다.

 

24-ehime_dogo_onsen.jpg

 

도고온천의 이미지는 1897년 건축되어 문화재로도 지정된 도고온천 본관(道後温泉本館) 건물로 주로 알려졌다. 영화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도 이 본관 건물에서 연유한 듯하다. 이름이 본관(本館)이라 중요하고 핵심적인 시설 같지만, 도고온천의 수많은 대중탕 중 하나일 뿐이다.

 

도고온천이 전국구로 명성을 떨치게 된 건, 일본이 자랑하는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가 소설 <도련님(坊っちゃん)>(1905)에서 이 도고온천 본관에 대해 절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TV나 SNS에 나오면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과 비슷하다. 100년 전에는 그 역할을 소설책이 했구나.

 

코치현 高知県

 

56번 土室東 (つちむろひがし, 츠치무로 동) 번역명 봉청

 

코치현의 옛 이름이 토사(土佐)다. 율령국가 시절에는 土佐国(とさのくに, 토사노쿠니)라고 했다. 현재도 토사시(土佐市)가 있다. 토사시에서 土 자, 무로토(室戸)시에서 室 자를 따서 土室(츠치무로)로 작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25-kochi_tosakuni.jpg

 

일본 열도의 주요 4개 섬 중 가장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시코쿠(四国). 시코쿠에서도 혼슈와 전혀 마주 보고 있지 않은 변방 of the 변방의 위치에 코치현이 있다. 위치가 워낙 외져서 현재도 상당한 시골 취급을 받고, 일본 역사에서도 대부분 유형지(유배지)였다고 한다.

 

후쿠오카현 福岡県

 

5번 北条四商 (ほうじょう, 호죠 제4 상업) 번역명 조상

 

<City Hunter>의 작가 호죠 츠카사(北条司)가 후쿠오카현 출신이다.

 

26-fukuoka_hojyo_tsukasa.jpg

 

이노우에는 도쿄 상경 초창기에 호죠의 문하생을 했으며, 만화를 그리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을 호죠에게서 배웠다고 밝혔다. 여러 매체에서 '스승'이라 칭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대진표 후쿠오카현에 호죠의 이름을 넣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30번 博多商大附属 (はかた, 하카타 상대 부속) 번역명 상대

 

후쿠오카대학 부속 오호리고교(福岡大学付属大濠高校)를 모티브로 하였다.

 

이 학교는 앞서 등장한 츠치무라 일본대학 부속고교(이바라키현), 호쿠리쿠 고교(후쿠이현), 라쿠난 고교(쿄토부) 등과 자웅을 겨루던 전국적 강호이다. 1963년부터 현재까지 인터하이 우승 4회, 윈터컵 우승 3회이며, 준우승도 각각 7회/8회 하였고, 4강에 든 횟수는 셀 수도 없다. 대진표에서 3번 시드(오른쪽 최상단)에 자리한 게 우연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학교가 <슬램덩크> 작중 인터하이 우승교라고 생각한다.

 

후쿠오카대 부속 오호리고교(福岡大学付属大濠)가 어떤 경위로 博多商大附属(하카타 상대 부속고)가 되었을까.

 

26-fukuoka_hakata_ichiran.jpg

출처 - <이치란라멘>

 

큐슈나 후쿠오카 여행을 한 번이라도 가보았다면, 하카타(博多)라는 지명을 들었을 것이다. 큐슈 지역의 관문과도 같은 철도역인 하카타역, 큐슈를 넘어 글로벌 인기 음식이 된 하카타 돈코츠 라멘 등.

 

하카타는 후쿠오카현의 지명으로, 현재는 후쿠오카시 하카타구(博多区)라는 지역으로 남아있다. 현재의 후쿠오카시를 관통하는 나카 강(那珂川)의 서쪽이 후쿠오카시, 동쪽이 하카타시였다. 1889년 행정 개편으로 두 도시가 병합되며, 새 도시의 이름을 후쿠오카시로 하는 대신, 철도역과 항구의 이름을 하카타로 하기로 합의했다. 즉, 후쿠오카라는 지명과는 짝꿍과도 같은 이름이 하카타가 되겠다.

 

한편, 후쿠오카 대학은 그 출발이 상업학교였다. 전신이 후쿠오카 고등상업학교였고(1934년 창립), 이후 경제전문학교 등의 이름을 거치다가 1949년 후쿠오카 상과대학이 된다. 이즈음 부속 고등학교를 설립하는데, 그게 바로 오호리 고등학교다. 당시의 이름은 福岡商科大学附属大濠高等学校(후쿠오카 상과대학 부속 오호리 고교)였다.

 

26-fukuoka_university.jpg

후쿠오카대학 캠퍼스에서 상학부 건물이 가장 크고 멋지다. 어느 학교나 다 그렇긴 하지만.

