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그렇잖아도 많은데 곧 장기수가 되실 어떤 분 때문에 곱절이 됐다. 제목만 스치듯 보고 넘어가기에도 다 못챙길만큼 뉴스가 쏟아지지만 그와중에 홀짝, 맛이라도 볼만한 뉴스 몇 개 소개해드리면 어떨까. 머 그런 생각으로 야심차게 무려 월간도 격주도 아닌 주간 연재를 시작해보기로 하였다. 뉴스계의 기미상궁이 되어 보겠달까.
함, 잡솨보시라.
기사원문 (링크)
독일 총선 결과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원내 2당으로 올라섰다. 중도 보수 정당인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DU) 연합이 28.5%를 득표하며 1당이 되었고 AfD가 20.8%로 그 뒤를 이었으며 집권여당이었던 중도 진보 성향의 사회민주당(SPD)이 16.1%를 얻으며 3당으로 밀렸다.
의원내각제 정치 시스템이 다당제 정치 지형 위에 자리 잡은 독일은 어느 정당 하나가 과반 이상의 국회 의석을 차지하지 않는 한 다른 정당과의 연정을 통해 내각을 구성하게 되어있다. 이번 총선 결과 1당이 된 기민·기사 연합은 이제 내각 파트너가 될 정당을 골라 협상에 임해야 하는데 아직 ‘극우는 빼고’ 기조는 확실해 보인다. 2당이 되긴 했지만 극우 정당인 AfD가 국가 운영에 참여할 일은 아직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독일 안팎의 반응은 ‘아직은 괜찮다’ 보다는 ‘올 것이 왔다’. ‘예상은 했지만 큰일이다’쪽으로 기울었다. 독일은 극우 파쇼 정당 나치에 권력을 쥐어준 결과 2차세계대전 전범국이라는 역사적 오명을 뒤집어 쓴 나라다. 이번 총선에서 AfD는 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극우 정당 사상 최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어떻게 독일에서 이런 일이! 독일마저 무너지면?
조짐은 뚜렷했다. 코로나 이후 유럽 전역이 고물가, 저성장으로 물들었다.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양극화가 꽃을 피운다. 고통을 견디는 대중 앞에 거짓 원인을 내걸고 혐오를 조장하는 극우가 배양되기 딱 좋은 환경이다. 이미 많은 유럽 국가의 극우 정당이 최근 수년 사이에 약진을 거듭했다. 그나마 독일이니까 이정도였던 것인데 이번만큼은 쉽지 않을 거라는 걸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인 독일도 2년 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중이다. 유럽 어느 국가보다 두 팔 벌려 난민을 받아들인 것이 극우 정당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극우를 지지하지 않는 독일 국민들도 정부의 이민 정책에는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출처 - 한국일보 (링크)
독일 극우 정당의 약진에 자국을 넘어 전세계가 관심과 우려를 보이는 것은 극우 세력의 준동과 득세가 국경과 대륙을 불문하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서다. 각국의 극우 정당들은 국내에서는 철저하게 고립을 자초히지만 나라 밖으로는 저들끼리 연대한다. 미국 극우의 리더인 트럼프를 당선시킨 일론 머스크는 독일 총선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AfD 지지를 선언했다. 총선 결과가 나오자 트럼프는 ‘독일에 좋은 날’이라며 환영했다.
사실 미국의 극우와 유럽의 극우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이민자 정책이나 자국 우선주의, 기후 위기에 대한 대처는 비슷한 면이 있지만 트럼프는 미국의 양당제의 두 개의 축 가운데 보수당인 공화당 내 극우 유권자들을 결집시켜 당 자체를 집어삼킨 케이스다. 반면 유럽의 극우 정당은 창당 초기 변두리 아웃사이더로 출발해 기성 정치권과 대중들로부터 무시와 조롱을 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진화해 어느새 기성 정당을 위협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한국의 극우는 묘하게 이 둘을 섞은 느낌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원외정당으로 태극기 집회를 주도할 때만해도 무시와 조롱의 대상, 기껏해야 보수 정당에서 끈 떨어진 한물간 정치인의 종착역 취급 받았었다. 그럼에도 아랑곳 않고 힘을 키워가더니 윤석열 정권을 만나면서 집권 여당 자체를 집어삼켜버렸다. 사실상 양당제인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오른쪽 날개는 완전히 극우화 되었다. 탄핵 국면에서 이들은 미국의 극우에 손길을 뻗치며 헬프미를 외치는 중이다. 미 극우의 일부가 이에 연대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출처 - 뉴시스 (링크)
내 집이 불타서 기둥이 막 주저 앉는데 남의 집 캠프파이어가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독일 총선을 바라보는 우리네 마음이 딱 그렇다. 그럼에도 아예 관심을 꺼버릴 수는 없다. 어쨌든 우리집에 난 불 얼른 끄고나서 집을 고쳐짓긴 할 테니까.
극우라는 바람이 온동네에 불고 있다. 집집마다 마른 장작이 쌓여가는 중이다. 불씨는 바람을 타고 도처를 날아다닌다.
정말로 극우의 광풍 앞에 독일마저 무너진 걸까. 아니다, 그래도 독일이니까 이정도다. 독일에 대한 환상 따위가 작용해서가 아니라 2차세계대전 패전 후 독일 사회가 지금까지 일궈온 토양을 믿어서다. 파탄난 경제 상황에서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혐오를 팔아 정권을 잡고 다시 그 힘을 모아 인류사에 길이 남을 학살을 저질렀던 나라, 그 극우정당에게 표를 주고 힘을 줬던 국민들이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쳤던 나라니까 그렇게 많은 난민을 받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다가 가스비가 튀어 올라 국민들 지갑이 헐거워졌어도 극우 정당의 득표율을 20% 언저리에 묶을 수 있는 거다.
