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는 개교 이후로 계속 논란의 중심이었다. 전두환이 4년제 육사의 첫 기수를 열었을 때부터 육사는 문제였다.
“우리는 육사 11기가 아니라 정규 육사 1기다! 우리를 1기로 불러달라!”
라고 말하면서 육사는 비육사 출신들과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게 된다. 물론, 이 때 육사는 힘을 쓰기 어려웠다. 당장 야전에 나가면 6.25 한국전쟁 기간 동안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실전을 치른 군인들이 넘쳐 났다. 그들 눈에 육사는,
“우리가 죽어 나갈 때 후방에서 꿀 빨던 놈들 아냐?”
라는 정도가 다였다. 당장 12.12 쿠데타를 실행했던 전두환은 6.25 전쟁 당시 진해에서 꿀 빨던 놈이었다. 그런데 12.12 때 전두환을 진압하겠다고 탱크 몰고 달려 나갔던 장태완 소장은 6.25 때 향로봉 전투에서 고지 탈환전을 하고 있었다.
전투를 경험해 보지 않은, 아니 전쟁 중에 꿀 빨던 놈들이 육사랍시고 나와서는 자기들만의 세상을 꿈꿨던 거다.
육사 개교 이래로 가장 세게 철퇴를 맞았던 시기가 바로 문민정부 시절이었다. 김영삼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전격적으로 하나회를 척결했고, 육사 일변도의 군 조직을 쇄신하기 시작했다. 거의 육사들의 보직이라 불렸던 합참의장 자리에 공군대장을 앉히는가 하면(로맨스 가이인 이양호 대장이 이 자리에 앉았다. 나중에 연애편지는...), 기무사령관 자리에 ROTC 출신을 앉혔다(이 자리가 전두환, 노태우가 앉았던 자리다. 쿠데타 유발 보직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IMF 외환위기가 왔기에 그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말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김대중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도 없었다.

당시 하나회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냐면, 92년 민자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기무사령관이었던 서완수가 노태우를 만나서,
“김영삼은 안 됩니다. 이 놈 됐다간 우리 다 죽습니다!”
라고 직보를 할 정도였다. 일개 기무사령관이 대통령을 만나서 여당 차기 대선 후보를(그리고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를) 당선 시켜라 마라라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기무사는 김영삼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졌는데, 대선 기간 동안 노태우가 기무사에게 지령을 내려 김영삼을 지지하라고 했음에도 기무사는 소극적으로 움직였고, 이후 하나회 척결 때 가장 먼저 날아가게 된다.
툭 까놓고 말해서 김영삼이 하나회 척결을 하는 동안 하나회 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쿠데타 시도였다.
물론, 이 쿠데타 시도가 김영삼 정부가 일부러 만들어 낸 조작사건이라 말하는 의견도 있다. 정보의 소스가 기무사가 아니라 안기부 쪽에서 나온 것이고, 한번 밟아놓은 하나회를 완전히 짓밟아 끄기 위해서 시행한 ‘조작’이란 설도 있다. 어쨌든 하나회 숙청 이후 김영삼 정부가 하나회 출신들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숙청을 했던 건 사실이다.
문제는 이렇게 하나회를 박살내고, 육사 출신들이 아닌 비육사 출신들을 군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육군 장군의 60% 이상은 육사 출신들이었다. 당장 자리에 앉힐 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거다.
장군을 내일 당장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거의 30년 가까이 군복을 입어야 별을 달 수 있는데, 오늘 소령 단 사람에게 내일 장군 하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김영삼 정부 시절은 육사 출신 장군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든 시기였다. 문제는 그 이후인데, 김영삼 정부 이후부터 육사 출신들이 다시 치고 올라갔다. 육사 출신 장군 비율이 슬슬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거다.
이게 참 뭐라하기 어려운 게, 정권 바뀌고 인사철이 되면 전가의 보도처럼 나오는 게 육사출신과 비육사출신의 진급이율에 대한 기사다. 김영삼 때도, 김대중 때도, 노무현 때도, 이명박 때도, 박근혜 때도 그리고 문재인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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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만 되면 육사출신 군 장성 비율과 영관급들 출신별 진급율이 숫자로 친절하게 언론에 공표됐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설 기사도 다 똑같았다.
“육사출신 장군 비율이 너무 높다.”
“비육사 출신들의 진급율이 너무 낮다.”
