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전통적인 중도 보수 정당이다
“그러면 국민의힘은 과연 보수냐. 이런 보수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보수 정당이 되겠다, 이런 게 아니고 우리를 굳이 따진다면, 기본적으로는 중도보수라고 하는 영역이 있을 테고...”
“그래서 우리가 지금 오른쪽 다 비어 있는데 우리가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 그 역할도 우리의 몫이 되지 않겠느냐, 돼야 된다, 이런 생각 하죠.”
-2025년 2월 19일 MBC 100분 토론, 이재명 대표의 발언 중 -
2025년 2월 19일 MBC 특집 '100분 토론'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당의 정치 이념을 '중도 보수'로 규정하였다. 171명의 국회의원이 소속된 최대 정당의 대표이자 압도적 1위 대권 주자인 그의 발언은 당연히 크나큰 무게감을 가진 것이다. 그로 인해, 그의 발언은 각계각층의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었다.
비판적 반응은 우선 내부(?)에서 먼저 나왔다. 김부겸 같은 이들은 물론이고 김경수, 김두관, 임종석 등 친문(親文)이자 민주당 내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들은 분노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 냈다.
임종석의 경우는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 아니며, 이재명 대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문제다."
재미있는 것은 평소 단 한 번도 민주당을 진보 정당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자칭’ 진보 언론마저 이재명 대표의 선언에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특히 한겨레는 사설과 기사 등으로 비판의 선봉에 섰다.
한겨레는 다음 날인 2월 20일 “‘오락가락’ 역풍 우려”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는 ‘이름을 밝히길 꺼려하는 한 정치학자’의 말을 인용해 “자칫 믿을 수 없이 오락가락하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줄 경우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판을 구사했다.
또한 익명의 민주당 재선 의원의 말을 인용해 “이 대표가 잘못된 전략을 택한 것 같다”며 ‘정책과 이념이 아니라, 이 대표의 거칠고 일관성이 없는 듯한 언행에서 비롯된 ‘비호감’ 정서를 걷어내는 게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가장 잘하는 짓인 ‘익명의 제보자를 이용한 따옴표 저널리즘’을 사용하여 이재명 대표를 비판한 것이다. 약 일주일 전에 딴지 기사 <강성범과 민주당을 비판한 한겨레 : 발전이 1도 없다>(링크)에서 비판했던 스킬(?)이었다.
그러나 김경수도 임종석도 한겨레도 모르거나 혹은 모른 척하는 사실이 있으니, 그것은 중도보수라는 민주당에 대한 규정이 이재명 대표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최근의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일관되게 계승되어 온 민주당의 정체성이라는 사실이다. 이해찬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이다. 민주당은 정통 중도보수당이다.
국민의힘은 ‘끔찍한 혼종(混種)’일 뿐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의미의 보수라는 정치 이념은 체제의 유지를 뜻한다. 따라서 이와 대척점에 서 있는 진보는 체제의 변화를 추구한다. 이러한 진보와 보수 개념은 시대의 변화와 각 사회가 처한 역사적, 정치•경제적 특성에 따라 많은 이념적 분파를 파생시켰다.
한때 진보는 반제국주의였으며, 보수는 부국강병의 제국이었고, 진보가 세계주의를 말할 때 보수는 민족주의를 강조했다.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이전까지는 진보가 곧 사회주의였고, 보수는 자본주의를 뜻하기도 했었다.
"보수주의자는 세상을 개선하기보다 먼저 보존할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러셀 커크
(미국의 보수 이론가, ‘보수주의 정신(The Conservative Mind)’ 저자-
이러한 다양성 속에서도 보수가 추구하는 공통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니, 그것은 경제적 자유주의, 강한 국방 그리고 민족주의이다. IMF 구제금융 사태라는 국난(國難) 와중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보수이며, 노무현 정부가 추구했던 자주국방과 과거사 청산 정책이 보수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통일을 기약하며 추진했던 남북의 획기적인 평화 진전과 종전 선언, 강제징용 피해자 이슈에 대한 일본의 내정간섭으로 인해 시작된 일본과의 경제 전쟁에서 우리의 반도체 산업 안보를 지키려 했던 정책이 보수의 태도다.