출처 - 연합뉴스 (링크)
하여, 앞으로도 독일 정치 상황은 관심을 붙들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도 지펴진 극우의 불길이 과연 온 집을 태울지, 이정도에서 진압될지 누구도 단언할 수 없지만 그래도 독일이라면 해 볼만 하다고, 그리고 우리는 그런 독일을 통해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 간 연대 없이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극우가 영향력있는 대부분의 국가를 집어삼키면 지구의 미래도 없다.
그러고 보니 자국을 우선시 하지 않는 극우 세력이 존재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를 내가 하나 알고 있는 것 같기도.
기사원문 (링크)
대통령의 계엄을 앞장서서 막아낸 야당 대표. 이어진 탄핵 정국에서 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확실시 되는 인물이자 당선 가능성 또한 압도적으로 높은 인물. 이재명 대표 관련 뉴스가 그냥 묻혀 넘어가겠냐만 워낙 이재명 대표 관련 뉴스가 많아 그 중 하나 고르지 않으면 다 흘러가버릴까봐 뜰채로 하나 건져봤다.
최근 삼프로TV에 출연한 이재명 대표의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이 꽤 여러 뉴스에 인용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정부는 가급적 부동산 정책에 손대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주택 보유는 막을 수 없으며, 실거주 1주택 소유자가 돈 벌어 비싼 집을 사는 것이 죄악시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022년 여야 합의로 완화된 종부세 기준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고, 나아가 지난 대선 당시 발표했던 국토보유세 공약을 사실상 철회했다고 볼 수 있겠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러한 발언 또한 최근들어 이재명 대표가 보여온 ‘우클릭’, ‘중도보수’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충분히 그렇게 받아들일만한 흐름 속에서 나온 말이어서 아주 아니라고 딴지를 걸 마음은 없다. 그런데 이 발언에서는 그것 말고도 할 만한 이야기가 많다.
출처 - 뉴스룸 (링크)
문재인 정부는 외교와 안보 분야 그리고 코로나 위기 대응 측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다. 임기말까지 이어진 높은 국정수행 지지도에는 이러한 성과가 기반이 되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누군가는 그 원인을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에게서 ‘만’ 찾고 싶어하겠지만 초박빙의 득표율 차를 보인 대선 결과에서 나타난 서울과 수도권 지역 득표차는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그 취지와 목적이 실패한 게 아니라 국민의 공감과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집값을 잡는 데에 실패했다. 수도권 민심이 여기에 영향을 받았다.
부동산을 투기 대상이 아닌 거주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정책 기조까지는 괜찮았다. 부동산 투기로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과 손실이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도 맞다. 그런데 똘똘한 한 채가 됐든 재테크가 됐든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던 다수의 유권자들까지 부도덕한 투기 세력으로 뭉뚱그려지는 뉘앙스를 풍기면 몹시 곤란한 문제가 된다.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다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에게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권고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좋게 보자면 정부 정책을 실현하려는 참모들의 솔선수범이겠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다주택 보유자는 나랏일을 하면 안된다는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 솔선수범으로 바라보는 것에도 문제의 소지는 있다. 부동산 정책을 성공을 위해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하지 않는 것이 모범이라면, 2주택 이상 소유는 비모범이고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인가.
출처 - KBS (링크)
보수 정당과 언론의 꼬투리잡기, 왜곡보도 또한 문제가 많았다. 그럼에도 개인의 욕망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 것은 실책이다. 게다가 집값을 잡는 데에도 실패하면서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기회는 더 멀어지고 집 있는 사람은 돈을 벌었다. 집 있는 사람은 나쁜놈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나쁘고 집 없는 사람은 정부 정책의 실패로 기회를 빼았겨 기분이 나빴다.
삼프로TV에 출연한 이재명 대표의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은 그래서 주목할만 하다. 인간의 이해와 욕망을 부정하지 않는 태도는 현실 정치에서 꽤나 쓸모 있는 미덕이다. 정치의 본질은 한정된 자원을 사회적 합의로 분배하는 것이니까. 현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토대로 가치를 지향한다면 그게 실용주의다.
이재명 대표의 부동산 정책 발언이 문재인 정부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져 내부 분열의 미끼가 될 가능성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스스로 지난 대선 때 공약했던 국토보유세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나. 사람이 변했다는 말은 긍정과 부정에 모두 쓰일 수 있다. 이재명 지지자들은 그가 변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지지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가 필요에 따라 변하는 사람이라서 싫다고 말한다.
이재명은 변하고 있다. 그런데 성남시장 시절 그대로인 부분도 있다. 목적하는 바를 관철시키려고 상황에 맞게 수단을 바꾼다는 것. 그 또한 반대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으로 악마화 하지만 지지자들의 눈에 그는 자신의 가치 지향을 정치적 이익이나 유불리에 따라 이리저리 바꾸는 정치꾼이 아니다.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을 상황에 따라 바꾸면서 배우고 발전하는 정치인으로 이재명을 본다.
그를 바라보는 완전히 상반된 시선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며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이재명 스스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겠다. 정치적, 생물학적 사선을 넘어 여기까지 온 그에게 마침내 그러한 증명의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높아 보인다.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