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및 탄핵 정국으로 어지러운 대한민국이다. 내란과 탄핵으로 어지러운 이때를 틈타 조용히 진행되는 중요 선거가 하나 있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처-<연합뉴스>
클린스만 사태 이후 폭발한 축구 민심으로 인해,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진행되어야 했을 축구협회장 선거가 내란사태 이후 묻혀버리며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선거는 벌써 코앞까지 다가왔다. 오는 2월 26일이 그 선거 날이다.
그렇다면, 지금 선거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3파전, 각 후보의 전략은?
앞으로 4년간 국가대표팀은 물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선 이들은 총 3명이다.
출처-<머니S>
기호 1번 정몽규
기호 2번 신문선
기호 3번 허정무
예년 같으면 축구 팬들이 아닌 이상 그냥 지나칠 선거지만, 지난해 클린스만 사태부터 빚어진 일련의 일들로 이번 선거는 매우 중요해졌다. 세 후보 가운데 한 명이 오는 2월 26일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정해진다.
지난 12월 27일,
대한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는
3명의 후보가 공식적으로 등록했음을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출처-<대한축구협회>
각 후보는 어떤 공약을 내세우고 있을까.
1.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의 현 회장이다. 정몽규 후보는 ‘50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국회 청문회 참석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까지 받았던 정몽규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기부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초기 선거일(1월 8일) 하루 전인 7일에 정몽규 후보 측은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몽규 후보는 보도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핵심 공약인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의 성공적 완성을 위해 대한축구협회에 5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축구인들의 지지에 화답하고,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더욱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했다.”
지난해 26일,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공약을 발표하는
정몽규 후보
출처-<뉴시스>
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선거에서 정몽규 후보의 핵심 공약은 현재 추진 중인 천안 축구종합센터 완공임을 알 수 있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훈련하는 곳은 파주 트레이닝 센터(National Football Center)다. 파주 NFC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2001년 11월 개장했다. 이후 20여 년간 한국 축구의 요람으로 역할을 했으나, 파주시와의 계약 만료와 시설 낙후 등의 문제로 지난 2018년 대한축구협회는 축구종합센터 부지 선정 공고를 냈고, 2019년 8월 천안시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 천안시가 대한축구협회에 제시한 조건은 총공사비 3,094억 원 중 1,894억 원을 천안시가 담당하기로 했다. 축구협회가 담당해야 하는 금액은 대략 1,200억 정도 된다. 2024년 기준 축구협회 전체 예산이 1,876억 원이니 1,200억 원이란 금액은 (다른 스포츠협회에 비해) 돈이 많은 축구협회에게도 굉장히 큰 금액이다. 정몽규 후보는 자신의 임기 중 시작한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자신의 손으로 마치고자 하는 의도를 여러 번 피력했으며, 이것을 이번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2. 신문선
다음 후보는 신문선 후보다. 현재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마 이번에 출마한 세 후보 중엔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은 인물일 거다.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팬이라면,
“골, 골, 골, 골이에요~!”
라고 외친 신문선 후보의 해설을 한 번씩은 다 들어봤을 것이다.
출처-<SBS>
신 후보는 무려 1988년부터 MBC에서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며 이후 경인방송, SBS 등 다양한 방송에서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해설가 또는 방송인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신 후보 또한 축구선수 출신이다. 1983년부터 유공 축구단에서 3시즌을 선수로 활약했으나 일찍 은퇴하고 다른 길을 걸었다. 이후 2014년도에는 성남FC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축구 행정가의 경력을 쌓기도 했다.
지난해 27일,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공약을 발표하는
신문선 후보
출처-<연합뉴스>
신 후보의 핵심 공약은 축구협회의 마케팅 강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변혁시키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협회의 역할을 선수 지원에 그치지 않고 한국 축구를 브랜딩해 돈을 벌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2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①축구협회 이미지 쇄신
마케팅에서 핵심은 브랜드에 대한 구매자들의 인식이다. 신 후보에 따르면, ‘정몽규 리스크'로 인해 현재 대한축구협회의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정몽규 체제에서 야기된 클린스만 전 감독의 위약금 문제와 비상근 임원의 자문료 등의 문제점들을 가감 없이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현재 대한축구협회의 수익 구조상 정부 보조금이나 복표 수익을 제외하면 매년 300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일본축구협회 등과 같은 해외 사례를 연구해 신규 사업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②대한축구협회의 명칭 변경
현재 'KFA'(Korea Football Association)에서 'KFF'(Korea Football Federation)로 바꾸는 것이다. 협회(Association)에서 연맹(Federation)으로 변경해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학축구연맹, 여자축구연맹, 풋살연맹 등을 포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현재 흩어져 있는 연맹을 통합해 대한축구협회를 한국 축구를 총괄하는 기구로 만들고, 이를 통해 광고, 후원, 중계권 등의 계약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3. 허정무
마지막 허정무 후보는 선수와 감독 그리고 행정가 등으로 여러 활약을 했지만, 가장 큰 업적으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국내 감독으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것이라 할 수 있다. 허정무 후보의 공약은 허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과 지난 1월 3일 두 번째 기자회견을 토대로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투명, 공정, 육성, 균형, 동행’이다.
1월 3일,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공약을 발표하는
허정무 후보
출처-<연합뉴스>
대락 이런 내용이다.
투명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과 심판연맹 신설 및 처우개선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공정
허 후보는 최근 축구협회에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2022년 회장에게 위임된 부회장 및 이사 선임 권한을 다시 총회로 환원하는 것을 골자로 행정상의 불공정성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육성
축구 꿈나무 육성과 관련된 것으로 초·중등 연맹을 부활시키고, 이를 통해 가능성이 큰 유소년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해 도시별 순회대회 등 대회 개최와 여자축구연맹 예산 확대를 약속했다.