국민의힘(그 전신들까지)과 그들이 대변하는 세력은 집권과 세력 유지를 위해 남북한의 긴장과 충돌을 조장한다. ‘총풍’으로 명명된 희대의 사건과 윤석열 내란 계획에서 드러난 북한 이용을 보라. 문재인 정부에서 종전 선언을 이끌어내려고 할 때는 방해 공작을 펼치기도 했다.
따라서 이들은 보수가 아니다. 자원외교, 4대강, 각종 민자 사업 등 이명박 정권의 천문학적 액수를 자랑하는 부정부패, 처벌받지 않는 김건희의 온갖 경제 범죄들과 김건희의 사익을 위해 고속도로마저 휘게 만들려 하는 행태를 보니 경제적 관점으로도 이들은 보수가 아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과 그 지지 세력은 극우 파시즘인가? 파시즘은 강한 군대를 바탕으로 한 국가주의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전체주의, 그리고 자국 중심의 배타적 민족주의가 그 주된 특징이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러시아, 중국 등 인접 국가들이 반대할 때 적극 찬성하며 일본의 이익에 협력했으니 배타적 민족주의는 커녕 반민족주의이다. 무엇보다도 세계 6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 군대를 내란에 동원하여 망가뜨려 놓았으니 이들은 파시즘과도 전혀 관계도 없다.
이들은 청산의 대상에서 재집권이라는 인생 역전을 이룬 민족반역자이고, 사리사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해 민주주의를 짓밟고 자국민을 학살한 정치군인이며, 시장경제를 외치면서도 자본주의적 질서와 법을 권력의 비호 아래 축재의 수단으로 삼는 자본주의의 적이다. 이들은 보수도 아니고 심지어 극우도 아닌 오직 불의한 기득권의 유지와 대물림만이 목표인, 한마디로 말해 뒤틀린 현대사가 만들어낸 ‘끔찍한 혼종’일 뿐이다.
출처-<뉴스1>
이들이 어떻게 보수라는 왕관을 쓰게 되었는가. 누가 이들을 보수의 자리에 올려놓았는가. 1990년, 당시 통일민주당 대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 이 두 당과의 합당을 선언한다. 12·12 군사반란의 주역 중 하나로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해 불안해하던 노태우, 충청권 지역 정당을 벗어나 다시 권력 중심부로 진입하길 갈망했던 김종필, 그리고 김대중이란 벽에 막혀 집권의 꿈을 이루지 못하던 김영삼의 야망. 이들의 이해관계가 만들어낸 정치적 야합이었다. 이 야합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은 ‘보수대연합’이란 조작된 언어를 선사한다. 이것이 국민의힘이 보수가 된 근원이다.
국민의힘은 급소를 찔렸다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론에 국민의힘은 발작적 반응을 보였다. 20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노총 극렬 간첩 세력에 끌려다니는 비굴한 연대부터 끊어내야 할 것”이라며 저열하고 낡았지만, 그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는 북한과의 연계설을 끄집어내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훔친 장물을 대단한 개혁이라도 되는 듯 선물처럼 나눠 주며 산타클로스 흉내를 내는 중”이라며 비꼼으로 불안감을 감추려 했다. 이뿐 아니라 김상훈 정책위의장, 신동욱 수석대변인 등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 전원이 민주당이 아닌 이재명 대표의 말 한마디에 거세게 달려드는 초유의 사태가 전개되었다.
