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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
30년 이상 지속되는 친위 쿠데타 후유증
지난 기사에서는 ‘성공한 윤석열’이자 페루의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1편)과 그 2인자였던 ‘닥터’ 몬테시노스 국가정보국장(2편)에 대해 소개했다.

후지모리(우)와 몬테시노스(좌)
출처-<Panamericana TV>
후지모리를 ‘성공한 윤석열’이라 칭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윤석열과 비슷한 이력에다가 대통령이 된 후 보인 비슷한 행보, 친위 쿠데타 실행까지 윤석열과 비슷한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
2. 후지모리는 친위쿠데타를 성공했기 때문
후지모리의 친위쿠데타는 벌써 30년도 더 전인 1992년에 일어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아직까지도 페루 정치권은 그 후과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왜 그럴까?
후지모리 이후 대통령들
우선, 후지모리의 ‘친위쿠데타’ 이후 페루의 대통령이 된 인물들을 보자.

출처-<AFP>
1. 후지모리 (제54대)
10년 독재, 일본 망명 후 체포, 징역 25년
(후지모리가 해임되었을 때 부통령직이 공석이었기 때문에 당시 국회의장이던 발렌틴 파니아과가 대통령직을 승계받아 제55대 대통령으로서 다음 대통령 취임일까지 8개월가량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페루는 한국과 달리 대통령직이 비워질 시 다음 승계권자가 권한대행이 아니라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다음 대통령 취임일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미국과 같다고 보면 된다)
2. 알레한드로 톨레도 (제56대)
미국 망명 후 체포, 징역 20년
3. 알란 가르시아 (제57대)
체포 직전 권총 자살
4. 오얀타 우말라 (제58대)
퇴임 후 비리 체포
5.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제59대)
탄핵 직전 사임, 자택 압수수색
6. 마르틴 비스카라 (제60대)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이 사임할 때 부통령이었기에 승계받아 대통령에 취임.
탄핵 후 자택 압수수색
그야말로 눈물이 앞을 가리는 수준이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대한민국 정치도 이렇게 불안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 2020년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페루 대통령은 어떻게 됐을까?
놀라지 마시라.

마르틴 비스카라
출처-<EFE>
전임 대통령의 사임(사실상 탄핵)으로 대통령을 승계받은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제60대)마저도 탄핵당했고, 그 날짜는 2020년 11월 9일이었다.

마누엘 메리노
출처-<AFP>
바로 이어서 대통령에 취임한 이는 마누엘 메리노. 국회의장이었던 그는 페루 헌법에 따라 2020년 11월 9일에 탄핵당한 대통령직(제61대)을 바로 승계받았지만, 단 5일 뒤에 사임했다. 그의 별명이 ‘5일짜리 대통령’이라 불리는 이유다.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마누엘 메리노가 사임하고 이틀 뒤인 2020년 11월 17일, 마구엘 메리노의 뒤를 이어 이제 막 국회의장에 취임한 프란시스코 사가스티가 국회의장직에 적응할 새도 없이 대통령직(제62대)을 승계받았다. 그는 제60대 대통령이자 선출 대통령이었던 마르틴 비스카라의 임기 종료 날짜였던 2021년 7월 28일까지 잔여임기를 채운 뒤 퇴임했다.
페루에서 2020년 11월은 불과 한 달 동안 대통령이 3명이나 바뀌는 ‘혼파망’ 상황이었다. 그래서 페루 국민들은 2020년을 ‘세 대통령의 해’라고 부른다. 게다가 이 세 대통령의 바로 직전 대통령도 승계받아 대통령이 된 마르틴 비스카라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대통령 춘추전국시대
살짝만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가 보자.

마르틴 비스카라
출처-<AFP>
제60대 대통령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은 2018년 3월 23일 취임했다. 그는 원래 부통령이었으나 전임자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이 중도 사임했기 때문이었다.
왜냐.
의회 : 띠바, 탄핵이다!
쿠친스키 대통령 : 이런! 더러워서 안 해!

쿠친스키 대통령
출처-<로이터>
쿠친스키가 탄핵 직전 사임함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한 비스카라는 잔여임기인 2021년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러나 관료 출신인 비스카라 대통령도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의회를 통제하지 못했다. 어지러운 정국이 계속되자 의회는 다시 필살기를 시전했다.
“띠바, 탄핵이다!”

의회 탄핵 가결 후 퇴임 연설하는 비스카라 대통령
출처-<AFP>
결국 비스카라도 잔여임기를 못 마치고 사퇴했는데, 그 날짜가 2020년 11월 9일이었다.
같은 날 마누엘 메리노 국회의장이 61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메리노는 취임하자마자 ‘병크’를 저지른다. 정부 내각 인사들을 후지모리주의 성향을 띤 인사들로 구성한 것이다.
“어? 뭐야! 새로운 총리, 장관들이 모조리 후지모리 일파네? 메리노 대통령은 사임하라!”