때 되면 레퍼토리였지만, 김영삼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비율이 무너지거나 육사가 유의미한 변화를 보인적은 없다. 그저 때 되면
「육사 출신 장군 진급 비율이 너무 높다.」
「육사 일변도의 장성 진급을 바꿔야 한다.」
라는 기사를 내보낼 뿐이다. 그에 대한 대안은... 없었다. 이건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데, 한해 평균 임관하는 장교가 약 5천 명 정도이다. 이중 대부분은 학군단이 채우고 있다. 사관학교 숫자는 얼마 안 된다.
육사만 하더라도 대충 250여명 내외다. 이 250여명이 야전에 나가서 20여년 정도 구르면, 얼추 대령이 된다. 그리고 슬슬 별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보통 육사 한 기수 당 장군 진급자가 35명 정도 나오는 걸로 보면 된다. 이게 쉬워 보이지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거기까지 올라가는 데 치열한 경쟁이 있다. 예전, 그러니까 8, 90년대까지만 해도 육사 나오면,
“그래, 대령까지는 얼추 보장해 주마.”
라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중령만 되도 경쟁에 내몰리곤 한다. 육사 출신 대령이 별 하나 달려면 거의 1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
육사라도 별은 함부로 바라볼 만 한 게 아니란 거다. 이러다 보니, 장군을 달기 위한 경쟁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2024년도 자료를 보면, 소장으로 진급한 20명 중 16명이 육사 출신이고, 중장으로 진급한 7명 중 6명이 육사 출신이다. 이 비율을 보면, 어떤 불문율 같은 게 있는데, 보통 장성 진급자의 출신비율은 8대 2 정도로 맞춰 주는 게 룰이었다.
이런 기사는 정말 때 되면 계속해서 나왔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꽤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온 적이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 시절의 일이다. 지난 기사에서 언급했던 남영신 대장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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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문재인 대통령은 육군참모총장 자리에 남영신 대장을 앉혔다. ‘문재인의 남자’였던 남영신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방정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비사출신, 그것도 동아대 ROTC출신이란 건, 골품제로 치면 육두품에도 올라가지 못하는 위치다.
문재인은 남영신을 골라서 두루두루 보직을 돌렸다. 지난 기사에도 말했듯이 남영신은 그 자체로 ‘보직파괴자’였다. 비육사 출신 중 최초로 특수전사령관에 앉히는가 하면, 요직 중에 요직인 방첩사령관(당시에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초대사령관이었다)에 앉히더니... 2020년 하반기 인사 때 결국 ‘사고’를 치게 만든다.
비육사 출신 최초의 육군참모총장 자리에 앉힌 거다. 반세기 만의 쾌거(!?)라고 해야 할까? 51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출신이 육군참모총장 자리에 앉게 된 거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하면, 육군참모총장은 군정권을 가지고 있다.
(육참총장은 창군 초창기에는 군사영어학교나 일본군 출신들이 맡았지만, 19대부터는 계속해서 육사출신이 맡았다)
몇 차례에 걸쳐 설명했지만, 군통수권은 군령권과 군정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군령권은 말 그대로 병력을 움직여 전쟁을 벌이는 권한이다. 합참의장이 이 군령권의 상징이 되는 인물이다. 그럼 군정권은? 간단하다 군사 조직관리를 위해 행정업무를 지휘할 권한이다. 이 행정업무에는 인사, 군수, 재무, 교육 등등이 포함 돼 있다. 여기서 핵심은 ‘인사’다.
예전 하나회 시절, 하나회 멤버들이 야전의 작전 보직은 포기하는 경우가 있어도 인사보직만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포기하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육군본부 인사참모부는 요직 중의 요직이었다. 이 인사참모부의 일부를 떼어내 육군본부 직할부대로 창설된 게 육군인사사령부이다(이게 만들어진 이유가, 육본 인사참모들의 권한이 너무 크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하긴, 별자리를 붙였다 뗐다 할 수 있으니 말 다했다). 이 인사사령부가 말은 사령부지만, 사실상 육군참모총장의 참모 역할을 하는 사령부란 걸 주목해 봐야 한다.
육참총장의 ‘참모’역할을 한다는 건, 사실상의 결정권자는 육참총장이란 거다. 물론, 대통령실의 의향이 중요하겠지만, 그 의향을 충실히 반영하고 말고는 그걸 실행하는 육참총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군정권의 실행자는 육참총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남영신 대장을 육참총장에 앉힌 건 그 자체로 ‘메시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국방부 장관은 서욱이었다. 이 사람은 육사의 정통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인물이다. 소령 시절엔 육군본부 비서실과 인사참모부에서 생활했고(앞에 언급했던 바로 그 인사참모부다), 중령시절엔 합참 작전본부에서, 대령시절엔 합참 비서실에서, 준장 달고는 한미연합사에서, 소장 시절엔 합참 작전본부 작전부장으로, 중장시절엔 합참 작전본부장 자리에 앉았다. 정통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간 최고의 작전통이 서욱이었다. 그리고 1차로 대장에 진급했는데, 그 자리가 무려 육군참모총장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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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은 육참총장 자리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한 다음 바로 전역.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방부 장관이 된다. 그 뒤를 이은 게 바로 남영신 대장이다.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하는 게, 서욱과 남영신은 임관동기다. 서욱이 육사 41기이고, 남영신은 학군 23기인데, 같은 해 임관했던 거다. 서욱이 48대 육군참모총장 자리에 앉을 때부터 주변에선 말이 많았는데, 이때가 문재인 정부 초기였다.