출처 - (링크)

 

지금은 후쿠오카 대학이 10개 이상의 학부를 가진 서일본 최대 종합사립대학이 되었지만, 그 뿌리는 상학부라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에 의해 후쿠오카를 하카타로 바꾸고, 일반대학을 상과대학으로 바꾼 博多商大附属(하카타 상과대학 부속고교)가 탄생하게 되었다.

 

사가현 佐賀県

 

20번 唐信館 (とうしんかん, 토우신칸) 번역명 신당

 

한국식 독음으로 '당신관'이다. 사가현에 唐津(카라츠)시가 있어서 여기서 唐(당) 자를 따온 것 같다.

 

27-saga_highschool_kan.jpg

 

사가현 사가 시내에 OO館이라는 학교는 3곳 있다.

 

A : 弘学館(こうがくかん, 코가쿠칸) 고교

B : 高志館(こうしかん, 코신칸) 고교

C : 致遠館(ちえんかん, 치엔칸) 고교

 

館(집 관) 자는 건물 이름에 흔히 붙이지만, 일본은 이 글자를 좋아하는지 이 글자가 들어간 학교 이름이 꽤 많다. 도쿄도에 6교, 아이치현에 5교 있고, 다른 현에도 각각 1~3교씩, 일본 전국적으로 100여교가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보편적인 이름이긴 하다.

 

그런데 사가시의 면적이나 인구 규모(23만 명)를 생각하면, 이 작은 도시에 OO館이라는 학교가 3교 있는 것도 많은데, 세 학교가 그리 멀지도 않다. 각각 4~8km 떨어져 있다.

 

이노우에가 대진표상 출장 학교들 이름을 짓는 방식은,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면, 지도 펼쳐놓고 눈에 띄는 지명을 그대로 채용하거나, 두 개의 지명을 합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것도, 사가 시내 지도를 펼쳐두고, 도심에 눈에 띄는 학교 이름이 세 개나 OO館인 것을 보고 즉흥적으로 지은 것이 분명하다.

 

唐信館(당신관)이라는 이름만 보면 당나라 사신을 접대하는 곳 같다. 실제로 사가현 唐津(카라츠)시는 과거 이 지역이 당나라와 교역하던 항구(唐の津)라서 그런 이름이 된 것이라 하여, 충남 당진(唐津)시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나가사키현 長崎県

 

38번 島波学園 (しまなみがくえん, 시마나미가쿠엔) 번역명 원파

 

나가사키현 島原(しまばら, 시마바라)시에서 島(섬 도) 자, 波佐見(はさみ, 하사미)쵸에서 波(물결 파) 자 한 글자씩 따서 지은 것 같다. 지명에서 한 글자씩 딴다는 대원칙에 충실하면서, 나가사키현의 특성을 잘 반영했다. 아니, 애초에 지명이 나가사키현의 지리적 특성을 잘 담고 있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나가사키현의 면적은 일본 전체 면적의 약 1%에 불과하나, 섬의 수는 일본의 전체 섬 수(6,852개)의 14%가 넘는 971개라고 한다. 가히 섬의 지역이라 할 수 있겠다. 해안선의 길이도 홋카이도를 제외하면 일본 전국에서 1위이다. 섬이 많고 국토의 최하단 모서리에 위치했으니 당연하다. 해안선이 기니 파도(波)도 당연히 많을 수밖에.

 

쿠마모토현 熊本県

 

4번 熊本第三 (くまもと, 쿠마모토 제3) 번역명 태산

 

왜 쿠마모토 제3(熊本第三) 고교일까. 쿠마모토현 쿠마모토시에 쿠마모토 현립 제1 고교와 제2 고교는 있으나 제3 고교는 없기 때문이다. 쿠마모토의 팬들이 이걸 보고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미야자키현 宮崎県

 

28번 青鳳 (せいぼう, 세이보) 번역명 청봉

 

큐슈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미야자키현은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특히 해안도로의 가로수로 야자수가 즐비한 것이 눈길을 끈다.

 

28-miyazaki_kaigan.jpg

출처 - (링크)

 

미야자키현의 현 상징목(県の木)이 야자나무다. 미야자키현에 보이는 야자수는 몇 종 있지만, 잎이 무성한 카나리아 야자수가 대다수다. 아프리카 북서부 해안 카나리아 제도가 원산지이며, 영미권에서는 카나리아 야자수 또는 파인애플 나무로 불린다.