게이코 후지모리를 비판하는 시위
출처-<la-croix>
페루 수도 리마에는 이런 낙서들이 적혀있었다.
“게이코 후지모리, 살인자, 부정부패 정치인, 독재자는 절대 안 돼”
후지모리 일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킨 메리노는 결국 취임 5일 만인 11월 15일에 전격 사임하며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5일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다.

마누엘 메리노
출처-<laverdaddevargas>
메리노의 대행으로 11월 17일 취임한 대통령이 프란시스코 사가스티였다.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출처-<infobae>
페루 정국이 어떻든 2021년 대선은 다가오고 있었기에 사가스티는 2020년 취임하자마자 차기 대통령을 뽑을 선거를 준비했다.
그리고 2021년이 다가왔다.
2021년 대선
2021년 대통령 선거에는 두 후보가 격돌했다.
‘극우파’ 게이코 후지모리
vs
‘좌파’ 페드로 카스티요

게이코 후지모리(좌)와
페드로 카스티요(우)
출처-<로이터>
후지모리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는 ‘독재자 아버지’ 집권 시기에 19살 때부터 ‘퍼스트레이디’로 활약해 인지도와 지지도가 높았다. 대선에도 두 차례 출마해 경험도 풍부했다. 하지만 남동생(켄지 후지모리)하고는 정치적으로 사이가 나빴다. 박근혜, 박지만?

후지모리 부녀
출처-<CNN>
반면, 페드로 카스티요는 빈농에서 태어나 25년 동안 시골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였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유도 색달랐다.
“2020년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문 닫고 온라인 수업 하라고 하네? 그런데 온라인 수업할 컴퓨터는 어디다 빼돌렸나? 국가는 교사와 학생들을 위해 컴퓨터와 인터넷, 학용품을 순순히 내놓아라!”

출처-<oglobo>
위 사진은 사가스티 정권을 향해
“컴퓨터와 학용품을 내놓으라!”
며 거대한 연필을 들고 시위하는 카스티요 지지자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부정부패와 코로나19로 휘청이던 사가스티 정권은 ‘공수표’만 남발했고, 분노한 카스티요는 필살기를 시전했다.
“띠바, 대통령 출마다!”

돈도 빽도 없이 출마한 카스티요. 하지만 18명의 경쟁자들이 잇달아 ‘자폭’하면서 얼떨결에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그러나 카스티요가 워낙 ‘듣보잡’이라, 누가 봐도 게이코 후지모리의 당선이 뻔해 보였다. (우리도 그렇듯 아무리 후지모리 일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세다고 하나 극렬 지지자들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뜻밖에도 중도층과 좌파 유권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극우파인 게이코 후지모리가 당선되면 ‘독재자’ 후지모리 일파가 돌아올 것이 뻔하다. 또 친위 쿠데타 당하고 싶냐?”

“게이코 후지모리는 감방으로 가라”고
외치는 페루 시민들
출처-<게티이미지>
코로나19로 빈곤과 불평등에 시달리던 좌파 유권자들에 중도층까지 합세해 카스티요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하는 바로 그때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친위 쿠데타’ 예언
”잠깐, 얼음!!!”
한때 후지모리의 정치적 라이벌이었으며, 2010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외쳤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출처-<DW>
1992년 ‘후지모리 친위쿠데타’가 발생하자, 신변의 위협을 느낀 바르가스 요사는 1993년 스페인으로 망명한 적이 있다.

1990년 대선 선거운동 당시
후지모리(왼쪽)과 바르가스 요사
출처-<게티이미지>
공개적 자리에서 후지모리는 웃었지만, 그는 대선 당시 바르가스 요사에 대한 원한을 잊지 않았다. 바르가스 요사와 후지모리의 대립에 대해서는 이전 기사(링크)를 참조하시라.
바르가스 요사는 당연히 ‘후지모리’라고 하면 이를 바드득 갈았고, 이전 두 차례 대선에서도 두 팔 걷고 게이코 후지모리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게이코 후지모리는 국가적 재난입니다. 그녀는 국가의 적이자 도둑으로 감옥에 갇혀 있는 독재자의 딸입니다. 독재자의 딸이 페루 대통령이 되면, 나는 페루 국민과 함께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그를 저지할 것입니다.”
그러나...
2021년도 대선 결선투표에서 바르가스 요사는 이렇게 선언했다.

