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내기 수사
12.3 내란 사태가 일어난 지 거의 석 달이 되어간다. 국회가 탄핵한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불응했지만 결국 체포되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형사법원의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계엄의 밤에 대통령실, 군, 경찰, 경찰은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 일은 언제부터 누구와 기획했으며 그 사실을 어느 단위까지 알고 있었는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윤석열 정권 2년 반 동안 저질렀던 모든 사건사고의 중심에 있던 검찰이 그날 밤 어떻게 움직였는지, 계엄령 기획 단계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검찰은 대통령실 수사의 핵심인 경호처 간부에 대해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3번이나 반려하면서, ‘도대체 검찰이 계엄 당시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기에 저렇게까지 수사를 열심히 방해하는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아무래도, ‘조국 사태’를 비롯해 그동안 윤석열 뒤에서 벌이던 ‘검찰의 난’을, 이제는 쓸모를 다 한 윤석열을 버리고 검찰이 전면에 나서서 직접 지휘하기로 한 것 같다.

어떤 사건이든 사건의 진실이 입체적으로 드러나고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사실이 계속 드러나는 걸 보면, 아직 내란 사태의 종식까지는 꽤 멀게 느껴진다.
익숙해지는 사람들
계엄 직후, 한국 재래언론은 그들이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던 ‘기계적 중립’마저 내려놓고 계엄에 비판적인 듯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예전의 ‘고장 난 기계’로 돌아갔고 이제는 상식과 몰상식을 같은 크기로 다루고 있다. 상식과 몰상식 사이에서 모두 옳거나 모두 틀리다는 양비론적 태도는 결국 몰상식의 편을 들게 되는 것인데, 늘 그래왔듯 한국 재래언론은 여전히 몰상식의 편을 들기로 한 것 같다.
일부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던 계엄령 초기와 달리, 국정조사나 헌법재판소에서 쏟아지는 개소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이 내란 상황을 일상으로 시큰둥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날 밤, 우리 국군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부정하고 의회를 무력화하려는 작전까지 실행했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별일 아닌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간간이 보인다.
최근에는, 그동안 대통령답지 못한 대통령, 장관답지 못한 장관, 군인답지 못한 군인에 지쳤기 때문인지, 군인다운 군인을 모아 ‘천하제일 참군인 대회’를 열 것 같은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다. 탄핵 직후에는 내란범에 대해 사면/감형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할 정도로 모두가 강경한 태도였지만, 이제는 그날 밤에 가장 많은 병력을 출동시킨 특전사령관이 '사실'로 추정되는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정상참작 내지는 사면까지 얘기하고 있으니, 정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

윤석열이 돌아오면 사면이고 진상규명에 협조해 봐야 고작 정상 참작인데, 그런 작은 당근 때문에 반란군들이 진상규명에 협조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계엄령 직후인 12월 4일 반나절 정도는 내란 정당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계엄령을 위헌이라고 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국민의힘은 극단주의 내란 폭도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마치 해방 이후 ‘목숨만 살려줬으면 좋겠다’ 했던 친일파가 시간이 지나면서 ‘내 재산은 그냥 놔뒀으면 좋겠다’, ‘그때 친일 안 한 사람이 어디 있냐’, ‘친일은 열심히 산 사람들’, ‘친일은 애국’이라고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인지, 계엄 직후에 자신들이 한 행위로 사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겁먹은 태도를 보이던 군인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 진술이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바꾸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떠넘기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변호사와 상의하면서, 내란 정당과 접촉하면서 자신들이 살아날 수도 있는 좁은 틈을 발견한 모양이다.

