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질문들>을 봤다
지난 2월 11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이 방영되었다. 토론의 주제는 ‘언론과 내란 혐의’였다. 친위쿠데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기존 미디어의 행태와 뉴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논쟁이었다.
출처-<MBC>
진절머리 난다고나 할까. 마사오의 <이 뉴스 흉폭하다>라는 코너를 통해 지난 몇 년간 언론 비평을 해왔던 나로선 징글징글한, 그래서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주제였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전직 태권도 선수가 코로나 백신을 맞고 다리가 ‘펑’ 하고 터져버렸다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위성 발사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우주센터로 갔는데 엔지니어들을 병풍으로 쓰기 위해 뒤에 세웠다거나 하는 기사들을 주기적으로 보고 있노라면, 글자 그대로 뇌가 썩는다. <이 뉴스 흉폭하다> 코너는 딴지에서 산재를 적용해 따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꼭지다.
내란 발생 직후 얼핏 비판적인 평가를 내비치던 <조선일보>가 한 달여 후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란일보’의 역할에 충실한 것을 보라. 내가 평소 주장한 바, 성난 시민들의 손에 의해 <조선일보> 사옥이 불타오르기 전까지 대한민국 언론은 결코 ‘자성’이니 ‘반성’이니 ‘성찰’이니 할 능력도, 의지도, 생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12.3 내란사태를 통해 ‘국민안정제’로 거듭난 유시민 작가와 평소 언론 문제에 대해 예리하고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는 정준희 교수가 나온다고 하니 시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은, ‘딱히 보지 않아도 된다’이다. 그동안 여러 매체와 지면을 통해 지적되어 온 대한민국 레거시 미디어의 문제점이 ‘목차’ 수준에서 나열되고 그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 또한 늘 그랬듯 ‘착하게 살자’ 수준의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왜인진 모르겠는데, <질문들> 제작진이 ‘우리는 백분토론과는 달라요. 훨씬 유머러스하답니다’라고 어필하고 싶어 죽겠는 ‘예능’적 편집이 조금 눈에 띄었을 뿐이다. 또한 정준희 교수가 무슨 말만 하면 아빠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는 유시민 작가의 온화한 표정이 흥미로웠을 뿐.

발언하는 정준희 교수

흐뭇~
질문도 질문이고 유시민, 김희원, 정준희, 박성태 패널들의 주장 또한 평소 자신들이 말해왔던 범주 그대로였기에 그 어떤 임팩트 있는 장면은 전혀 없었다. 다만, 이번 토론의 핵심은 시청자 질문에서 나왔다. 저물어가는 기존 미디어에 대한 논의가 현재의 시점에서 실효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준희 교수는 “기성 언론이 망가지는 건 우리 사회에 결코 좋지 않다. 원수(原水)가 오염되어 있으면 해석이나 비판도 오염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기성 언론의 점유율이 형편 없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커뮤니티나 SNS에서 어떤 주장을 할 때 기성 언론의 기사를 첨부하는 것은 내 주장에 대한 ‘막강한’ 근거가 된다. 나무위키 따위와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신뢰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이것이 여전한 기성 언론의 힘이고 우리가 언론을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못생기고 한심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물건. 이건 마치, 딴지일보에서 ‘마사오’ 같은 존재랄까.
김건희-윤석열보다 더 문제인 것
이번 <질문들>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분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건희-윤석열은 ‘무죄’라는 사실이다.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에 따르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청주 지역 유세에 가서 오밤중에 호텔을 몰래 빠져나가 술을 엄청 퍼마시고 다음날 유세 일정이 개판 됐다고 한다.
내일 유세?
괜찮아. 한잔해~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당시 국힘의 주요 인사들은 윤석열이 어떤 수준의 인간인지 잘 알고 있었다는 거다. 이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만약 몰랐다면 ‘무능력’에 대한 자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란이 터지고 나서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개소리가 솔찮게 들린다. 천만에! 윤석열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자격이 있는지 어떤지에 대해 국힘은 물론이고 언론 또한 이미 알고 있었고, 이는 유권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손바닥에 ‘王’ 자를 쓰고 토론회에 나온 인간을 뽑은 것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유권자 자신이다.