“문재인 정부가 육사 출신들을 배제한다고 했는데...”
“국방개혁하겠다고 비사 출신들을 중용한다던데...”
라면서 육참총장 자리를 비육사 출신에게 주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한참 나왔는데, 이때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치고 올라온 ‘육사 엘리트’ 서욱에게 육군참모총장 자리를 주게 된 거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49대 육참총장 자리를 남영신에게 건넨다. 최초의 비육사 출신 참모총장 자리인 거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육사출신과 비육사 출신의 장성 진급 비율을 5대 5까지는 맞춰야 하는 거 아니냐?”
라는 게 전반적인 기류였다. 정권이 육사편중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겠단 의지를 보였다. 그 의지의 상징이 비육사 출신 육군참모총장이었고 말이다.
남영신이 육군참모총장에 앉은 이유는 남영신의 취임일성에서도 잘 드러나 있는데,
“출신, 지역, 학교 등이 중요하지 않은 육군문화를 만들겠다.”
라는 게 남영신의 포부였다. 그 스스로가 비육사 출신이고, 정권 차원에서 그를 지원해 주는 상황.
2020년 하반기 군 장성인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상징은 있었다.
남영신이 깼던 최초의 기록, 그러니까 비육사 출신 최초의 특수전사령관이란 타이틀이 이어졌다. 학사 11기였던 소영민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하면서 특수전사령관 자리에 앉게 됐다.
당시 중장 진급자 6명 중 2명이 비육사 출신이었고, 소장 진급자 11명 중 3명이 비육사 출신이었다. 준장 진급자 52명 중 17명이 비육사 출신이다(중장진급자가 2명이고, 특전사령관 같은 파격적인 보직이 돌아가긴 했지만, 전체적인 수준이... 예전과 비슷했다).
‘딱’ 상징만 남았다라고 할 수 있다.
개혁을 시도하려 했고, 실제로 그 의지를 관철시키려 했지만... 역시나 육사의 벽은 높았다. 2020년 하반기 인사 전후로 군 관계자들은,
“이번에는 정말 바뀔 수 있을 거야.”
“비육사 출신들이 치고 올라가는 거 아냐?”
라면서 기대를 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찻잔속의 태풍’ 정도였다. 그 이전보다 비육사 출신이 늘어나긴 했지만, 의미있는 숫자는 아니었다. 소영민 장군같은 ‘상징’은 이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보기엔 애매했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고 해야 할까?
2020년 하반기 군 인사는,
“육사의 판정승”
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문재인 정부는 육사 대 비육사의 비율을 5대 5 정도로 예상했고, 이에 대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서욱 국방부장관이 반대 의사를 들고 나왔다는 말들이 돌았다.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갈등을 보인 거다.
육사 출신의 선두주자였던 서욱이 2020년 하반기 군 인사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한다.
“전체적인 맥락은 이해하지만, 너무 급진적이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라는 분위기를 전달했고, 실제로 이 문제로 2020년 하반기 인사는 한 달 가량 늦춰졌다. 이 한 달 가량의 공백 동안 육사와 비육사, 국방부와 육군본부, 청와대와 군(軍)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가 봉합이 됐다.
(자세한 내막은 한 몇 년 지나면 다 나오겠지만)
직전까지 육참총장 자리에 앉아 있었던 서욱이었기에, 군 인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2020년 당시 육사가 만들어 낸 최고의 엘리트였던 이가 서욱이었다. 이 서욱의 대척점에 있던 존재가 남영신이었다.
같은 해 임관했지만, 육사와 비육사를 대표해 국방장관과 육참총장으로 서로간의 의지를 내비쳤지만, 결국 이긴 건 육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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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을 하려는 의지도 있었고, 실제로 칼을 뽑아들기도 했지만, 육사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육군본부 내 주요보직은 태반이 육사출신이 차지하고 있고, 국방부의 주요의사결정권자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육사 출신들이었다.