모든 정당은 집권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결사체이다. 이 결사체들의 차별성은 이념에서 나온다. 극좌부터 극우까지, 모든 정당은 이념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그것을 당 강령으로 명문화하여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한다. 한 정당의 집권은 곧 그 정당이 추구하는 이념의 집권이다. 우리 사회의 왜곡된 정치 지형은 그간 제대로 된 이념 논쟁이 없었기 때문이다. 논쟁은 고사하고 6.25라는 끔찍한 내전의 경험과 그 이후로 계속된 군사정권의 지배는 이념이라는 단어 자체를 금기시하게 만들었다.
위선의 힘은 위선 그 자체가 아니라 위선이 쓰고 있는 가면에서 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현대 사상 거의 최초로 이념과 정치 노선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었다. 논쟁이 진행되면 될수록 지역 갈등, 남북 갈등, 남녀 갈등, 세대 갈등이라는 조작된 갈등에 의한 정치적 선택의 조건들이 이념으로 옮아갈 것이다. 결국 이 논쟁의 결과는 국민의힘이 쓰고 있던 보수라는 이름의 가면을 벗겨낼 것이다. 이것이 국민의힘이 발작적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다.
이미 그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중도보수론 발언 이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는 드디어 ‘마의 벽’이라는 과반수 지지율 50%의 벽을 깼다.
국민의힘의 어떤 후보와 대결해도 압도적 우위라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지율 상승의 핵심적 이유는 바로 중도층의 변화이다. 중도층에서 ‘정권 교체’는 60.6%, ‘정권 연장’은 33.6%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것은 ‘여론조사 꽃’이 아닌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로도 말이다.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론, 그것은 국민의힘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태, 즉 가짜 보수라는 그들의 정체가 온천지에 드러나게 되는 시초가 될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게 국민의힘은 급소를 찔렸다.
중도보수론의 의미 : 우리 사회 제자리 찾기
정치는 한 사회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필수 행위이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모든 퇴행적 요소를 한마디 말로 표현한다면 ‘정치 왜곡’일 것이다. 비극적인 한국의 현대사와 그 파편들인 정경유착, 권언유착, 정교유착이 만들어 낸 왜곡된 정치 지형이 우리 사회의 질곡이 되었다.
보수의 자리는 보수가 아닌 적폐 세력들의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가짜 보수는 진짜 보수에게 레드콤플렉스라는 이름의 올가미를 씌었다. 참된 진보는 아예 싹을 잘라 버리고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치우친 진보 대 보수라는 왜곡된 정치 지형을 만들었다. 이것은 프레임이 되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한다. 이것이 국민의힘이 꾸준히 30% 내외의 지지를 받는 이유이다.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론이 가지는 진짜 의의는 우리 사회의 정치 왜곡을 바로잡을 단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쓰고 있는 보수라는 가면을 벗겨 내는 것, 즉 가짜 보수의 청산을 통해 우리 사회 자체가 제자리를 찾게 하는 것, 이것이 중도보수론의 진짜 의의이다.
출처-<뉴스1>
윤석열과 그 일당들이 획책한 내란 시도가 변증법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가 내란 관련자의 처벌과 완전한 종식에 성공하여 다시 한국 민주주의의 도약을 이루어낸다면, 국민의힘은 유럽의 어느 극우 정당처럼 10석 내외의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사민당, 진보적 환경 의제를 내세우는 정당 등 다양한 당들이 출현하고 약진할 것이다. 그리하여 보수부터 진보까지 다양한 정치 세력들이 서로 견제하고 겨루는 진정한 다당제, 민주주의의 꽃이 필 것이다. 민주시민들의 어깨 위에 놓인 역사적 책무가 무겁다. 이재명 대표의 말로 글을 끝맺는다.
“친일파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 세력이 보수의 탈을 쓴 채 우파를 자처했고, 그들의 정치 책략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진보 좌파로 규정해 버린 것이다.”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아니다. 진짜 보수와 진보가 힘을 모아 마침내 가짜 보수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몰아내는 싸움이어야 한다. 너무도 오랫동안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유린해왔던 가짜 보수들이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재명 저, ‘함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中-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