균형
대한축구협회 산하 지역협회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이들의 '독립구단' 창단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동행
축구 팬들과의 소통을 중점에 둔 것으로, 축구협회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동행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선거라는 경쟁을 통해 회장을 선출함에 따라 각 후보는 나름의 차별화된 공약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협회장 선거 관련 법적 분쟁이 발생하여 다른 이슈를 흡수하고 있다. 때문에 각 후보의 공약을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선거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대한축구협회에 어떤 분쟁이 진행되고 있나
원래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예정일은 2025년 1월 8일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문체부의 축구협회 감사와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비리 등에 대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며 매우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관련해 일련의 상황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
2024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 정몽규 회장 등 축구협회 주요 인사들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감사 결과를 발표함.
2025년 1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이번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결정함.
2025년 1월 8일
원래 협회장 선거일이었으나 법원 허정무 전 감독의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수용하면서 연기됨.
출처-<OBS>
2025년 1월 21일
대한축구협회,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문체부 특정감사 처분 관련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함.
2025년 1월 23일
대한축구협회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전원 사퇴함.
2025년 2월 3일
대한축구협회, 이사회를 거쳐 새로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1차 회의를 진행함. 이날 위촉된 선거관리위원은 총 11명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출신 3명, 법조계 3명, 학계 2명, 언론인 3명임.
2025년 2월 4일
대한축구협회 선거관리위원회, 제55대 축구협회 회장 선거를 오는 26일 실시하기로 결정함.
2025년 2월 8일
대한축구협회 선거관리위원회, 축구협회장 선거 장소와 세부 일정 등 확정 예정.
2025년 2월 26일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일.
위 사건 일지를 보면, 현 대한축구협회가 정몽규 회장의 4선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실상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2가지다.
첫째, 축구협회장 선거 자체의 비민주성이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정관에 따른 회장 선거는 사실상 박정희의 유신 시절 체육관 선거와 다를 바 없다. 회장 선출을 담고 있는 정관 제23조의 1항은 다음과 같다.
① 회장은 회장선거인단에서 선출되고, 회장선거인단은 100인 이상 300인 이내에서 다음 각 호의 사람으로 구성한다.
1. 제32조에 따른 대의원
2. 선거관리규정에서 정하는 선수 또는 선수였던 사람, 심판, 지도자, 동호인
3. 기타 선거관리규정에서 정하는 자
위 조항을 보면, 회장 선거의 투표권을 가진 사람은 최소 100명에서 300명으로 구성되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제32조에 따른 대의원’은 시도협회, 전국 연맹의 장 및 프로 1부 리그 참가 팀 대표이사들이다.
정몽규 회장은 3연임을 하면서 지난 12년간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실제 2016년과 2021년 회장 선거에서 각각 만장일치와 무투표로 재선과 3선에 성공했다.
이러한 이유로 신문선 후보가 이렇게 주장한 것이다.
“대의원, 임원에 대한 선거인 시스템 속에서 경쟁을 하며 기득권을 갖고 있는 정몽규 후보에게 이긴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결과다. 이 시스템이면 정씨 일가가 100년이라도 계속 회장을 할 수 있다.”
둘째, 축구협회의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의 문제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허정무 후보의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법원은 회장 선거를 관리하는 위원회와 선거인단 구성의 문제를 제기한 허정무 후보의 주장에 동의한 것이다. 다시 말해, 법원은 축구협회장 선거를 위한 선관위가 어떻게 구성됐으며, 추첨으로 정하는 선거인단 구성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할 시간도 없이 선거를 진행한 축구협회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 때문에 초기 예정된 1월 8일 투표가 연기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담고 있는 정관 제23조의 8항은 다음과 같다.
⑧ 협회는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추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1. 7인 이상 11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2.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이사회의 동의를 받아 회장이 위촉한다. 다만, 회장을 포함한 이사가 제30조에 의한 불신임 의결, 사임 또는 법원에 의한 직무정지 등으로, 이사가 15명 미만이 되어 정상적인 이사회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때 총회에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개정 2020.09.22., 2022.01.26.>
3. 협회와 관계가 없는 외부위원(학계, 언론계, 법조계 등)이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되도록 한다. <개정 2022.01.26.>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절차적 하자가 있지만, 축구협회는 처음부터 이 23조의 8항을 따르지 않았다. 지난 23일, 축구협회는 선거 과정의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며 전원 사퇴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새롭게 선출했다. 새롭게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축구협회는 언론에 "중앙선관위 출신 위원을 다수 포함하고, 언론계 참여 폭도 넓히는 등 최대 11명으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위원들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협회가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위촉하지 않고 각 분야 관련 단체에 위원 추천을 의뢰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관 23조 8항의 첫 번째, 세 번째 사항이다. 처음부터 정관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했다면 위원회가 선거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전원 사퇴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국가로 따지면 헌법과 같은 ‘사단법인 정관’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초래된 것이다. 어떻게든 정몽규 현 회장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하려는 축구협회의 속셈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대로면, 또 정몽규가 당선될 것이다
이번 선거의 핵심은 세 후보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가 아닌 누구를 막을 것인가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정치 선거에서 구도, 이슈, 인물을 3대 요소로 뽑는다. 이 세 가지 중에서 한국 정치에서는 구도가 가장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 왔다.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에서는 인물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즉, 세 후보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정몽규 회장을 막을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라면, 즉 기존 회장에게 굉장히 유리하게 구성된 대한축구협회의 정관을 바꾸지 않는 한 정몽규 회장의 4선임을 막기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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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