사후적인 판단이지만, 만약 48대 육군참모총장 자리에 서욱이 아니라 비육사 출신의 다른 인물을 앉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국정운영을 위해 군을 장악해야 했기에 서욱을 선택했다는 건 이해의 범주 안이다. 서욱은 문재인 정부 시절 충실히 문재인의 국방정책을 수행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서욱은 나름 건실하게 대처했다.
그러나 육사출신이라는 한계는 벗어던지지 못했다.
2020년 하반기 군 인사 때 서욱이 남영신의 계획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는 말들이 오갔었다. 너무 급진적이기에 시간을 들여 천천히 나아가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이 말들의 진의는...
“하지 않겠다.”
이다. 48대 육참총장 자리에 서욱 대신에 비육사 출신으로 앉혀서 개혁드라이브를 걸었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지금도 가슴 한 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여론도 우호적이었고(비육사 출신 육군참모총장이 나올지도 모른단 관측들이 꽤 구체적으로 나왔다), 군내 비육사 출신들의 기대도 있었다. 명분도 좋았고, 임기도 많이 남았기에 한 번 해 볼만 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선택은 ‘안정’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70년 넘게 이어져 온 육사의 카르텔을 단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다른 분야와 달리 국방은 한 번 무너지면, 나라의 근간 자체가 흔들리는 분야이고 민간인이 접근하기에는 그 벽이 너무 높다.
통수권자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우선은 군심을 잡아두고, 이를 기반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방첩사령관이나 수방사령관 같은 자리에 내 사람을 앉혀 놔야지만 안심이 되지 않겠는가?
이해의 영역이지만, 납득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이 상황에서 육사출신들의 진급비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김영삼처럼 갈 수밖에 없다. 앞뒤 재지 않고, 우선 지르고 보는 수밖에 없다. 설득이나 타협으로 군 내부를 정리할 수는 없다. 노무현이나 문재인이 나름의 방법을 찾아보려했지만, 벽에 부딪혔다. 보수정권 내에서는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쓰고, 자기 수족처럼 부릴 생각만 했다.

그나마 해볼만한 건, 정권 초에 통수권자의 확실한 의지를 인사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제도적인 개혁(교육제도를 손본다거나 하는)을 생각하다가는 이미 임기 중반까지 휙 지나간다.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국방 개혁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임기 초반에 가장 파격적인 조치. ‘인사’로 판을 흔들어 버리고, 그 흔들린 틈을 사이로 점점 넓혀가는 수밖에 없다.
남영신 대장의 예처럼, 뭔가 시도를 해보려 했지만 70년이 넘어가는 육사의 벽을 넘기에 2년 임기는 너무 짧았다.
육사 개혁이니, 인사제도 혁신이니 하는 건 판을 벌린 순간부터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 당장 ‘속도 조절론’이 튀어 나올 거다. 이걸 한 두 번 겪은 게 아니다.
김영삼 대통령처럼 일단 내지르고 봐야 한다. 정권 초기, 그러니까 대통령 임기 1, 2년차 시절 4번의 군 인사를 할 때 확실히 비육사 출신을 밀어주고 비육사 출신들의 장성 진급율을 올려야 한다. 또한 합참과 육군본부, 주요 야전부대에 비육사 출신들을 밀어 넣을 수밖에 없다. 분명 문제는 발생할 거다.
국방이란 분야는 만의 하나 문제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란 문제로 비화 되기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건 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육사 독식구조가 형성돼 버렸다는 거다. 엘리트들에게 우선적으로 보직을 주고, 이 보직을 기반으로 승진하고, 승진하니 더 좋은 보직으로 가는 이 빈곤의 악순환 말이다.
이를 끊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피해를 감수하고, 비육사 출신들에게 경험치를 강제적으로 먹일 수밖에 없다. 경험치가 없기에 보직경쟁, 진급경쟁에서 밀리는 건데 그 최초의 기회를 주고, 확대해야지만 이 빈곤의 악순환이 잠깐 멈출 수 있다.
그 다음에 육사를 개혁하든, 제도를 개혁하든, 인사시스템을 바꾸든 해야 한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12.3 내란이란 명분이 있다. 이 명분과 정권 초반의 기세로 밀고 나가야 한다. 제발 제도 개혁이니 뭐니 하는 것에 발목 잡히지 말고, 우선 인사부터 내지르고, 비육사를 키우겠다는 정책이 섰다면, 경험치를 먹이겠다는 생각으로, 한 100타석은 그냥 주겠다는 마음으로 키워야 한다. 육사 위주로 돌아가는 군대 인사를 멈추고, 그때부터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한다.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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