 

28-miyazaki_phoenix.JPG

 

이 야자수의 학명이 Phoenix Canariensis(카나리아섬의 피닉스)라는 게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잎의 모양이 불사조의 화려한 꽁지깃을 닮은 데다, 병충해에 강하고 장수하는 특징(50~60년)으로 인해 이런 이름이 됐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간단히 피닉스(フェニックス)라고 부른다. 피닉스가 한자로 鳳(봉) 아닌가.

 

아프리카가 원산인 야자수가 어쩌다 일본 지자체의 상징수가 됐을까?

 

1936년 미야자키교통그룹의 창업자가 1936년 현 남부의 니치난 해안(日南海岸)에 여러 그루 심은 게 그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이국적 풍광을 연출해서 관광산업을 도모하려는 목적이었다. 이후 이 기업인은 미야자키 관광업의 대부(宮崎観光の父)라고 불리게 되었다. 해외여행이 용이하지 않았던 1960년대, 미야자키현은 일본 신혼여행의 메카였다. 1966년 미야자키현에서는 지역 경제를 부흥시킨 이 나무를 현 상징수로 제정한다.

 

그러다 1972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되어, 미야자키현의 세일즈 포인트였던 남국 이미지를 가져가게 된다. 일본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오키나와의 관광업을 도와주면서 미야자키현의 경쟁력은 쇠퇴한다.

 

보통은 일개 지자체의 상징 꽃, 상징 나무가 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미야자키현의 이웃인 카고시마현 출신인 이노우에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현의 상징수라는 사실은 몰랐더라도, 피닉스라는 나무가 많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면 피닉스(불사조, 봉황)니까 대진표상 학교 이름을 青鳳(청봉, Blue Phoenix)으로 지은 게 아닐까.

 

카고시마현 鹿児島県

 

54번 大隅第二 (おおすみ, 오오스미 제2) 번역명 대제

 

이노우에가 카고시마현 출신인지라 어떤 재미난 학교명이 나올지 살짝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노잼이다.

 

29-kagoshima_oosumi_map.jpg

 

카고시마현 최남단의 튀어나온 부분의 지명인 大隅半島(오오스미 반도)를 그대로 따서 지었다. 카고시마현의 최남단이면서 큐슈의 최남단이고, 일본 열도 주요 4개 섬의 최남단이기도 하다. 큰 대(大) 자에 모퉁이 우(隅) 자, 합치면 직관적이게도 '매우 구석탱이'라는 뜻이 된다.

 

오키나와현 沖縄県

 

33번 那覇水産 (なは, 나하수산) 번역명 수산

 

나하수산고교는 오키나와 본섬 유일의 수산고등학교인 오키나와 수산고교(沖縄水産高校)를 모티브로 한 이름이다. 실제 위치는 나하(那覇)시가 아니고 남부의 이토만(糸満)시다. 나하시는 오키나와현 현청 소재지로, 오키나와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31만 명) 번화한 도시이다. 오키나와 본섬의 공항도 나하시에 있다.

 

30-okinawa_fishing_highschool.jpg

 

이 이름을 처음 봤을 때, 수산고교라는 명칭에 일단 놀랐다. 어업, 해운, 어물 가공업 등 수산업 전문교육학과가 설치된 학교를 일컫는다. 현재 일본 전국에 48교 있는데, 이름을 해양 고교나 실업/상업학교 등으로 개칭한 경우도 많다. 수산업의 인기가 떨어지고, 저출산 (少子化), 보통과(일반계) 선호 경향 등과 맞물려, 수산 전문 고교보다 보통과와 전문과를 동시에 설치한 학교로 전환되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놀랄 만큼 비슷하다.

 

30-okinawa_fisherie_highschool.jpg

학교 내부를 살짝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어업 도구나 수조 같은 실습 설비가 많은 것이 인상적이다

 

오키나와 수산고교는 딱히 농구를 잘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야구에서 이름난 학교다. 80~90년대에 코시엔(甲子園, 갑자원)에 단골로 출장하였으며, 1988년에는 준우승까지 했다.

 

사실 오키나와는 고교 농구의 격전지로 알려져 있다. 인터하이나 윈터컵 등 전국규모 대회에 현 대표로 출장하는 학교가 매년 바뀐다. 최근 10년만 봐도 미래공고(未来工科), 코난(興南), 오로쿠(小禄), 토미구스쿠(豊見城) 등 4교가 엎치락뒤치락 번갈아 출장하고 있으며, 90년대에도 차탄(北谷), 키타 나카구스쿠(北中城)가 각각 인터하이 3위, 준우승을 했다.

 

그런데 이노우에는 난다긴다하는 수많은 오키나와의 학교들을 제쳐두고 무명의 오키나와 수산고교를 대진표에 넣었을까? 그건 아마도 그 난다긴다하는 학교 중 어느 곳을 넣어야 할지 난처했기 때문이 아닐까.

 

<계속>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