출처-<AFP>
“페루인은 올해 대선 결선투표에서 게이코 후지모리에게 투표해야 합니다!”
바르가스 요사가 피눈물을 흘리며 ‘철천지원쑤’ 후지모리 일가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좌파든 우파든 상관없이 모든 독재정권과 싸워왔으며, 후지모리즘(후지모리주의)도 그중 하나입니다. 게이코 후지모리는 극우파입니다. 그러나 두 후보 가운데는 ‘차악’(次惡, the lesser of two evils)입니다. 그녀(게이코 후지모리)가 집권하면 적어도 민주주의를 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고는 예언한다.
“그러나 카스티요에게는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카스티요가 집권하면 페루에 친위 쿠데타가 일어날 것입니다.”
바르가스 요사는 젊은 시절 쿠바 혁명을 지지하고, 남미 독재자들을 비판해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대해 이런 말을 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문학은 국가를 묘사하지 않는다. 문학은 국가를 건국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작가는 작가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깊이 뻗어있는 문제의 성격상, 작가는 결국 문제를 풀어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당연히 ‘체제 비판 지식인‘으로 존경받아 왔다. 그런데 갑자기 ‘극우파’ 후지모리를 지지한다니, 페루는 물론 전 세계가 배신감을 느꼈다.
“할배가 80살을 넘어가니 노망이 들었나?”
“바르가스 요사는 남미의 이문열이다!”
결국 온건 좌파 유권자들이 대거 몰리며, 카스티요는 후지모리에게 불과 4만 표 차이로 막판 역전승을 거두었다. 페루에 좌파 정권이 수립된 것이다.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카스티요 대통령과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왼쪽).
볼루아르테 부통령의 얼굴을 잘 기억해 두시라.
나중에 또 나오니까.
출처-<로이터>
‘흙수저 대통령’의 필살기 시전
카스티요는 정치 초보였기에 막상 대통령에 취임하고는 ‘갈팡질팡’했다. 처음엔 총리를 비롯한 각료에 좌파를 대거 기용했다. 그러자 미국 등 서방에서 ‘손절’을 쳤고, 곧 경제지표가 바닥을 쳤다.

출처-<게티이미지>
(2021년은 코로나19가 아직 극심하던 때였음을 기억하자. 서방의 지원이 없으면 페루는 코로나19 백신 한방 못 받는 처지였다)
게다가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후지모리 일파와 극우파는 ‘부정선거’라며 연일 ‘깽판’을 쳐댔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깽판만 치는 세력들과 카스티요의 경험 부족까지 겹쳐, 페루 국정은 되는 일이 없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 기사(링크)를 참조하시라)
그러자 카스티요는 취임 2개월 만에 극좌파 총리를 해임하고 전면 개각을 단행하며 중도우파 눈치를 봤다. 이러한 카스티요의 행동에 좌파와 우파는 모두 카스티요를 공격했다. 양쪽에서 “양다리 정치”라며 신나게 욕만 먹은 것이다.
카스티요는 취임 8개월 동안 총리를 네 번 갈아치웠지만, 국정은 되는 게 없었다.
이럴 때 나오는 페루 의회의 필살기는.... 뭐다?
“띠바, 탄핵이다!”
카스티요는 집권 1년 차에 두 번 탄핵 표결을 당하지만, 어찌어찌 부결돼 간신히 살아남는다. 그런데 이번엔 좌파 성향 여당 ‘자유행동’이 나선다.
“카스티요가 왼쪽 깜빡이 넣고 우회전한다!”
결국 카스티요는 집권여당에서 자진 탈당하며 좌파, 우파 모두에게 ‘손절’당한다. 게다가 2022년 9월에는 카스티요 측근의 비리 의혹이 뻥뻥 터지고, 의회는 3번째 탄핵을 시도하려 한다. 이때 카스티요의 지지율은 20%로 폭락하며 막다른 골목에 몰린다.
같은 시기 한반도 모 대통령도 카스티요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소야대로 되는 것 없는 정권, 잇달아 터져 나오는 측근 비리, 바닥을 치는 지지율.
이럴 때 나오는 필살기는 뭐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외쳤다.
“띠바, 친위 쿠데타 발동!”
2022년 12월 7일 의회 3차 탄핵 투표 1시간 전, 뜬금없이 페루 국영 TV에 카스티요가 나타나 연설했다.

“지금까지 국회는 대통령 발의 법안 70개를 부결시켰습니다. 행정부 마비입니다. 의회가 대기업과 특권층의 이익만 대변하고, ‘의회 독재’를 펼치고 있습니다. 즉시 의회를 해산하고, 전국에 통금을 실시합니다. 헌법 효력은 정지되고 대통령령으로 국가를 통치합니다. 비상정부를 설치해 새 헌법을 만들고 의회를 다시 선출합니다.”
카스티요의 친위 쿠데타 선언이었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예언이 정확히 들어맞은 것이었다. 그는 이미 ‘선거 독재’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출처-<telemadrid>
“독재자를 뽑은 책임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자신의 표가 일으킬 결과를 모르고 투표했기 때문이다. 자기 손으로 뽑은 독재자들에게 국민들이 자유를 되찾으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걸린다.”
다음 편 예고
자신만만하게 친위 쿠데타 필살기를 발동한 카스티요!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집권여당 일부에서조차 이렇게 말했다.
“국회로 가서 카스티요를 날려버리자!”
카스티요 대통령 뒤통수를 치는 볼루아르테 부통령
“페루를 떠나쇼!”
궁지에 몰린 카스티요, 지지자들에게 편지
“끝까지 싸우겠다.”
법정에서는
“4시간짜리 쿠데타가 세상에 어딨냐? 의회의 횡포를 알리려는 경고였다.”

그리고, 내란수괴가 페루를 방문해 볼루아르테 페루 부통령을 만난 이유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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