회수되지 않은 탄피
군대에서는 사용된 총알 껍데기인 탄피를 실탄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사격장에서 탄피를 잃어버리면 그걸 찾기 위해 한바탕 난리가 난다. 그 이유는 잃어버린 탄피를, 정확히는 잃어버렸다고 여겨지는 탄피를 찾기 전까지는, 그것이 탄피인지 실탄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전관리의 측면에서 잃어버린 탄피는 언제든 아군을 공격할 수 있는 실탄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
내란 사태 초기에 군은 실탄을 차에 두고 공포탄만 휴대했다고 주장했지만, 조금 뒤 말을 바꿔 실탄 5만 7천 발을 가져갔다고 하더니, 최종적으로는 실탄 18만 발과 크레모어, 수류탄까지 챙겨갔다고 인정했다. 여전히 특전사령관은 그걸 사용할 의지가 없었다고 하지만, 그날 밤 계엄군 작전 대상이었던 시민의 입장에서는 그 말을 믿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계엄군은 국회의사당 본청 일부의 전기를 실제로 차단하기도 했으니, 그날 밤 계엄군은 총을 쏘거나 폭력을 사용하는 일을 제외한 모든 일을 다 했던 것이다.
그러니, 시민의 입장에서는 시민을 상대로 작전했던 계엄군이 가져간 18만 발의 실탄과 크레모어, 수류탄은 그날 밤에 남김없이 사용했다고 간주하여야 한다. 마치 사격장의 탄피를 실탄으로 취급하는 것처럼.

쏠 준비까지 다 하고 있었구만, 뭐...
국정조사나 언론보도에서 새로운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들은 아직 단편적 정보 나열에 불과하다. 여전히 그날의 퍼즐을 맞추는 중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부역자와 내란에 저항한 군인이 누구인지 단정할 수 없다. 물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몇 군인들이 존재하지만, 그리고 그날 헌법과 법률을 따른 군인이 있었던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진실이 완전히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날 국회로 출동했던 부대의 모든 군인을 반란군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날의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혀서 사람들이 참군인과 반란군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검찰은 아무래도 내란 사태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참군인과 반란군이 매일매일 뒤바뀌는 어지러운 장면을 계속 볼 수밖에 없다.

천하제일 참군인 대회
참군인과 반란군을 섞어 놓으면, 참군인은 억울하고 반란군은 원래 반란군이니, 결과적으로 반란군에게만 유리하다. 이것은 미래의 참군인이 헌법을 준수할 동기를 꺾고 반란군에게 용기를 주는 행위다. 이미 수명 다한 검찰조직을 어떻게든 유지하는 데 잘 이용해서, 그들의 은퇴 후에 전관예우를 받고 자시고 하는 애들 장난 같은 차원이 아니란 말이다.
사냥감 전시회
슬롯머신,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이 벌어지면 검찰은 언제나 정의의 수호자처럼 등장했다. 그 과정에서 검거된 조직폭력배, 비리 정치인 또는 관료는 사냥감으로 전시되었으며 스타 검사가 등장하곤 했다.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총리와 장관은 무혐의라고 하는 걸 보니 이번 판에서는 ‘우리가 악당을 소탕했노라’ 하며 전시할 품목을 군인으로 결정한 것 같다.
사건의 핵심인 경호처에 대한 수사에 소극적인 검찰은 그날 내란에 동원됐던 군인들을 검찰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 그들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영화 속 양아치 검사가 조폭 두목이나 행동대장에게 하듯이 그들을 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검찰이 이 사실을 여태 몰랐을까?
검찰 수사가 늦어질수록 실체 파악은 어려워진다. 참군인과 반란군 모두를 반란군으로 남겨둬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내란의 시간은 늘어난 테이프처럼 원래의 소리와 방향성을 잃게 된다.
검찰은 적극적으로 그날의 진실을 재구성해야 한다. 내란 혐의 피의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는 대통령 경호처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 조직의 안위를 위해서, 검찰의 죄를 묻지 않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군인을 내란 수사의 먹잇감으로 던져 넣어서도 안 된다. 제대로 된 수사만이 국민들과 내란에 가담되었던 장병들의 트라우마를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게 할 것이다.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