대선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윤석열 당시 후보는 선뜻 믿기지 않을 만큼 정말 최선을 다해서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를 낱낱이 드러냈다.


대선 전 보도들
언론 또한 백 퍼센트는 아닐지언정 나름 충실히 보도했다. 지난 대선 결과가 닥치고 <조선일보> 또는 ‘언론’ 탓이었다고 평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성 언론의 문제점
<질문들>에선 기성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문제점, 관계, 견제, 대안 등등을 토론했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핵심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앞서 얘기했듯, ‘사회적 공기(公器)’는 그만큼 중요하기에 곁가지라고 무시할 성질의 것도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인 게다.
정리하자면 이런 거다. 국내 ‘언론’은 못났다. (오죽하면 영국 BBCnews korea를 두고 대한민국 정론지라는 평이 나오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뽑힌 것이 오롯이 ‘언론’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대단히 크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문제고, 어떻게 고쳐야 할 것인가도 이번 <질문들> 이전에 지겹게 논의되고 주장되어 왔던 내용이다.
토론 초반에도 슬쩍 나왔지만, 대한민국 기성 언론의 문제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정치적 중립’에 대한 몰이해다.

김희원은 지난 토론에서도 그렇고 이번 토론에서도 이 문제를 자꾸 언론의 팩트체크 문제와 결부해서 끌고 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 언론이 뉴미디어보다 낫다’고 주장하는데 지금 기성 언론이 유튜브보다 못났다고 상대적 비교우위를 논하며 욕하는 게 아니잖은가.
언론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몰이해와 그에 따른 폐해는 아래의 도표로 단순 요약할 수 있다.
<사진 클릭하면 확대>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조선일보>를 필두로 자신의 상업적 이득을 위해 분초 단위로 최선을 다하는 재벌사주건설극우언론들의 틈바구니에서 나름 ‘저널리즘을 추구하고자 하는 몇몇 언론’들조차 “원래 그런 인간들”인 국힘보다는, “겉으로는, 말로는, 깨끗한 척하는 민주당”을 까는 것이 손.쉽.다.
이는 “원래 그런 인간들”이 헌정질서 파괴라는 선을 넘었을 때도 여전히 유효하기에 그 심각성이 남다른 것이다.
상상해 보라. <조선일보>가 되도 않은 개소리로 내란 옹호의 자세를 취할 때 한 줌도 안 되는 ‘몇몇’이지만 나름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조선일보>를 조진다면, 과연 <조선일보>가 지금처럼 뻔뻔한 개소리를 속 편하게 씨부릴 수 있을까.
이것은 그저 ‘동업자 정신의 발로’이거나 또는 미디어 비평이라는 언론의 기본적 책무에 대한 ‘태만’일 뿐, 여기 그 어디에도 변명의 여지는 없다.
윤석열이라는 ‘괴물’의 탄생은 누구의 탓인가.
국힘?
국힘은 그러려고 먹고 싸는 존재이다. 조커 같은 빌런에게 “왜 그따위로 사냐”고 백날 욕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유권자는 유권자이기에 탓을 할 수 없다. (사실 난 ‘국개론자’로서 조선일보와 경상도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는 멍청한 유권자 탓이라고 믿고, 이에 대해 다른 지면에서 논할 기회가 있겠지만, 여기선 각설하고) 하지만 기성 언론은 전적으로 탓을 지울 순 없는 노릇이라 하더라도 그 책임이 결코 적지는 않다.
2024년에 친위쿠데타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윤석열이라는 특이한 인간 하나 제거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상 국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내란 동조 세력의 지랄발광을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결국 첫 단추는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의 대개조(大改造)로부터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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